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탕에서 생긴 일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1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자 목욕탕 즉 여탕이란 말은 왠지 은밀하게 들린다.

마치 그 속에선 뭔가 남모를 일이 있을 것 같고 남자들은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있을 것만 같은 신비감마저 풍기는 곳

알고 보면 남탕과 비슷한 구조에 비슷한 풍경일듯한데 아마도 남자들의 은밀한 상상 속에선 여탕에는 뭔가가 있을 것처럼 느껴지나 보다. 그래서 투명 인간이 된다면 그렇게들 여탕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걸보면...ㅎㅎ

생활 속의 작은 풍경이나 일상을 에세이나 혹은 만화로 너무 잘 표현하는 마스다 미리가 이번에는 여탕에서의 풍경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 바로 이 책 여탕에서 생긴 일이다.

일단 책 속의 대중목욕탕의 모습은 현재의 모습이 아니다.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독립하기 전까지 다닌 동네의 대중목욕탕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만큼 현재의 멋들어진 설비와 시설을 갖춘 사우나와는 그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참조해야 할듯하다.

지금보다 20~30년 전의 모습으로 상상하면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웬만한 집에 다 갖추고 있는 목욕시설이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던 저자의 어린 시절은 매일 밤 엄마와 두 딸 즉 세 모녀가 목욕탕으로 가는 것이 일과 중 하나였는데 그곳에서 목욕을 다 마치고 나오면서 마시는 청량음료를 언니와 동생이 한 입이라도 더 먹으려고 다툰 기억부터 자신들 키보다 더 깊은 탕 속에 엄마의 팔에 매달려 들어간 기억들은 우리의 어릴 적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도 예전에는 집에서 샤워는커녕 목욕탕에 가서 씻는 것이 일주일의 연례행사 같았던 시절이 있었고 그때 목욕을 마치고 나와 평상에서 마시던 바나나우유의 달콤함이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이다.

이렇게 우리와 비슷한 풍경이 있는가 하면 옷을 벗고 있는 여탕에 남자가 들어오는 일 같은 건 우리에게는 생각도 못 한 일인데 일본에서는 예사로 보아 넘기는 모습이란 게 좀 충격적이긴 했다.

탕도 약한 전기가 흐르는 전기탕이란 게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무엇보다 큰 차이는 다른 사람을 많이 신경 쓴다는 점인데 우리의 정서로는 뭐 그렇게까지 신경을 쓸까 싶은 부분도 있지만 문화와 정서의 차이라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남에게 등을 밀어달라 부탁할 때도 타이밍을 봐가며 부탁한다는 것도 그렇고 소리를 쳐서 남탕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한다는 부분도 우리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점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의 목욕탕 모습과 많이 닮아있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특히 사춘기를 지나면서 몸에서 성징이 나타날 때의 그 미묘했던 감정... 즉 누가 볼까 부끄럽기도 하고 나만 다른가 싶어 걱정하기도 했다가 나와 비슷한 나이의 여학생의 행동을 보며 안도했던 모습 같은 건 여자라면 많이들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매일매일 가는 목욕탕이다 보니 늘 봐오던 사람들과 안부를 묻고 재밌게 본 드라마 이야기며 온갖 일상 이야기를 하면서 하는 목욕은 언제 봐도 정겹게 느껴진다.

어쩌면 옷 하나 걸치지 않고 오로지 맨살로 숨기는 것 없는 상태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라 더 진솔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목욕탕에서 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별다를 것 없는 행동에도 사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는 걸 발견해낸 저자는 어릴 적부터 남을 관찰하고 그걸 묘사하는 재주가 남달랐던 것 같다.

그런 작은 차이를 찾아내서 글로 표현해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끌어내는 것... 저자 마시다 미리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릴적 추억을 생각하며 읽기에 좋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폭풍우가 치는 밤에 외진 길에서 자동차가 고장 났는데 그때 도와주겠다고 다가오는 남자가 엄청난 거구에다 한쪽 눈은 핏발이 서있고 다른 눈엔 시커먼 멍 자국이 있으며 몸에는 온갖 문신이 새겨져있다면... 그런 호의를 단순히 호의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면 위협으로 느껴질까?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의 호의가 반갑다가 보다 오히려 더욱 큰 공포를 느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준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질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벌어진다.

