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 나를 위로하는 일본 소도시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1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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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도시의 생활에 지칠 때면 늘 어디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아무도 아는 사람 없이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낯선 곳에서 일정 기간 살아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질 때 혹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생활이 있고 딸린 식구가 있다는 핑계로 그냥 꿈만 꾸다 말았는데 이 책이 다시 한번 나의 그런 잠자는 욕구를 깨웠다.

저자 역시 바쁜 생활에 쫓기며 생활하다 문득 회의가 들었고 기회가 와서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니다 약간의 시간이 생겨 그전부터 갖고 싶던 자기만의 시간을 다카마쓰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는데 일단 일본어 소통에 문제가 없다 보니 좀 더 여유롭게 그곳에서의 생활을 즐길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걸 보면 타국에서 살아보기를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영어가 되었던 현지어가 되었던 일단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훨씬 더 그곳의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먼 곳도 아닌 가까운 일본인 데다 다른 곳보다 치안 문제도 덜 걱정되고 대도시가 아니니 물가는 도쿄나 오사카 같은 곳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들것 같은 점도 매력으로 꼽히지만 무엇보다 인구가 적은 소도시라는 점이 다카마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저자 역시 그런 점을 들어 다카마쓰에서 살아보기로 정한 것 같은데 도쿄나 일본의 다른 지역보다 이름은 익숙하지 않지만 들여다보면 이곳도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곳이었다는 게 드러나는 데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이고 얼마 전 TV에서도 나온 고양이 섬으로 불리는 곳 역시 다카마쓰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단다.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답게 편의점 수보다 많은 우동집에서 다양한 우동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주인의 개성이 강하게 묻어나는 카페에서 커피와 프루츠 산도를 곁들여 몇 시간씩 여유를 즐기는 모습은 자못 부럽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일상의 생활을 기록하기보다 그곳에서 자신이 찾아낸 좋은 상점이나 맛집 혹은 개성이 강한 집을 추천하고 자주 들렀던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볼거리를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또 그런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일상 에세이라는 느낌보다 다카마쓰의 모습을 소개하는 쪽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듯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다양한 숨어있는 장소나 멋진 곳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일상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모습이 더 궁금했던 터라 이런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일본의 현중 가장 작은 현에 속하는 가가와현의 현청 소재지인 다카마쓰는 조용하면서도 고즈넉하고 그럼에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수준이 높아 이런 곳만 둘러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하는데 개발이 덜 되어서인지 자연환경이 훼손되지 않은 곳이 많아 산책을 하거나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며 걷기에 안성맞춤인 곳이 많다.

조용한 곳에서 휴양하고 싶다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에 다카마쓰만큼 적당한 곳도 없을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이 있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예술을 곳곳에서 접할 수 있고 더불어 조용히 멋진 자연경치를 즐길 수 있는 다카마쓰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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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5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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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갈수록 여전사로 당당해지는 리스베트

이번엔 감옥에서 억압받는 또 다른 소녀를 구원한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감옥에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고요하게 보내던 리스베트의 눈에 교도관의 눈을 피해 동료 수감자로부터 폭행에 시달리는 한 소녀가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로부터 그것도 특히 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폭력에 시달리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는 리스베트는 소녀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감옥 안은 폭풍전야의 적막이 흐르는데 이번엔 리스베트가 어떤 활약을 펼쳐서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소녀의 자유를 억압하고 원치 않는 결혼을 하도록 강요하는 가족으로부터 사랑하는 남자를 비롯해 모든 걸 빼앗긴 채 감옥 안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한 소녀 파리아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전히 낮은 위치에서 남자들의 종속물처럼 여겨지는 여자들을 대변하고 있다.

