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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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져 많은 사람이 고통받으면 받을수록 그 속에서 더 고통받는 사람은 언제나 약자에 속하는 아이들과 여자들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각종 뉴스나 매체를 통해 아동학대나 아이 혼자 남겨둘 수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죽인 후 자살을 하는 끔찍한 뉴스가 빈번하게 들린다.

아이들을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어른들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이 그런 아이들이었다.

다마가와 시는 반짝거리는 도시의 이면 즉 그림자 같은 도시였다.

유흥업소가 밀집해있고 하루 벌어먹고사는 노동자들이나 외국에서 돈을 벌러 온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이어서 법의 보호를 받기 보다 폭력단체가 기생하기 좋은 환경이었고 폭력이 일상인 곳이었다.

이런 곳인 다마가와 시를 배경으로 세 가지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전망탑의 라푼젤은 예쁜 그림 같은 표지와 사랑스러운 동화 속 주인공의 이름을 따온 것과 별개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그 대비가 더욱 끔찍하게 느껴지지만 책 속에 펼쳐지는 가족 내의 폭력과 퇴락해가는 도시의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온갖 범죄가 소설 속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읽는 내내 무력감을 느끼게 했다.

다마가와 시의 가정상담소에서 벌써 몇 년째 근무하는 유이치와 시에서 운영하는 아동가정지원센터의 시호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온갖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에 특히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가 4명이나 있으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않고 술만 마시면 폭군으로 변해 가족들을 괴롭히는 남자... 그리고 그런 집의 둘째 아이 소타가 바로 그 대상이었다.

소타가 부모에게 학대받는 것 같다는 이웃의 신고로 유이치와 시호가 아이를 만나보지만 여섯 살의 어린 나이로 거리를 방황하고 몸에 분명한 상처가 있음에도 말하려 하지 않는 소타로 인해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또 다른 위기의 아이는 아직 미성년이지만 가정이 해체되고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동안 친오빠로부터 오랫동안 성적 폭력에 노출된 전력이 있는 나기사와 그런 그녀의 곁에서 함께 있으며 돈을 벌어 이곳 다마가와 시를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필리피노 카이

서로의 아픔 즉 누군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떠돌던 두 사람은 서로 함께 하면서 위로가 되고 어두운 앞날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꿈꾸게 된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눈에 밤거리를 헤매는 굶주린 듯한 어린아이가 눈에 들어오고 그 아이에게 하레라는 이름을 붙여준 후 보살펴준다.

세 번째는 둘과 조금 다른 케이스다.

위의 두 케이스는 아직 어려서 부모의 보호와 양육이 필요한 시점인데도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가정 내에서 더 괴롭힘을 당해 어디에도 의지할 수 없는 반면 세 번째는 아이를 절실히 원하지만 어떤 노력을 해도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일상이 무너지는 한 부부의 이야기다.

그녀는 매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의 현장이 괴롭지만 자신이 눈을 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그토록 원하는 아이를 가졌으면서 내내 제대로 된 양육은커녕 폭력을 일삼는 부부를 보면서 세상의 불공평함에 더욱 분노하지만 지켜보는 것 외엔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이야기 속 아이들이 처한 상황은 차마 눈뜨고 보기 쉽지 않을 정도로 극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은 자신들을 괴롭히는 부모에게서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 부모라도 부모의 곁에 있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하레에게서도 소타에게서도 볼 수 있지만 나기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들이 손을 놓으면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겠지만 책 속에서 보이는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충성과 애착은 그것만으로도 가슴을 너무 아프게 했다.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노리는 어둠 속 세력들...

읽는 내내 알고 싶지 않고 직시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려놓아 불편했지만 그럼에도 도저히 구제할 길 없어 보이던 현실에 작가는 작은 희망을 그려놓았다.

그리고 접점이 없어 보였던 세 사람이 마침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부분에서 깜짝 놀라 앞부분을 다시 찾아보게 했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버렸다.

작가를 왜 미스터리의 여제라 칭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고 작가의 다른 작품 역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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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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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책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면?

그것도 마치 나만을 위한 책인 것처럼 책표지에 내 이름이 적혀있고 책 내용에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적어놓았다면 과연 나는 그 책이 말하는 걸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 마치 운명처럼 어떤 책을 손에 넣게 된 주인공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으며 이제까지의 자신과는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환상 가득한 모험과 미스터리가 섞인 이 책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는 책이 마치 말을 거는 것처럼 문장으로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각자 체험한 경험을 술이나 다른 음식에 녹여 다른 사람과 그 체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설정이 신선했다.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아 찾아봤더니 작가의 전작 `우연 제작자들` 역시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시작은 벤 이 우연히 산 책에서 자신에게 빨리 집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하는 문장을 읽으면서부터다.

