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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윈도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평점 :
창문으로 누군가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신고를 하지만 그 집에서 살인은 없었고 오히려 신고자라는 이유로 살인마의 표적이 된다는 설정은 영화로도 그리고 소설로도 자주 봐온 설정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데뷔작임에도 엄청난 대중적 인기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는 선전 문구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시작은 비슷하다.
어떤 이유에선가 집 밖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 감금된 듯한 생활을 하고 있는 애나 폭스
그녀는 극심한 광장공포증에 걸리기 전 정신과 의사였고 건축가인 남편 에디와 사랑스러운 딸 올리비아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병이 발발하면서 이 모든 것이 모래성처럼 스러지고 이제는 넓은 5층 건물에 세입자 한 명을 빼면 거의 혼자 살다시피한다.
그녀의 유일한 일은 그저 집주변을 들여다보고 관찰하며 하루를 보내고 술과 약물을 함께 복용하며 일과를 마감하는 전형적인 약물중독자이자 알코올중독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애나에게 맞은편 집에 새롭게 이사해 온 가족이 포착되고 그 집안의 안주인인 제인과 아들 이선이 애나를 방문하면서 안면을 트게 된다.
그리고 애나가 평소와 같이 술에 잔뜩 취하고 약물에 취해서 눈뜬 한 밤 바로 앞집에서 하얀 옷을 피로 물들이고 죽어가는 제인의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 경찰에 신고하지만 그 집에서는 누구도 죽은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당연한 듯 경찰은 그녀를 향한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애나가 술과 약물에 취해 환각을 본 것이라 여기는 경찰들의 태도에 분노하지만 그녀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그녀가 본 것이 진실이라 증명할 수도 없다.
여기에 더욱 답답한 것은 자신이 제인이라 말하는 여자는 애나가 만났던 제인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던 그 집의 아들 이선조차 그녀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
그 낯선 여자가 자신의 엄마가 맞다는...
이제 그녀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뿐 아니라 그녀를 술과 약에 취해 주변의 관심을 받고 싶어 이런 짓을 하는 불쌍한 여자로 바라본다.
그런 시선을 견디기 힘든 애나는 스스로 자기 검열의 시간을 갖지만 처음의 분명했던 확신은 점점 없어지고 자신이 본 것이 진짜가 맞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 말처럼 약물과 술에 의한 환각을 본 것인지 분명치 않다.
그런 그를 붙잡은 건 이선의 `무서웠다`는 겁에 질린 말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본 제인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리고 스스로 그 집 안주인인 제인이라 말하는 여자는 진짜가 맞는 걸까? 모두가 공범이면서 자신을 속이고 경찰을 속이고 있는 걸까?
집 밖을 나갈 수 없다는 지리적 제약, 늘 술에 취하고 약에 취해있는 애나의 정신 상태, 그리고 그녀 외엔 누구도 죽은 제인을 본 사람이 없다는 분명한 한계는 읽는 사람조차 그녀가 본 것을 의심하게 한다.
여기에다 생각지도 못한 애나의 과거는 그녀의 증언의 신빙성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면서 애나가 느끼는 혼란만큼 책을 읽는 사람도 혼란스럽게 하고 점점 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그녀가 본 것은 진짜일까 환각일까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제인은 과연 실제 인물인가
이렇게까지 그녀 애나를 정신없는 사람처럼 늘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묘사하고 끌어내리는 데는 뒤의 강한 반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걸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뒤로 갈수록 강력하게 몰입하고 연이은 사건으로 정신 차릴 틈 없이 휘몰아치며 긴박하게 끌어가면서 독자의 눈과 정신을 사로잡는 것은 분명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었다.
뻔할 수 있는 소재에 진부할 수 있는 캐릭터를 생생하게 만들어 낸 작가의 작품이 올해 연달아 출간될 예정이라니 다음은 어떤 이야기를 들고 나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