변호사인 마리아는 그런 상황에서 만난 콜린을 다시 만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와 사랑에 빠질 거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남자 콜린은 평소 마리아가 절대로 가까이할 일 없는 타입인 폭력적이고 충동조절이 안되는 전과자이기 때문인데다 마리아는 그전 직장에서의 일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스토킹을 당한 경험이 있어 남자와 만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콜린은 늘 감정에 흔들려 주먹을 휘두르는 문제아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문제 부모 밑에서 학대를 받고 자라지 않았을 뿐 아니랑 오히려 어릴 적부터 어딜 가나 늘 문제를 일으키는 아들을 오랫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왔으며 믿어줬던 평범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

단지 그에겐 감정과 분노조절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장애가 있는 데다 어릴 적에 들어간 사관학교에서 당한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어 늘 폭력적인 상황에서 주먹이 먼저 나아가 상황을 악화시키기 일쑤인데 그런 자신에게 그토록 완벽한 여자인 마리아가 기회를 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녀에게 속절없이 빠져든다.

그렇게 서로에게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남녀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이며 조금씩 익숙해갈 즈음 뜻밖의 방해자가 나타나면서 소설의 분위기는 로맨스에서 스릴러로 급작스럽게 달라진다.

누군가가 마리아를 지켜보면서 그녀에게 꽃을 보내고 어떤 기분인지 곧 알게 될 거야 하는... 왠지 섬뜩한 메모를 보낸 걸로 모자라 부모님 집의 애완견마저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사실 마리아에겐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스토커의 정체를 짐작할만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는 마리아의 과거 검사 시절에 겪었던 어떤 사건의 희생자 가족이었고 그는 당시 마리아가 검사이면서 피의자에게 제대로 된 죗값을 묻지 못해 2차 범죄에 희생된 여자의 동생이었다.

마리아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녀에게 자신의 흔적을 표시하며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그 스토커를 고소하고 싶어도 지금 상황에선 이런 모든 짓을 그가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어떤 책임을 묻지도 못한 채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마리아는 콜린과의 급작스럽게 사랑에 빠진 것 역시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누군가에게 스토킹을 당하는 자의 심리를 마리아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데 그녀가 느끼는 불안과 의심 그리고 공포의 감정이... 그녀 자신이 누구보다 법에 대해 잘하는 변호사라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어 느끼는 무력감과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을 잘 표현해놓았다.

이런저런 증거가 있으면 당연히 공권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공권력의 손길이 미치기 위한 조건은 생각보다 까다롭기만 한데 공권력이란 일단 예방을 위한다기보다는 뭔가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되어있는 구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폭력에 노출되기 싶고 대상이 되기 쉬운 여자들의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여기서도 마리아 역시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편 사랑하는 여자를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지켜주고자 하는 콜린은 스토커의 행방을 추적함과 동시에 그녀의 주변을 경호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범인의 정체는 알아도 좀체 그의 행적을 찾을 수 없어 긴장감이 고조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위기상황이 두 사람의 로맨스에는 오히려 휘발유가 되어 활활 타오르는 계기가 된다.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거의 다 보여주는 나를 봐는 여기에다 누군가가 그녀를 노린다는 스릴러를 가미해서 단순하면서도 흥미로운 로맨스 스릴러를 보여주고 있다.

후반 이후 몰아치는 듯한 전개가 단순한 스토리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는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세 번째 배심원 스토리콜렉터 72
스티브 캐버나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누군가 한 남자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 남자와 똑같은 모습을 한 채 그 집을 방문해 놀라는 그 남자를 제압하고 그 남자의 신분이 된다.

그의 이름은 조슈아 케인

전무후무한 연쇄살인마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열세 번째 배심원은 시작부터 강렬한 몰입감을 주고 있다.

연쇄살인마인 케인과 또 다른 주인공인 변호사 에디 두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두 사람 다 평범하진 않다.

일단 케인... 세상에 평범한 연쇄살인범은 없겠지만 그는 사람을 죽이면서 거기에서 즐거움을 얻지도 않을 뿐 아니라 뭔가 기념품을 모아두는 그런 타입도 아니다. 당연하게도 양심의 가책 또한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살인은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데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 사명을 완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신분과 얼굴을 한 채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지만 그의 이런 행동을 그 누구도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그는 연쇄살인마이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완전범죄자이기도 하다.

그가 여느 연쇄살인범과 다른 점은 자신의 즐거움이나 어떤 이익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완성을 자신의 눈앞에서 지켜보는 걸로 모자라 그가 자신 대신 대가를 치를 희생양을 법의 힘으로 단죄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반드시 배심원이 되어야 했다.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사람을 죽이고 사고사로 위장하고서라도...

그가 이렇게까지 해서 배심원 자격을 획득하고 싶어 하는 재판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할리우드의 잘 나가는 배우 로버트 솔로몬이 갓 결혼한 자신의 아내와 보디가드를 한 침대에서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으로 기소가 된 재판...

모든 증거와 정황은 솔로몬 즉 바비의 유죄를 가리키고 있었다.

