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여자를 스토킹하지만 평범한 여느 스토커와 조금 다른 스토커와 스토킹을 당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피해자라는 다소 이색적인 시놉이 끌린 책 퍼펙트 데이즈는 확실히 여느 스토킹과는 조금 다르다.

모든 시점은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인 테우의 시선으로 그 광기를 표현하고 있는데 광기가 뜨겁거나 미칠듯한 스피드가 아닌 서늘하고 느린 속도로 표현하고 있어 기존의 작품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광기인 건 분명한데 붉고 뜨거움이 아닌 푸르거나 하얀 빛의 서늘한 광기라니...

미치광이 중에는 상당히 머리가 영리한 사람이 있는데 그들의 영리함은 보통 사람들과 다른 궤도를 보이는 점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 웬만한 사람은 그들의 행적을 종잡기도 예측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스릴러에 이런 미치광이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은데 이 책의 주인공 테우 역시 범상치 않은 두뇌회전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스토킹을 하게 된 남자 테우는 의대생이면서 그가 유일하게 좋아한 사람이 게르트루드라 이름 붙인 해부용 시신이라는 점에서 여느 정상적인 남자와 다른 즉,미치광이 스토커로서의 자질이 보인다.

그가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첫눈에 마음에 든 여자 클라리시에게 접근하고 싶어 하지만 이성과의 교재가 전무했던 테우에겐 그게 쉽지가 않아 애를 써서 한 행동이 오히려 비웃음을 당하는데 하필 상대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는 점이 테우에겐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녀는 테우와 달리 연애 경험도 풍부하고 거기다 머리까지 좋아 남자들이 하는 허튼수작 따윈 통달한지 오래여서 서툰 테우의 행동 중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건 없다.

하지만 그녀가 술에 취해 그에게 한 행동은 그로 하여금 없던 용기를 내게 했고 이 모든 일의 발단이 된다.

클라리시는 테우의 약간은 음침한 접근 방식을 용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단호하게 거절하는데 그녀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애원하고 매달리는 테우는 더 이상 행동에도 제동이 걸리지 않게 된다.

스스로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것이 그녀를 사랑하고 지켜주기 위함이라는 자기 기만은 자신의 행동에 면죄부를 줘 끝내는 그녀를 납치하면서도 모든 것이 그녀를 위하는 일이라 말하는 테우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사람이란 참으로 이상해서 자신의 행동이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닌 그 사람을 위한 행동이라는 명분이 서면 그다음부터는 어떤 짓을 해도 거침이 없다. 그게 불법이던 아니던 이미 안중에는 없다.

모든 게 그 사람을 위해서라는 명분은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일종의 면죄부를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보통 사람이 아닌 테우 역시 그녀를 납치하고 감금하면서 스스로에게 명분을 준다.

그의 이런 뜻과 달리 하루아침에 자유롭던 삶에서 손발이 묶이고 원하지 않는 약물에 취해야 하는 클라리시는 그를 구슬려도 보고 애원도 해보지만 당연하게도 테우는 그녀의 말을 듣는 듯 마는 듯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뿐 아니라 그녀의 행동마저도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그러면서도 그녀를 사랑한다 말하는 그를 그녀가 받아들일 거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로지 살짝 맛이 가버린 테우만 모를 뿐...

그녀가 마치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 여행을 떠난 것처럼 교묘하게 모두를 속여 넘겼던 테우지만 이런 잔머리도 결국은 꼬리를 밟히고 모두가 그들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이 광기의 끝은 어딜까 나름대로 짐작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 책은 결말조차 시원하고 개운하지 않다.

조금씩 미쳐가는 테우의 정신 상태를 보는 것도 그런 그에게 잡혀 마치 나비처럼 구속당한 클라리시가 서서히 체념하고 희망을 버리는 모습도 마치 서서히 미쳐가며 뒤죽박죽 뒤엉켜버린 테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이 유쾌하지 않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진짜 미치광이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듯 병적이고 침울하지만 뻔하지 않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여자가 시체를 묻기 위해 땅을 파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쉽게 땅을 파는 것이 구라라고 투덜대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그녀가 묻으려고 하는 사람의 정체는 이내 밝혀진다.

요즘 부부 중 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죽으면 범인은 대부분 남은 배우자라는 공식에 맞게 그녀가 묻으려고 하는 시체는 역시 남편이다.

이쯤 되면 부부간에 애정이 식었거나 둘 중 누군가가 부정을 저질렀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살다 보니 더 이상 참기 싫어 끝장을 낸 권태기의 부부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 부부는 결혼한 지 갓 석 달이 된 따끈따끈한 신혼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도대체 이 부부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궁금해하면서 그녀의 회상으로 이야기는 넘어간다.

