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네 곁에 있어 도토리숲 알심문학 4
미리엄 할라미 지음, 위문숙 옮김 / 도토리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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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옛날보다 아이들에게 성적으로 접근하거나 뭔가 불순한 목적을 숨기고 접근하는 통로가 너무나 많아서 점점 더 아이들을 보호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기가 더 어려워진다고들 한다.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지는 않는지 학폭에 노출되지는 않는지를 비롯해 이것저것 신경 쓸 부분이 많은데 이제는 여기에다 음란문자나 음란게시물을 보내거나 자신도 모르는 새 그런 것에 넘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세상이라니...

간간이 들려오는 이런 뉴스들을 들여다보면 정말 끔찍한 세상을 살고 있구나 새삼 놀라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소녀 홀리 역시 평범하고 착실했던 여중생이었지만 부모가 잠시 아이에게서 주의를 돌린 사이 소녀를 노리고 접근한 사람에 의해 그루밍당한 채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 아슬아슬한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게 바로 이 책 언제나 네 곁에 있어다.

홀리는 부모님과 단란한 가정에서 사는 평범한 중학생이었지만 요즘은 언제나 혼자일 때가 많다.

어린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던 에이미가 갑작스럽게 캐나다로 온 가족이 이민을 가서 학교에서 혼자 보낼 뿐만 아니라 부모님 역시 아픈 할머니를 돌보시기 바빠 집에서도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요즘 홀리의 기분은 우울하고 외롭지만 어디에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데가 없다.

그런 홀리에게 어느 날 학교 친구 추천으로 제이라는 남자아이가 메시지를 보내오면서 홀리는 급속도로 제이와 친해진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제이는 자신을 늘 혼자 두는 부모님이나 새로 전학 간 곳에서 자신을 잊은 듯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느라 바쁜 에이미와 달리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제이 덕분에 매일매일이 더 이상 무섭지도 외롭지도 않다. 이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홀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너무나 급작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에서 뭔가 위험을 감지하고 홀리에게 경고와 주의를 주지만 홀리는 더 이상 누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홀리에겐 이제 제이만 있으면 다른 사람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직 어린 홀리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자신을 이쁘다고 늘 칭찬해 줄 뿐만 아니라 홀리로 하여금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감정을 가지게 하는 또래의 이성친구에게 급속하게 마음이 기울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홀리를 노리고 접근한 제이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고... 문제는 제이가 또래가 아니라는 것이다.

홀리가 제이에게 그루밍 당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드는 감정은 이렇게 접근하면 누구라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만약 처음부터 이상한 말을 하거나 성적인 사진을 보내거나 했다면 홀리 역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하지 않았을 텐데 처음엔 홀리의 외로움에 공감하고 같이 공통된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등 친구처럼 접근해와 자신과의 친밀도가 높아졌음 즈음에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는 교묘한 수법은 좀처럼 깨닫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씩 단계를 높이고 거기에 익숙해질 즈음 또다시 단계를 올리고... 나중에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을 땐 이미 너무 많은 정보가 넘어간 상태거나 심할 경우 개인적인 이야기나 비밀 혹은 사적인 사진 같은 것까지 넘어간 후다

게다가 좀 이상하다 싶을 때조차 자신이 뭔가 착각했거나 자신의 잘못 때문에 그렇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상대를 의심한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홀리 역시 제이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 뭔가 잘못되었음을 마음속 깊이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제까지 자신과 대화를 주고받고 자신에게 친절했던 제이라는 남자친구를 잃을 수 없다는 마음이 이런 걱정과 의심을 날려버린다.

그리고 그런 점을 지적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오히려 적대감을 품고 제이를 변호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전형적인 그루밍의 과정을 책 속에서 점점 변해가는 홀리의 모습과 심경의 변화 과정을 통해 너무나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더 몰입해서 읽게 되었고 주변에 아이들에게도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누구라도 이런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성인 또한 예외가 아님을 깨닫게 해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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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원칙 - 제시 리버모어 월가의 영웅들 1
제시 리버모어 지음, 우진하 옮김, 박병창 감수 / 페이지2(page2)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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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라 안팎으로 높은 인플레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금리 상승으로 환율들이 요동을 친다.

물론 초강대국 미국도 예외는 아닌데 미국의 인플레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 같은 기축통화를 보유하지도.... 그렇다고 자원이 풍부하지도 않은 나라는 그야말로 초비상인 상황이 된다.

이럴 때 진짜 초고수들은 여윳돈으로 주식시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쉽게 실행은 못하지만 이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인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 원칙에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걸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그는 왜 이런 장에서의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 내용이 쉽지 않다.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존경받고 뛰어난 투자자를 뽑으라면 워런 버핏을 뽑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그의 투자방식이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방식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더욱 이 책에서의 설명이 쉽게 와닿지 않았다.

