열화여가 2
명효계 지음, 손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답받지 못한 사랑은 또 다른 비극을 불러온다고 했던가
영원히 그와 함게 할 것이라 믿었던 전풍의 변심으로 고통받았던 여가가 자신의 곁에서 애정을 갈구하는 천하제일의 미색 은설의 사랑을 외면하고 어릴 적부터 함께 해왔지만 몸이 불편한 왕제 옥자한과 마음을 나누게 된다.
그녀의 곁에서 그런 두 사람을 아픈 눈으로 보던 은설은 옥자한을 둘러싼 권력 다툼 때문에 목숨이 위협받은 상황에 처하자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해준 쥐 마치 물거품처럼 흩어져 버리고 그런 그를 그리워하는 여가는 자신의 마음의 방향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봉인되었던 게 풀림과 동시에 갈수록 피어나는 외모는 주변 남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그런 여가를 탐한 또 다른 왕제는 옥자한을 치워버리면서 여가를 손에 놓을 묘책을 찾게 되고 두 연인은 잠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때 천하제일의 고수이자 열화 산장의 주인인 열여명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면서 무림은 혼돈을 맞게 되는 듯 하나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전풍이 열화 산장의 실권을 쥐고 다른 무림의 집단을 지목하지만 여가는 믿을 수가 없다. 전풍의 행동도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도...
이렇게 여가가 사랑으로 고민하는 사이 주변 정세는 빠르게 변해 왕위 다툼은 치열해지고 이에 맞춰 무림의 세계도 열화 산장의 새로운 주인과 함께 변신을 꾀하지만 언제나 올곧은 성품의 여가는 비틀어지고 궤도를 이탈한 모든 것을 바로잡고자 직접 수사하며 앞으로 나선다.
드디어 붉은 옷의 여인이자 열화 산장의 진정한 주인인 여가가 활짝 피어 만개하고 그녀를 따르는 사람과 전풍을 따르는 사람과의 대립은 불가피해졌다.
한때는 평생을 같이하자던 연인의 지금 모습은 서로에게 칼을 겨눈 것이나 마찬가지...
그렇게도 사랑했던 전풍의 변심의 이유란 건 너무 뻔해서 아쉬웠고 천하절색의 미모에다 죽어서도 아니 신선의 자리를 포함 자신의 모든 걸 던져서도 사랑을 애원하던 은설의 매력도 그의 애절함도 확 와닿지 않아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살지 않은 것도 아쉬웠다.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인물의 관계를 짧게 정리해서 전개하려다 보니 이야기의 축약이 많아 디테일함이 좀 부족하달까...
중국 소설 특유의 누구나 온전한 행복은 없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열화 여가
1편이 경쾌하고 발랄했다면 2편엔 보답받지 못한 사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사를 담아서인지 다소 어둡고 무거웠다.
결국 인간은 하찮은 이유로 연인에게도 친구에게도 등을 돌릴 수 있는 그저 약하디 약한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열화 여가
여주인공 여가에 의한 여가를 위한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내인 -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불행은 연이어서 온다고 했던가
홀로 남았던 엄마마저 돌아가시고 아이와 샤오원 두 자매만 덜렁 남았는데 이조차도 불행의 끝은 아니었다.
늘 명랑하고 밝았던 샤오원이 지하철에서 누군가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은 두 자매의 삶을 바닥으로 곤두박질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이 자매의 불행에는 익명을 빙자해서 자신들 마음대로 글을 쓰고 또 그 글에 댓글을 달면서 아무런 책임 없이 악의를 퍼뜨린 누리꾼들도 한몫을 했다.
이렇게만 보면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악플러에 의한 피해를 보는듯하다.
자신들은 별다른 죄책감도 없이 또 제대로 된 사실 확인도 없이 마구 써댄 글로 인해 누군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망내인 은 몇 해 전 혜성처럼 등장해 13.67이라는 작품으로 제대로 각인시킨 찬호께이의 신작이다.
