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서늘한여름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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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부터 연애와 동거를 거쳐 결혼을 하고 사랑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저자가 심리 상담을 공부해서인지 상당히 와닿는 글들이 많았다.

특히 관계에 서툴러 상처받고 힘들어하거나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겪는 다름에서 오는 차이에 관한 고민이라거나 혹은 마음과 달리 다른 방향으로 가는 연애 때문에 눈물 흘려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이 가는 글들이어서 어쩜 이렇게 잘 끄집어내서 표현할 수 있을까 감탄했다.

이십 대 이런저런 이성을 만나 여러 가지 색깔의 사랑을 했지만 마음과는 달리 어느새 변해버린 사랑으로 힘들어하다 만난 지금의 남편과의 연애부터 동거를 거쳐 결혼생활을 하면서 느낀 감정이나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그 글들이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느껴봤음직한 글들이 많아 더 공감을 얻는게 아닐까 싶다.

저자는 화목하지 않은 집안의 장녀로 자라서 살아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새 사랑과 결혼에 부정적이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걸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없이 여유롭고 느긋한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조금씩 깨닫는다.

그리고서야 왜 자신의 옛사랑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깨닫게 되고 지금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하게 된다.

자신의 이상형도 아니고 이 사람이랑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남편과의 연애와 결혼은 의외로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가치관이 다르면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조금 놀라웠다.

대부분의 연애나 결혼은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의미로 맞춰주거나 참기 마련인데 그러다 그 오랜 인내가 끝내 터져버리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있다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거나 심한 경우 그대로 이별을 맞게 된다.

저자 역시 이런저런 사랑에 실패를 맛본 후에서야 비로소 지금의 남편을 만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그대로 내보이고 바닥을 보이면서도 부끄럽거나 두려움이 없는 편안함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신뢰 즉 상대방에게 내 바닥을 보여줘도 창피하지 않다는 마음이 이 연애가 성공한 까닭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 연애를 했을 때 상대방에게 무조건 이뻐 보이고 싶었고 있어 보이고 싶었고 뭐든 내 본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기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

당연하지만 이런 연애는 결과가 좋지 않았던 반면 처음부터 볼꼴 안 볼 꼴 다 보이고 또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창피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사람이 지금의 남편인 걸 보면 연애라는 게 상대의 온갖 모습을 다 보일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진정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외에 아이를 출산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나 이 땅의 결혼한 유부녀라면 누구나 당연히 봉사해야 한다 생각했던 제사의 의무에서 당당하게 손을 터는 모습은 부러움을 넘어 혁명적으로 느낄 정도였다.

빨래와 청소는 저자가 요리는 남편이 하면서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그럼에도 서로 사소한 데서 오해를 하거나 혹은 섭섭한 마음이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는 모습은 여느 부부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럼에도 이 부부의 사는 모습이 더 좋아 보이는 것은 끊임없이 대화를 진솔하게 나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했는데 사소한 규칙들, 이를테면 묻는 말에 단답형으로 대답하지 않기, 모르더라도 대답하기, 정보가 아닌 느낀 감정부터 이야기하기, 결론부터 말하기 등등을 만들어놓고 대화를 위한 노력을 했다.

이 규칙 몇몇은 어떻게 대화를 풀어야 할지 모르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용한 꿀 팁이었다.

어떤 글들은 가슴 깊이 와닿았고 또 어떤 글들은 조금 먹먹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글들은 많이 공감이 갔다.

사랑하는 데 있어서 혹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답이 있을까

나의 성격이 누군가에게는 못 견딜 정도로 예민하게 느껴지지만 다른 누군가는 보듬어 주고 사랑해줘야 할 대상으로 느껴질 수도 있듯이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어떤 정답은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왜 저자의 글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진솔하고 덤덤하게 느낀 감정 그대로를 전달해서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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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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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본인 스스로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스스로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여기에는 아프고 충격적인 진실이 있다.

눈앞에서 자신의 아이가 아비라는 작자의 손에 의해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본 여자라면 이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을 겪은 후 끊임없이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는 여자가 어느 날 어린 소녀의 구원을 요청하는 소릴 들었다면... 그것도 같이 있었던 사람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소리였다면 자신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지

이렇게 살면서 어쩌면 일어날 법한 일이지만 괴이하거나 기이한 일을 소재로 하고 있는 야마시로 아사코의 단편집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은 그 바탕에는 상처의 치유와 사랑이 깔려있다.