에린이 보자마자 첫눈에 빠진 남자 마크는 잘 나가는 투자자문가였고 그녀 역시 촉망받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젊고 매력적인 둘은 이내 사랑에 빠져 교제를 시작한 후 1년이 지난 즈음 마침내 결혼 계획을 짜고 있었다.

청첩장을 돌리고 결혼식장을 예약하고 둘은 마냥 핑크빛으로 행복이 가득했는데 석 달 후남편은 차디찬 시체가 되고 아내는 그런 그를 몰래 묻기 위해 땅을 파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그들이 이런 결말을 맞게 된 원인은 과연 뭐였을까?

마크의 느닷없는 실직이 원인이었을까 아니면 고대하던 허니문 장소인 보라보라에서 아무도 모르게 습득한 거액의 돈과 다이아몬드 때문이었을까

마크의 예상 못 한 실직으로 불안감을 안고 도착한 보라보라는 황홀할 만큼 멋진 장소였고 그곳에서만큼은 걱정을 잊고 스쿠버다이빙을 마음껏 즐기기로 결심한 두 사람을 기다리는 건 바다 한복판에서 마치 잡아달라는 듯 떠다니던 가방 하나와 그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돈과 다이아몬드였다.

주인이 없는 가방을 처음 습득했을 당시 이 두 사람은 당연하게 그 가방의 임자를 찾아 주려고 리조트 측에 전달했지만 운명이었는지 그 가방은 부부의 손에 다시 돌아왔고 당연한 궁금증에 둘은 가방을 열어보면서 이 모든 혼돈은 시작된듯하다.

그래도 마크가 예전처럼 잘 나가는 투자자문가로 근무하고 있었다면 부부는 가방을 열어보고도 양심과 도덕에 따라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에게 닥친 불행에 남편 마크의 탓도 크다.

돈이 궁하고 앞으로의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 부부에게 주인 없는 돈은 분명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으리라

급하게 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부부...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대부분이 예상한 그대로의 패턴을 밟는다.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보고 누군가가 그들의 집에 몰래 침입해 뒤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마크는 겁에 질려 팔기 힘든 다이아몬드를 버리고 싶어 하지만 에린은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 그리고 두 사람의 장래를 위해서 다이아몬드를 팔고 싶어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만났던 범죄자에게까지 도움을 청하기 시작하면서 마크와 갈등을 겪는다.

이렇게 주운 다이아몬드를 처분하는 일을 놓고 서로 간의 의견 격차를 보이기 시작하는 부부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어떤 괴물이 숨어있는지 스스로도 모를 때가 있다는 걸 위기에 처하고서야 알게 되는 에린은 주운 가방 속에 있던 휴대폰을 켜서 자신들을 쫓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알려고 할 만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사태를 직시하지만 마크는 에린의 적극적인 태도에 겁을 먹고 돈만으로도 만족하고 싶어 할 만큼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이런 갈등의 와중에도 에린은 남편 마크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그에게 조금 실망했을지언정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 왜 그녀가 소설 처음에 남편의 시체를 묻기 위해 땅을 파야 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녀는 왜 땅을 파야 했을까?

작가 스스로가 배우여서인지 소설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하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휴양지 보라보라의 풍경이 태풍을 만나 한순간에 위험천만하게 변한 것처럼 부부에게도 돈이 든 가방을 만나기전과 후로 극적인 차이를 보인다.

그 가방에 든 거액은 두 사람에게 행운이라기보다 재앙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느닷없이 큰돈을 거머쥐게 된 사람치고 끝이 행복한 결말이 없었던 걸 보면 돈이란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야지 땀 흘리지 않은 일확천금은 오히려 독이 되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인가 보다

가독성도 좋고 적당한 스릴과 긴장감을 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어난 지 8주 된 아기가 사라졌다.

그것도 집안에서 아이 돌보미가 잠시 눈을 돌린 사이에...

당연하게도 이 아기 유괴사건은 언론을 장식하고 모두가 사라진 아이의 행방을 찾는 동안 언론은 사라진 아이 마이더스의 엄마가 한때 유명한 배우였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이제 관심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아기가 사라질 동안 엄마는 뭘 하고 있었나 하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는 이윽고 아기 엄마와 엄마 모임의 일탈에 초점이 맞춰지고 이제는 본질은 사라진 채 갓 태어난 아기를 둔 엄마들의 방임과 방탕함에 모든 포커스를 맞춰 그날 밤의 모임에 참석한 엄마들을 비난하기 바빠졌다.

덕분에 아이가 태어나고 힘든 시기를 보내다 단 하루 여유를 즐겼던 엄마들은 모두의 비난을 받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날 참석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사라진 아이의 엄마 즉 위니에게 참석을 강요하다시피해서 아이까지 잃어버리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태가 된다.

