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유튜버
하마구치 린타로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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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웃고 하던 게 가족의 일상처럼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도 TV를 시청하는 사람이 물론 있겠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에게 편한 다른 매체를 이용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즐기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그래서 초등학생들이 원하는 직업 중 인기 직종이 바로 유튜버다.

조회 수가 높고 구독자가 많으면 엄청난 돈과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 직업으로 급부상했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너도나도 뛰어들다 보니 어느새 이 직업도 웬만한 콘텐츠로는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레드오션이 되었다.

이 책 아빠는 유튜버 에서도 예상대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도 그렇고 표지 그림도 만화처럼 그려져서 내용도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내용은 조금 묵직하다.

전체적으로는 발랄하고 유쾌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친구들과의 우정 자신의 꿈을 향한 끝없는 노력 그리고 가족 간의 사랑을 담고 있어 따뜻하면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마야카 섬에서 가족 대대로 이어져 온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아빠 유고에게는 자신의 의견이 분명하고 똑똑해 어린아이 같지 않은 초등학생 딸 우미카가 있다.

우미카가 보는 아빠 유고는 철이 없고 이것저것 일벌리기를 좋아하지만 성공한 게 없어 다소 걱정스러운 어른이다.

그런 아빠가 이번에도 유튜버가 큰돈을 벌수 있다는 말만 듣고 유튜버가 되겠다며 일을 벌인다.

하지만 별다른 고민 없이 쉽게 결정하고 올린 영상이 누군가의 주목을 받기엔 역부족이었지만 다행이도 그런 아빠의 곁에는 아빠의 재능을 믿고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결국 모두 힘을 합쳐 좌충우돌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인기 유튜버가 되는 과정을 재미와 감동을 섞어 놓은 작품일 거라 짐작했지만 이때부터 의외의 이야기가 나온다.

왜 유고는 그토록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인기 유튜버가 되려고 하는지...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일까?

그렇다면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인기 유튜버가 된 이후에는 왜 그렇게 위험한 일까지 무릅쓰며 더더욱 조회수를 높이고자 했을까?

그 사연에 대해 알기 위해선 유고의 과거와 그가 어떤 꿈을 꾸던 사람인지를 알아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유고라는 사람의 실체에 대해 좀 더 알게 된다.

그는 어린 우미카의 눈에 비쳤던 어설프고 철이 없는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책임을 위해 온몸이 부서져라 노력했던 가슴 따뜻하고 의리 있는 사람임이 드러나는 순간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마치 한편의 코미디 가족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는 아빠는 유튜버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현실을 비판하고 사회 문제점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 작품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현실 속 동화 같은 이야기를 읽어주는 것도 마음 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따뜻하고 유쾌하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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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방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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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그 여덟 번째 작품은 미스터리 작품에서 흔히 쓰이는 밀실 트릭이 나온다.

그래서 작품명도 잠긴 방

이전 작품에서 가슴에 총격을 받고 오랜 시간 휴식기간을 가졌던 마르틴 베크가 돌아온 날... 동료들은 은행강도 사건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고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콜베리는 그에게 재밌는 과제를 던져준다.

은퇴한 창고지기가 자신의 집안에서 숨진 사건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이 몇 겹으로 잠겨 있었던 데다 창문마저 닫혀 있었다는 이유로 자살 사건으로 종료했지만 부검 결과는 반대의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닫으면서 베크는 밀실에서 어떻게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피해자 주변을 조사하고 탐문하기 시작하지만 처음부터 피해자의 시신이 너무 늦게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단순 사고 사나 자살로 처리하는 바람에 증거 다운 증거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 베크와 달리 동료들이 맡은 은행강도 사건은 처음부터 강력한 용의자가 존재했지만 문제는 철통같은 알리 바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진두지휘하는 검사를 비롯해 모든 경찰들은 연쇄은행강도 사건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이번에도 경찰들은 여지없이 헛발질을 하기 예삿일뿐 아니라 목격자들마저 터무니없는 증언으로 경찰들의 활동을 방해한다.

단순해 보이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경찰들이 하는 행동은 지금의 시선으로 보자면 터무니없는 일 투성이지만 당시 사회에서 경찰들의 위상이나 처지를 본다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사회 부적응자나 제대로 된 회사에 취직을 못해 빌빌거리는 사람조차 경찰이 되는 걸 꺼려 했을 정도로 온갖 오합지졸들이 모인 곳이 바로 당시 스웨덴의 경찰이었고 그들이 하는 일이란 게 그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화풀이를 하거나 자신들의 무능을 숨기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기 예사일 뿐...