곧 영화개봉을 앞두고 벌어진 이 사건은 영화사에 커다란 손실을 입혔고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반드시 무죄가 되어 풀려나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의 무죄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그의 재판을 맡고 있는 잘 나가는 법률회사는 배심원 컨설턴트까지 고용하고 또 다른 주인공인 거리의 변호사 에디 플린을 영입한다.

에디로 말할 것 같으면 여느 변호사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는 과거 사기꾼이기도 했고 사람도 죽여본 적도 있는...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파이터와 같지만 그는 절대로 유죄가 분명한 사람을 변호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소신으로 하고 있다.

그런 에디에게 바비의 사건은 유죄가 분명한 듯 보였지만 바비를 직접 만나보고 그의 눈을 보고서 그가 어쩌면 함정에 빠진 것일 수도 있음을 그는 진짜 무죄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사건을 수락한다.

그리고 그는 모두가 봤지만 예사로 넘긴 피해자 입안에서 발견된 나비 모양으로 접힌 달러에서 단서를 발견한다.

이전에도 시체의 주위에서나 혹은 신체에서 달러 지폐가 발견된 사례가 적지 않으며 그 지폐 모두 비슷한 표시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FBI에 적극적인 공조를 요청하지만 지금 수사 중인 사건이란 이유로 어떤 증언도 할 수 없다 말한다.

바비의 무죄를 알고 있지만 그의 무죄를 증명할 길은 요원하고 영화사는 그를 놓아버린 최악의 상황... 또한 강력한 변호사 군단도 그를 놓아버리고 이제 바비 곁에는 에디만이 남아 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케인은 그들을 그냥 두지 않는다.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오랫동안 대상을 지켜보면서 치밀하게 계획을 짜는 뛰어난 지능을 가진 범인과 거리에서 쉽지 않은 삶을 살았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의 몸짓에서도 진실을 찾을 수 있는 타고난 싸움꾼인 변호사의 치열한 두뇌게임이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작디작은 단서로 어떻게 큰 그림을 꿰맞추어 진실을 찾아가는지 그 과정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다 드러내 보인듯하지만 여전히 비밀스러운 존재인 케인이라는 캐릭터도 흥미로웠고 모든 것을 계획한 그의 게임에 막판에 등장한 에디라는 복병과 벌이는 치열한 접전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흥미로운 소재와 전개로 나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아무런 인공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은 깊은 산속을 제외하고 인공적인 건축이나 건축물 하나 없이 살기란 현대인의 생활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이는 것이 다른 또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있을 수 있고 혹은 애정 깊은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마치 그런 것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든 것이 추억과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시절 단독주택에서 살았을 때 작은 화단에서 느꼈던 행복함... 그때 함께했던 친구들을 향한 그리움 혹은 청춘 한창 열심히 공부하던 장소에 대한 추억 등

살면서 스쳐 지나가며 그리움으로 남은 것들, 어느 날 문득 이쁘다는 걸 깨닫게 되는 그 어떤 것들, 기쁠 때나 슬플 때 힘들 때 있었던 곳 그런 것들은 언제고 시간이 흘러 그 장소나 그곳 혹은 그 뭔가를 보면 그때가 떠오르는 매개체가 된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 이외의 모든 인공적인 조형물은 일종의 건축에 해당한다고 보면 거리의 가로등도 혹은 계단도 공원의 의자도 모두 그런 건축물에 해당하는데 그런걸 보면 결국 사람과 건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그런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시간이 축적되면서 추억이 생성되기도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공간이나 건축은 그리움이자 추억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건축가의 시선에서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자신의 어릴적 추억의 공간,유학시절 공부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공간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를 살아가며 매번 보는 혹은 거주하는 곳에 대한 이야기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단독주택에 대한 이야기도 강남 아파트로 처음 입성했을 때의 설렘도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듯한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이 많아 공감이 갔다.

나 역시 어릴 땐 단독주택 그것도 작은 화단에 맨드라미며 샐비어, 봉숭아꽃 같은 걸 심어 꽃이 핀 걸 보기도 했고 꽃잎을 빻아 손톱을 물들이기도 한 추억이 있을 뿐 아니라 비 오는 날 대청에 누워 비 오는 소릴 자장가로 삼아 낮잠을 즐긴 추억이 있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는 그 느낌을 손에 쥔 듯이 느낄 수가 있었다.

이후 아파트에 처음 입성해서 모든 것이 실내생활로 이뤄진 편리함에 가슴 설레었던 기억도 있고 해외에서 어스름해질 즈음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했던 기억도 있다.

가로등에 불이 들어올 때의 풍경도 별거 아닌 작은 것에서 문득 발견하는 아름다움에 관한 예찬도 공감이 많이 갔다.

우리는 바쁘게 살면서 문득문득 이런 작은 것이 주는 행복감 혹은 그리움을 너무 많이 잊고 사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글들이 많았다.

