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비탈의 식인나무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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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도시는 개발이라는 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마을에는 그 마을을 지켜준다는 커다란 고목이 있기 마련이다.

그 고목들은 수령이 오래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마을을 지켜준다는 미신과도 같은 믿음이 믿겨질 만큼 크고 든든한 나무가 대다수인데

그래서인지 그 오래 지켜 온 세월만큼 사연 또한 많았다.

내가 살던곳에도 이런 오래된 나무가 있었는데..그 나무에 목 메달아 죽은 사람도 몇명인가 되고 그 크기가 크다보니 한 낮에도 나무아래에는 빛이 제대로 들지않아 그 아래는 서늘함마저 느껴질 정도 였고 그러한 점이 은근히 아이들에겐 두려움과 더불어 이상하게 매력을 가지게 하는 존재였다. 왠지 모를 두려움과 경원감마저 느껴지는 존재이자 마을의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

시마다 소지의 이 책 `어둠 비탈의 식인 나무`도 그런 이야기이다.

책 내용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괴함과 그로데스크함은 마치 마신유희와 점성술 살인사건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사람들의 입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사실이라 믿기에는 너무나 기괴하고 무서운 이야기지만 거짓이라고 단정짓기엔 어느 정도 사실이 바탕이 된 이야기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포와 두려움을 주기엔 충분하고 시마다 소지는 그런 점을 잘 이용해서 멋진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이 한참이던 1941년 사람들에게서 늘 두려움과 공포를 안겨주던 어둠비탈위의 녹나무에서 한 여자아이가 처참하게 찢겨진 사체로 발견되고 사람들은 마치 그 녹나무가 그 아이를 잡아 먹은것처럼 느껴지지만 당시의 상황은 사건을 수사하기에 편안치않은 시대라 그렇게 묻힌다.그리고 그 나무가 있던 곳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인이 바뀌고 그곳은 이제 스코틀랜드에서 온 신사인 제임스 페인과 그의 일본인 아내와 함께 외국인 학교가 들어서게 되지만 이렇게 평화롭던 것도 잠깐 페인조차 이곳을 버려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만다.그리고 그곳을 빌라로 만들어 그의 자식들이 살아가고 있던 즈음 태풍이 요코하마를 강타한 그날밤장남인 후지나미 스구루가 원래 있던 지붕위의 풍향계인 닭은 치워버리고 그곳에 죽은 채 앉아 있는 기괴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우연히 그 남자 스구루의 연인과 선을 보게 되었던 우리의 이시오카의 말을 듣고 당장에 이 괴상한 사건에 발을 디디게 된 미타라이 기요시는 그 남자 스구루의 식구들을 만나보고 사람들이 경외시하는 두려움의 존재인 어둠 비탈의 녹나무를 보게 된다.

이 수상하기 그지없는 사건을 수사하던 미타라이는 고향으로 떠난 페인이라는 남자의 수상한 취미와 그의 발자취를 궁금해하다 그의 책속에 살인을 의심케하는 수상한 글귀를 발견... 그의 고향인 스코틀랜드까지 가게 되고 그곳에서 페인이 만들었다는  수상하기 그지없는 `거인의 방`을 찾아가지만 처음 추측과 달리 그곳에는 죽은 소녀의 사체가 발견되지않고 그들이 떠나있는 동안 이곳 일본의 후지나미가에선 또 다시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이야기전반이 어둡고 침울하기 그지없는 분위기에다 사건의 기괴함과 그로데스크함은 읽으면서 계속 몸서리치게 만든다.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을 하나의 조각품처럼 자신의 의지로 새롭게 창조한다는 점에선 점성술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마을 전체를 마치 위에서 누르듯이 지켜보고 있는...죽은 사람의 피를 먹고 수천년을 살았다고 믿어온 노목인 녹나무의 존재는 마신유희같이 믿고 싶지않지만 나도 모르게 그 존재를 인정케하는 박진감이 있다.

그런 믿기 힘들지만 어느새 인정하게 하는 존재인 녹나무가 이 글속에서 끼치는 영향은 참으로 지대하다.

읽는 사람들도 정말 사람들 말처럼 그 나무가 스스로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나무같이 느껴질 정도로...