그래서 무서울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들여다보면 슬픔과 애잔함을 느끼게 해서 무서움을 상쇄하고 있다.

어느 날을 기점으로 집안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남자의 유령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상생활이 흐트러지고 있는 남자

아내 역시 그가 보이지만 남편만큼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고 오히려 분석하기 시작한다.

그 사람의 출현 빈도 출현 시점 등을 구체화해서 어느 시점에 유령이 자신들에게 붙게 되었는지를 유추하고 그 남자의 신원을 찾기 시작하는 부부

마침내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은 여느 추리소설 같지만 그 이후는 조금 다르다.

이 부부의 상처가 드러나고 그 유령을 통해 죽음이 끝이 아닌 삶의 흔적이 어딘가에 남아있다는 걸 납득하고서야 비로소 아내는 마음의 짐을 조금 벗어나게 된다.

무전기 역시 사후세계와 연결된 기이한 이야기인데 그 기저에는 마음의 상처가 있다.

쓰나미로 아이와 아내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남자가 자신이 선물로 준 무전기를 통해 어린 아들과 소통하게 되는 데 그렇게 무전기를 통한 소통이 무너질 수도 있는 남자를 일으켜 세우고 새롭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의지가 된다는 이야기는 안타깝고 슬프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와 곤드레만드레 SF 그리고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역시 머리가 잘렸지만 살아있는 닭을 몰래 숨어 키우는 아이들과 술에 취하면 시간이 뒤섞이고 혼탁해지는 능력을 이용하는 남녀 등 소재가 특이하지만 그 뒤에는 잔인한 사건이 숨어있다.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죽이는 범죄

기이하거나 괴이한 이야기만 주가 된다면 현실과 동떨어져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작가는 잘 알고 있어서인지 현실에 일어날 법한 일에 심령현상이나 초자연적인 존재 혹은 괴이한 현상을 섞어 어쩌면 있을 수도 있을 법한 그럴듯한 판타지를 엮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괴이함 뒤에는 애잔한 슬픔이 깔려있고...

그래서인지 사건성만 본다면 무서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무서움보다 안쓰러움과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도 작가의 재량이 아닐까 싶다.

필명을 바꾸는 만큼 이야기의 무게도 분위기도 제대로 변화시켜 마치 다른 작가인 것처럼 쓸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새삼 놀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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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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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자신의 마지막 생일파티를 하기 직전 100세의 모친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생일 파티 전날 장례식을 치르기로 한 남자

그는 한 가족의 가장이자 일가의 모든 이들에게 아부지라 불리는 빅 엔젤이다.

자신이 암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선고받은 후 마지막이 될 생일 파티를 계획하던 그에게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은 예상치도 못한 돌발사태였지만 온 가족이 자신의 생전 마지막으로 모일 기회를 잃어버릴 수 없었던 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를 자신의 생일 전날에 하는 걸로 미룬다.

덕분에 여기저기에서 모여든 일가친척들은 큰 부담 없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생일파티에 참석하게 되는데 여느 집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집안사람들도 모두가 각자의 사연이 있을 뿐 아니라 서로 좋은 추억과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이면 모일수록 떠들썩하고 작은 언쟁도 벌어지는 등 시끌 벅적 하기 그지없다.

읽으면서 멕시코 사람들 하면 연상되는 게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정말 과장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감정 표현이 많고 그만큼 기쁠 일도 화낼 일도 많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가족 간의 유대가 싫든 좋든 너무나 끈끈하다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먹고 마시는 걸 너무나 즐긴다는 점은 듣던 바와 비슷했고 성적인 농담이나 외설스러운 묘사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고 사랑하는 데 있어 거침이 없다는 건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멕시코인들이 우리와 닮은 점은 또 하나 있었는데 아버지나 집안의 가장이 가지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장인 빅 엔젤 역시 자신의 아버지를 따라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었다.

어릴 적에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져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다른 아이 둘을 데리고 있는 여자를 아내로 맞아 평생을 사랑할 정도로 순정적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데리고 온 아들 둘 중 맏아들인 인디오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 생각해 매질을 하는 등 가혹하게 대함으로써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결국 불화를 넘어서 의절한 거나 마찬가지 상태였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자신이 아버지로서 너무 가혹했음을 그리고 진작에 사랑으로 품었어야 했음을 깨닫는 빅 엔젤...이렇게 절대로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남자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 역시 죽음이 가지고 온 선물이었다.

