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의 아류 네오픽션 ON시리즈 22
최윤석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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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이라는 이름만 보고서 단순히 사건을 따라가며 해결하는 미스터리 추리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회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보거나 문제 제기를 한다는 점에선 사회파 미스터리랑 비슷한 부분도 없진 않지만 이 책 셜록의 아류는 판타지도 있고 SF 적인 요소도 섞여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문제를 볼 수 있는 걸 보면 비현실 속에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할 수 있을 듯...

책은 일단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표제작인 셜록의 아류는 어릴 적에는 천재라 불리며 칭찬과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했던 한 남자가 자라면서 여느 평범한 사람과 같은 일상을 보내다 우연히 드라마 셜록을 접하고선 자신도 그처럼 천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다.

그리고 그 확신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스토킹하고 도청하며 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지만 본인 스스로는 드디어 자신이 신임을 증명했다고 생각할 뿐 뭐가 잘 못인지를 알지 못한다.

얼굴은 언젠가부터 너도나도 유행처럼 번지는 성형수술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인데 소설 속 갓난 아기 얼굴이 유행하는 모습으로 쉽게 쉽게 바꿀 수 있도록 마치 달걀처럼 아무런 표식이 없다는 걸 상상하면 너무 그로테스크했다.

산타클로스에서는 한 사람에 의해 사람들이 나쁜 행동을 했을 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선한 행동에는 즉각적인 보답을 할 수 있는 기계가 개발된 사회를 그리고 있다.

사람들이 그 기계를 받들고 믿으며 따르지만 언젠가부터 이에 반하는 세력이 등장하면서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모습이 현실 속의 종교들 간의 갈등이나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불로소득에서는 땀 흘려 일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사기 치거나 기생해서 쉽게 살아가고자 하는 남녀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그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택한 게 바로 유튜브 채널 개설이라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유튜브 채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건 바로 하비삼의 왈츠였다.

부자인 엄마의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한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지만 수십 년간 드레스를 입고 그녀가 기다린 건 떠나간 남자였을까 아니면 유튜브 구독자의 좋아요였을까

너도나도 유튜브 채널에 뛰어들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는 요즘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이렇듯 각각의 에피소드가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비틀어진 모습과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개중에는 어쩜 이리 적절할까 싶은 비유도 있었지만 읽으면서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있었는데 아마도 현실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길지 않은 단편에 소재의 제한 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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