사람들에게 전설처럼 전해져 온 사건의 시작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게도 작은 진실을 숨기기 위해서였다는 걸 보면 무섭다거나 두렵다고 생각되어왔던 사건의 진실이란 어쩌면 이렇듯 별 거 아닌것에서 시작하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은 진실이 자신들의 의지와 입맛에 따라 변하고 변질되서 종래에는 그 처음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조차 잊어버린채 그 변질된 모습이 진실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되는... 그리고 그런 상황을 남들과 다른 심미안과 뒤틀린 마음으로 교묘하게 파고들어 이용하는 뒤틀린 욕망을 가진자의 어둡고 참담하기 그지없는 이야기...

괴담이란 이렇듯 사람들 스스로는 인정하고 싶어하지않지만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두려움과 공포라는 놈이 작은 일을 계기로 실체가 되어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범인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이 참으로 순식간에 읽혀지지만..그리고 대체로 범인이 누구임을 알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야기가 갖는 힘은 줄어들기는 커녕 읽어내려갈수록 공포가 더 커지고 그래서 이 사건의 범인은 이 사람입니다...하는 뻔한 결말이 아닌게 더 맘에 든다.

읽을수록 미타리이의 쿨함과 도대체가 겁이 없고 당황하는 일이 없는 이 박학다식한 탐정이 당황하거나 화를 내고 혹은 범죄자의 덫에 빠질때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덩달아 곁에 있는 왓슨같은 존재인 이시오카의 폄범함이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면서 이 두 콤비의 다음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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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홍수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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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을 표현하는것에 좀 인색하고 강렬하가다기보다 마치 흐린듯 스며드는 수채화같은 사랑을 주로 이야기하는 홍수연 작가의 `눈꽃`이 이번에 새롭게 개정되어 나왔다.

눈꽃을 이야기하자면 그녀의 대표작들인 `정우`와`불꽃` `바람`을 빼놓고 이야기할순 없다.

많은 작품을 쓰건 아니지만 그녀의 작품엔 그녀만의 색깔과 빛깔이 존재한다.

너무 지나치게 뜨겁지도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지만 그녀 특유의 문체와 글의 전개 그리고 주인공들은 강렬한 빨강보다는 왠지 회색빛 블루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아마도 그녀는 아주 열렬히 지지하거나 아니면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하는것 같다.

 

 

눈내리는 크리스마스의 새벽

잠시 보고싶다며 나와달라는 문자 한통으로 그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마음에 맨발로 슬리퍼를 신고 달려 나와 응답하는 그녀 서영

에이드리언 금융그룹을 이끌 차세대 리더이자 행장후보인 제이어드는 원하는것은 못할게 없고 가지고자 하는것은 거침없이 소유할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그래서인지 이제껏 별다른 욕심을 부려 본적이 없다.

오로지 그녀...어릴적부터 눈에 담아왔지만 너무나 소중하여 누구에게도 표현하지도 자랑하지도 못햇던 어린연인인 서영만이 그가 원하는 유일한 소원이지만 비극으로 끝난 아버지의 사랑때문에 그녀를 잡을수가 없다.

어느순간부터 그가 들어왔지만..언니가 사랑했던 연인임을 알기에 욕심을 부리지않고 그저 바라만 보리라 결심했지만 더 이상 숨길수가 없어 아파하고 갈등하는 그녀 서영

이렇게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사랑하지만 서로가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행복을 누리는것도 잠깐...결국 숨겨왔던 그들의 사랑이 발각되고 그녀 서영은 그를 위해 떠나기로 하는데...

 

오래전에 읽었을때의 나의 감상은 `재미는 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였다.

특히 모든것을 가진듯한 한 남자 제이어드의 행동이 결단력있고 카리스마 있는 기존의 남주처럼 느껴지지 않는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는데...그렇게 사랑한다면 그가 가진 모든것으로 사랑을 쟁취하고 지켜면 되지않나? 하는 의문과 함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소극적인 태도가 아주 불만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그런부분에선 확 달라진것은 아닌데..그럼에도 그녀를 너무나 간절히 사랑하여 그녀 주변을 맴돌고 그녀를 지켜보고 그녀의 안부가 궁금하여 언니 민영에게 지나치듯이 그녀의 안부를 묻는 그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때와 달리 책을 읽는 내가 변한 것이 이유겠지

사랑에는 소유하는것만이 다 가 아님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수 있을것 같다.