일단 워런 버핏은 유망한 종목을 고르고 골라 오랜 시간 팔지 않고 장기투자를 하는 투자방식을 취하고 있는 데 반해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방식은 그보다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인 모멘텀 투자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장기투자를 하는 것에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단 시간을 들여 주식시장에서 관심 있는 종목을 비롯해 추세를 들여다보다 주가가 전 고점을 뚫고 올라간 후 그때 사는 게 아니라 잠시의 조정 기간에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는 게 확실시될 때 그 주식을 사는 방식 즉 상승추세를 확인한 후 매입하는 방식으로 확실히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얻는다.

이때 그의 선택은 시장의 선도주를 고르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자신이 고른 종목이라도 생각과 다른 방향 즉 일정 비율 이상으로 하락할 시 망설이지 않고 손절한다는 것이다.

사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매입보다 어려운 게 좋은 가격에 파는 것 즉 매도하는 타임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닫는데 그중에서도 손해 시 매도하는 건 웬만한 경험과 두둑한 용기가 없으면 실행이 쉽지 않다.

그래서 손실의 순간에도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정리하는 그가 왜 이제까지 가장 큰돈을 번 투자자로 회자되고 그의 투자방식을 따라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언제나 주식의 가격 변동을 비롯해 시장을 분석하며 공부했던 제시 리버모어는 몇 가지 가장 중요한 투자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데 그 첫 번째가 투자금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 번에 투자금 전부를 투자하지 않고 위험에 대비할 뿐 아니라 손실률 10% 원칙을 지켜 손실 상황이 오면 냉정하게 손절함으로 다음 투자를 위한 투자금을 보호한다.

그리고 수익이 나도 금방 팔지 않고 보유하면서 주식의 추세를 지켜보고 거래량을 확인해 거래가 줄고 등락폭이 줄면 그때 매도를 시도하는 데 모두 다 고점에 팔려고 하는 게 아닌 나눠서 분할매도를 한다.

사실 그의 투자방법이나 투자의 원칙에 대한 내용은 그다지 많지도 복잡하지도 않지만 실시간 자신의 돈이 오가는 상황이라 쉽게 냉정을 잃고 순간 자신의 원칙을 잃어버리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일단 제시 리버모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연습을 해보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그는 자신이 하는 투자를 투자라 하지 않고 투기라고 칭하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투기 역시 비즈니스로 본다는 설명은 확실히 이채로웠다.

비즈니스를 하는 것처럼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더 공부하며 작은 수익과 손실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냉정하고 냉철하게 자신이 하는 주식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면 주식에서도 반드시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는 주식을 너무 쉽게 접근해 별다른 생각 없이 사고팔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주변에서 어떤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혹은 어떤 주식이 너무 떨어져 가격에 메리트가 있다는 판단으로 그 기업의 주식이 왜 떨어졌는지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고민도 없이 사고는 오르기만을 기다린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투자방법으로 각광받는 방법과 분명 다른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그의 투자방법은 확실히 배울 점이 많고 투자철학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너무 좋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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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운
문경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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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그게 아니라 해도 적어도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투자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월급이나 기타 노동 소득만으로는 쉽게 부자가 되거나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매번 유행처럼 투기자본이 몰리거나 그때그때 때에 맞춰 투자를 선도하는 종목이 나오는 데 그게 때론 주식이 되기도 하고 부동산이 되기도 하다 금이나 달러가 되었다 그림 같은 걸로 갈아탄다.

이 모든 게 하루라도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불러오는 현상인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다른 것보다 유독 부동산으로 울고 웃는 사람이 많다.

아마도 인구수에 비해 좁은 땅덩어리를 가져 누구나 자신의 집을 자신의 땅을 소유하고픈 욕망 탓이 아닐까 싶은데 여기에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부동산은 불패한다는 믿음이 신화처럼 굳어져 돈이 생기면 누구라도 부동산을 맨 먼저 고려한다는 점도 한몫한다.

이 책 화이트 타운에서도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땅 때문에 울고 웃고 땅을 가질 욕심 때문에 인간으로서 해선 한 될 짓까지 서슴없이 해치우는 사람들의 추악한 욕망의 말로를 그리고 있다.

일단 한 여자가 자신의 죽음으로 복수가 시작된다고 되뇌면서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은 곽중선

그리고 얼마 뒤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고 이 소식은 화약 관리사로 일하는 아들 종걸에게 전해진다.

하지만 엄마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감정의 표현도 내색도 않는 종걸

두 사람은 말로만 모자관계였을 뿐 그때까지 서로 왕래는커녕 연락조차 않고 지내던 사이였다.