그래서 다소 흔하게 쓰는 소재임에도 그가 쓴 글은 다를 거라는 기대가 있었고 역시 그 예상은 맞아들어가 책을 든 순간부터 단숨에 몰입하게 했다.
자신이 당한 피해를 신고한 어린 중학생 샤오원은 안 그래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학교생활이 편치 않았었는데 누군가가 그녀의 피해를 단숨에 뒤집어 그녀가 가해자를 모함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일을 벌였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점점 궁지에 몰리는 처지가 된다.
우리도 흔히 봐왔던 순서를 밟아가듯 처음엔 그 글을 읽고 샤오원을 비난하는 데서 시작해 곧이어 그 아이의 신상이 까발려지고 그 아이가 밝히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거짓과 교묘히 뒤섞여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샤오원으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
이에 홀로 남은 언니 아이는 삶의 의미도 잃은 채 그 게시글을 올린 사람을 원망하게 되고 그 사람을 찾아내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탐정에게 일을 의뢰하고 이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이 바로 음지에서 활동하는 아녜였다.
컴퓨터 전문가이자 해커인 아녜라는 인물은 통상적으로 봐온 탐정과는 다른 모습일 뿐 아니라 도덕적 가치관도 일반인들과 달랐다.
무슨 일이든 재밌지 않으면 의뢰받지 않는다는 아녜지만 이 일에는 흥미를 느껴 뛰어들고 곧 처음 게시판에 가해자의 조카라며 글을 올린 사람의 의심스러운 점을 밝혀낸다.
그는 가해자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일 뿐 아니라 컴퓨터에 상당히 능숙한 사람이고 그런 그와 동생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롱하고 겁을 줬던 사람이 서로 다른 사람이란 걸 밝혀내면서 범인이 2명임을 알아내지만 또 다른 범인이 어쩌면 죽은 샤오원의 가까이에 있던 학생일 것이라는 결과는 아이에게 충격을 준다.
그리고 그 학생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샤오원의 학교를 방문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아이와 아네
마침내 밝혀지는 그 아이의 정체를 보여주면서 아네는 뜻밖의 제안을 한다.
복수를 원한다면 도와주겠다고...
이후부터 그들의 복수 작전이 펼쳐지는데 그 내용이 교묘하면서도 집요해서 그 일을 당하는 아이가 점점 피폐해지고 피해 망상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시원하거나 유쾌하지는 않았다.
비록 그 아이가 한 짓은 어린아이가 한 짓이라기 엔 도를 넘은듯한 악의가 느껴지지만 자신이 한 짓이랑 똑같이 당하는 상대가 십 대의 어린아이여서인지 아니면 그 아이의 생활이 행복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복수를 하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나 정의가 실현되었다는 성취감 따윈 없었다.
아마도 그 아이 역시 자신이 쓴 방법이랑 똑같은 방법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이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걸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그런 방법으로 가차 없이 공격하는 아녜는 인간의 취약점을 제대로 파악해 단숨에 찌르고 들어가는 냉혈한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샤오원에게 누가 이런 악의를 품었는지를 조사하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은 당연하게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동생 샤오원에 대해 자신은 조금도 몰랐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고 아이의 선택은 그래서 당연한듯하면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돌리고 싶어 하니까...
익명의 뒤에 숨어 아무런 죄책감이나 책임감 없이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정보의 진위 여부에 관심도 없는 사람은 어쩌면 공범일지도 모른다.
그 글이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 그때부터는 그 글의 진위 여부는 중요치 않고 어느새 사람들의 손이나 입에 의해 소문은 재생산된다.
그리고 그런 것으로 인해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누군가는 원하던 바를 취하게 되고...
인터넷이나 사회개인망서비스등 네트워크의 위험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망내인은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보안에 취약한 세상을 사는지 그리고 그런 정보를 이용해서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지 그 위험성의 한계를 모르는 세계에 대해 공포감이 들게 해서 더욱 인상적인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주인공인 아녜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흥미롭다.
