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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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주 눈에 띈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아시자와 요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과 죄의 여백 그리고 나의 신 이 있고 이번엔 단편집인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를 통해 한 해 4권의 책이 출간되다니... 그야말로 가장 핫한 작가라 할 수 있겠다.

이번에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3권의 책을 읽었는데 각각의 소재가 다른 것 같으면서도 일상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에다 순간순간의 섬뜩한 공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다.

5편의 이야기 속에는 각각의 개인이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고 끝 간데까지 몰린 상황이라는 점에선 모두 같은 처지라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집단이 한 개인에게 가하는 말 없는 폭력 즉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그린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그녀가 처한 환경이 외부와 단절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여자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약이던 시절을 살았다는 점에서 더욱 혹독한 고통을 당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더군다나 그녀는 자신의 잘못도 아닌 시아버지의 잘못을 대신해 형벌처럼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냉대와 무시가 그녀로 하여금 그런 결정을 하도록 끝까지 몰아갔었구나 하고 납득한 순간 작가는 여기서 강력한 뒤통수를 날린다.

용서를 바라지 않는다는 말이 용서를 바랄 수도 없이 죄송하다는 말이 아님을... 오히려 자신에게 불합리하고 인정머리 없는 처벌을 내린 마을 사람들에게 날린 어퍼컷이었던 게 아닐까

목격자는 없었다 역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회사에서 늘 꼴찌를 했던 남자가 자신의 표기 실수로 매출이 상승... 직장 선배로부터 칭찬을 받았지만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여기서부터 그에겐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그냥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고 욕을 얻어먹더라도 출고를 멈추던지 아니면 잠깐 자신의 실수를 덮고 자신이 손에 분의 돈을 메꾸는 방법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실수를 해 회사로부터 욕을 먹을 때가 누구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미뤄보자고 뭔가를 했을 때 오히려 그 후폭풍이 더 클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 순간의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이겨낼 수 없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여기서도 이 남자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자신을 칭찬해 준 상사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두 번째 선택을 한다.

자신이 실수한 물건을 대리 수령하고 모든 것이 마무리된 듯한 순간 하필이면 눈앞에서 교통사고가 났고 그는 그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지만 자신이 한 짓이 있어 떳떳하게 나설 수 없는 처지다.

비겁한 행동임엔 분명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 그 남자가 느끼는 두려움... 즉 회사에 자신이 한 짓이 들통날까 하는 마음과 양심의 가책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작가는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언니처럼 에서는 독박 육아로 압박을 받고 스트레스가 극에 처한 여자의 내면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게다가 자신이 늘 그렇게 되고 싶다고 말했던 자랑스러운 언니의 일탈로 더더욱 설자리가 없었던 그녀가 느꼈을 부담과 외로움은 많은 여자들이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부분이기도 해 공감이 갔다.

전체적으로 이렇게 범죄라는 게 특별히 악한 마음을 가졌거나 뭔가 엄청난 동기를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내 주위의 누구라도 사소한 일이 방아쇠가 되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걸 환기시켜주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들 속에서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일들이 누군가에겐 스트레스가 되고 압박으로 느껴질 수도 있음을... 그리고 그런 평범해 보이는 모습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공포를 제대로 그리고 있다.

가독성이 좋은 작가기도 하지만 짧은 분량의 단편으로 되어 있어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장편을 선호하는 내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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