그저 그 사람이 웃으며 행복하길 바라고 바라만 볼수 있어도 좋을것 같은...아마도 제이어드 역시 처음에는 이런 마음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서영 역시 자신을 바라본다는걸 알지 못했다면 결혼을 앞둔 그녀에게 ...눈내리는 새벽에 달려가 보고싶다고 말하지도 않았으리라... 첫 장면이자 이 장면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것 같다.

두근거리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한것이..마치 첫사랑을 했을때의 그 설레임과 가슴떨림이 생각나는 장면이자 책을 읽어가다보면 제이어드의 간절함을 알게 될때마다 그 첫장면이 떠오른다. 

대사보다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상 그리고 분위기 위주의 글이기에 읽으면서 참 잔잔하고 제이어드의 간절한 마음이 마치 나레이션처럼 그려질때마다 내가 서영이 된것처럼..그가 나에게 고백하는것처럼 가슴 한켠이 짜릿찌릿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정우와 바람을 새로 꺼내 읽어봐야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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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도둑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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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를 들여다보면 미술에 국외한인 나같은 사람도 알수 있는게 있다.

서양미술에서 가장 빈번하고 중요한 소재로 애용되고 있는것이 신화와 성경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는 그저 심술궂은 신들이 장난삼아 인간이나 요정을 상대로 마치 게임을 하는것처럼 짓궂은 장난을 하고

그들에게는 단순 오락거리인 장난이 인간이나 요정의 운명을 바꾸거나 심지어는 죽음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그린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서양에서 신화는 제법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것 같다.

인간의 내재된 욕망이나 정신학적인 관점에서 비추어볼때도 자주 이용되는것이 바로 이 신화나 신화속 인물의 이야기인걸 보면...

엘리자베스 코스토바라는 작가는 다소 생소한 작가다.

물론 내가 선호하거나 즐겨 읽는 장르의 작가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이 책 `백조도둑`외에 드라큘라와 동유럽역사를 배경으로 한 팩션 스릴러 `히스토리언` 단 두권을 집필한 작가이기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히스토리언 조차도 10년의 시간으로 거쳐 완성된 작품이라니...그녀가 하나의 작품에 쏟는 열정과 애정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 `백조도둑 `역시 읽어보면 많은 자료와 조사를 통해 미술사에 대한 이해를 담고 쓴 작품이란걸 알수 있다.

 

정신과 의사 말로우에게 저명한 화가인 로버트 올리버가 인계된것은 친구이자 또 다른 정신과 의사의 추천때문이었다.

성공한 화가인 로버트 올리버가 갤러리에서 한 그림을 칼로 공격할려다 실패를 했고 곧바로 정신과적 진단을 받았지만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왜 그림을 공격했는지 이유는 커녕 말 문 조차 열지를 않고 거부하며 오로지 한 여자만 줄기차게 그려대고 있다.

말로우 역시 그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있었기에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만 그는 첫날을 제외하고 그에게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고 답답해하던 말로우는 그와 몇년간 살았던 그의 전처를 직접 만나보기로 한다.

전처인 케이트는 그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그에게는 그녀가 다가가기 어려운 영역이 있었고 그들의 결혼생활을 유지하기힘들게 한 가장 큰 원인이 또 다른 여자의 존재였다는걸 알게 된다.그리고 그녀가 바로 로버트가 정신병원에서  계속 그리고 있던 여자라는것도 알게 되지만..더 이상의 정보는 알기 힘들다.

단지 케이트가 알고 있던 그녀의 이름이 메리라는 사실만 알게 됐을뿐...또 다시 메리라는 여자를 찾아 나선 말로우는 결국 메리 역시 그림속의 그녀가 아니라는 사실만 알게 되었을뿐 그림속의 여자에 대한 궁금증은 깊어가는데...

 

책속에는 두가지 중요한 소품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레다`를 그린 그림

스파르타왕의 아내였으나 신들의 제왕이었던 제우스가 반해 그녀에게 백조의 모습으로 접근을 했다는 신화속의 인물이기도 하고 그녀가 결국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알을 낳고 그 알에서 나온 사람중 하나가 그 유명한...트로이전쟁을 일으키게 한 헬렌이었단다.그래서인지 그림속의 백조의 모습과 그녀 레다의 모습은 상당히 에로틱하고 은밀하게 느껴진다.마치 뭔가 또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는것처럼..