냉정한 듯 보이지만 자신이 정한 원칙을 지키고 돈보다 개인적인 흥미를 끄는 일에만 반응하고 뭐든 시작하면 제대로 하는 사람... 복수의 대행자로 이만큼 적당한 사람은 없을 듯
어쩌면 다른 작품에서 그를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웬만한 생필품은 좀도둑질로 생활하는 가족이 있다.
그리고 그런 자신들의 행위에 전혀 죄책감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성공했을 때 아들과 주먹을 치며 성공을 자축하는 아버지라는 남자
그런 부자를 맞이하는 다른 가족들의 태도도 여느 가족들의 모습과는 다르다.
마치 회사에서 돌아온 가장을 반기듯 자연스럽기 그지없는 그들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부부와 딸, 아들이 함께 사는 가족처럼 보인다. 가난하지만 화목한 가족
하지만 사회통념으로 볼 때 이들은 가족이 아닌 완전한 타인들 즉, 남남이다.
일단 이들이 사는 집은 할머니 하쓰에의 다 쓰러져가는 집이고 그런 집에 하나둘씩 마치 어딘가를 떠돌다 몸 숨길 곳을 찾아 들어오듯 모여살게 된 것인데 이런 가족이 이번에 새로운 아이를 받아들이면서 남들에게 숨겨야 할 게 많아진다.
그 아이 유리는 온몸이 멍투성이고 화상 자국이 분명한데도 넘어져 생긴 상처라 주장하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표정이라곤 없는 아이였고 그런 아이가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오사무와 쇼타가 데리고 온 것이다.
이렇게 모여사는 사람들은 각자가 제 궤도를 이탈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온갖 원망을 하며 때리다 결국은 자신을 버린 엄마를 떠올리며 자신은 유리를 딸로 받아들인 순간부터 절대로 버리지 않겠다 다짐하는 노부요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거칠고 이해득실을 냉정하게 따지며 살았지만 유리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보고 그 아이를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가장으로서는 무능력하기 짝이 없으면서도 허허실실 하며 마음 약한 오사무는 하쓰에 할머니의 연금에 빌붙고 노부요에게 기대 살면서도 내일의 걱정 따윈 없는 한심한 사람이지만 그런 그로 인해 이 가족이 만들어진 거나 다름없다.
일단은 불쌍한 걸 외면하지 못하는 그의 성정 때문에 쇼타도 유리도 이 가족에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이고 남들 보기엔 기이하지만 자신들에게 처음 가진 가족이 만들어진 셈이다.
비록 소소한 걸 훔치고 남이 흘린 걸 주워도 그들은 함께할 수 있어 따뜻했다.
가족에게 외면받고 가족이면서 사랑받지 못해 상처를 안고 있던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잣대에 비춰보면 도둑질로 연명하고 노인의 연금에 빌붙어서 기생하면서 남의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범죄자로 보이지만 어디서도 보살핌 받지 못하고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던 오사무, 노부요, 하쓰에, 쇼타, 그리고 유리는 서로에게 가족이었고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맺어진 가족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가족이었기에 가족이 아니면서 진정한 가족이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들의 가족놀이가 시간이 다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어릴 적 숨바꼭질 놀이처럼 하나둘씩 흩어지는 모습은 그래서 안타깝고 가슴 아팠다.
꼭 혈연으로 이어진 사람들만이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보다 못한 관계이면서 가족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서로를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면서 가족의 의미를 새삼 되돌아볼 때가 많은데 이 책을 보면서 새삼 그런 걸 느꼈다.
영화로는 어떤 가족의 모습으로 그려졌을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몰래 맞은편 집 여자를 훔쳐보는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그녀를 훔쳐보는 사이 그녀에게 빠져버렸고 그녀와의 만남을 계획하지만 그런 여자에게 남자가 생겨버렸다.