그럼에도 모친이 남긴 아파트가 곧 재개발된다는 호재로 생각지도 못한 거액의 유산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작은 만족감을 느낄 뿐이던 종걸에게 국회의원인 강정혜가 찾아와 엄마의 죽음에 의심스러운 점이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을 하면서 찜찜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모친의 아파트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 즉 엄마와 연관이 있던 남자 임창현을 발견하면서 그의 이런 미심쩍음은 점점 강해지고 그 아파트에서 자영과 준호 남매를 만나면서 자신이 알던 엄마의 다른 모습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한다.

소설 속에서 가장 강렬한 욕망의 소유자이자 땅에 대한 집착이 컸던 인물 임창현이라는 인물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부동산의 변화에 있어 산증인 같은 인물이 아닐까 싶다.

전쟁 중에 고아가 되어 땅부자 집에 입양되었던 이력 때문인지 남달리 땅에 대한 욕심이 컸으며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이용해 돈이 될 땅을 선점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엔 폭력으로 빼앗다시피해서 수많은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을 모았지만 그의 돈을 비롯해 모든 장부를 관리하던 종선의 죽음으로 자칫하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처지에 처한다.

어린 시절 고아로 길거리에서 구걸하던 삶을 살던 창현이 자신들의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고 거기에서 군림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한 건 어찌 보면 이해 못 할 부분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모두에게 손가락 질을 받아 가면서까지 악착같게 돈을 모으는 창헌을 턱 끝으로 부리며 개처럼 다루는 권력자들은 비록 구체적으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나오진 않았지만 개발 정보를 쉽게 얻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용도변경도 할 수 있으며 사람의 목숨을 쥘 수 있는 지위와 힘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아파트 주민을 비롯해 그와 마주친 힘없는 사람 위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사람들을 조정해 원하는 걸 얻었던 창현조차도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외려 그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역시 그저 힘없는 허수아비였을 뿐이라는 슬픈 자각과 함께...

어쩌면 작가는 우리가 매일 보는 이 현실이 누군가의 입맛이나 뜻에 따라 좌우되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소득의 불평등 해소 혹은 부의 지나친 편중화를 줄이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걸 조장하고 이용해 자신의 부와 권력을 키우는데 이용하는 사람들...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또 다른 허수아비를 통해 치워버리고 자신의 손에는 한 톨의 먼지조차 남기려 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있음을...

지금 현재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듯한 소설이라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닿았고 그래서 더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로 봐도 재밌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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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 라이어 라이어 - 태어나서 딱 세 번 거짓말한 남자의 엉망진창 인생 이야기
마이클 레비턴 지음, 김마림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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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딱 세 번의 거짓말을 했다는 소개 글을 보고 누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말로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걸까

그리고 이 말을 도대체 누가 믿는다고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걸까? 하는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그냥 그 정도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과장이 아니었을까 하는 내 생각은 책을 얼마 읽지 않고서도 그 말이 단순히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데 너무나 피곤하고 터무니없이 엉뚱하고 반드시 사회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는 길을 우직하리만큼 자신의 신념을 믿고 걸어간 남자... 그 남자가 바로 이 책의 작가였다.

게다가 이 책은 허상을 쓴 소설이 아닌 에세이였다.

이 남자 마이클은 누구에게든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자랑처럼 생각하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그런 환경에서 받은 교육은 당연하게도 그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그는 남달리 영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여서 부모의 가르침을 배운 대로 실행하며 그걸 특히 아빠와 공유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마이클이 부모와만 있을 때와 달리 유치원을 가고 학교를 가면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렸을 때에 발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호감을 사기 위해 거짓을 말하고 자기감정을 숨긴다고 배웠던 그가 친구를 비롯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건 예견된 결과였다.

누구를 막론하고 거짓 없이 솔직하게 말한다는 이유로 거침없이 말을 하는 마이클은 친구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고 심지어 선생님들마저 그를 처치 곤란한 아이로 취급하며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분명 문제인 상황이지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는 마이클을 오히려 칭찬하듯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함께 비웃는 태도를 보이는 아빠로 인해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되고 이후 그에게는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한다.

누구에게나 솔직하게 말하는 그의 태도로 인해 친구 한 명 제대로 없고 변변한 직장조차 갖지 못하지만 그런 자신의 경제 상태를 걱정하면서도 자유롭게 사는 것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살아가는 등 여전히 자신의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마이클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그나마 그런 자신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오랜 시간 곁에 있어 준 이브 때문이었다.

처음과 달리 자신의 곁에서 오랜 세월같이 있던 이브가 자신과 비슷한 상태 즉 자신의 감정을 뭐든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마침내 깨닫는다.

