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내털리 제너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9월

오로지 제인 오스틴을 향한 팬심 하나로 모인 남녀 8명의 이야기

팬클럽 같은 건 요즘 시대에만 있는 걸로 알고 당연히 시대적 배경이 요즘인 줄 알았는데 이 모임이 결성된 건 세계대전을 비롯한 전쟁이 끝난 직후라는 것부터 의외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로맨스물로 치부하기 쉬운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대부분 여자들이 좋아하는 걸로 생각하기 쉬워 이 모임 역시 전부 여자일 거라는 편견 역시 깨고 있다.

전쟁의 상흔이 깊이 베어 있는 영국의 작은 마을 초턴에 미래의 할리우드 배우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오스틴의 광팬으로 그녀가 마지막 10년을 머물면서 3편의 작품을 집필했던 초턴을 요즘 말로 하면 성지 방문하듯이 찾아왔고 그곳에서 농부 애덤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

이게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멤버의 첫 만남이었다.

당시의 초턴에는 전쟁에 참가해 전사한 가족이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전쟁의 피해가 극심해서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는 제인 오스틴의 마을임에도 그녀에 대한 관심도 없을 뿐 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나 유적으로서의 가치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한없이 우울해지던 애덤은 우연히 오스틴의 작품을 읽게 되고 그녀의 작품을 거듭 읽으면서 슬픔에서 위로를 받게 되었고 이곳 초턴에 남아있는 그녀의 유산과 흔적이 사라지는 걸 안타깝게 여기게 된다.

그의 이런 발상이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8명의 남녀가 모여 그녀의 유산을 사수하기 위한 계획에 돌입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클럽이 탄생하게 되는 배경이 된다.

농부인 애덤과 미국에서 건너온 여배우 미미를 비롯해 전쟁으로 갓 결혼했던 남편을 잃기 전까지 모두의 반대에도 당당하고 소신 있게 제 목소릴 냈던 전직 교사 애덜린,이 마을 유일한 의사인 그레이, 오스틴-나이트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임에도 비열하고 편협한 아버지로 인해 유산상속은커녕 살던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있는 프랜시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위해 같이 모임에 든 변호사 앤드류와 어린 하녀지만 교사였던 애덜린의 영향으로 제인 오스틴에 매료된 에비, 소더비 유산 경매 부 부장이자 제인 오스틴의 팬인 야들리까지...

한 사람도 평범한 사람은 없었지만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사랑하고 그녀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뭉친 이 들 남녀의 오스틴 유산을 사수하기 위한 작전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오스틴 가문의 한 사람이자 프랜시스의 아버지는 남성우월주의자이자 편협하기 그지없는 시각을 가지고 누구의 의견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마치 오만과 편견의 베넷가의 딸들이 처한 상황처럼...

그 역시 딸은 스스로 생각할 수도 결혼을 하지 않은 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박약아처럼 생각하며 경멸한다.

문제는 그가 딸이 아닌 알지도 못하는 집안의 남자에게 집을 비롯해 모든 유산을 넘길 경우 그걸 다시 찾아와 오스틴의 작품들을 모아 기념관을 만들려 든 이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이 들은 에비로부터 우연히 얻은 정보를 이용해 법을 저촉하지 않고 양심에 거리끼지 않은 상태에서 기념관으로 점찍은 별채와 오스틴의 서재를 사수하기 위해 모든 것을 총동원한다.

그리고 어디든 미혼의 남녀가 모이면 그들 사이에 로맨스가 피어나고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이 합심하기 위해 모임을 갖는 동안 서로 미묘하게 신경을 쓰던 남녀 간의 갈등 역시 증폭되고 폭발한다.

자신들이 읽었던 오스틴의 작품 속 주인공인 에마나 엘리자벳과 다아시처럼 자신의 감정을 모른 채 그저 신경 쓰인다는 이유로 화를 내기도 하고 모른 척 외면하기도 하는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해 과연 그들은 언제 자신의 진짜 감정을 깨닫게 될지... 로맨스 결과 여부도 궁금해지게 한다.

작품 속에 그들의 대사를 통해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소개되기도 하고 초턴이라는 마을에 대한 묘사가 아름다워 마치 그 시대에 있는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모임 속 남녀의 로맨스가 오스틴의 소설 속 주인공들의 로맨스와 묘하게 닮아있다는 점도 이 책이 흥미로웠던 부분이었다. 마치 한 권으로 오스틴 작품 몇 권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던 책~

영상으로 만들어도 아름다울 것 같다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3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내털리 제너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9월

오스틴의 작품 때문에 모였지만 모임은 어느새 회원들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자신도 모르는 새

조금씩 스스로를 가뒀던 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미혼의 남녀가 모인 곳은 어디든 로맨스가 피어나기 마련이듯이... 이 8명의 회원들 사이에서도

묘한 기류가 흐른다.

멀리서 보면 분명히 보이는 핑크빛 기류를 정작 당사자들은 눈치조차 채지 못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오해와 불신이 싹트고...

