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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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온 작품이라는 설명이 흥미를 불러오는 파국은

한 남자가 서서히 파국을 맞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일반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유도 아니어서 왜 이 작품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는지 이해가 갔다.

주인공인 요스케는 겉으로 봐선 건실한 청년이다.

재학 중이면서 꾸준히 공부를 하고 스케줄에 맞춰 운동을 해서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뿐 아니라 술자리에서도 취하는 법이 없다.

게다가 머리도 좋은 편이어서 취업전선에도 문제가 없고 여자친구도 끊이지 않는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성욕도 강하고 그 성욕을 해결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다.

하고 싶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처지... 그야말로 속된말로 엄친아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다 갖춘 듯 보이는 요스케지만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지나칠 정도로 너무나 반듯하다.

그 반듯함이 지나쳐 요스케라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마저 사람이 아니라 로봇처럼 느껴질 정도... 여기에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도덕적인 면이나 사회규범에 지나치리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를테면 절대로 술을 취할 정도로 마시지 않는다거나 짧은 옷차림의 여자를 훔쳐보고 싶어도 그 행동이 옳지않아서가 아닌 스스로 공무원 준비를 하는 사람인 자신은 그런 비열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자제한다거나 유흥업소 같은 곳은 절대로 가지 않는다거나 연인의 데이트 거절로 성욕 해소가 절실한 상황에서도 그녀의 커리어를 위해선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 자체가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적이지 않다.

화를 내거나 힘들다고 투정도 부리지 않으며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일견 성실한 청년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그 스스로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부분은 빠져있고 오로지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선 안된다는 규칙에 강박적으로 옭아매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어떤 일 즉 사회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하고 싶을 땐 스스로 공무원이 될 사람은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네는 모습에서 어쩌면 자신을 이런 규범 속에 묶어 두지 않으면 스스로를 파괴시킬 수 있음을 무의식중에 자각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며 자신의 근육을 관리하고 스케줄을 조정하며 언제나 바쁘기만 하던 여자친구의 편의를 봐주고 넘치는 성욕은 스스로 해결하던 그가 파국을 맡게 된 계기는 한 여자를 만나고 난 뒤다.

아카리를 만나면서 평소 자신의 모습과 다르게 섹스에 점점 탐닉하게 되는데 이조차도 스스로가 원해서라기보다 아카리의 요구를 들어주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렇다.

그렇다고 그녀를 사랑해서인가 하면 그녀와 만나는 중에도 전 애인과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잠자리를 가진다.

더 어이가 없는 건 전 애인인 마이코에게 순간적이라도 성욕을 느껴서가 아닌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은 결과였다는 것... 그야말로 성욕의 해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죄의식 역시 갖지 않는다.

아니 죄의식은 당연하고 순간적인 욕망조차 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가 얼마나 기계적으로 반응하는지...그리고 그 모습이 얼마나 일반적이지 않은 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스스로가 계획을 세워 모든 것을 조절하던 그의 일상이 아키리로 인해 조금씩 허물어지면서 마침내 스스로의 광기를 드러낸 순간 폭발하듯 터져버린 그의 모습은 의외라기 보다 오히려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의 반듯한 모습은 어딘지 불안함과 긴장감을 불러왔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위력에 의해 결박당하는 순간 그가 느낀 안도감이 완전하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고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왜 그렇게 논란을 불러일으켰는지 십분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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