점점 더 하향 평준화되어가는 경찰 조직을 바라보는 마르틴 베크는 그래서 점점 더 우울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사건이 하나둘씩 단서가 나와 사건 해결에 가까워질수록 서로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는 잠긴 방에선 범인을 찾는 과정과는 별개로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지 그 비참한 참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제는 익숙해진 단어 고독사...

서로 돌봐줄 사람도 없고 관심 가져줄 사람도 없고 연락할 사람조차 없이 고립된 방에서 죽은 지 수개월이 지나서야 이변을 눈치챈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는 죽음은 현대인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만한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작가들은 이미 1970년대에 이런 죽음이 많아질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완벽한 복지국가로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나라들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고 있는 잠긴 방

이번 편에선 무엇보다 늘 냉소적이면서도 동료와의 관계를 비롯해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쳐 다소 무기력해 보이기까지 한 그 마르틴 베크조차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면서 이제까지의 어둡고 무기력했던 모습을 벗어나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심지어 웃음을 보이는 걸 보면서 사람은 혼자 살아서는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깊은 통찰을 보여준 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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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상의 완벽한 남자
C. J. 코널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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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의 핵심은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물론 여주인공도 중요하지만 로맨스 소설을 읽는 주 타깃층이 여성인 만큼 그런 여성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고 설레게 한다면 그 작품은 50% 이상의 확률로 성공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제목부터 대놓고 남주인공이 완벽하다고 말한다.

도대체 어떤 남자면 완벽하다 할 수 있을까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눈에 띄게 매력적이고 잘 생긴 외모를 가졌고 둘째 엄청난 재력을 가진 금수저 집안의 남자이며 스스로의 능력도 탁월하다.

여기에다 결정적으로 섬세하고 자상한 로맨티시스트라는 설정이다.

그런 남자를 두고 여주인공인 조시는 몇 번을 망설이고 결정적인 순간에 브레이크를 건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이 그 남자의 진짜 아내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썸을 타던 남자와의 만남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급히 가던 조시는 사고를 당한 후 이제까지 자신이 살던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세상으로 와있음을 깨닫는다.

게다가 이곳에는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인 롭이 있었고 예전 자신이 알던 많은 것이 달라진 현실을 좀처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데 남편인 롭은 정성을 다해 병간호를 하면서 뜨거운 애정을 보여준다.

누구라도 흔들릴만한 상황이지만 조시는 낯선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진상을 파악하기 시작하고 이내 납득할 만한 가설을 세우게 된다.

자신이 3년 전 롭을 만날 기회가 있었고 그 기회를 잡은 자신과 놓친 자신 두 가지 갈림길에서 운명이 갈렸다는 사실을...

어쩌면 자신이 살던 세상에는 지금 원래 이곳의 주인이자 롭의 진짜 아내인 또 다른 자신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으면서 너무나 매력적이고 자상한 롭의 매력에 끌려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쉽지 않다.

이야기는 이렇게 조시와 또 다른 조시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다.

각자가 낯선 곳에서 눈을 뜨면서 벌어지는 소동들...

특히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하다 비행기 사고로 죽은 오빠로 인해 깊은 죄책감과 우울감을 가졌던 롭의 진짜 아내 조시는 낯선 세계에서 살아있는 오빠를 재회하고 기쁨을 느끼게 되지만 이내 두고 온 자신의 남편 롭을 향한 그리움에 몸부림친다.

이렇게 이야기는 마치 오래전 우리에게 그래 결심했어!!라는 구호와 함께 두 가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보여준 예능처럼 평행우주 이론을 로맨스와 접목시킨 소설이다.

과연 두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다시 한번 돌이킬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완벽한 남자 롭은 두 사람 중 누굴 선택하게 될까?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느낌을 준 작품이었고 너무나 뻔할 수 있을 스토리를 의외의 요소 즉 평행우주 이론을 접목시켜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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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워즈 라임 어린이 문학 47
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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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집에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늘 위협에 시달린다면 그 아이는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런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파이팅 워즈는 장애를 가진 소녀가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인 맨발의 소녀라는 작품으로 뉴베리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평범하지 않은 경험을 한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는 이유에는 작가 역시 파이팅 워즈에 나온 소녀들과 비슷한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열한 살이 된 어린 소녀 델라와 열일곱 살인 수키는 지옥 같은 한 주를 보내고 있다.

