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터 라이어
태넌 존스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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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여자를 둘러싼 음모 그리고 숨겨진 비밀...소재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데뷔작임에도 언론의 호평과 찬사를 받았다는 점이 호기심을 불러오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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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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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죽은 유골과 함께 거의 죽기 직전 발견된 소녀 테사는 자신의 이름보다 그녀가 발견된 곳에서 마치 카펫처럼 깔려있던 꽃 블랙 아이드 수잔 때문에 블랙 아이드 수잔이라 불린다.

혼자서만 살아남았다는 트라우마로 여전히 괴로워하는 그녀에게 십수 년이 흐른 지금 더한 괴로움이 주어진다.

당시 범인으로 잡혀 사형 선고를 받았던 남자의 사형 집행 일을 얼마 안 남겨두고 그가 진짜 진범이 맞는가 자신의 증언으로 무고한 사람이 사형을 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는데 그녀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사실 오래전부터다.

범인인 테렐이 잡혀 사형 선고를 받은 지 얼마 안 된 후부터 누군가가 그녀가 사는 곳에다 그녀를 상징하는 블랙 아이드 수잔을 심어놓았기 때문인데 장난처럼 여겼던 이런 짓이 몇 번이나 반복되면서 그녀는 진짜 범인은 어딘가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지만 누구에게도 그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다.

그녀의 이런 비밀스러운 태도에는 이유가 있다.

테사의 아주 오랜 친구이자 가장 친했던 친구 리디아를 보호하기 위함인데 어릴 적부터 사건 이후 모두가 그녀를 멀리할 때조차도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편이 되어주었던 친구는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삶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행방에 의문이 들게 하고 그녀의 생사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듯한 테사의 말들을 비롯해 심지어는 늘 자신이 구출된 구덩이에서 죽어있던 소녀들의 말을 듣기도 하는 테사의 모습에서 리디아라는 아이가 실존 인물일까 아니면 그녀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만든 또 하나의 자아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게도 했다.

모든 것이 이렇게 모호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유일한 생존자인 그녀가 범인의 얼굴을 모르는 것부터 사건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된 기억도 없을 뿐 아니라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과정은 싹둑 잘라 버리고 그저 그 지옥 같은 구덩이에서 살아남은 이후로 그녀가 겪는 혼란과 불안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뚜렷한 느낌이 아닌 뭔가 안개가 낀 것처럼 명확하지 않다.

마치 테사의 기억처럼...

그래서 어떤 게 사실인지 아니면 그녀가 빚어 낸 환상이 만든 기억인지조차 분명하지않다.

이후 그녀가 테렐의 무죄방면을 위해 다시 한번 노력하면서 새삼 중요한 사람으로 떠오르는 리디아...그녀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않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로 부상했고 이제는 모든 핵심 키가 리디아 그녀를 가리키고 있다.

어느 날 문득 테사의 삶에서 사라져버린 그녀는 어디로 간 걸까?

어디에서도 그 가족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는 데 누군가 테사가 머물렀던 곳마다 심었던 블랙 아이드 수잔 근처의 땅속에서 하나둘씩 발견되는 리디아의 흔적들은 테사의 기억만큼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리디아가 어디론가 떠난 게 아니라 죽은 건 아닐까 하는 의심과 함께...

이제는 분명해진 테렐의 무죄방면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런 테사의 행동을 오히려 비난하는 사람들부터 언론의 관심까지 모든 것이 그녀에게 짐이 되지만 더 이상 죄도 없는 테렐이 단지 그의 무죄를 뒤집을 증거가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사형이 집행되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었던 테사에게 누군가가 절대적인 증거를 보내오면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뚜렷한 범죄현장이나 범행 장면을 보여주지도 그렇다고 범인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만한 단서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아 않는 데다 심리 스릴러답게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주지 않아 다소 밋밋하다 느껴지지만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기 위한 수순이라 생각하면 이해할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잔인한 범죄의 증거인 소녀들의 시신과 유골을 한데 섞어놓은 곳에다 꽃을 화려하게 깔아놓은 범인의 심리는 뭘까?

보통 사람들은 생각할 수 없는 그 부조리함이 더 선득하게 느껴져 왜 살아남은 희생자인 테사를 사람들이 이름이 아닌 블랙 아이드 수잔으로 기억하는지 이해가 갔고 그래서 더더욱 섬뜩한 이름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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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고 싶다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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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내 가족이 사라진다면? 생각만 해도 두려울 것 같은데 그 실종자가 내 아이라면...?

솔직히 이런 가정은 생각하기도 싫지만 21세기를 사는 요즘에도 여전히 실종아동을 찾는 전단은 붙고 실종된 아이를 찾아 애타게 전국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실종된 사람이 성인이라고 그 애타는 마음이 다를소냐마는 자기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위기 상황에 재빨리 대처하는 데 있어서도 아이들은 성인보다 취약하기에 더 마음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아이를 잃고 돌아오리라는 희망만을 의지한 채 살아오길 십수 년... 어느새 가족은 해체되고 모든 삶의 의지가 꺾여 시들어가던 때 누군가가 아이를 찾아 줄 수 있다고 접근해 온다면 나는 과연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그리고 범인까지 잡아주고 사적인 복수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면...? 찾고 싶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딸아이가 실종된 지 16년이 지나 모든 삶의 의욕도 잃어버린 남자 정상훈에게 어느 날 고 팀장이라는 남자가 접근해 딸아이를 찾아주겠다고 한다.

