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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풍전 : 권위를 깨트리다 ㅣ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12
신자은 지음, 황인원 정보글, 임미란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8월
평점 :
우리에게도 익숙한 조선시대의 남녀차별은 지금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는 상당히 제약이 심해서 누구보다도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제대로된 정당한 평가를 받을수 없었던 시대적 상황에 괴로워했던 여자들이 많았다.
홍길동전으로 알려진 허균의 누이였지만 당시의 사회적제약으로 제대로 꿈도 펼쳐보지못했던 허난설헌을 필두로 남자들보다 더 멋진 글솜씨와 그림솜씨를 가졌던 기생 황진이와 신사임당 역시 그 당시에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못했던 인물이다.
그런 시대적 배경을 가졌음에도 이렇게 남성중심의 사회를 통렬히 풍자하고 남성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할수 있었던 건 아마도 조선후기 그 당시에는 상당히 용기있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춘풍전은 고전소설로는 가장 말기에 쓰여졌다고 한다.
그래서 신소설과의 연결점에서 다리역활을 하는..문학적으로 상당히 의의가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가 눈길을 끈다.
나로선 그런 배경까지는 몰랐지만 작품 내용이 상당히 재미있고 해학적일뿐만 아니라 마당놀이의 단골소재로 쓰여지고 있어 내용은 제법 친숙하게 다가왔다.
한양의 부잣짓 외아들로 태어나 금지옥엽으로 자란 이춘풍은..
부모님이 돌아가신지 불과 얼마 안되어 그 많던 재산을 술과 여자 그리고 도박으로 다 탕진하고 굶어죽기직전까지 가서야 아내에게 각서를 쓰고 겨우 정신을 차린다.
아내가 삯바느질한것으로 무위도식하며 보내던 춘풍은 또다시 바람이 들어 평양으로 장사하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집문서를 담보로 나라에서 돈을 빌려 호기롭게 떠나지만 평양 제일의 기생인 추월이에게 빠져 전재산을 탕진하고 그 집 머슴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전해들은 춘풍의 부인은 치를 떨며 재산을 되찾고 추월에게 앙갚음 하기로 작정하는데...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평생을 일같은 일은 안하고 그저 먹고 쓰는 일만 하던 이 춘풍을 허세와 위선으로 가득찬 가부장적 남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설명하고 있다.
그 많던 재산을 하루아침에 날리고도 아내에게는 큰소릴 치고 멱살잡이까지 하는 인물이지만 추월이에게는 한없이 어리석고 약한 한량일뿐..
당시의 흔한 남성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화에 서툰 인물을 대변하는 역활을 한단다.
그런 이 춘풍과 대조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삯바느질로 모은돈을 적절히 활용해서 재산을 불려나가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나락으로 떨어진 남편을 구하는..이춘풍의 아내는 이름조차 나오지않는다는것은 좀 씁슬하다.
이런점만 봐도 당시의 조선이 얼마나 남녀차별이 심했고 여자에겐 더 엄했던 사회인지를 알수있다.
사고만 치고 이리저리 이용만 당하고 어수룩하고 시대의 흐름조차 읽어내지못하는 이춘풍은 그저 그 당시에 남자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여자보다 한수 위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걸 보면 그때가 아닌 지금의 시대에 여자로 태어난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당시의 생활상이나 기생들의 생활모습과 같이 책속 내용과 연계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렇게 그림이나 해설을 통해서 좀 더 책을 재미있게 읽을수 있도록 가이드 해 주고 있다.
아내에게만 큰소리치는 못난 남편 이춘풍과 그런 지아비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아내이야기는 조선시대의 서민들의 생활상이나 풍습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책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고전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수 있을것 같아 부모로서 반가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