또 다른 중요 소품이 바로 오래전 1890년대에 쓰여진...프랑스어로 된 편지다.

편지의 내용은 처음엔 친척간의 안부 편지로 보였지만 읽어가다보면 그 편지가 단순히 안부편지가 아닌..너무나 절절하고 금지된 사랑이라 더 애달픈 연애편지였다는걸 알게 된다.또한 편지속 주인공들 역시 로버트 처럼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자 당시에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힘들었던 여성화가 베아트리스 드 클레르발임을 알게 되는데 그녀가 불타는듯한 사랑에 빠진 남자 역시 화가이며 당대에 제법 이름이 알려진 화가였다는걸 알게 된다.

이렇게 얼핏 연관이 없어 보였던 19세기 편지속 주인공들과 로버트와는 같은 화가라는 연결점이 생긴다.

그리고 그 편지의 내용과 레다의 그림과의 연관성은 교묘해서 독자가 정신과 의사 말로우가 되어서 그의 조사를 따라 끝까지 읽어가야만 알수 있을 정도로 교묘하게 감줘져있다.

이 모든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로버트 올리버이지만 로버트 본인의 입으로 사건의 진실과 이유를 밝히지않고 오로지 그가 거쳐갔던...그를 사랑하고 너무나 흠모했지만 결국 그를 가질수 없었던 여인들과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정신과 의사 말로우를 통해서만 그가 왜 그런일을 했는지..그가 그렇게 사랑하고 오로지 그녀만을 그릴수밖에 없는 광기에 시달리게 됐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을 공격한 단순한 사건 하나로  모든 이야기를 풀어나가야했기에 중간부분부터 긴장감이 떨어지고 늘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의외였던 건 그가 그런 광기를 내비칠수밖에 없었던 이유...그리고 빛나던 재능을 가진 베이트리스가 결국에는 그림을 절필하게 된 원인...19세기 당시 파리의 화가들의 모습과 생활상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그림속에 숨겨진 진실찾기라는 설정보다는 성공한 그가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그 결과의 의외성은  다소 힘빠지게 할수도 있었지만 그림에 대한 묘사와 터칫감이 생생하게 묘사된 표현은 상당히 디테일해서 솔직히 작품속의 그림을 한번 눈앞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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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미야 기획 사무소 니노미야 시리즈
구로카와 히로유키 지음, 민경욱 옮김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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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 구로카와 히로유키

그는 이번 2014년에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이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다섯차례나 후보에 올랐었고 이번에 수상작이 된` 파문`의 시초이자 시리즈의 첫번째 이이기가 바로 `역병신` 즉 이 책인 `니노미야 기획사무소`이다.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점에서 뚝심있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밀어부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에게 찬사를 보내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야쿠자가 등장하는 소설이기에 글 중간중간 폭력이 난무하고 거친 남자들의 세계가 펼쳐지지만...그럼에도 그다지 잔인하거나 나폭하게 느껴지지않는것은 작가의 필체가 덤덤하고 별다른 감정을 싣지않아서인지 혹은 상당히 빠르고 스피디하게 전계가 되어 감정 전이를 한 틈이 없는건지는 모르겠지만...가독성이 상당히 좋고 몰입감도 좋은 책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인 미키와 단 둘이서 건설현장과 관련된 야쿠자 조직을 중개하는 일 인 `사바키`를 주로 하고 있는 건설 컨설턴트 니노미야...이 일을 하기전 아버지의 사업인 건설 해체업을 하다 말아먹은 경험이 있지만 그때 알앗던 사람의 소개로 새로운 일거리인 고바타케총업의 일을 새로 맡는다.가끔씩 즐기던 도박빚도 좀 있고 그다지 돈에 욕심이 많지않은 그지만 이번일엔 500만엔이라는 상당히 좋은 보수가 걸려있어 고바타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미시와타니에 폐기물 처리장을 만들기 위한 허가문제를 대리해서 갑자기 맘이 변해 동의서를 주지않는 하시모토를 찾아가지만 일은 뜻대로 되지않을뿐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미행을 당하고 어처구니없게도 폭행까지 당하는 상황이 되고 자신이 맡겻던 사바키 일로 얼굴만 조금 알던... 야쿠자이지만 야쿠자로 보이길 거부하는 괴짜 구와바라의 도움을 받게 된다.