게다가 그가 제시하는 증거와 보여주는 능력은 이제껏 자신들 곁에서 아이를 찾을 수 있다고 속살거리며 돈만 빼앗아갔던 사기꾼들과 다르다.

이제는 경찰도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시점에 누군들 그 손을 뿌리칠 수 있을까?

이렇게 딸을 잃은 지 16년이나 지난 시점에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걸고 다시 한번 딸아이를 찾기 위해 정체 모를

고 탐정과 손을 잡고 용의자를 찾아 추적해가는 정상훈의 이야기가 소설의 가장 중심이 되고 그 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방법으로 실종자 가족 주변을 맴도는 것으로 판단되는 고 탐정을 추적해 실적을 쌓아 승진하고자 하는 부산경찰청 미제 사건 수사팀장 진희의 이야기가 곁가지로 펼쳐지고 있는 찾고 싶다는 아이를 잃은 실종자 가족이 겪는 정신적 피페함 즉, 내 아이가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과 공포에다 기약 없는 긴 기다림으로 서서히 무너져 내려가는 모습을 정상훈을 비롯한 실종자 가족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을 찾는 고 탐정 즉 청년 고남준 역시 어린 나이에 어느 한순간 엄마를 잃어버린 실종자 가족이라는 데서 그가 많은 범죄자 중 유독 실종자와 연관된 사건에 뛰어든 이유를 알 수 있고 경찰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해낼 수 있는 데는 그가 가진 특출한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한번 본 사람들은 모두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어릴 때의 사고로 가지게 된 남주

그런 이유로 그가 해결할 수 있는 사건 역시 모든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용의자의 몽타주나 사진이 있는 경우라고 특정 짓고 있다.

그의 능력에 반신반의하던 실종자 가족들도 그런 능력으로 자식을 찾았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고 탐정을 마지막 희망처럼 여기게 되지만 그런 그들의 입장보다 조금 더 객관적이고 제3자의 냉철한 시선을 한 형사 진희의 눈에는 특별한 능력 운운하며 실종자 가족을 속여서 돈을 빼앗는 사기꾼과 다를 바 없다 여겨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

그래서 고 탐정과 정상훈이 딸아이의 행방을 쫓아 용의자를 추적해가는 동안 그들의 뒤를 쫓아 남준의 범죄사실을 증명하고자 하는 부산경찰청 미제 사건 수사팀장 박진희 또한 한 발 한 발 포위망을 좁혀온다.

이야기는 그들이 어떻게 용의자를 추적해서 실종자를 찾는지 그 과정을 그리는 것과 함께 아이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행위도 예사로 일삼는 고남준의 방법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가? 그리고 자신의 자식들에게 위해를 가했던 범인에게 복수를 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들에게 가했던 폭력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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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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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자신이 보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나도 모르는 그 사람의 모습을 어느 날 문득 발견했을 땐 왠지 모르게 배신감이 드는 건 은연중에 나는 그 사람에 대해 다 알고 있다 자만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같이 살았던 사람이 이름부터 고향까지 모든 게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배신감을 넘어서 선득한 두려움까지 느껴지지 않을까?

오래전 이혼을 도와준 인연이 있었던 리에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변호사 기도

그는 리에로부터 묘한 의뢰를 받게 된다.

그녀가 고향에서 재혼했던 남자 다이스케에 대해 알아봐 달라는 부탁인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리에가 알고 있던 이름도 고향도 모든 것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에 그녀는 그의 조사를 부탁하게 된 것이다.

기도가 조사하면 할수록 그는 다이스케가 아닌 누군가라는 것이 분명해졌고 그렇다면 그는 진짜 누구인지... 왜 다이스케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건지 궁금증은 늘어만 간다.

하지만 모르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 남자 X에 대한 호감과 동경은 기도의 마음속에서 자라 어느 날은 낯선 곳에서 그의 이름과 과거를 빌어 자신이 그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기도 하는 등 다른 사람으로 행동하는 것에서 자유를 느끼게 되는데 이는 그의 결혼생활이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도 자신은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일본인이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일본인이 아닌 재일이라는 어중간한 위치 그리고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커다란 자연재해 앞에서 느낀 아내와의 정서적 거리감은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그의 가치관을 비롯해 이제껏 당연하다 여긴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들게 했었고 이는 기도로 하여금 외로움과 함께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쓸쓸함을 느끼게 했었다.

이런 때에 자신의 과거를 비롯해 이름까지 모든 걸 던져버리고 익명 속에 숨어버린 그 남자 X를 알게 되면서 어쩌면 자신은 하지 못한 일을 행한 그 남자를 막연하게 동경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순간에 낯선 곳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의외로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는 걸 깨닫는다.