한편 리스베트로부터 누군가를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미카엘은 조사를 하다 그 남자 레오의 주변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사건이 있음을 알게 되고 이를 조사하다 오래전 리스베트를 비롯해 쌍둥이들을 이용한 실험이 은밀히 자행되었음을 밝히는 문서가 등장하면서 이와 관련되어 있거나 혹은 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비밀은 역시 추악하지만 그들의 정체나 규모는 이전 시리즈에 비해 조금 엉성하고 어딘지 빈듯해서 아쉽달까

그런 반면 리스베트의 몸에 새겨진 용 문신의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보는 관점에 따라 공주를 구하기 위해 용을 처지 하는 정의로운 기사가 아닌 오히려 기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말 못 하는 용과 그런 모습을 아무런 감정 없이 지켜보는 냉정한 공주라니... 이렇게 되면 누가 나쁜 악당인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세상의 논리가 흑백으로 쉽게 나눌 수 없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든 듯

이렇게 이번 시리즈에선 두 갈래의 문제를 대두시켜 리스베트의 여전사로서의 입지를 두드러지게 하는 한편 그녀의 출생 및 배경의 비밀을 당대에 자행되었던 비인간적 실험과 연결해 소설적 재미를 끌어내고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밀레니엄의 탐사기자인 미카엘의 존재감을 드러내 균형을 맞추고 있다.

아무래도 리스베트의 역할이 미카엘에 비해 두드러지고 더 매력적으로 돋보일 수 있다는 걸 감안한 배분이 아닐까 싶다.

소설 중반 이후부터 조금은 느슨해진 스토리로 인해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고 뒷이야기를 짐작 가능했다는 점에서 좀 아쉬웠지만 시리즈 전체와 연결되는 부분을 세세한 점까지 신경 썼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나저나 점점 갈수록 완전체에 가까워지는 듯한 리스베트가 어디까지 갈 건지... 그녀만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이 여전히 빛날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되는 마음도 있지만 뒤편이 나온다면 일단은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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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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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아이가 탄생하는 순간 사경을 헤매는 아내

탄생을 마냥 기뻐할 수도 아내를 생각해 슬픔에만 빠질 수도 없는 상태가 된 한 남자가 있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발병 원인을 찾기 위해 온갖 검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어쩔 수 없이 출산까지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남자 톰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겪는 상황 묘사가 긴박하게 잘 표현되고 있어 당시 얼마나 위중하고 급박한 상황인지를 알 수 있는 우리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은 실화라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상황인 사랑하는 누군가가 병원의 응급실에 실려가 무슨 검사인지도 모른 채 온갖 선으로 연결되고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아 두렵기만 한... 그래서 지금이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고 누군가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두려움을 톰 역시 겪고 있는데 그가 느끼는 혼란과 막막함이 피부에 와닿았다.

설명을 해준다고 해도 전문용어가 난무하고 각 과마다 진료하는 의사의 스타일에 따라 보호자의 입지와 처지가 달라지는 점도 그렇고 우리가 평소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불편함과 부조리함을 톰 역시 그대로 겪고 있는데 특히나 자신의 아이를 가진 채 갑작스럽게 발병해 곧바로 중환자가 되다시피한 연인 카린을 보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무력감은 엄청날 것이다.

그래서인지 기다리던 아이가 출산했음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톰의 처지가 애처롭게 느껴지고 의료진을 붙들고 이것저것 귀찮을 만큼 물어보는 그의 행동이 불안에서 오는 것임을 알기에 동정이 갔다.

자신이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두서없이 정신없이 표현하고 있어 더더욱 그때 그의 감정이 느껴진달까

그렇게 정신없이 연인을 보내고 아빠로서 아이를 혼자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카린과 톰은 오랫동안 같이 산 연인이지만 결혼을 하지는 않은 상태라 둘 사이의 아기 리비아는 엄마의 사망으로 가족이 없는 고아 상태가 된 것

늘 곁에 있을 거라 믿었던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이번엔 자신의 아이를 자신의 자식으로 입적시키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수고를 해야 하는 톰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이 또한 혹시라도 법의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아이를 위한 조치라 생각하면 톰과 카린이 조금은 안일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들 역시 자신들이 젊기에 아마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불상사에 제대로 준비는커녕 생각조차 해보지 않아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리라 짐작은 하지만 ...

우리 모두 인간은 다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마치 자신에게 죽음은 먼 일이거나 나완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생각하며 미래를 위한 준비 따윈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톰의 처지가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서 또 다른 사랑하는 아이를 얻은 톰의 슬픔과 좌절, 그리고 절망 끝에 괴로워하면서도 리비아를 보면서 깊은 사랑과 함께 그 아이 리비아를 기다리던 카린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톰의 모습은 막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진솔하게 써 내려간 그의 감정 그의 혼란과 막연한 분노가 진심으로 와닿았다.

