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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방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평점 :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그 여덟 번째 작품은 미스터리 작품에서 흔히 쓰이는 밀실 트릭이 나온다.
그래서 작품명도 잠긴 방
이전 작품에서 가슴에 총격을 받고 오랜 시간 휴식기간을 가졌던 마르틴 베크가 돌아온 날... 동료들은 은행강도 사건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고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콜베리는 그에게 재밌는 과제를 던져준다.
은퇴한 창고지기가 자신의 집안에서 숨진 사건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이 몇 겹으로 잠겨 있었던 데다 창문마저 닫혀 있었다는 이유로 자살 사건으로 종료했지만 부검 결과는 반대의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닫으면서 베크는 밀실에서 어떻게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피해자 주변을 조사하고 탐문하기 시작하지만 처음부터 피해자의 시신이 너무 늦게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단순 사고 사나 자살로 처리하는 바람에 증거 다운 증거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 베크와 달리 동료들이 맡은 은행강도 사건은 처음부터 강력한 용의자가 존재했지만 문제는 철통같은 알리 바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진두지휘하는 검사를 비롯해 모든 경찰들은 연쇄은행강도 사건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이번에도 경찰들은 여지없이 헛발질을 하기 예삿일뿐 아니라 목격자들마저 터무니없는 증언으로 경찰들의 활동을 방해한다.
단순해 보이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경찰들이 하는 행동은 지금의 시선으로 보자면 터무니없는 일 투성이지만 당시 사회에서 경찰들의 위상이나 처지를 본다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사회 부적응자나 제대로 된 회사에 취직을 못해 빌빌거리는 사람조차 경찰이 되는 걸 꺼려 했을 정도로 온갖 오합지졸들이 모인 곳이 바로 당시 스웨덴의 경찰이었고 그들이 하는 일이란 게 그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화풀이를 하거나 자신들의 무능을 숨기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기 예사일 뿐...
점점 더 하향 평준화되어가는 경찰 조직을 바라보는 마르틴 베크는 그래서 점점 더 우울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사건이 하나둘씩 단서가 나와 사건 해결에 가까워질수록 서로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는 잠긴 방에선 범인을 찾는 과정과는 별개로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지 그 비참한 참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제는 익숙해진 단어 고독사...
서로 돌봐줄 사람도 없고 관심 가져줄 사람도 없고 연락할 사람조차 없이 고립된 방에서 죽은 지 수개월이 지나서야 이변을 눈치챈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는 죽음은 현대인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만한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작가들은 이미 1970년대에 이런 죽음이 많아질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완벽한 복지국가로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나라들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고 있는 잠긴 방
이번 편에선 무엇보다 늘 냉소적이면서도 동료와의 관계를 비롯해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쳐 다소 무기력해 보이기까지 한 그 마르틴 베크조차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면서 이제까지의 어둡고 무기력했던 모습을 벗어나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심지어 웃음을 보이는 걸 보면서 사람은 혼자 살아서는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깊은 통찰을 보여준 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