사진으로만 봐도 고즈넉하면서도 주변 정치와 잘 어울리는 가로등이 이쁘게 느껴지고 외국에서 공부할 때 본 건축물이나 장소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는데 공간과 장소만 다를 뿐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걸 느끼게도 했다.

그리고 일반인의 시선과 조금 다른 건축가의 시선으로 우리의 일상을 둘러 싸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역시 건축가라서 다른가 하는 걸 느끼게도 했는데 도시 곳곳을 연인들을 위한 공간, 혼자 있기 좋은 공간, 일하는 공간 등등으로 나눠 놓고 그런 장소에서 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오~하는 놀라움도 그리고 아! 하는 공감도 자아내게 한다.

어쩌면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평소에는 지나쳤던 것에도 작은 관심을 가지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게 저자의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어렵지 않은 글, 군더더기 없는 설명,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대목씩은 공감하게 하는 글이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어릴 적 살았던 그 작은 집이 문득 떠올랐다.

아마도 작가 역시 독자들에게 이런 걸 바라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스터스 브라더스
패트릭 드윗 지음, 김시현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때는 1851년 모두가 일확천금을 노리고 황금을 찾아 샌프란시스코를 꾸역꾸역 몰려드는 데 한 형제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그들은 찰리와 일라이 시스터즈 형제로 사람들 사이에서 전문 킬러 총잡이로 악명 높고 두 형제가 가는 곳에는 늘 시체가 즐비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마구잡이로 누군가를 죽이는 건 아니고 그들을 고용한 총독이 지명한 수배범이 주 대상이긴 하지만 뭐 그렇다고 그들이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죽인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이 두 사람은 그저 단순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그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길에 자신들의 앞에서 걸리적거리면 말로 하는 번거로움보다 더 빨리 총질을 할 뿐...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 일말의 가책을 느끼거나 복잡한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

그저 필요해서 사람을 죽이거나 그들의 친절한 제안을 거부한 사람만을 응징할 뿐

그런 단순함이 그들이 오랫동안 살아남아 악명을 떨치는데 유용함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같은 일을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하고 있지만 성향은 전혀 다르다는 게 이 형제의 장점이기도 하다.

형인 찰리는 그야말로 아무런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

그저 목표물을 발견할 때까지 추적해서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면 망설임 없이 총을 쏘아 원하는 걸 얻는 타입... 그야말로 킬러나 전문 사냥꾼으로써 타고난 재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 반면 동생인 일라이는 비록 총을 가지고 사람들을 죽이러 다니는 킬러이지만 사색하고 늘 고민할 뿐 아니라 낭만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늘 가는 곳에서 만난 여자들과 금세 사랑에 빠져 가진 돈을 다 털어 주지만 그런 자신에게 별 불만이 없을 뿐 아니라 돈에 대한 욕심도 없고 지금 현재의 생활을 그만두고 싶어 하지만 형인 찰리를 걱정하는 마음에 곁에 머물고 있다.

이렇게 얼핏 봐도 안 어울릴 것 같은 형제를 콤비로 묶어 놓아 둘이 여정을 함께하면서 어떤 문제에 부딪치면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마치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한데 그런 때문인지 거침없이 사람을 죽이고 있지만 이 형제가 그다지 악당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이 콤비의 묘한 매력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늘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느냐 하면 사소한 문제에서 의견 충돌이 있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더할 나위 없이 호흡이 맞아 그야말로 그들을 대적할 사람이 없다.

아마도 어릴 적 아버지의 거친 폭력으로부터 살아남은 일종의 동지애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은 어딜 가든 늘 함께하는 동지이기도 하다.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든든한 아군

그런 그들이지만 왠지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추위를 피해 들어간 곳에서는 늙은 마녀의 저주를 받았고 자신들에게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기로 한 남자가 그들을 기다리기는커녕 목표물과 야합해서 달아나는 배신을 당한다.

여기에서 둘은 또다시 서로 의견이 갈린다.

찰리는 당연하게 그들을 쫓아가서 원하는 걸 얻고 죽이고 싶어 하지만 일라이는 이쯤에서 그만두길 원한다.

그러다 그들은 그들을 기다리기로 한 정보원 모리스의 일기에서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하고 이 여행을 계속하기로 결정하는데 과연 그들을 기다리는 건 뭘지...

서부시대에 총하나 달랑 들고 온 사방을 무법자처럼 다니는 거친 남자들

그들의 앞을 막는 자에겐 죽음뿐...

이렇게만 보면 오래전 영화에서 본 거친 악당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이런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서 시스터스라는 성을 가지고 있는 형제라는 설정에서부터 진지하기는 이미 글렀다.

유쾌하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은... 영화로봐도 재미날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