니노미야로부터 사연을 듣고 돈이 된다는걸 알게 된 구와바라는 적극적으로 이 일에 개입해서 그의 의견은 무시한 채 마치 파트너처럼 행세하며 따라다니지만 애초에 돈이 안되는 일엔 관심도 의리도 없는 야쿠자인 그에게 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위기 상황에 놓인 니노미야는 자신에게 일을 의뢰한 고바타케를 찾지만 그는 행방이 묘연하고 그가 천신만고끝에 손에 넣은 동의서와 신청서를 손에 넣으려는 서로 다른 계파의 야쿠자 조직들은 그를 쫏아 턱밑까지 오는데다 파트너처럼 행동하던 구와바라 역시 그에게 맡겨놓은것처럼 아직 받지도 못한 성공보수의 이익금을 요구하는데...

 

범죄조직인 야쿠자와 건설업과의 유착관계가 상당히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주인공인 니노미야는 야쿠자도 아니면서 야쿠자와 건설업자간에 중간 다리 역활을 하면서 커미션을 먹는 일인 사바키를 하지만 얼핏보면 힘도 없고 싸움도 못하고 늘 상 두들려 맞는 약한 캐릭터로 보이는데 한번 맡은 일엔 우직하고 끈기있고 뚝심있게 오로지 한 길만 가는 타입의 남자다운 남자다.

이런 미련할 정도의 우직스러움은 그가 조금만 머릴 굴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를 이용해 먹듯이 그도 그들을 이용하거나 배신을 했다면 500만엔이 아니라 그 몇배나 되는 돈을 손에 놓을수 있을 뿐 아니라 그가 한 고생을 생각하면 당연히 요구할수 있을 건데도 불구하고 처음 계약했던 그대로 오직 그대로만을 요구하는 모습은 책을 읽으면서도 이 사람 바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없게 느껴지지만 끝까지 그의 곁에서 그를 부려먹던 야쿠자인 구와바라조차도 그에게 조금 마음을 연 것처럼 그런 우직스러움이 그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하면...나름 귀여운 면도 있는것같다.

그런 그의 성격이 그가 한 모든 고초과 고생을 자처한 거라면 이와 반대되는 캐릭터인 구와바라는 야쿠자로 보이는걸 죽어라 싫어하고 폼나게 돈쓰고 이쁜 여자를 갖고 싶어 야쿠자를 한다고 할 정도로 뼛속 깊이 야쿠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냉정하게 보이는듯 하지만 걸죽한 사투리와 말보다 빠른 행동과 주먹으로 니노미야 옆에서 그를 몇번이나 위기로부터 구해준다.이렇게  묘하게 다른듯 닮아 보이는 두 사람의 공통점은 가는곳마다 사건사고가 터지고 뭐든 시작하면 끝까지 간다는 점

그래서 안어울리는 것 같이 보이지만 둘은 쿵짝이 맞는 천상 파트너이다.

생활하면서 배출하는 모든 쓰레기 문제는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게 없기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에서 폐기장 처리장을 둘러싼 건설사와 야쿠자 그리고 지역의원들 사이의 커다란 커넥션을 보면 그야말로 온갖 음모와 술수가 판치는 복마전과 같은 양상을 보이는데 이 모든 일에 커다른 이권이 달려있고 돈이 된다면 뭐든 하는 기업의 모습은 우리가 경멸하는 야쿠자들과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오로지 혼자만의 몸으로 맹활약하는 니노미야의 모습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것 같이 보이지만 개인이 홀로 거대기업을 상대한다는것이 어떤건지 알기에 그가 순수하게 사회정의구현을 위해 싸운게 아님을 알면서도 그의 무모함에 나도 모르게 동질감이 생기고 그가 그들에게 시원하게 한방을 날려줬으면 하는 맘이 생기게 한다.

그가 일련의 소설속 주인공처럼 의리로 혹은 불타는 사명감이나 정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선게 아닌 그조차도 돈을 위해서 움직인 속물이라는것이 이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보통의 캐릭터였다거나 중간에 갑자기 사회정의를 위해서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변절되거나 했다면 오히려 실망했을듯하다.적당히 속물스럽고 적당히 유약하고 겁도 많지만 그럼에도 한번 한 약속은 끈기있게 지키는 사람 니노미야...다음 이야기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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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변주곡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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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때의 그 반짝거림이나 다른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타인에의 연민,혹은 삶의 무게를 드러내는 감성을 잘 드러내는 글이 바로 에세이라는 장르가 아닐지..