거짓말이 그렇게 나쁘고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진실을 말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만이 옳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제대로 자각한 마이클은 이후로 자신의 문제점을 확인하게 되고 변화하고자 노력한다.

그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라이어 라이어 라이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극단적인 케이스인 작가 본인의 경험을 빌어 들려주고 있다.

혼자서만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솔직함은 때로는 상대방에게 무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음을 마이클과 그 가족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누군들 필요 없는 일에 굳이 거짓말을 하고 싶을까마는 꼭 진실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때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거나 부담이 된다면 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진실을 말하거나 솔직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은 어린 시절 가족 내에서 혹은 학교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터득하지만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의 가정에서 자란 작가는 그걸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그걸 터득하기 위해 너무 멀리 돌아왔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자식에게조차 제대로 칭찬 한번 하지 않고 그저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상대와 사회를 바라보는 법을 가르친 아빠의 양육태도에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작가 역시 그런 점은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렇게 모든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자신과 같은 실수 즉, 솔직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곁에 있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배려하지 않는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아빠와 작가의 대화에서는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함도 있었지만... 에세이임에도 마치 소설처럼 생생한 묘사와 사람들 간의 대화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고 읽는 재미도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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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정세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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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내 눈을 끌었던 건 1억 원의 가치를 지닌 비밀을 알려달라는 범인의 요구였다.

도대체 어떤 비밀이 그 정도의 가치를 가졌을까 하는 호기심이 우선 생겼고 범인이 그런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게 된 배경의 궁금함이 두 번째로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실 단편은 좀처럼 탁월한 뭔가가 없으면 인기를 끌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런 비주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장편도 아닌 단편이라니... 출판사에서 그만큼 작품에 자신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모험을 강행할 수 있을까 하는 내 의심은 첫 번째 단편에서 완전 허를 찌르고 들어왔다.

부잣집 어린 딸아이를 유괴한 채 돈을 요구하는 유괴범

그런데 이 유괴범의 행태가 예사롭지 않다.

얼굴도 숨기지 않고 당당히 자신이 유괴한 딸아이의 집을 제 발로 찾아가 아이의 부모에게 1억 원을 요구하는 대범함이랄지 무모하게까지 보이는 범인은 여느 범인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돈을 받아 간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어서 빨리 딸아이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부모에게 그는 그들이 자신을 신고하지 않는다는 증거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알려지만 엄청난 대미지 때문에 절대로 발설하지 않을 비밀을 말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들 부부의 입을 통해 드러난 비밀을 보면 왜 이 작품의 제목이 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한 건지 이해가 간다.

나를 버릴지라도 에서는 집으로 가던 길에 누군가에 의해 납치되었고 정신 차려보니 노인들이 대부분인 외딴 섬에 고립된 상황에 처한 한 소녀의 이야기다.

사실 섬 주민들 대부분이 소녀가 처한 상황을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했고 납치 당사자는 소녀를 감금하고 감시하면서 집안일을 시키고 좀 더 자라면 자신의 아이를 낳아 키우도록 짐승처럼 양육하고 있는...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상황이었다.

섬을 관리하는 사람들마저 이 상황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복잡한 게 싫다는 이유로 모르는 척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도 섬을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마치 기적처럼 누군가가 섬에 홀연히 나타나 단숨에 상황을 정리한다는 설정이 단순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섬에 갇혀 제대로 일한 값도 못 받고 노예처럼 부려졌다 천신만고 끝에 구출됐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가끔 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대상만 다를 뿐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다 이를 해결한 사람과 방법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기발함을 보여준다.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만 나의 시간은 멈췄다에 서는 요즘 뉴스에 거론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갓 성인이 되자마자 500만 원이라는 방 한칸 얻기도 힘들 정도의 적은 돈을 가지고 강제로 사회에 나와야 한다는 현실을 호르몬의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하이랜드 증후군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있는 주인공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가족을 얻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하지만 그를 원하는 부부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입양을 했다는... 어찌 보면 너무 슬픈 현실이라 웃음이 난다.

이외에도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방사능에 노출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라든지 자신이 가지지 못한 재능을 얻기 위해 평행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재능을 훔쳐 살아가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이 책에 실린 7편의 단편은 현실과 비현실적인 상황을 묘하게 조합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통해 지금 현실 사회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단편에는 그 차이에서 오는 미묘함이랄지 아니면 현실을 타파하는 방식의 비현실성이 묘하게 어울려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어차피 상식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을 판타지 같은 비현실적 방식으로 해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 혹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판타지 같은 이야기를 섞어 놓은 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는 가독성도 괜찮았고 이야기의 의외성과 참신함에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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