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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녹취록 ㅣ 스토리콜렉터 11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4월
평점 :
일본 호러 미스터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가 바로 미쓰다 신조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방식으로 괴담과 호러를 이야기하는 작가는 특히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지를 아주 잘 알고 그 부분을 건드려준다.
현대인들 대부분은 미신과 괴담을 믿지 않는다고 하지만 수많은 괴담과 도시 전설이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걸 보면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는 것만큼 괴담과 미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특히 아주 오래전의 구전이나 신앙 혹은 괴담을 끌어와 현대인들의 마음속 공포를 건드리는 걸 잘하는 작가는 이번 책 죽은 자의 녹취록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은 기존의 작품들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는 괴담 전문 작가로서 참여하고 있다.
자신이 쓴 괴담 에피소드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 과정에서 그 책의 편집을 담당했던 편집자 역시 자신도 모르는 새 괴이한 일을 겪게 되었고 책 중간중간 막간 1,2와 종장에서 그 부분을 담고 있다.
이제까지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런 부분 즉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섞어서 마치 이야기 속의 괴담이 현실에서까지 연결되어 벌어지는 것 같은 구성은 신조의 괴담을 더욱 무섭게 느껴지게 만든다.
각자의 사연이 있어 더 이상은 살아갈 수없이 구석으로 몰린 사람들이 자살을 결심하고 그 마지막 순간을 테이프에 녹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죽은 자의 녹취록은 사실 이야기 자체가 공포스럽다거나 하진 않지만 그 사람의 최후의 순간을 녹음한 걸 듣는다는 찜찜함에다 이런 녹취록을 수 없이 들은 또 다른 작가 역시 이상한 녹취록을 남기고 그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는 설정을 더해 괴담을 완성했다.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와 스쳐 지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그 밑에 깔린 기조는 비슷하다.
늘 다니던 길에서 어느 날 우연히 평범하지 않은 누군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 사람을 인식하는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사람은 매일매일 조금씩 자신과의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기이한 사람이 자신의 집까지 찾아와 집요하게 벨을 누르고 현관을 두드린다는 이야기는 여느 공포 소설에서도 봤던 전개지만 이런 평범한 전개에도 작가는 특유의 분위기로 훨씬 더 현실감 있는 공포를 그려내고 있다.
빈 집을 지키던 밤과 우연히 모인 네 사람 역시 공포소설이나 영화에 흔히 볼 수 있는 플루트이긴 하다.
단 하룻밤만 빈 집을 지키면 돈을 벌 수 있는 알바
하지만 그 하룻밤이 평범할 리는 만무하다. 거기다 주인 부부의 상반된 이야기는 이 알바가 더욱 평범한 알바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처럼 주인공 역시 기억하기도 무서운 공포스러운 하룻밤을 채 보내지 못한 채 집을 뛰쳐나오지만 약속된 아르바이트 비보다 더 큰 금액을 받게 된다. 마치 입막음하려는 것처럼
그리고 작가는 그 공포스러운 밤에 쫓기던 여학생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함으로써 공포감을 자극하고 있다.
우연히 모인 네 사람 역시 처음 출발부터 이상하고 꺼림칙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낯선 사람들과 산을 타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등산 코스가 아닌 낯선 길을 가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것 역시 낯선 길에 들어섰을 때의 꺼림칙함과 괴괴한 풍경에 대한 묘사를 실감 나게 그려냈다.
에피소드 중 가장 선득했던 건 시체와 잠들지 마라였다.
제목도 그렇지만 여든 전후의 노인이 끊임없이 말도 되지 않는듯한 이야기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왠지 섬뜩한데 그 내용 역시 범상치 않다.
노인의 몸에 갇힌 어린 소년이라니... 스토리 자체보다 그 과정이 생각할수록 꺼림칙하고 섬뜩해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누군가의 경험을 소설로 옮겼다는 설정은 이런 괴담이 아주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게 해 더욱 공포스럽게 하는 데 이런 부분이 작가의 전매특허라는 걸 잘 알면서도 매번 마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 더 현실감 있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단편이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쓰는 데 협조하면서 같이 스토리를 찾았던 편집자의 체험담을 곳곳에 넣어 괴담 속 공포가 현실까지 연결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공포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보다 공포감은 사실 좀 약하지만 그래서 대중적인 만큼 작가의 다른 책을 읽기 전 입문용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