그리고 그 남자는 그가 아는 사람이었고 둘의 은밀한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남자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갑자기 사라지고 다른 곳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되었다.
잔인하게 훼손된 채...
자... 그렇다면 그녀를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몰래 그녀를 오랫동안 훔쳐보며 혼자만의 사랑에 빠진 맞은편 집 남자일까?
아님 이웃에 살면서 그녀의 집을 들락거리며 은밀한 시간을 보냈던 이웃집 남자일까?
이렇게 치정사건처럼 보이는 이 살인사건 속에 또 다른 여자가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케이트... 영국에서 온 그녀는 하필이면 전 남침으로부터의 무자비한 폭력에 정신적인 트라우마와 공항증을 얻게 된 여자라는 게 이 기본적인 플롯에서 좀 더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준 조미료가 된다.
영국에 사는 케이트에게 6개월간 자신의 보스턴 집과 바꿔살자는 6촌 코빈 델의 제안은 두렵지만 흥미로운 제안이었고 망설이다 이를 수락하지만  그녀가 그의 집에 도착한 날 이웃집 여자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불길한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그녀는 이웃집 303호 여자 오드리 마셜이 왠지 죽었을 것 같다는 예감을 느끼게 되고 경찰의 방문으로 그 사실이 입증된다.
코빈의 집에서 발견된 열쇠가 옆집 여자의 것임을 직감한 케이트는 자신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열쇠로 그 집문을 열어보게 되고 당연하게도 그 열쇠는 옆집 열쇠였다.
몰래 들어간 집에서 우연히 맞은편 집 남자를 보게 되고 그가 이 집을 들여다본다는 걸 알게 된 케이트
자신이 겪은 일로 인해 불안증이 생긴 케이트에게 불확실한 건 잔인한 진실보다 더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이었기에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모든 걸 확인해야 하는 케이트는 코빈의 집안을 수색하다 또 다른 의심스러운 것들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진다.
그가 정말 오드리를 죽였을까?
여기에 312호의 남자 앨런이 접근해와서 오드리와 코빈이 사귄 사이였고 자신이 봤다고 얘기하지만 코빈은 그녀와 사귄 걸 부인한다.
게다가 앨런은 오드리를 오랫동안 몰래 훔쳐봐왔단 사실을 밝히고 자신이 그녀에게 끌렸음을 고백한다.
케이트에겐 이 모든 게 혼란스럽기만 하고 자신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먹는 약 탓인지 현실과 꿈이 모호하게 섞이면서 더더욱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
한 여자를 오랫동안 훔쳐봐왔던 남자, 그녀와 사귄 걸 부인하는 전 남자친구 둘 중 누가 오드리를 죽인 걸까?
몹시도 혼란스러워하는 케이트와 각자의 입장에서 보고 겪은 일을 시점을 바꿔가며 진술하듯 사건의 전 모를 밝혀가고 있는 피터 스완슨의 신작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는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가독성이 좋다. 그리고 술술 읽히는 문체와 복잡하지 않은 플롯으로 접근성 역시 좋은데 국내에서 그를 처음 소개한 작품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인상이 워낙 강해서인지 아님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좀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범인의 행태가 좀 뻔하고 진부했달까?
그럼에도 그의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또다시 기대하게 될 것 같은 건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비 정원
닷 허치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도시에서 벌어진 납치 사건
그리고 마치 거대한 숲처럼 꾸며진 정원에서 오랫동안 감금당한 채 사육당해온 소녀들
그녀들은 자신들에게 이런 짓을 한 사람을 정원사라고 부르고 자신들은 그의 정원에 감금당한 나비라고 칭한다.
등에다 잔인하면서도 추악하고 그런 만큼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문신으로 새긴 채 정원 안에서 생활하고 탈출은 불가능한 생활을 견뎌온 그녀들이지만 도심에서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었다는 걸 아무도 몰랐을 뿐 아니라 30여 년간 이런 짓을 저질렀는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정원사라 불리는 살인마가 치밀하고 냉정해서 범죄사실을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는 걸 반증한다.