왜냐하면 인간은 추억에 의해서 자기 자신이 되는데 그렇다면 타인의 추억을 소유하기만 한다면 타인이 되는 것도 가능한 게 아닐까? 기도가 X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타인의 행세를 하기 위해 사소한 과거까지 그 사람인 척 행세한 X를 보면서 문득 떠올린 말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생각은 나중에 진짜 다이스케를 통해 증명된다. 낯선 곳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 뿐 아니라 쉽게 그 사람의 과거까지 받아들여 완전하게 그 사람으로 될 수 있음을...

이렇게 X를 추적하는 동안 낯선 곳에서 낯선 이로 살아가는 데서 오는 자유와 일탈에의 동경은 그로 하여금 일생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하고 안 그래도 거리감이 생겼던 아내와 더욱더 멀어지는 계기로 작용한다.

하지만 기도의 흔딜리는 마음과 달리 그의 과거의 행적을 쫓을수록 범죄의 냄새는 짙어지고 그가 꿈꿨던 일탈도 점차 현실로 돌아올 즈음 마침내 기도가 찾았던 진짜 X의 모습이 드러난다.

내가 알던 남편이 전부 가짜라는 범죄 냄새 풀풀 나는 소재로 시작해서 그의 행적을 쫓아가는 추적 스릴러의 모습에다 현재 일본에서 살아가는 재일 교포의 존재론적 고뇌와 갈등을 재일 변호사의 기도를 통해 보여주고 어느 날 문득 모든 것을 버린 채 제도 뒤로 사라져버리는 자발적 실종자 문제를 범죄자 가족의 문제와 섞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한 남자는 스릴러적 재미도 만족시키고 그가 제시한 사회문제 역시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X,그리고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다이스케는 새로운 신분을 찾아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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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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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온 작품이라는 설명이 흥미를 불러오는 파국은

한 남자가 서서히 파국을 맞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일반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유도 아니어서 왜 이 작품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는지 이해가 갔다.

주인공인 요스케는 겉으로 봐선 건실한 청년이다.

재학 중이면서 꾸준히 공부를 하고 스케줄에 맞춰 운동을 해서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뿐 아니라 술자리에서도 취하는 법이 없다.

게다가 머리도 좋은 편이어서 취업전선에도 문제가 없고 여자친구도 끊이지 않는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성욕도 강하고 그 성욕을 해결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다.

하고 싶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처지... 그야말로 속된말로 엄친아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다 갖춘 듯 보이는 요스케지만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지나칠 정도로 너무나 반듯하다.

그 반듯함이 지나쳐 요스케라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마저 사람이 아니라 로봇처럼 느껴질 정도... 여기에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도덕적인 면이나 사회규범에 지나치리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를테면 절대로 술을 취할 정도로 마시지 않는다거나 짧은 옷차림의 여자를 훔쳐보고 싶어도 그 행동이 옳지않아서가 아닌 스스로 공무원 준비를 하는 사람인 자신은 그런 비열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자제한다거나 유흥업소 같은 곳은 절대로 가지 않는다거나 연인의 데이트 거절로 성욕 해소가 절실한 상황에서도 그녀의 커리어를 위해선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 자체가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적이지 않다.

화를 내거나 힘들다고 투정도 부리지 않으며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일견 성실한 청년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그 스스로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부분은 빠져있고 오로지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선 안된다는 규칙에 강박적으로 옭아매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어떤 일 즉 사회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하고 싶을 땐 스스로 공무원이 될 사람은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네는 모습에서 어쩌면 자신을 이런 규범 속에 묶어 두지 않으면 스스로를 파괴시킬 수 있음을 무의식중에 자각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며 자신의 근육을 관리하고 스케줄을 조정하며 언제나 바쁘기만 하던 여자친구의 편의를 봐주고 넘치는 성욕은 스스로 해결하던 그가 파국을 맡게 된 계기는 한 여자를 만나고 난 뒤다.

아카리를 만나면서 평소 자신의 모습과 다르게 섹스에 점점 탐닉하게 되는데 이조차도 스스로가 원해서라기보다 아카리의 요구를 들어주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렇다.

그렇다고 그녀를 사랑해서인가 하면 그녀와 만나는 중에도 전 애인과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잠자리를 가진다.

더 어이가 없는 건 전 애인인 마이코에게 순간적이라도 성욕을 느껴서가 아닌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은 결과였다는 것... 그야말로 성욕의 해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죄의식 역시 갖지 않는다.

아니 죄의식은 당연하고 순간적인 욕망조차 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가 얼마나 기계적으로 반응하는지...그리고 그 모습이 얼마나 일반적이지 않은 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스스로가 계획을 세워 모든 것을 조절하던 그의 일상이 아키리로 인해 조금씩 허물어지면서 마침내 스스로의 광기를 드러낸 순간 폭발하듯 터져버린 그의 모습은 의외라기 보다 오히려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의 반듯한 모습은 어딘지 불안함과 긴장감을 불러왔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위력에 의해 결박당하는 순간 그가 느낀 안도감이 완전하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고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왜 그렇게 논란을 불러일으켰는지 십분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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