이들은 모두 첫아이를 5월에 출산한 이른바 5월 맘이라는 모임의 회원으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교환은 물론이고 육아에 따른 고충을 위로해주는 그야말로 육아맘을 위한 모임이지만 그곳에 모임을 갖게 되면서 엄마들은 알게 모르게 부담을 가지고 자신은 엄마로서 부족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도 한다.

자신은 아이를 돌보는 게 힘들고 서툴기만 한데 다른 엄마들은 완벽하게 아기를 제대로 케어하고 아이에게 모든 걸 쏟아붓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난 부족한 엄마라는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육아책이나 엄마들이 전하는 정보와 실제 내 아이를 키우는 데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몰랐던 초보맘들은 자신이 부족한 엄마라는 스트레스마저 가지게 된다.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할 수 없어 힘든 데다 이제 육아 휴직이 끝나고 일자리로 복귀해야 하는데 아이랑 떨어지기도 힘들고 직장에 와서도 아이 걱정에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어 힘들어하는 워킹맘들의 고충을 5월 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퍼펙트 마더는 이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어떤 책임을 지우고 어떤 부담감을 주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죽도록 힘들게 아이를 돌보고 일을 해도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온갖 비난은 엄마에게 돌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직장에서는 맡은 일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기를 바라고 요구한다.

그야말로 육아와 일 모두에서 완벽한 엄마를 요구하는 이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퍼펙트 마더는 그래서 사라진 아이를 찾는 것보다 여자들이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에 눌려 허덕이고 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날 밤의 일에서 자유롭지 못한 5월 맘 프랜시,넬,그리고 콜레트는 각자가 위니의 잃어버린 아이 마이더스를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 그날 밤을 재구성하고 의심스러운 사람을 찾으려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론 사라진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데서 오는 깊은 안도감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는 등 피해자 주변인들의 행동 양상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지만 언론은 그들조차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고 그들이 숨기고자 하는 모습까지 파헤쳐 모두에게 드러내 보인다.온 사방이 그들 모두를 뒤쫓기 바쁘다.

단지 그날 밤 잠시 잠깐 아이 엄마라는 사실을 지우고 한 잔의 술을 즐겼다는 대가치고는 너무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는 세 여자가 점점 더 스트레스와 죄책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일상생활이 흔들리고 무너지는 모습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혹시라도 이 여자들 중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지 하는 마음과 함께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뻔히 보이는 그 사람이 진짜 범인인 건지 궁금증을 더해가며 막판에 완전히 몰입하게 한다.

초반부터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이다 조금씩 조금씩 빨라지는 호흡 그리고 의외의 결말은 누군가 죽이지 않아도 충분히 스릴을 만끽하게 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19-07-3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민이네요.

리뷰를 보니 궁금하기도 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무래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몽쁘띠 2019-07-3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독성이 좋아서 순식간에 읽게 되더라구요
 
폴리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팬텀에서 아주 강렬한 엔딩을 장식했던 해리가 돌아왔다.

탁월한 능력과 뛰어난 영감, 누구를 막론하고 죄를 지은 사람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던. .. 경찰로서의 자질을 모두 제대로 갖춘 그에게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닥쳤고 그는 경찰직을 포기하는 걸로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은 그에게 세상은 조용히 놔두지 않는다.

아니 세상이라기보다는 같은 동료 경찰들이 그를 필요로 하는 일이 발생, 경찰을 그만둔 그에게 간절히 도움을 요청한다.

게다가 이번의 살인사건은 모든 경찰들이 힘을 합쳐 범인을 검거해야 할 이유가 있다.

범인이 전현직 경찰을 목표로 삼고 하나둘씩 잔인하게 처리해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더군다나 살해된 장소는 그 경찰이 참여했던 사건 중 여성을 강간하고 잔인하게 살해했지만 경찰들이 그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던 미제 사건의 현장에서 마치 사건 해결을 못한 벌을 주듯 미제 사건 속의 피해자와 같은 방법으로 살해했고 연이은 경찰 살해 사건에도 범인은 어떤 흔적 하나 남겨두지 않았다.

경찰에서 물러나 경찰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던 해리에게 그들이 도움을 청해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만 해리의 오랜 연인 라켈과 새롭게 출발하려는 해리는 반갑지 않다.

다시 사건을 맡으면 사건과 현실의 구분이 흐트러지고 또다시 알코올의 유혹에 빠져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요청을 모른척하지만 그는 천상 경찰이었기에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고 그는 짧은 의견으로 경찰들이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을 단숨에 찔러 수사의 방향을 바꿔버린다.

그는 이 잔인한 살인사건의 바탕에는 증오나 분노가 아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랑이 깔려있음을 알아본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경찰청장이 된 신임 경찰청장 미카엘 벨 만은 오슬로 전역의 마약 공급책과의 유착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줬던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기를 꺼려 해리의 경찰 복귀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그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다. 아니 반기지 않는 걸로 모자라 그가 영영 경찰에 복귀하지 않았으면 하는 속내를 가지고 있다.

