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주식회사
잭 런던 지음, 한원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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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있다.

단순히 누군가의 사적 복수를 위함이 아니라 나름의 기준을 통과한 의뢰만을 받아서 원하는 방식으로 깔끔하게 처리하는 걸 자랑으로 하고 있는 이 회사는 스스로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다.

왜냐하면 그들은 누가 봐도 이 사회에 악이 되는 사람만을 완벽하게 처단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 회사가 여느 킬러 집단과 다름을 알 수 있지만 의뢰인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도 요즘의 상식과는 다르다.

일단 회사의 대표이자 이 조직을 만든 사람인 드라고밀로프가 직접 의뢰인을 만나 모든 걸 의논하고 제거 대상의 위치와 위험도에 따라 대금을 정한다는 점도 흥미 있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을 봐도 이 이야기가 은밀하게 누군가를 암살하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암살 조직을 쫓는 사람이 있다.

엄청난 부를 물려받은 사회주의자인 윈터 홀은 어느 날부턴가 사회면에 나오는 뉴스 중 이상하게 생각되는 죽음이 있음을 깨닫고 조사하다 암살국에 대해 알게 되고 암살국을 찾아와 수장 본인 앞에서 수장을 암살해달라는 의뢰를 맡긴다.

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제안이지만 암살국 수장인 드라고밀로프는 홀과의 논쟁을 통해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이 조직이 도덕적 논리에 허점이 있음을 인정 그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암살국의 모든 조직원은 자신들의 수장을 암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 된다.

이제까지 자신들이 믿던 신념이 무너지고 자신들이 한 일이 그저 살인에 불과하다는 걸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집단은 단체로 토론에 나서 자신들의 신념을 방어하지만 역시 수장과 홀의 완벽한 논리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암살 주식회사라는 건 허울좋은 명분에 불과할 뿐... 홀과 드라고밀로프 뿐만 아니라 암살국 조직원들조차 모두 완벽한 도덕주의자이자 철학자이며 서로의 논리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장면을 보면 작가 잭 런던이 의도한 바는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높은 도덕심과 완벽한 신념을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니...

누군가를 암살하기 위해 계략을 꾸미고 추격전을 펼치는 류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그 기대는 아쉽게도 충족시켜 줄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악을 처단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살인을 하면서도 스스로가 하는 일에 긍지와 자긍심을 갖는 도덕주의자라는 설정은 확실히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생각된다.

재미를 위주로 보기엔 좀 그렇고 철학적 논리의 대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는다면...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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