순조롭던 제인 오스틴 기념박물관 사업도 뜻밖의 암초를 만나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즈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해결책이 발견된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 속 남녀 주인공처럼 서로의 마음을 깨닫지 못하고 헛다리를 짚는 모습은 답답하게 느껴지면서도 서로를 향하는 마음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달달함을 느끼게 하는 게 영락없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 같다.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2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내털리 제너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9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모인 사람들

그들은 각자 나름의 아픔과 사연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그들이 우연히 이곳 시골마을 초턴에 모여

의기투합하게 된 건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시대적 배경을 현재가 아닌 1945년 전후로 한 건 아마도 오스틴의 작품과 소설 속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으로 느껴진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프랜시스와 애덜린이라는 인물

애덜린은 자유분방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여자였지만 그런 그녀의 꿈은 권위적이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던 학교 이사회에 의해 꺾여버렸고 프랜시스는 가부장적이고 독선적인 아버지에 의해

사랑도 잃고 끝내는 당연히 받아야 할 유산마저 빼앗긴다.

이런 부당한 일이 번번이 벌어지는...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던 시기였다

어쩌면 이런 환경이 그녀들로 하여금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악덕채무자로부터 채권을 회수하라

웃어라, 샤일록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9월

데이토제일은행에 입사한 후 잘나가던 유키는 느닷없이 섭외부 발령을 받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엄청난 채권 회수 실적으로 이름 높은 야마가 과장을 만나게 되고 그의 곁에서 일을 도우면서 채무자이면서도 뻔뻔하게 나오는 여러 채무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채무자 앞에서도 절대로 목소릴 높이거나 화를 내지 않지만 채무를 받아내는 일에는 발군의 솜씨를 발휘하는 야마가 과장을 따라다니며 자신도 모르는 새 점점 더 그가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철학에 대해 존경의 시선을 보내던 중 야마고 과장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연하지만 이 일로 유키 역시 경찰 조사를 받게 되고 경찰은 야마고 과장의 업무를 인수받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제 그는 채권 회수를 하면서 잠재적 용의자인 그들의 행적까지 은밀히 조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되었지만 자신이 존경하고 따랐던 야마고 과장의 죽음을 파헤치는 일이라 협조하게 된다.

그리고 경찰에서도 잠재적 용의자로 보고 있는 채무자들을 만나면서 유키는 나태하고 무책임한 그들에게 분노할 뿐 아니라 그런 사람들을 초기에 거르지 못하고 대출을 허가해 준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쌓여간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제대로 책임을 지지 못한 결과가 모두 부실로 이어졌고 이런 일들이 쌓여 리먼 사태와 같은 경제 위기가 왔었다는 야마가 과정의 말을 직접 실감하는 유키

그가 만나본 고액 체납자 대부분은 자신이 빌린 돈을 갚을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대놓고 채무 탕감을 요구하거나 채무의 기록 자체를 지워줄 것을 요구할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고 그런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과장이기에 모두가 용의자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의 믿음을 이용해 신자들의 돈을 갈취하면서도 전혀 양심을 가책을 받지 않는 종교단체가 있는가 하면 야쿠자의 플론트기업으로 재개발 사업에 실패한 채 빌린 돈을 나 몰라라 하는 폭력단도 있고 큰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끼어있는 정치인 역시 빌려 간 돈을 갚지 못한 채 오히려 뻔뻔하게 나오고 있다.

이렇게 거액의 빚을 진 채무자 각자의 사연과 그들의 태도 및 해결 방법을 찾아가면서 그중에서 살인자를 찾아야 하는 유키의 활약은 점점 더 빚을 발하게 되고 그런 일들을 해결하면서 필연적으로 범인의 정체를 눈치채게 된다.

작가는 채권추심의 세계가 돌아가는 과정이나 은행 업무에 대해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개인이나 기업이 어떤 식으로 빚을 지게 되고 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금융에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특히 은행이 부실해지는 과정 즉 은행원들의 태만과 나태함,무사안일주의로 인해 부실기업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고 이로 인한 적자 누적이 결국 누구에게 피해가 돌아가는지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어 지금 현재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어떤 기업이 연상되기도 한다.

적당히 심각하고 적당히 유쾌함이 가미된... 나카야마 시치리 식 사회고발 소설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1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내털리 제너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9월

2번의 전쟁으로 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전쟁의 상흔으로 고통받는 시기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요즘 말로 하면 팬클럽~

이름하여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그 모임의 구성원은 농부, 전직 교사, 노처녀, 변호사, 의사 그리고 할리우드의 배우까지...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지만 그들에게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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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제인 오스틴 하나가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이자 그들의 모임의 이유라는 설정이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건 아마도 그들이 빠져있는 작가가 바로 제인 오스틴이기 때문이 아닐까?

남녀 간의 서툴기 짝이 없는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나 여성들에게 결혼이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줬던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모든 것이 그녀를 향한 오마주 같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