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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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장르가 분명하게 나눠져 있어 취향에 따라 골라볼 수 있는데 각 장르마다 자신의 색을 확실하게 내고 있어 영화를 고를 때 고민거리를 줄여주듯이 소설에도 장르가 나눠져있다.

나 같은 경우는 주로 스릴러물을 선호하는 데 그중에서도 특히 정적인 심리 스릴러보다 하드보일드 한 액션이 있거나 누아르적인 냄새가 나는 종류를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이 책 침입자들은 그렇게 본다면 내 취향에 적당히 맞는 편이라고 볼 수 있는데 범인이 누구인지 혹은 뭔가 엄청난 음모가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복잡한 생각 없이 스피디한 전개와 감각적인 액션을 즐길 수 있다.

마치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면 이 책에 대해 가장 어울리는 설명이 아닐까?

그런 액션물에는 히어로가 반드시 있고 그 히어로는 대체로 사회 부적응자이거나 누군가와 어울리기 싫어하는 외로운 늑대 타입인 경우가 많은 데 이 책의 주인공 K 가 바로 그렇다.

용병으로 뛰어난 활약을 했지만 뭔가 가슴속 깊은 곳에 사연이 있는 듯하나 이 책에선 용병이 아닌 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나오지 않는다.

그저 그가 비록 용병이지만 돈에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지금 K는 오래전 동료인 안나의 부탁으로 낯선 곳으로 왔다.

이곳은 변변한 상점도 없고 낯선 사람을 꺼리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얼핏 보면 여느 시골 마을처럼 보이는 곳이지만 이곳은 오래전부터 터를 잡은 한 일가에 의해 마을 전체가 작은 기업체와 같은 곳이기도 하다.

그들의 주력 사업은 여느 지하 자본과 같이 매춘과 마약이지만 그들이 움직이는 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그야말로 기업과도 같다.

당연하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 이 사업에 발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인을 포함해서 경찰까지 모두 한 편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런 곳에서는 누구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다.

누가 죽어나가도 이 마을 바깥에서 알 수 없는 그야말로 개미지옥과도 같은 곳... 이곳이 그런 곳이다.

K 가 도착한 저택 안에는 그와 같은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들이 가득했고 도착한 후 연이어 고용인들이 살해당한 채 발견되지만 사람들은 큰 동요가 없었고 K 역시 무심한 성격대로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는 오로지 안나의 부탁을 지키는 것만 염두에 둘뿐...

하지만 그가 무심하면 무심할수록 사람들은 그에 대해 궁금해할 뿐 아니라 저택의 주인은 거금을 제안하며 그를 끌어들이려 하지만 그는 응하지 않는다.

사실 어디든 엄청난 돈이 있는 곳엔 세력 다툼이 있기 마련이고 이곳 역시 별다르지 않았다.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두고 할머니와 손자들 간에 목숨을 걸고 하는 전쟁...

결국 이 난장판의 원인은 가족이라 할지라도 서로 더 많은 것을 가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뿐이었고 그런 싸움에서조차 스스로의 손에 피를 묻히기보다 자신들을 대신해 싸워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뿐이었다.

돈이라면 뭐든 하는 사람과 돈을 위해서라면 가족의 목숨도 눈 깜짝하지 않고 빼앗아 버리는 이곳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보다 더 야비하고 비정함이 넘치는.... 살아있는 지옥과 다름없었다.

이런 곳에서 외로운 한 마리의 늑대처럼 돈이 아닌 약속과 신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K

그야말로 완벽한 주인공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와 스피디한 전개 그리고 연이어 벌어지는 액션 장면을 읽으면서 영상으로 보는 게 더 적합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읽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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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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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주 눈에 띈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아시자와 요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과 죄의 여백 그리고 나의 신 이 있고 이번엔 단편집인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를 통해 한 해 4권의 책이 출간되다니... 그야말로 가장 핫한 작가라 할 수 있겠다.

이번에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3권의 책을 읽었는데 각각의 소재가 다른 것 같으면서도 일상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에다 순간순간의 섬뜩한 공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다.

5편의 이야기 속에는 각각의 개인이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고 끝 간데까지 몰린 상황이라는 점에선 모두 같은 처지라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집단이 한 개인에게 가하는 말 없는 폭력 즉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그린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그녀가 처한 환경이 외부와 단절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여자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약이던 시절을 살았다는 점에서 더욱 혹독한 고통을 당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더군다나 그녀는 자신의 잘못도 아닌 시아버지의 잘못을 대신해 형벌처럼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냉대와 무시가 그녀로 하여금 그런 결정을 하도록 끝까지 몰아갔었구나 하고 납득한 순간 작가는 여기서 강력한 뒤통수를 날린다.