현재 문밖에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초인종을 누르고 있지만 책은 절대로 문을 열어줘선 안될 뿐 만 아니라 밖에 있는 사람을 피해 달아나야 한다며 설득한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책은 마치 지금의 상황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이야기할 뿐 아니라 현재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걸 알고 벤은 책이 지시하는 대로 책과 오늘 갑자기 손에 들어온 위스키 한 병이 든 가방 하나만 가지고 집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가 찾아간 곳은 바 없는 바라는 오래된 술집이었고 그곳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술집이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체험을 사서 그걸 술에 녹여 그 체험을 원하는 사람에게 파는 미스터리한 곳이었다.

놀랍게도 벤 이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얻었던 위스키와 똑같은 걸 이곳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오스나트 역시 받았지만 그 위스키가 평범한 술이 아니라는 걸 눈치채기도 전에 누군가가 방을 뒤져 훔쳐 간 뒤였다.

알고 보니 그 위스키 병에 든 건 그냥 술이 아니라 누군가의 체험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고 체험한 걸 수집해서 술에 섞어 그 술을 마신 사람은 직접 해보지 않아도 그 체험을 자신이 겪은 것과 똑같은 걸 알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녹아있었다.

이렇게 체험을 하고 그 체험을 음식에 녹여 다른 사람에게 그 경험을 교환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경험자라 부른다.

특히 권력자나 돈을 가진 사람들 중 누군가는 이런 경험자에게서 신비한 이 기술을 돈을 주고 사길 원했고 은밀하면서도 대대적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음식으로 녹여놓은 걸 먹은 사람 역시 실제 경험하지 않아도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발상도 신선하지만 그런 경험으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까지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식의 발상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 읽으면서 감탄하게 된다.

내가 직접 하지 않은 경험이나 체험으로 뭘 할까 했었는데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유용할 뿐 아니라 나쁜 쪽으로 악용하면 엄청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음을 빌런인 스테판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평소 소심하고 자신감이 결여되어 사람과의 관계가 몹시 서툴러 늘 아웃사이더일 수밖에 없었던 벤은 이 기술을 통해 소심함이라는 껍질을 깨고 세상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주는 긍정적인 힘을 발휘했다면 이와 반대로 스테판이라는 인물은 누구보다 경험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이 신비로운 기술로 자신이 원하는 걸 뭐든 손에 놓을 수 있다는 걸 빨리 알아채고 재빨리 행동에 나서 부를 쌓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을 포함한 세상 모든 것을 혐오하고 있었기에 이 기술은 오히려 그의 악의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온다.

처음의 설명 부분이 쉽지 않았지만 그 부분을 넘어가고 위스키가 어떤 건지 알게 되고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지 그 능력에 대해 알게 되면서부터는 술술 넘어간다.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작가는 세상 모든 일에는 우연이라는 게 없을 뿐 아니라 누군가의 세심한 안배와 계획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 운명론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신선한 소재와 발상이 돋보였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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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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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와 한 집에서 산다면?

생각만 해도 섬뜩한 이 설정으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을 수상한 철수 삼촌은 어쩌면 뻔할 수 있는 전개를 좀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설정을 하고 있다.

일단 연쇄살인범인 줄 알면서도 한 집에서 살 수밖에 없는 불운한 사람의 직업이 형사라는 설정이다.

이런 설정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형사가 연쇄살인범에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들켜서 어쩔 수 없이 한 집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는 설정으로 연결해서 독자를 납득시키고 있다.

형사 생활 10년 차인 두일은 지금 한없이 돈에 쪼들리고 있었다.

형사라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게도 아내와 두 아이를 유학 보낸 후 말도 안 되는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런 이유로 여기저기 돈을 꿔 쓴 건 물론이고 급기야는 형사라는 직업으로선 해서 안될 일 즉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쓰고 채무 상환을 독촉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그는 사채업자에게 채무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뿐더러 그나마 이자까지 밀린 형편없는 채무자의 한 사람일 뿐인 존재였다.

아무런 대책 없어 보이는 두일은 그나마 형사로서의 커리어도 별 볼일 없어 돈벼락을 맞지 않고서는 이 난관을 뚫고 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가 엄청난 사고를 쳤다.

자신에게 채권 독촉을 하던 사채업자와 사고가 생겼고 아내와 자식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드러나선 안되기에 오래전 미해결 사건인 연쇄살인범의 흉내를 내서 위장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그의 위장에 속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에게 오히려 협박을 해 온다.

그가 한 짓을 다 알고 있으며 잠시 자신과 같이 살고 싶다는 연쇄살인범의 요구를 그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혼자 살고 있는 집에 연쇄살인범과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밤마다 어딘가로 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철수라는 연쇄살인범은 두일 몰래 그의 가족을 불러들이기까지 했다.

