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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아무런 인공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은 깊은 산속을 제외하고 인공적인 건축이나 건축물 하나 없이 살기란 현대인의 생활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이는 것이 다른 또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있을 수 있고 혹은 애정 깊은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마치 그런 것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든 것이 추억과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시절 단독주택에서 살았을 때 작은 화단에서 느꼈던 행복함... 그때 함께했던 친구들을 향한 그리움 혹은 청춘 한창 열심히
공부하던 장소에 대한 추억 등
살면서 스쳐 지나가며 그리움으로 남은 것들, 어느 날 문득 이쁘다는 걸 깨닫게 되는 그 어떤 것들, 기쁠 때나 슬플 때 힘들 때
있었던 곳 그런 것들은 언제고 시간이 흘러 그 장소나 그곳 혹은 그 뭔가를 보면 그때가 떠오르는 매개체가 된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 이외의 모든 인공적인 조형물은 일종의 건축에 해당한다고 보면 거리의 가로등도 혹은 계단도 공원의 의자도
모두 그런 건축물에 해당하는데 그런걸 보면 결국 사람과 건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그런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시간이 축적되면서 추억이
생성되기도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공간이나 건축은 그리움이자 추억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건축가의 시선에서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자신의 어릴적 추억의 공간,유학시절 공부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공간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를 살아가며 매번 보는 혹은 거주하는
곳에 대한 이야기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단독주택에 대한 이야기도 강남 아파트로 처음 입성했을 때의 설렘도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듯한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이 많아 공감이 갔다.
나 역시 어릴 땐 단독주택 그것도 작은 화단에 맨드라미며 샐비어, 봉숭아꽃 같은 걸 심어 꽃이 핀 걸 보기도 했고 꽃잎을 빻아
손톱을 물들이기도 한 추억이 있을 뿐 아니라 비 오는 날 대청에 누워 비 오는 소릴 자장가로 삼아 낮잠을 즐긴 추억이 있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는
그 느낌을 손에 쥔 듯이 느낄 수가 있었다.
이후 아파트에 처음 입성해서 모든 것이 실내생활로 이뤄진 편리함에 가슴 설레었던 기억도 있고 해외에서 어스름해질 즈음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했던 기억도 있다.
가로등에 불이 들어올 때의 풍경도 별거 아닌 작은 것에서 문득 발견하는 아름다움에 관한 예찬도 공감이 많이
갔다.
우리는 바쁘게 살면서 문득문득 이런 작은 것이 주는 행복감 혹은 그리움을 너무 많이 잊고 사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글들이 많았다.
사진으로만 봐도 고즈넉하면서도 주변 정치와 잘 어울리는 가로등이 이쁘게 느껴지고 외국에서 공부할 때 본 건축물이나 장소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는데 공간과 장소만 다를 뿐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걸 느끼게도 했다.
그리고 일반인의 시선과 조금 다른 건축가의 시선으로 우리의 일상을 둘러 싸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역시 건축가라서 다른가
하는 걸 느끼게도 했는데 도시 곳곳을 연인들을 위한 공간, 혼자 있기 좋은 공간, 일하는 공간 등등으로 나눠 놓고 그런 장소에서 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오~하는 놀라움도 그리고 아! 하는 공감도 자아내게 한다.
어쩌면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평소에는 지나쳤던 것에도 작은 관심을 가지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게
저자의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어렵지 않은 글, 군더더기 없는 설명,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대목씩은 공감하게 하는 글이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어릴 적 살았던 그 작은 집이 문득 떠올랐다.
아마도 작가 역시 독자들에게 이런 걸 바라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