용서를 바라지 않는다는 말이 용서를 바랄 수도 없이 죄송하다는 말이 아님을... 오히려 자신에게 불합리하고 인정머리 없는 처벌을 내린 마을 사람들에게 날린 어퍼컷이었던 게 아닐까

목격자는 없었다 역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회사에서 늘 꼴찌를 했던 남자가 자신의 표기 실수로 매출이 상승... 직장 선배로부터 칭찬을 받았지만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여기서부터 그에겐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그냥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고 욕을 얻어먹더라도 출고를 멈추던지 아니면 잠깐 자신의 실수를 덮고 자신이 손에 분의 돈을 메꾸는 방법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실수를 해 회사로부터 욕을 먹을 때가 누구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미뤄보자고 뭔가를 했을 때 오히려 그 후폭풍이 더 클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 순간의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이겨낼 수 없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여기서도 이 남자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자신을 칭찬해 준 상사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두 번째 선택을 한다.

자신이 실수한 물건을 대리 수령하고 모든 것이 마무리된 듯한 순간 하필이면 눈앞에서 교통사고가 났고 그는 그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지만 자신이 한 짓이 있어 떳떳하게 나설 수 없는 처지다.

비겁한 행동임엔 분명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 그 남자가 느끼는 두려움... 즉 회사에 자신이 한 짓이 들통날까 하는 마음과 양심의 가책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작가는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언니처럼 에서는 독박 육아로 압박을 받고 스트레스가 극에 처한 여자의 내면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게다가 자신이 늘 그렇게 되고 싶다고 말했던 자랑스러운 언니의 일탈로 더더욱 설자리가 없었던 그녀가 느꼈을 부담과 외로움은 많은 여자들이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부분이기도 해 공감이 갔다.

전체적으로 이렇게 범죄라는 게 특별히 악한 마음을 가졌거나 뭔가 엄청난 동기를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내 주위의 누구라도 사소한 일이 방아쇠가 되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걸 환기시켜주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들 속에서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일들이 누군가에겐 스트레스가 되고 압박으로 느껴질 수도 있음을... 그리고 그런 평범해 보이는 모습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공포를 제대로 그리고 있다.

가독성이 좋은 작가기도 하지만 짧은 분량의 단편으로 되어 있어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장편을 선호하는 내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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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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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을 걷다 서로 너무 다른 삶을 살게 되는 두 여자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어떤 삶을 살게 되는 지 그 삶의 여정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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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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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이 버려진 개를 거둬 학교에서 키우면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성장하는 청춘들을 그린 연작 소설 개가 있는 계절은 소재에서부터 느껴지듯이 가슴 따듯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기 역시 현재를 담고 있는 게 아니라 1988년부터 2019년까지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어 읽다 보면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향수를 불러오는 단어나 풍경을 보면서 슬며시 웃음 짓게 한다.

어쩌다 보니 버려진 개를 주운 아이들이 교장의 허락을 받고 학교에서 키우게 된다.

아이들로 하여금 생명을 책임지는 것의 막중함을 배우게 할 의도였던 것 같은데 아이들은 어른들의 의도대로 개를 보살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함께했을 뿐 아니라 대를 이어 보살피고 그때의 온갖 것을 기록을 남기는 게 전통이 된다.

아이들은 이 개에게 학교에서 그림 잘 그리는 걸로 유명한 아이의 이름을 붙여 고시로라 칭하고 처음 발견했던 곳인 미술실에서 고시로를 전담하는 고돌모라는 모임을 만들 정도로 진지하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에서 고시로의 역할은 크지 않다.

그저 가끔씩 아이들 사이에서 그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과 변화하는 세월을 지켜보기만 할 뿐... 마치 기준점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주가 되는 건 역시 시대별로 나오는 아이들이다.

빵공방을 운영하는 집의 손녀딸인 유카의 이야기에서는 모두가 동경하지만 어딘지 차가운 느낌의 고시로와 유카가 짧은 시간 함께 하면서 끝내 서로의 마음을 밝히지 않은 채 끝나버린 첫사랑의 설렘을 주로 그렸다면 세나와 달린 날에서는 전국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지만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아이바와 그런 아이바의 슬리퍼를 내도록 물고 가는 고시로로 인해 연을 맺게 되는 소년들의 이야기가 그려져있다.

여기에서는 우연히 두 아이가 말을 트게 되고 서로가 관심사가 같은 걸 알게 되면서 F1을 같이 보러 간 3일간을 통해 서로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는 순간을 다루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집안과 평범하지 않은 외모로 인해 늘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야 하는 소녀와 학교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없던 소년이 낯선 곳에서 서로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그 아이의 음악을 들으면서 소녀는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며 마침내 떠날 수 있게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게 스칼렛의 여름

이외에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사랑하는 것들과의 이별을 한 사람들이 겪는 트라우마와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내일의 행방에서는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을 살면서 그 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렇게 각각의 파트에서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온갖 이야기... 진학 문제, 사랑 문제, 혹은 집안에서 벌어지는 많은 갈등 같은 것들을 그리고 있는데 그 모습이 친숙하고 익숙하면서도 한편의 추억 드라마를 보는듯한 아련함과 그리움이 느껴지게 하는데 한몫을 한 게 고시로라는 개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마침내 먼 길을 돌아 다시 조우하게 된 유카와 고시로의 이야기로 시작과 끝을 한 개가 있는 계절은 우리의 어린 시절 모습을 돌이켜보는 듯한 그리움을 주고 있다.

