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정원
닷 허치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도시에서 벌어진 납치 사건
그리고 마치 거대한 숲처럼 꾸며진 정원에서 오랫동안 감금당한 채 사육당해온 소녀들
그녀들은 자신들에게 이런 짓을 한 사람을 정원사라고 부르고 자신들은 그의 정원에 감금당한 나비라고 칭한다.
등에다 잔인하면서도 추악하고 그런 만큼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문신으로 새긴 채 정원 안에서 생활하고 탈출은 불가능한 생활을 견뎌온 그녀들이지만 도심에서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었다는 걸 아무도 몰랐을 뿐 아니라 30여 년간 이런 짓을 저질렀는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정원사라 불리는 살인마가 치밀하고 냉정해서 범죄사실을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는 걸 반증한다.
등에다 나비 날개 문신을 한 채 갇혀지내고 정원사의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선택된 소녀가 그와 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은 어린 소녀들에겐 너무나 무섭고 두렵지만 그녀들을 더욱 두렵게 하는 건 탈출은 도저히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런 생활조차도 영원한 게 아닌 시한부이며 그 시한이 지나면 죽어서도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박제처럼 미라처럼 표본이 되어 유리벽에 갇혀야 한다는 것이다.
더더욱 섬뜩하게 하는 건 자신의 이런 행위가 정말로 그녀들을 사랑해서라고 정원사 본인은 믿는다는 것... 그래서 그녀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정중하고 예의 바르며 사랑에 넘치지만 그런 괴리가 소녀들을 더욱 두렵게 한다는 걸 본인은 꿈에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소녀들은 울어도, 간절히 빌고 애원해도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아는 순간 모든 희망을 버리고 체념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런 처지의 소녀들이 그곳엔 항상 넘쳐난다는 것이고 그들이 서로에게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곳을 벗어나고 경찰이며 부모들이 진상을 물어도 소녀들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자신들이 겪은 그 끔찍한 고통과 공포는 오직 자신과 같이 그곳에 있었던 소녀들만이 알 수 있는 그들만의 고통이란 걸 알기에 소녀들은 그곳에서 해방된 순간에도 마야라는 정신적인 구심점을 보고 그녀의 말에 따라 행동하길 원한다. 그녀들에겐 끝나도 끝난 게 아니라는 걸 그들은 알지 못한다.
당연히 그녀들의 이런 태도는 수사관들로 하여금 마야에게 의심을 눈을 돌리게 하고 그녀 역시 수사관들의 그런 의심을 종식시킬 어떤 말도 하지 않는 채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이야기는 마야라는 소녀의 입을 통해서 그녀의 시점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있는데 그녀가 진술하면 할수록 그녀에게로 향한 의심은 깊어져만 간다.
납치되어 온 소녀에게 곁에서 소녀들이 그곳 생활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피해자의 모습은 아니기 때문인데다 구출된 후의 모습도 안도하거나 기뻐하지 않는 모습은 충분히 의심스럽다.
너무나 똑똑하고 영리한 소녀의 진술에 따라 그녀들의 생활 및 마야가 그곳에 갇힌 날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끔찍하고 추악한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드러나지만 그녀의 모호한 진술은 끝까지 그녀가 무죄인지 아니면 범죄의 공범자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납치되어 처음 낯선 곳에선 눈을 뜬 순간부터 너무나 끔찍한 진실에 맞닥뜨리고 그곳에서 친밀해진 사람을 잃는 고통에서조차 눈물 한 방울 없이 견뎌내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 일반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그녀 마야가 숨기고자 한 진실은 무엇일까?
그녀는 진짜 사건의 피해자일까? 아니면 피해자면서 공범자로 서서히 변한 걸까?
마야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는 나비정원은 끔찍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사건이지만 그녀들에게 일상적으로 폭력이 가해지지 않고 눈에 보이는 학대가 없었을 뿐 아니라 있는 동안은 음식에도 신경 쓰고 좋은 옷을 입혔으며 원하는 걸 대부분 얻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보통의 범죄 피해자와 분명 다르다.
마치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처럼 보이면서 간간이 마치 때가 되면 당연하다는 듯 처리되는 소녀들의 모습은 공포영화를 소리 없이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어느 미치광이의 환상을 토대로 마치 아름다운 정원에 나비가 가득한 것처럼 소녀들을 수집한 남자
영화로 만들어지면 제대로 된 공포, 스릴러물이 될 것 같은 이야기였다.
비명이 난무하지도 않고 무서운 흉기가 등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등골 오싹하게 느껴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