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웬만한 생필품은 좀도둑질로 생활하는 가족이 있다.
그리고 그런 자신들의 행위에 전혀 죄책감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성공했을 때 아들과 주먹을 치며 성공을 자축하는 아버지라는 남자
그런 부자를 맞이하는 다른 가족들의 태도도 여느 가족들의 모습과는 다르다.
마치 회사에서 돌아온 가장을 반기듯 자연스럽기 그지없는 그들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부부와 딸, 아들이 함께 사는 가족처럼 보인다. 가난하지만 화목한 가족
하지만 사회통념으로 볼 때 이들은 가족이 아닌 완전한 타인들 즉, 남남이다.
일단 이들이 사는 집은 할머니 하쓰에의 다 쓰러져가는 집이고 그런 집에 하나둘씩 마치 어딘가를 떠돌다 몸 숨길 곳을 찾아 들어오듯 모여살게 된 것인데 이런 가족이 이번에 새로운 아이를 받아들이면서 남들에게 숨겨야 할 게 많아진다.
그 아이 유리는 온몸이 멍투성이고 화상 자국이 분명한데도 넘어져 생긴 상처라 주장하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표정이라곤 없는 아이였고 그런 아이가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오사무와 쇼타가 데리고 온 것이다.
이렇게 모여사는 사람들은 각자가 제 궤도를 이탈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온갖 원망을 하며 때리다 결국은 자신을 버린 엄마를 떠올리며 자신은 유리를 딸로 받아들인 순간부터 절대로 버리지 않겠다 다짐하는 노부요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거칠고 이해득실을 냉정하게 따지며 살았지만 유리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보고 그 아이를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가장으로서는 무능력하기 짝이 없으면서도 허허실실 하며 마음 약한 오사무는 하쓰에 할머니의 연금에 빌붙고 노부요에게 기대 살면서도 내일의 걱정 따윈 없는 한심한 사람이지만 그런 그로 인해 이 가족이 만들어진 거나 다름없다.
일단은 불쌍한 걸 외면하지 못하는 그의 성정 때문에 쇼타도 유리도 이 가족에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이고 남들 보기엔 기이하지만 자신들에게 처음 가진 가족이 만들어진 셈이다.
비록 소소한 걸 훔치고 남이 흘린 걸 주워도 그들은 함께할 수 있어 따뜻했다.
가족에게 외면받고 가족이면서 사랑받지 못해 상처를 안고 있던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잣대에 비춰보면 도둑질로 연명하고 노인의 연금에 빌붙어서 기생하면서 남의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범죄자로 보이지만 어디서도 보살핌 받지 못하고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던 오사무, 노부요, 하쓰에, 쇼타, 그리고 유리는 서로에게 가족이었고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맺어진 가족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가족이었기에 가족이 아니면서 진정한 가족이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들의 가족놀이가 시간이 다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어릴 적 숨바꼭질 놀이처럼 하나둘씩 흩어지는 모습은 그래서 안타깝고 가슴 아팠다.
꼭 혈연으로 이어진 사람들만이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보다 못한 관계이면서 가족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서로를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면서 가족의 의미를 새삼 되돌아볼 때가 많은데 이 책을 보면서 새삼 그런 걸 느꼈다.
영화로는 어떤 가족의 모습으로 그려졌을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