그래서 이런 에세이는 젊었을때보다 오히려 나이들면서 더 공감이 가고 가슴에 와닿는것 같다.

젊었을때는 자신의 젊음에 취해 혹은 스스로의 감정에 취해 주변을 돌아볼 이유도 여유도 없었기에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조금씩 상처를 받아 그 상처에 내성이 생기고 자신에게서도 조금은 관대해졌을때에야 비로서 다른 사람의 감정에 동조가 되고 공감이 되는것 같다.

그런탓인지 부쩍 감상적이 됨을 느낀다.

예전에 즐겁게 듣던 음악에서 문득 슬픔을 느끼고 덤덤하게 표현한 글에서 찌르르 가슴에 와닿기도 하고...모두 웃는 장면에서 주인공의 심정이 와닿아 혼자서만 찔끔 눈물 흘리기도 한다.

이 책 `반짝 반작 변주곡`이 그러한것 같다.

이쁘기도 하고 찌르르 하기도 하고 맞아맞아 공감하기도 하고...

황경신의 감성에세이는 처음 접했는데..글귀 글귀가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많다.

물론 공감이 안되는 부분도 있고 그냥 읽어간 부분도 있지만...특히 지나간 사랑에 대한 글은 무척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많은것 같다.

 

이 책은 순서부터 다소 특이하다.

ㄱ,ㄴ,ㄷ 과 같은 자음순서로 되어있고 글의 내용은 그때그때 느낀것에 따라 적은듯 뚜렷한 특징은 없다.

사랑,이별,사물,사람,이야기등 살아가면서 무언가 느꼈던 그 감정 그대로 적어내려간것 같은데 묘하게 와닿는 부분이 많다.

특별한 미사여구나 꾸밈말이 들어간것도 아니고..시같이 정제된듯한 언어도 아니지만 마치 곁에서 조근조근 들려주는 듯한 목소리처럼 느껴지는데..단숨에 읽어내려갈 책은 아닌것 같다.

몇날 며칠을 두고 읽고 또 한번 들쳐내어 읽고 생각날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으면 되는..그래서 반드시 다 읽어야한다는 부담이 없는 책이 아닐지?

특히 변질되어 버린 사랑에 대한 글이나,이별후의 감정과도 같은 글들은...젊었을때는 몰랐던 느낌이기에 더 마음에 닿는다.

 이 글귀는 젊은 날의 날 돌아보게 한다.

과연 정말 끝까지 가보기는 했던가?

이별을 위한 변명같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같기도 한 이 글은 짧지만 와닿는다.

오히려 치열하게 사랑하고 살았을때는 몰랐던 치졸한 변명과도 같은 글

칼을 든 남자와 같은 글은 마치 눈앞에서 요리하는 남자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칼로 썰고 음악을 들으며 뚝딱뚝딱 뭔가를 만드는 남자의 모습은 어딘지 하루키를 생각나게 한다.

아무도 그녀를 모른다는 기쁠때나 슬플때 혹은 성공하고 있을때나 절망할때 어느순간이든 그것이 설사 피를 나눈 가족이든 심지어는 본인 스스로조차 자신에 대해서는 다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중에라도 그녀의 모든것을 완벽하게 이해해주던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었다면 너무나 행복할것 같다는 글은 여자라면 다 마음속으로 꿈구는 로망과도 같은 이야기다

사람이 그 사람을 완전하게 이해하는건...어쩌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지..그럼에도 그렇다는 점을 인정하면 너무나 삭막하고 쓸쓸하다.

그래서 그녀가 마치 다른 여자의 이야기인듯 써내려간 글이 더 와닿는다.

 

ㄱ에서 ㅎ까지 101가지 이야기에는 위로의 글도 공감의 글도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의 글도 있다.

그래서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고 찡 하며 와닿기도 하고 즐겁게 이야기속으로 빨려들기도 하지만 무겁지도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다.

그저 자연스럽게 느껴질뿐....

에세이의 특징을 제대로 살린 글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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