클리스턴 아저씨와 함께 살던 집에서 도망쳐 나와야 했을 뿐 아니라 몇 번이나 거쳐를 옮기고 델라는 학교마저 옮겨야 했다.

옮긴 학교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델라는 학교에서 늘 여학생들에게 나쁜 짓을 하는 트래버라는 아이와 말썽을 일으키고 단숨에 담임으로부터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이야기는 이렇게 처음부터 두 아이들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했으며 그 문제로 인해 위탁모의 집으로 거처를 옮겨야만 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지만 그 문제가 뭔지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시작되고 있다.

게다가 델라 역시 입에서 흔히 말하는 욕설이나 험한 말을 달고 살면서 말보다 행동이 먼저 앞서는 모습을 보여 선뜻 어른들의 호감을 사기 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아무리 자매라고 하지만 십 대의 나이차가 좀 있는 소녀들이 서로 한 침대에서 자면서 자장가를 불러주거나 동생을 위해 자신이 필요한 걸 사지 않고 양보하고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공부보다 일을 하는 언니의 모습은 평범하지 않다.

둘은 마치 세상에 단둘뿐인 듯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두 소녀가 숨기고 있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수키의 책임감에... 어린 델라의 용기에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마약에 중독되어 있었고 둘을 보호해 주거나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두 사람이 왜 그렇게 서로를 찾으며 서로에게 의지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을 지켜줄 사람이 없을 때 얼마나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나쁜 놈들에게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는지를 작가는 두 자매 수키와 델라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수키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린 나이에 성폭력에 노출되면 자신의 탓으로 여기거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숨기려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작가는 델라처럼 용기를 내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말하고 있고 그런 피해 사실을 들은 어른들은 아이 말을 의심하기 보다 무조건 귀를 기울여 관심 있게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알게 모르게 자행되고 있는 성폭력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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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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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나올 수 없는 곳에 갇혀 하나둘씩 사람들은 죽어 나가고 끝내 범인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는...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다음엔 누가 죽을 것인지를 예측하는 스릴과 함께 과연 어떤 반전이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고양시키는 이른바 밀실 살인

이런 포맷에 맞춰 유명해진 작품이 몇몇 있지만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결말에서 보여준 반전이 짜릿했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유키 하루오의 방주였다.

특히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한없이 올려놓았고 그런 작가의 신작인 이 책 십계에 대해 읽기도 전에 이번에 또 어떤 강렬한 반전이 있을지 궁금하게 했다.

방주에서는 무대가 고립된 산이었다면 이번엔 섬이다.

형이 남겨준 무인도를 팔아보고자 딸과 부동산 개발업자와 건축소 사람들과 함께 간 섬에는 누군가가 이미 살고 있었던 흔적이 있었지만 예사로 여겼다.

하지만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일행 중 한 사람이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범인으로부터 협박과 함께 반드시 지켜야 할 십계명이 도착했다.

범인을 찾으면 섬을 폭파시켜 모두가 죽는다는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경고와 함께!!!

역시 고립된 곳이지만 작가는 이번 작품에선 기존의 클로즈드 서클과는 다른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의 작품들 속 밀실은 그야말로 외부와의 모든 연락이 차단된 채 그 안에서 범인과의 대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 게임이었다고 한다면 십계에서는 이런 규칙을 모두 무시했다.

전화 와 통신이 가능할 뿐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원하는 대로 배를 불러 이 섬을 탈출할 수 있게 한 것

통상적으로 쓰는 모든 제약을 풀고도 사람들의 발을 묶을 수 있다는...그야말로 엄청난 자신감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는 기존의 밀실과 달리 등장인물들 스스로가 선택한 고립일 뿐 아니라 범인을 색출하는 게 아닌 절대로 범임을 찾아선 안된다는 생각지도 못한 명령이 떨어진다.

그야말로 손발을 모두 묶은 채 그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놓고 하나둘씩 사람들은 죽어나간다.

그렇다면 범인의 의도는 뭘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때 이른바 희생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면서 살인자에게 살인의 정당성을 부여해버려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려버린다.

이쯤 되면 과연 누가 진짜 범인일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어쩌면 작가가 노린 게 이거였을지도...

길지 않은 분량이라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방주 같은 강력한 반전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쉽지만... 강약 조절을 잘하고 사람들의 허점을 찌르는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임은 분명하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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