언제까지나 계속 곁에 있을 것만 같아 무심했던 모든 순간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순간임을 알았다면 좀 더 다르게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마도 톰은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 행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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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론도 스토리콜렉터 7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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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늘 마리화나를 말아 피우고 단숨에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보지만 재수 없는 말투와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사서 미움을 받는 천재 프로 파일러 마르틴 S.슈나이더 시리즈의 4번째 이야기 죽음의 론도

이번엔 20년 전 벌어진 사건을 둘러싼 진실 찾기 게임이다.

한 남자가 아우토반에서 미친 듯 역주행하며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죽은 자가 하필이면 연방 범죄수사국의 수사관이었다.

그는 왜 그런 무모한 선택을 한 것일까?

모두가 의문을 가지고 그의 사건을 수사하던 중 연이은 연방 범죄수사국의 수사관의 가족이 사고사 하거나 수사관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정직 처분을 받고 있는 슈나이더를 대신해 자비네가 사건을 수사하지만 죽기 직전의 수사관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슈니이더라는 게 밝혀진다.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자비네에게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충고만을 하는 슈나이더

연이은 사건과 사고를 겪는 사람들이 모두 한때 범죄수사국의 마약 수사반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 관계였음을 알게 되는 자비네는 이 사건과 20년 전 마약을 판매하던 마약 상이 증거를 없애기 위해 자신의 집에 불을 질렀다 아내와 두 아이를 모두 살해하게 된 사건과의 연관성을 밝혀내지만 심증만 갈 뿐 이를 밝힐 증거가 없다.

그리고 그때의 사건으로 형무소에서 20년간 수감생활을 했던 하디가 만기 출소하면서 이 모든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 건 단순한 우연인 걸까?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슈나이더가 처음부터 이 사건들에 깊숙이 개입된 듯 여기저기서 그의 이름이 나오지만 그는 사건 수사에 개입하지 않는다.

정직 처분을 받은 데다 앞으로 복직할 수 있을지도 요원한 상태인데 그가 가장 잘하는 게 평범하지 않은 사건을 앞에 두고 범인의 심리상태나 행동 패턴을 연구하고 예측하는 일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번 편에서 그의 활약보다 그의 파트너이자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 격인 자비네의 역할을 기대해야 하는 싶을 정도로 이번 편에선 이야기가 중간까지 흘러갈 정도가 될 때 끼지 뚜렷한 슈나이더의 활약이 안 보인다.

단지 그가 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된 사건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다는 뉘앙스만 풍길뿐인데 그렇다고 사건을 수사하는 자비네에게 사건 수사에 협조를 하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평소의 그와는 왠지 다른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더욱 그의 행동을 수상하게 만들고 있다. 과연 그는 그때의 사건에서 무슨 관계에 있는 걸까

그래서 더욱 이 사건들의 시초가 된 사건의 진실이 궁금할 즈음 자비네가 위험에 빠지면서 마침내 슈나이더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사건은 더욱더 긴박하게 돌아가고 모든 단서들이 제대로 맞춰들어가면서 마침내 전체의 그림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억울한 누명으로 옥살이를 한 사람이 출소하면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사고들은 과연 그의 복수심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자신의 누명을 벗으려는 남자가 진실을 찾는 걸 방해하기 위한 또 다른 자가 저지른 사건인지... 그들을 둘러싼 사건의 진실은 과연 뭘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천재 프로파일러 슈나이더 시리즈 4번째 죽음의 론도

제목의 론도처럼 당사자들은 모르지만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며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과거는 이번에도 누군가의 발목을 잡는다.

원리원칙을 중시했던 자비네가 늘 마리화나의 연기에 조금 취해있는 슈나이더를 닮아 조금씩 유연해지면서 슈나이더와 더욱 찰진 호흡을 보여주고 시리즈의 맛 또한 더욱 흥미로워지고 있는듯하다.