이에 경찰철장 몰래 그들끼리 팀을 만들어 수사를 진행하지만 범인의 흔적은 좀체 잡히지 않고 오히려 팀원이자 오랫동안 해리와 함께 팀을 이뤄 수사했던 사람마저 희생당하고 만다.

이제 살인마의 칼날은 해리 팀에게로 향하고 해리는 스노맨에서와 마찬가지로 살인마와의 대결을 피할 수 없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의 특성 그대로 이번에도 좀처럼 범인의 윤곽을 잡을 수 없는 가운데 범인일 거라 짐작되는 수상한 용의자는 여럿 등장한다.

그들에게는 충분히 의심스러운 전적이 있었고 또한 뭔가 감춰둔 비밀들이 숨겨져있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비리일 수도 있고 어두운 과거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둡고 눅눅한 질투의 감정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평범한듯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요 네스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인정사정 볼 것 없고 자신에게조차 예외 없이 지나치게 엄격하기만 했던 해리가 팬텀에서의 일격 이후 조금은 달라지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 앞으로 더 궁금해지는 해리 홀레 시리즈

너무 좋아서 오히려 쓸 말이 없는...

그나저나 해리는 앞으로 경찰에 복귀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가 이번엔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본 것을 마치 사진을 찍듯 모든 것을 기억하는 과잉기억 증후군을 가진 데커의 기억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이제까지의 패턴이었다면 이번 시리즈에서는 변화가 생겼고 이는 사건을 수사하는데 핸디캡으로 작용하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머리를 다치기 전의 그의 모습을 약간 회복한 듯 보인다.

데커는 이제껏 수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는 탁월함을 보였지만 두뇌 손상이 그의 사회성과 유머를 빼앗아간 덕분에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인간적인 면모와 감정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앞으로 데커에게 또 어떤 변화가 생길 수도 있음을 예고하고 있는듯하다.

그리고 그가 이런 변화를 맞게 된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이곳 배런빌이었고 재미슨의 조카 조이였다.

재미슨의 언니네 집으로 휴가차 들른 재미슨과 데커는 여기서도 살인사건과 맞닥트린다.

하필이면 데커의 눈에 비친 이웃집의 이상은 이내 조금은 기이한 살인사건과 마주하게 하고 데커는 평소대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곳의 경찰을 비롯해 부검의까지 무능함의 끝을 보여준다.

그들에게는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열의도 노력도 없이 그저 데커의 수사를 못마땅해 할 뿐 결국 두 피해자의 신분 역시 데커의 조언으로 드러나면서 사건은 마약수사국 즉 DEA의 개입을 불러온다.

사실 이곳 배런빌은 오래전 한 가문즉 존 베런에 의해 세워지고 그의 부로 지탱되었던 곳이나 다름없었던 곳인데 그가 죽고 그가 세운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은 한순간에 직장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져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없이 점차로 소멸되는 곳처럼 변해버렸으며 이제는 온통 마약과 약물중독자로 들끓는 곳이 되어버린 그렇고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이런 곳에서 연이어 발생한 살인사건은 당연하게도 데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자신이 발견한 살인사건과 다른 살인사건의 연관관계를 조사하다 이곳 배런빌 전체에서 미움받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존 배런

그가 한 짓은 아니지만 존 배런 1세의 후손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공공의 적이 되었고 이제는 연이은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었다.

죽은 사람들 대부분이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났지만 그가 이런 짓을 벌인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또다시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누군가가 데커의 수사를 위협으로 느껴 목숨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른다.

서로 연관이 없는 피해자들을 하나씩 조사하며 드러나는 작은 실마리를 쫓아 마침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게 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진 이번 시리즈는 데커 시리즈 중 가장 대중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스토리가 잘 짜인 건 물론이고 마을이 쇠락해 가는 과정에서 그 안의 사람들이 어떻게 피페해지고 무너지는지 빈곤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렵게 만드는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들끓는 범죄와 끝도 없는 용의자들 그리고 어디까지 뻗쳐는 지 알 수 없는 악의 손길은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 유혹 앞에 흔들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그 한계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조금은 인간미를 갖춘 데커가 아내와 딸을 잃어버린 그날의 기억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시리즈에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기업이 무너지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으면서 자존감이 무너지고 이를 잊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면서 약을 사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마다않게 되는... 끝내는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져 헤어 나올 길 없이 무너져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는 배런빌의 모습은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범죄가 판치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새삼 증명해준 폴른: 저주받은 도시는 그야말로 폴른...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음을 보여준다.

조금 더 인간적인 면을 보이게 된 데커가 다음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몹시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