또 아버지인 돈 안토니오가 새로운 가정에서 낳은 아들이자 큰 아들과 같은 이름을 줬던 또 다른 엔젤 즉 리틀 엔젤이라 불리는 남자 역시 이 집안에서 늘 위치가 어정쩡한 사람이었다.

어릴 때에는 자신이 미국과 멕시코의 혼혈이라는 점에서 가족에 섞이고 싶어도 어딘지 소외감을 느꼈다면 커서는 이 떠들썩하니 시끄럽고 늘 문제가 많은 가족의 일원이라는 걸 스스로 외면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그토록 닮고 싶어하고 조금은 두려워하다 나중에는 미워지기까지 한 큰형 빅 엔젤의 침대 위에서 서로의 추억을 더듬으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모습은 따뜻한 가족 드라마의 전형 같은 장면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훈훈함을 느끼게 했다.

죽음을 앞둔 남자의 생일파티라고 하면 어딘지 우울하거나 애도의 감정이 짙게 깔린 무거운 느낌일 수 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치 파티를 앞둔 것처럼 떠들썩하고 유쾌하면서도 서로에게 느끼는 애정이 느껴질 정도로 따뜻함이 감싸고도는 느낌이랄까

따지고 보면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문제가 없는 사람이 없고 어찌 보면 말썽만 일으키는 나이 먹은 악동 같은 사람도 있지만 사랑에 울고 웃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멕시코 사람들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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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 남자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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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에 깜짝같이 사라져버린 소녀가 나타났다.

그것도 15년이 지나서 다리 한쪽이 골절되고 벌거벗은 채 도로에서 발견된 사만타

사람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가 시간이 지나면 그녀를 납치해 감금한 범인을 기억해낼 거라 기대하지만 그녀의 기억은 좀체 돌아올 생각조차 하지 않아 범죄 심리 전문가를 투입한다.

게다가 그녀의 가족 중 엄마는 딸을 잃어버린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병으로 사망했고 아버지 역시 살던 곳을 훌쩍 떠난 후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가족도 없고 기억도 잃어버린 그녀를 대신해 오래전 그녀의 사건을 맡았다가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돈만 받고 덮어버린 전력이 있는 사립탐정 브루노가 사건 수사에 뛰어들었다.

그가 사건에 적극적인 이유는 아이의 행방을 몰라 두려움에 떨던 부모의 부탁으로 사건을 어쩔 수 없이 맡았지만 애당초 사만타의 납치를 믿지 않았기에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부채감 때문이기도 하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몸이라 내일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조사를 다시 시작한 그에게 큰 단서가 들어왔다.

사만타를 보고 신고한 사람으로부터 누군가가 그녀를 쫓아왔다는 것과 그게 눈이 하트로 된 토끼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주장이지만 브루노는 그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토끼와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사흘간 사라졌다 구조된 소년의 입에서 토끼라는 단서가 나왔지만 아무도 이를 주시한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충격으로 인한 이상으로 여겨 무시했었다는 걸 밝혀낸 브루노는 그 소년 로빈을 찾아 나선다.

속삭이는 자에서도 그렇고 작가는 인간 내면의 악의를 무시무시할 정도로 끄집어내고 그 밑바닥을 들여다본다.

그래서 잔혹한 살인 장면이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끔찍한 악몽처럼 느껴지게 하는 작가의 ~자 시리즈는 기존의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스릴러와는 조금 다르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살의를 단지 속살거리는 말로 끄집어 내게 한 속삭이는 자에서도, 피해자였던 사람이 사건의 가해자가 되도록 드러나지 않고 숨어서 조종하게 만든 이름 없는 자에서도 잔혹한 범죄보다 그 뒤에 숨어 이 모든 걸 조종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더 끔찍하고 악몽처럼 느껴졌는데 이번 미로 속 남자 역시 납치해 감금한 소녀에게 어떤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지 않고서도 서서히 정신을 무너뜨려 그 지옥 속에서 영원히 길을 잃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녀 사만타에게는 갇혀 있을 때도 구출되었어도 여전히 미로 속에 혼자 갇혀 있는 거나 마찬가지고 아무도 그녀를 끄집어 낼 수 없는... 아마도 영원히 그 미로 속에서 빠져나올 수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 그래도 영원히...