등에다 나비 날개 문신을 한 채 갇혀지내고 정원사의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선택된 소녀가 그와 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은 어린 소녀들에겐 너무나 무섭고 두렵지만 그녀들을 더욱 두렵게 하는 건 탈출은 도저히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런 생활조차도 영원한 게 아닌 시한부이며 그 시한이 지나면 죽어서도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박제처럼 미라처럼 표본이 되어 유리벽에 갇혀야 한다는 것이다.
더더욱 섬뜩하게 하는 건 자신의 이런 행위가 정말로 그녀들을 사랑해서라고 정원사 본인은 믿는다는 것... 그래서 그녀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정중하고 예의 바르며 사랑에 넘치지만 그런 괴리가 소녀들을 더욱 두렵게 한다는 걸 본인은 꿈에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소녀들은 울어도, 간절히 빌고 애원해도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아는 순간 모든 희망을 버리고 체념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런 처지의 소녀들이 그곳엔 항상 넘쳐난다는 것이고 그들이 서로에게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곳을 벗어나고 경찰이며 부모들이 진상을 물어도 소녀들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자신들이 겪은 그 끔찍한 고통과 공포는 오직 자신과 같이 그곳에 있었던 소녀들만이 알 수 있는 그들만의 고통이란 걸 알기에 소녀들은 그곳에서 해방된 순간에도 마야라는 정신적인 구심점을 보고 그녀의 말에 따라 행동하길 원한다. 그녀들에겐 끝나도 끝난 게 아니라는 걸 그들은 알지 못한다.
당연히 그녀들의 이런 태도는 수사관들로 하여금 마야에게 의심을 눈을 돌리게 하고 그녀 역시 수사관들의 그런 의심을 종식시킬 어떤 말도 하지 않는 채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이야기는 마야라는 소녀의 입을 통해서 그녀의 시점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있는데 그녀가 진술하면 할수록 그녀에게로 향한 의심은 깊어져만 간다.
납치되어 온 소녀에게 곁에서 소녀들이 그곳 생활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피해자의 모습은 아니기 때문인데다 구출된 후의 모습도 안도하거나 기뻐하지 않는 모습은 충분히 의심스럽다.
너무나 똑똑하고 영리한 소녀의 진술에 따라 그녀들의 생활 및 마야가 그곳에 갇힌 날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끔찍하고 추악한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드러나지만 그녀의 모호한 진술은 끝까지 그녀가 무죄인지 아니면 범죄의 공범자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납치되어 처음 낯선 곳에선 눈을 뜬 순간부터 너무나 끔찍한 진실에 맞닥뜨리고 그곳에서 친밀해진 사람을 잃는 고통에서조차 눈물 한 방울 없이 견뎌내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 일반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그녀 마야가 숨기고자 한 진실은 무엇일까?
그녀는 진짜 사건의 피해자일까? 아니면 피해자면서 공범자로 서서히 변한 걸까?
마야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는 나비정원은 끔찍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사건이지만 그녀들에게 일상적으로 폭력이 가해지지 않고 눈에 보이는 학대가 없었을 뿐 아니라 있는 동안은 음식에도 신경 쓰고 좋은 옷을 입혔으며 원하는 걸 대부분 얻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보통의 범죄 피해자와 분명 다르다.
마치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처럼 보이면서 간간이 마치 때가 되면 당연하다는 듯 처리되는 소녀들의 모습은 공포영화를 소리 없이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어느 미치광이의 환상을 토대로 마치 아름다운 정원에 나비가 가득한 것처럼 소녀들을 수집한 남자
영화로 만들어지면 제대로 된 공포, 스릴러물이 될 것 같은 이야기였다.
비명이 난무하지도 않고 무서운 흉기가 등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등골 오싹하게 느껴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