다음 편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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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수를 죽이고 - 환몽 컬렉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0
오쓰이치 외 지음, 김선영 옮김, 아다치 히로타카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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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탁월한 작품으로 등장했던 오쓰이치

그가 쓴 작품은 잔혹한데도 묘하게 아름답고 어딘지 몽환적이며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참으로 절묘해서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집은 여러 사람의 이름으로 된 단편들이고 각각의 이야기가 닮은 듯 전혀 닮아있지 않지만 알고 보면 오쓰이치가 다른 필명으로 작품을 낸 단편들로 엮은 작품집이라는 걸 알면 역시 그의 천재성에 놀랄 수밖에 없다.

7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은 오쓰이치의 초기 작품이 생각나는 염소자리 친구이다.

바람길이 통하는 집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집에는 온갖 것들이 바람에 휩쓸려와서 마치 거름장치처럼 잡동사니들이 모여드는데 거기엔 생각지도 못하는 강아지도 있었고 무엇보다 특이한 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미래의 어떤 시기의 물건들이 날아오기도 한다는 것

여기서부터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묘하게 뒤섞이는 오쓰이치다운 소재의 특성이 드러나는데 그 바람길의 집에 사는 한 소년이 미래에 있을 한 살인 사건에 대해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게 염소자리 친구이다.

반에서 폭력으로 모두 위에 군림하던 아이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하필이면 그날 그 아이를 살해한듯한 피 묻은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던 또 다른 친구를 우연히 만나면서 주인공은 뜻하지 않게 사건에 깊숙이 휘말리게 된다.

여기에는 늘 죽은 친구의 말도 안 되는 폭력에 시달리던 반 친구를 외면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데서 안도했던 자신의 비겁함을 더 이상 모른척할 수 없었던 주인공의 깊은 후회가 결국에는 그 아이의 도피에 동행하게 하는데 그 친구와의 동행으로 사건의 진실을 깨닫게 되지만 선의로 한 그런 자신의 행동이 또 다른 비극을 가져오면서 오쓰이치다운 결말을 맞고 있다.선의로 한 행동이라해도 선한 끝을 보는 건 아니라는...

또 다른 섬뜩한 이야기로는 어느 인쇄물의 행방이 있다.

우리에게도 이제 익숙한 소재가 된 3D프린터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 뉴스를 통해서 3D프린터로 인간의 장기를 프린트해서 대체물로 쓰이고 있고 앞으로 그 분야에서 점점 더 발전할 거라는 긍정적인 소식만 듣다 이런 걸 이용해서 사람도 만들 수 있다는 작가의 상상력은 섬뜩하리만치 현실적으로 다가와 공포감을 주고 있다.

잦은 자연재해로 늘 불안에 시달리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트랜스시버는 가족을 잃고 방황하는 남자의 애절함이 잘 드러나있어 안타깝게 느껴졌다.

죽은 아들의 목소릴 듣고 싶어 늘 술에 취해 무전기를 하는 남자... 그리고 그 무전기를 통해 죽을 때의 나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들의 엉뚱한 단어를 들으면서 매일매일을 보내는 남자가 마침내 아들을 보내고 새로운 가정을 가지며 슬픔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단편집의 제목인 메리 수를 죽이고는 소심하고 외모에 자신이 없어 친구를 사귀기 힘들었던 소녀가 자신의 외로움을 덜기 위해 애니메이션이나 노블에 빠져 살다 너무 심취하고 좋아한 나머지 그 이야기의 뒤를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낸 2차 소설까지 집필하면서 변화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어느 날 문득 아버지의 유품인 잉크병을 보고 펜을 사용하다 일기장을 사서 기록하게 되고 일기장을 진열하기 위해 북엔드를 사다 결국엔 책장 가득 책을 꽂으면서 책을 읽게 되는 과정을 그린 사랑스러운 원숭이의 일기랑 두 작품은 어떤 하나의 계기로 점점 더 달라지고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닮아 있다.

이렇게 전혀 잔혹하거나 그로테스크함이 없는 오쓰이치답지 않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잔혹한 현실을 잔혹하지만은 않게 그린 그 다운 작품도 있는데 어느 것이 좋으냐 하면 딱 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각의 작품이 매력이 있다.

그의 작품의 매력을 잘 살린 작품집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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