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수를 죽이고 - 환몽 컬렉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0
오쓰이치 외 지음, 김선영 옮김, 아다치 히로타카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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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탁월한 작품으로 등장했던 오쓰이치

그가 쓴 작품은 잔혹한데도 묘하게 아름답고 어딘지 몽환적이며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참으로 절묘해서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집은 여러 사람의 이름으로 된 단편들이고 각각의 이야기가 닮은 듯 전혀 닮아있지 않지만 알고 보면 오쓰이치가 다른 필명으로 작품을 낸 단편들로 엮은 작품집이라는 걸 알면 역시 그의 천재성에 놀랄 수밖에 없다.

7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은 오쓰이치의 초기 작품이 생각나는 염소자리 친구이다.

바람길이 통하는 집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집에는 온갖 것들이 바람에 휩쓸려와서 마치 거름장치처럼 잡동사니들이 모여드는데 거기엔 생각지도 못하는 강아지도 있었고 무엇보다 특이한 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미래의 어떤 시기의 물건들이 날아오기도 한다는 것

여기서부터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묘하게 뒤섞이는 오쓰이치다운 소재의 특성이 드러나는데 그 바람길의 집에 사는 한 소년이 미래에 있을 한 살인 사건에 대해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게 염소자리 친구이다.

반에서 폭력으로 모두 위에 군림하던 아이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하필이면 그날 그 아이를 살해한듯한 피 묻은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던 또 다른 친구를 우연히 만나면서 주인공은 뜻하지 않게 사건에 깊숙이 휘말리게 된다.

여기에는 늘 죽은 친구의 말도 안 되는 폭력에 시달리던 반 친구를 외면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데서 안도했던 자신의 비겁함을 더 이상 모른척할 수 없었던 주인공의 깊은 후회가 결국에는 그 아이의 도피에 동행하게 하는데 그 친구와의 동행으로 사건의 진실을 깨닫게 되지만 선의로 한 그런 자신의 행동이 또 다른 비극을 가져오면서 오쓰이치다운 결말을 맞고 있다.선의로 한 행동이라해도 선한 끝을 보는 건 아니라는...

또 다른 섬뜩한 이야기로는 어느 인쇄물의 행방이 있다.

우리에게도 이제 익숙한 소재가 된 3D프린터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 뉴스를 통해서 3D프린터로 인간의 장기를 프린트해서 대체물로 쓰이고 있고 앞으로 그 분야에서 점점 더 발전할 거라는 긍정적인 소식만 듣다 이런 걸 이용해서 사람도 만들 수 있다는 작가의 상상력은 섬뜩하리만치 현실적으로 다가와 공포감을 주고 있다.

잦은 자연재해로 늘 불안에 시달리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트랜스시버는 가족을 잃고 방황하는 남자의 애절함이 잘 드러나있어 안타깝게 느껴졌다.

죽은 아들의 목소릴 듣고 싶어 늘 술에 취해 무전기를 하는 남자... 그리고 그 무전기를 통해 죽을 때의 나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들의 엉뚱한 단어를 들으면서 매일매일을 보내는 남자가 마침내 아들을 보내고 새로운 가정을 가지며 슬픔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단편집의 제목인 메리 수를 죽이고는 소심하고 외모에 자신이 없어 친구를 사귀기 힘들었던 소녀가 자신의 외로움을 덜기 위해 애니메이션이나 노블에 빠져 살다 너무 심취하고 좋아한 나머지 그 이야기의 뒤를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낸 2차 소설까지 집필하면서 변화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어느 날 문득 아버지의 유품인 잉크병을 보고 펜을 사용하다 일기장을 사서 기록하게 되고 일기장을 진열하기 위해 북엔드를 사다 결국엔 책장 가득 책을 꽂으면서 책을 읽게 되는 과정을 그린 사랑스러운 원숭이의 일기랑 두 작품은 어떤 하나의 계기로 점점 더 달라지고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닮아 있다.

이렇게 전혀 잔혹하거나 그로테스크함이 없는 오쓰이치답지 않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잔혹한 현실을 잔혹하지만은 않게 그린 그 다운 작품도 있는데 어느 것이 좋으냐 하면 딱 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각의 작품이 매력이 있다.

그의 작품의 매력을 잘 살린 작품집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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