이제 자신뿐 아니라 자신의 가족까지 그의 손아귀에 걸려 있는 위급한 상황

두일은 어떻게 하면 이 위기에서 벗어나 가족을 보호할 수 있을지 몰라 전전긍긍하지만 의외로 철수는 두일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준다.

자신 역시 범죄자라 그런지 범인들의 심리나 범죄행동학 등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 지식으로 관내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조언을 해줘 형사 두일로 하여금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요리까지 하며 마치 한가족처럼 행동한다.

가족들 역시 철수를 삼촌이라 부르며 따르는 묘한 상황이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기묘한 동거를 할 수 없는 노릇이고 자칫하면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두고 볼 수만 없는 두일은 철수를 떨쳐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범죄자지만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철수와 그런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지은 죄를 들키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면서도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에는 묘하게 손발이 맞았던 두일과의 케미가 돋보였다.

가독성도 괜찮았고 영상으로 보면 더 재밌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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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의 거짓말
엘리자베스 케이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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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때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하지만 대부분의 거짓말은 누군가를 해하거나 나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다기보다는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서 혹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작은 거짓말을 큰 부담 없이 한다.

여기서 치명적인 거짓말은 의도를 가지고 악의적이고 계획적으로 하는 거짓말을 말하는 데 이 책 일곱 번의 거짓말에서 하는 거짓말은 과연 어느 쪽에 해당할까?

장르가 스릴러다 보니 사실 어떤 거짓말을 말하는 건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작은 거짓말로 시작해 종국에는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일곱 번의 거짓말은 거짓말을 하는 대상이 연인이 아니라는 건 의외였다.

대부분 이런 거짓말 즉 거짓말로 인해 점점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과정은 연인 관계나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한 거짓말에 관해 고백하면서 시작하고 내내 한 사람 즉 거짓말을 한 사람이 화자가 되어 왜 자신이 거짓말을 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과정의 전모를 들려주고 있다.

화자의 이름은 제인

그녀에게는 어린 시절 입학한 학교에서 혼자 떨어져 있는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 준 햇살 같은 존재 마니라는 절친이 있었다.

내내 같은 학교를 다니고 사회인이 된 후로 같이 방을 얻어 생활할 정도로 서로에게 절친이었던 두 사람이지만 둘 사이에도 보통의 미혼 친구들처럼 서서히 멀어지는 이유가 발생한다.

마니가 사귀고 있는 남자 찰스를... 그의 허세와 잘난척하는 오만함을 싫어하면서도 그와 잘 어울리냐는 마니의 질문에 진짜 마음을 숨기고 그렇다고 대답한 것... 그게 마니에게 한 첫 번째 거짓말이었고 어쩌면 그 첫 번째 대수롭지 않은 거짓말로 인해 끝내 두 사람 사이가 비극으로 치달았는 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다 제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날들을 보냈더라면 모든 관심과 초점을 친구인 마니에게 돌리지 않았을 것이고 이후의 사건들은 벌어지지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불행히도 제인은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와의 결혼은 짧은 행복으로 끝났다는 게 두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남편을 눈앞에서 잃고 고통스러워하다 어느 순간 자신의 곁에 늘 함께 있을 거라 믿었던 마니 역시 찰스로 인해 그렇게 자신의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녀로 하여금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더욱 집착하고 마니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온 신경을 쏟지만 오히려 그런 제인의 태도는 이제 자신의 둥지를 짓고 잘 살고 싶어 하는 마니 와 찰스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느끼게 했을 뿐...

하지만 자신이 점점 마니의 일상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깨달은 제인의 찰스에 대한 미움이 점점 커져가고 있을 때쯤 또 한 번 제인에게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때 그녀가 한 선택이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지게 한 원인이지만 그럼에도 처음에는 제인의 두려움과 죄의식에도 불구하고 완전범죄처럼 보였고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 같은 확신을 가질 즈음 당연하게도 그녀의 범행은 누군가의 의심을 사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제인이 누군가에게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거짓말을 고백을 하는 듯한 이 전개에 과연 그 고백의 대상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했고 맨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당연히 마니였다.

자신의 가장 절친이자 제인이 절대로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마니에게 자신이 한 행동과 거짓말에 대해 모든 걸 고백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평범할 뿐 아니라 이제까지 작가가 하나하나 쌓아놓은 플루트와 어딘지 안 맞는다고 느끼면서 그럼 과연 그 대상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계속 남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야기가 클라이맥스로 치달아가고 그 사람이 누군지 밝혀졌을 때...

역시!!! 하는 만족감을 느끼게 했다.