사람이 같은 사람을 어떻게 그 지경까지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면 무서운 걸 넘어 슬프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가해자 역시 단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이기도 했으며 이런 악의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대물림된다는 게 너무 무섭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가 어린아이들의 호기심과 순수함을 이용해 단박에 낚아채서 망가뜨리고는 그 과정을 즐기는 사람은 도대체 마음속에 어떤 괴물이 살고 있는 걸까

귀여운 토끼로 어린아이들을 유인하는 방법도 그렇지만 하트 눈 모양을 한 토끼 가면을 뒤집어쓴 채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의 심리상태 등 부조화 속에서 모든 게 절묘하게 어우러져 더욱 섬뜩함을 자아낸다.

여기에 생각지 못한 의외의 반전까지... 책을 읽는 순간 단숨에 몰입해서 읽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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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머니 -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
전형준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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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에 애견인만큼 애묘인들이 많이 늘어났음을 느낀다.

여기저기에서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의 사진을 올려놓고 그 사랑스러움을 자랑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고양이와의 일상을 올려놓은 사진을 보는 것도 흔해졌는데 그 대부분의 사진이란 게 젊은 여성의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고양이하면 왠지 젊은 여성과 어울리는 것처럼 느껴져 할머니와 고양이라는 게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고양이를 키우는 게 어찌 젊은 사람들 뿐일까만은 아마도 자신의 일상을 꾸준히 올리는 게 요즘 사람들의 유행이다보니 대부분 그런 일에 적극적인 젊은 사람들과 고양이의 사진이 많고 그래서 이런 선입견을 갖게 된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사진 속의 고양이는 대부분 비싼 값에 분양되는 고양이일 경우가 많아서 그런 사진 속의 고양이와 길고양이는 같은 고양이임에도 바라보는 시선도 대우도 천지차이가 난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길고양이에 대한 시선과 처우가 조금은 달라진 걸 느끼는데 여기저기에서 올라오는 사진이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경험담들이 책으로도 웹툰으로도 나와서 음식 쓰레기를 먹고 한밤에 소리 높여 울기나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희석된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나오는 고양이 사진은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무슨 무슨 종이라는 비싼 고양이도 아니고 그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예쁜 아가씨도 아닐뿐 아니라 고양이를 이쁘게 치장할 줄도 모르지만 누구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그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사랑받고 자라는 것들에게서는 사랑받는 대서 오는 여유가 느껴진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해도 사랑받는다는 데서 오는 자신감은 여유로 나타나고 그 여유로움은 또 다른 사랑스러움으로 나타나는데 재개발로 슬슬 사라져가는 동네를 찾아다니며 그곳의 풍경과 고양이 사진을 주로 찍은 작가의 사진에서 그 여유와 사랑스러움이 참으로 잘 표현되어 있었다.

                            

 

재개발을 앞두고 조금씩 철거되는 동네

그리고 그 동네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가던 할머니와 할머니들의 가족이 된 고양이들의 사연은 때로는 감동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유쾌하기도 했다.

자식을 낳지 못한 할머니에게 사랑하는 자식 대신이기도 했고 홀로 있는 할머니에겐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 서로에게 가족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할머니들과 고양이의 사연은 짠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아픈 몸을 이끌고 고양이에게 줄 명태국을 끓이던 할머니와 고양이의 사연은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과 이별에 목이 멨다.

갈 곳 없는 어린 고양이를 불쌍히 여겨 먹이를 주다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것처럼 처음에는 할머니가 고양이를 돌봤지만 세월이 흐르고 보니 누가 누구를 돌보는지 모를 정도로 서로에게 깊이 애정을 느끼는 고양이와 할머니의 관계는 사람과 동물이라는 관계를 넘어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깊은 애정이 사진 속에 제대로 담겨있었다.

별다를 것 없는 그들의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사진과 짧은 글 속에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도 느껴져 전체적으로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느껴졌다.

사진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도 고양이의 특징과 사랑스러움을 제대로 담았을까 감탄스러울 정도로 극강의 사랑스러움을 보여준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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