읽으면서 가슴 따뜻해지고 뭔가 몽글몽글하면서도 첫사랑의 아련한 맛이 있는...왜 그렇게 이 책이 인기가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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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 : 젓가락 괴담 경연
미쓰다 신조 외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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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릴레이 형식으로 괴담을 만든다?

상당히 흥미로울 거라 예상되는데 소재가 젓가락이라는 부분에선 다소 의외로 느껴졌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흔한 젓가락이 과연 괴담의 소재로 적당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릴레이에 참여하는 작가의 이름 중 미쓰다 신조와 찬호께이가 포함되어 있는 걸 보고는 납득이 되었다.

워낙에 좋은 작품을 쓰는 걸로 유명한 두 사람인데다 특히 미쓰다 신조하면 괴담이 바로 연상될 만큼 그 부분에선 과히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작가고 찬호께이 역시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이 남다른 작가이기에 믿음이 갔다.

이야기의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젓가락님이라 불리는 어떤 주술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과 그 주술적인 힘을 통해 원하는 걸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섞여 있는 거라 볼 수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인 한, 중, 일에서는 밥이 담긴 그릇에 젓가락을 똑바로 꽂는 걸 금기시하는 문화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그렇게 밥에다 젓가락을 똑바로 꽂는 건 사자 즉 죽은 사람을 위한 밥이라는 표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기에 나오는 괴담 속의 주인공들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비는 대상이 젓가락신이라는 점이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쓰다 신조가 일본에서 원하는 걸 얻기 위한 의식으로 젓가락님에게 빌면서 벌어지는 괴이한 일에 대한 이야기로 전체적인 틀을 짰다면 대만의 작가인 쉐시쓰와 에터우쯔,샤오샹신이 본격적으로 젓가락에 얽힌 괴담을 그려내고 찬호께이가 여기에다 신화와 전설 속 이야기에서의 틈을 이용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놓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붉은 산호로 만든 젓가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괴이한 일을 그린 산호 뼈에서는 젓가락에 깃든 왕선군이라는 구체적인 인물이 등장하고 그 젓가락 신을 믿는 걸 넘어 자신의 영혼마저 뺏긴 한 여자의 이야기와 그런 어미를 둔 아들 역시 주술적인 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속박된 삶을 살아가는 다소 슬픈 이야기였다면 이 이야기의 이후를 잇는 건 악어 꿈이다.

언젠가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유행처럼 번지는 젓가락 신에게 소원을 비는 위험한 의식을 한 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한 아버지가 괴담 소설가로 유명한 작가를 찾아와 이 괴담의 뿌리를 찾기 시작하는 데 왕선군에게 영혼까지 사로잡힌 여자가 왜 그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누가 처음으로 산호 젓가락에 깃든 왕선군을 불러내는 의식을 시작했는지를 추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추적하면서 드러나는 진실은 상당히 추악하다.

어린 여자아이를 돈을 주고 사 와서 명목은 며느리라 하면서 공짜로 부려 먹는가 하면 같이 태어났어도 딸이라는 이유로 오빠에게 모든 걸 양보하는 게 당연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 딸아이의 입장에선 억울하다고 느끼는 게 당연하지만 아무도 그런 딸의 입장은 생각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연히 의식을 통해 자신의 소원을 들어준 왕선군의 산호 젓가락에게 점점 얽매이고 속박당하다 결국은 정신까지 놔버리는 형벌을 받은 그녀에게 약간의 연민의 감정이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산호 뼈와 악어 꿈이 다소 오래전의 이야기여서 사람들이 미신을 쉽게 믿었다고 한다면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에서는 도시괴담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거기에 얽혀있는 인간의 욕망과 금기와 저주의 비밀에 관해 풀어가고 있다.

그리고 찬호께이의 해시 노어에서는 그 과정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설 속의 이야기나 설화에서 작은 빈틈을 찾아 상상으로 메꿔 넣어 괴담을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옛날이나 현재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금기를 깨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남을 향한 질투와 원망이라는 감정은 있어왔고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와 공포를 먹이로 삼아 발전되어온 것이 괴담이라는 형태로 남아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사람들이 많이 배우고 기술이 발전함에도 도대체 말도 안되고 근본도 없는 괴담이 사라지지 않고 유행하는 것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겠다.

결국 괴담이란 것의 밑바닥에는 사람들의 욕망과 질투 그리고 악의가 깔려 있음을... 그런 것이 사라지지 않는 한 괴담도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걸 보여주고자 함은 아닐지...

이런 복잡한 걸 떠나서 괴담만으로도 읽는 재미를 준다.

5인의 작가들이 각자의 역량을 펼치면서도 서로 이야기를 연결시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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