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자리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
예른 리르 호르스트 지음, 이동윤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수십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드디어 밝혀졌다.

그토록 원했던 범인을 찾은 것과는 별개도 그 사건을 모방한 사건의 범인으로 오랫동안 형을 살았던 사람이 어쩌면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한 번 술렁거렸는데 그는 내내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경찰과 검찰 모두에게서 외면받았다고 한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인지는 좀 더 조사해봐야 하겠지만 만약 진짜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부당하게 형을 살았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누가 보상해줄까

이 책 사냥개자리도 그런 남자가 등장한다.

한 여자를 납치 감금한 뒤 살해한 사건의 범인으로 오랫동안 형을 살다 나온 피의자가 자신은 경찰들에 의해 조작된 증거의 피해자라는 진정서가 제출된다.

당연하게 이 사건은 유력 신문의 1면을 장식하면서 당시 사건의 수사 책임자이자 유명한 형사인 비스팅이 곤경에 처하게 된다.

누군가가 그의 DNA를 증거물 속에 심어 두었다는 피의자 루돌프 하글룬의 주장은 사실임이 드러났고 이제 경찰 조직은 이런 사실을 누군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결국 비스팅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희생양으로 선택된다.

이런걸 보면 조직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힘없는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16년 전 한 여자가 아침에 조깅을 하다 사라져 며칠이 흘러도 흔적조차 알 수 없어 모두가 그녀의 행방을 찾고자 하던 그때... 다른 사람도 그렇겠지만 경찰 역시 너무나 간절히 범인을 잡고 싶었고 이런 그들의 열망에 부합하듯 용의자가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루돌프 하글룬

모든 정황이 그가 범인임을 가리키지만 결정적인 단서가 부족해 기소를 할 수 없던 그때 드디어 그를 범인이라 지목할 수 있게 한 DNA 증거의 등장은 모두를 기쁘게 하고 안도하게 했다.

하지만 그런 증거가 너무나 간절히 범인을 잡고 싶었던 경찰 동료에 의한 조작이라니... 어쩌면 당시 자신들은 그가 범인이 틀림없다는 지나친 확신으로 인해 마치 사냥을 하는 사냥개처럼 시야가 좁아져 다른 가능성을 다 놓쳐버린 채 억울한 사람을 잡아들이고 진짜 범인은 놓쳐버린 건 아닐까 비스팅의 고민은 깊어져가고 마치 그런 그의 생각이 맞는다는 듯 또 다른 소녀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사건이 발생한다.

이제 자신의 과오를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증거를 조작한 사람과 진짜 범인을 잡아야 하지만 비스팅은 증거조작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 경찰의 모든 엄무에서 손을 떼야 하는 업무정지 상태라 혼자서 옛날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건 쉽지 않다.

오래전의 사건 기록부터 하나씩 다시 되짚어보기 시작하는 비스팅에 의해 눈에 들어온 사람은 기자인 그의 딸 리네가 현재 조사 중인 얼마 전 거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피해자였다.

별다른 직업도 친구도 없어 원한을 살 일도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의 살해 사건은 비스팅의 사건과 전혀 무관한 듯 보이지만 현실과 달리 소설 속의 사건들은 절대로 개별적이지 않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두 사건이 연관되는 지 그 관계의 실체가 좀체로 드러나지않는다.

하지만 별것 없는 것 같은 이 사건을 수사하던 리네의 탁월한 감각과 수사능력으로 경찰보다 한 발 빨리 피해자의 신원을 밝혀내고는 한 발 더 나아가 그와 루돌프 간의 아주 작은 연결고리를 발견하면서 위기에 처한 아빠 비스팅에게 큰 도움을 주고 사건을 점점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현재 벌어진 살인사건이 아니라는 점 즉 과거에 벌어진 사건을 다시 되짚어가며 그때 당시 어떤 실수를 하고 어떤 단서를 놓친 건지 과거 수사기록을 복기하듯이 조사하는 과정이 지루할 틈 없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져있다.

이 과정을 통해 아돌프는 진짜 누명을 쓴 게 맞는지 그렇다면 빠져나간 범인은 누구인지를 비스팅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것도 흥미로웠고 곳곳에서 탁월한 기지를 발휘해 경찰보다 한발 앞서가는 리네의 정보 수집을 통해 한 발 한 발 실체에 다가가는 다가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꽤 즐거웠다.

잔인한 살인사건의 묘사 없이 진실을 찾아가는 두 사람을 보는 것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는데 이 두 부녀의 활약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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