소녀에서 여자로 점점 더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관계 역시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었지만 불안하고 애정이 결핍된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제인에게는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혼자 남게 된다는 공포로 작용한 듯하다.

작가는 그런 제인의 심리와 불안을 섬세하게 묘사해 왜 그녀가 그토록 마니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빚은 집착이 점점 더 도를 넘어 광기로 치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일곱 번의 거짓말은 놀랍게도 작가의 데뷔작이었다.

섬세하게 불안과 미묘한 질투 그리고 겉으로 봐선 평범해 보이는 모습 속에 숨은 광기가 점점 더 겉으로 드러나는 일련의 과정을 세심하게 묘사한 걸 보면 작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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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플레저
클레어 챔버스 지음, 허진 옮김 / 다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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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사람들에게 처녀 생식 즉 처녀 수태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기꾼으로 취급하거나 상대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종교에서 가장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 책 스몰 플레저에 대한 별다른 정보 없이 책을 읽었을 때 그 부분 즉 처녀 생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살짝 당황했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전개였기 때문이었다.

1954년 과학계에서 개구리나 토끼의 처녀생식에 관한 연구가 신문 기사에 실리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인간의 처녀생식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마침 누군가 이 기사를 보고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 즉 처녀로 아이를 낳았다는 주장이 실린 편지를 보내오고 신문사에서는 이 주장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금 같으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 무시했을 것이지만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서는 독자의 이런 주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던 신문사는 그녀를 만나보기로 하고 자신들이 하기 싫어하는 허드렛일을 도맡는 유일한 여성 기자인 진을 보내기로 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그런 주장을 한 사람이 기대대로 터무니없는 거짓말쟁이거나 누군가의 관심이 필요해 허언을 남발하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 아니라 보기에도 순수하고 사람을 대하는 데 거짓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는 것이었고 진이 만난 그레천 틸버리에게는 여기에다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확실한 근거가 있었다.

그녀가 딸아이를 임신했을 시기는 심한 류머티즘으로 인해 혼자 걸을 수조차 없었을 뿐 아니라 그녀가 있었던 요양원에서는 늘 다른 환자와 함께 있어 남자를 만날 수도 없었고 그런 남자조차 없었다는 걸 당시의 간호사와 요양원 관계자가 증명해 준 것

놀라운 건 그녀의 남편조차 그녀의 말을 믿었을 뿐 아니라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레천은 딸과 함께 병원에서 하는 검사를 하게 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디라는 동안 그래천의 가족과 진 사이에는 큰 변화가 찾아온다.

이렇게 스몰 플레저에서는 겉으로 봐선 처녀 임신을 한 그레천의 확고한 주장을 진이라는 기자가 조사하는 이야기지만 들여다보면 두 여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진은 일을 하는 커리어 우먼이자 독신 여성이면서도 모든 걸 통제하고 싶어 하는 노모와 함께 살고 있어 자신을 위한 시간을 한 시도 낼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 그녀의 눈에 비치는 그래천은 비록 딸아이의 출생은 의심스럽지만 그녀를 믿고 사랑해 주는 남편과 엄마를 사랑하고 따르는 사랑스러운 딸을 둔 행복한 주부였다.

자신은 가질 수 없는 모든 걸 손에 쥐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진은 사랑하는 사람도 아이도 없는 자신의 처지가 쓸쓸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지만 진이 그래천의 주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 옛 친구의 출현은 이 모든 걸 단숨에 뒤집는 결과를 가져온다.

행복하고 완벽하게 보였던 틸버리 가는 한순간에 흔들리고 무너졌으며 이 과정에서 뜻밖의 행운을 안게 된 건 진이였다.

과거 안타까운 연애의 실패 이후로 언제나 혼자이고 평생을 노모를 보살피며 자식도 갖지 못한 채 사랑받지 못하고 늙어갈 것만 같았던 진에게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보석 같은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처녀 생식이라는 의외의 소재로 한순간 짧은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게 되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스몰 플레저는 제인 오스틴의 뒤를 잊는 작가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여성의 심리묘사에 탁월했다.

특히 진이 여성으로서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기쁨과 두려움, 질투의 감정의 묘사뿐 아니라 여기에 자신이 찾아낸 진실을 밝힐 때 누군가가 받을 크나큰 아픔과 상처에 대한 기자로서의 고민과 갈등에 대한 묘사는 섬세하면서도 그 미묘함을 잘 표현해냈다.

그럼에도 작가는 갈등 상황을 타당한 마무리로 잘 매듭지었다 생각했는데 의외의 반전을 남겨둬 마지막까지 독자를 놀라게 했다.

제목이 왜 스몰 플레저일까 하는 의문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었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의문이 풀렸다.

섬세하고 사랑스럽고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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