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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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40년 전에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 즉 코로나19의 출현을 그것도 꼭 집어 우한에서 나왔다고 예견했다는 걸로 우리나라에 출간되기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딘 쿤츠의 스릴러 어둠의 눈은 생각했던 것처럼 새로운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류가 공포에 빠지고 혼돈이 온다는 뭐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작가의 다른 작품처럼 국가적인 음모에 저항하고 맞서는 개인의 활약을 다루는 서스펜스 가득하고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 작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두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엘리엇은 아니지만 적어도 티나는 이런 일이 있기 전까진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이런 콤비의 조합은 이야기를 좀 더 활기차고 스피디하게 진행하는 힘을 위한 조합인 것 같다.

티나가 날카로운 직감을 이용해 새로운 의견과 방향을 제시한다면 엘리엇은 충분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1년 전 생각지도 못했던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아들 대니를 잃고 고통받던 티나에게 요즘 이상한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고 있다.

치우지 못한 아들방에서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나고 죽지 않았어라는 이상한 글이 쓰여있는 가 하면 밤마다 아들 대니가 끔찍한 모습을 한 악마 같은 이로 인해 산 채로 묻히기 전 살려달라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도 구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악몽을 꾸고 있지만 자신의 이런 상태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여차하면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오해를 살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인데 그녀는 자신의 커리어를 한층 높여줄 중요한 쇼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린 날 변호사인 엘리엇을 소개받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여자로서의 본능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와의 데이트 중 자신의 겪은 이상한 이야기... 즉 아들의 방에 쓰인 글이라던가 자신의 직장 컴퓨터에서 누구도 입력하지 않은 글, 그것도 역시 죽지 않았어라는 글이 출력된 일을 이야기하게 되고 이번에는 예전에 하지 못했던 아들의 시신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변호사인 엘리엇의 도움을 받아 아들의 묘를 개장하고자 하면서 이상한 사람들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두 사람 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쉽게 그들의 치밀한 음모를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었겠지만 엘리엇은 변호사가 되기 전 국가의 비밀 요원으로 오랫동안 활약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 그의 집을 찾아온 낯선 남자들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발견하고 순간의 틈을 이용해 탈출한다.

그리고 그녀 티나가 위험하다는 걸 직감하고 그녀의 집으로 가 그녀를 위기에서 구출하면서 믿고 싶지 않지만 그녀의 아들 대니의 죽음에 진짜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의혹으로만 느꼈던 대니의 죽음에 뭔가 은밀한 비밀스러운 음모가 있었음을 확신하게 되는 두 사람은 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모든 것이 처음 시작된 그곳으로 향한다.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비정한 조직의 모습은 독자를 분노시키기 충분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 한구석에서 이런 음모가 숨겨져있지 않다고 말하기 힘든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더욱 국가의 활동에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눈을 크게 뜨고 감시하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국가의 음모에 휘말려 단숨에 일상이 무너지고 쫓기는 모습에서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그리고 작은 단서를 바탕으로 끈질긴 추적을 통해서 마침내 음모의 전 모를 밝혀내는 모습에서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어둠의 눈은 기존의 딘 쿤츠 다운 면과 초자연적인 현상이 결합된 조금은 색다른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생각지도 못한 시작으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은 뒤 숨 쉴 틈 없는 스피디한 전개로 한 눈 팔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스토리의 힘이 딘 쿤츠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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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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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해가지지 않는 백야가 시작되면 잠을 자지 않고 밤새워 차를 몰고 다니는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렐레

고등학교 수학교사이자 딸을 잃어버린 아빠다.

렐레의 시간은 3년 전 딸 리나가 사라져버린 이후로 멈춰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가 밤새 하는 드라이브에는 딸 리나가 동행하고 있다.

다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리나와의 동행은 그가 밤새 차를 모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한데 그의 이런 모습은 그가 제정신일까 하는 의심을 하게 하는 부분이다.

한순간에 딸을 잃고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아빠의 출구 없는 방황이 책 전반에 펼쳐져 있어 독자로 하여금 그가 느끼는 죄책감과 분노의 감정을 십분 느끼게 할 정도로 남자의 방황은 처절하고 안타깝다.

더군다나 그의 방황은 어느 누구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 그저 그의 모습이 보이면 피하기만 할 뿐...

자신이 태워다 준 버스정류장에서 리나가 흔적도 없고 목격자도 없이 깜짝같이 사라져버린 이후 렐레는 밤에 잠을 자지도 못하고 딸아이를 가진 직후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기 시작했으며 술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게 되었고 그야말로 산송장의 상태가 되어 이웃들의 연민 어린 시선을 견뎌내고 있다.

그들에게 렐레의 불행은 안타깝지만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딸의 실종을 남편 탓으로 몰던 아내는 실종자의 여느 가족들처럼 그와 함께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그의 집을 떠나버렸고 그는 이제 오롯이 홀로 남아 오늘도 딸이 사라진 길 실버 로드를 샅샅이 훑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아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실버 로드는 사랑하는 가족의 실종으로 무너져내리는 남은 가족의 모습을 생생히 담고 있다.

특히 주변 모두가 이미 포기해버렸지만 가족만큼은 죽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이상 찾는 것을 스스로 멈출 수도 그만둘 수도 없이 실종된 그때 그대로 시간이 멈춰버린 채 서서히 마모되어가고 슬픔에 침몰되어가는 모습을 렐레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실버 로드는 물리적으로 잔인한 범죄현장을 표현하지 않아도 계속 딸을 찾아 헤매는 렐레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어느 사건 현장보다 잔인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 평범하지 않은 한 모녀가 찾아오는 데 이야기를 이끌어 갈 또 다른 축인 메야다.

늘 약에 취해있고 술에 취해있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보살피는 딸 메야는 한곳에서 오래 살아본 적이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

남자 없이는 살 수 없고 늘 뭔가에 취해있는 엄마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던 메야에게 다가온 칼은 그녀를 자신이 사는 농장으로 인도해 다른 삶을 살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녀의 눈에 비치는 칼의 농장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고 언제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준비가 되어있는 집이자 늘 따뜻한 음식이 있는 곳이었고 자신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가족의 모습에 속절없이 끌린다.

하지만 이곳 학교에서는 친구를 사귀지도 어울리지도 못한 채 겉돌고 있었고 그런 메야를 선생이자 아이 아빠였던 렐레는 걱정스럽게 지켜보는데 아마도 둘은 서로 다른 사람이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라는 동질감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두 사람은 아슬아슬함을 보여주는데 또 다른 여자아이가 캠핑장에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그리고 이번에도 리나의 실종 때와 마찬가지로 렐레는 용의선상에 오르고... 메야 역시 조금 다르지만 안락하게 보이던 칼의 가족이 뭔가를 숨기고 있음을 깨닫는다.

대부분의 스릴러와는 다르게 소녀가 납치되는 모습이나 그 이후 구금되는 상황을 묘사하는 등의 범죄사실의 재구성을 보이지도 않고 범죄의 수법 같은 걸 나열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처절하리만큼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런 범죄의 잔인함과 잔혹성을 부각시키고 보호받지 못하는 소녀 메야를 내세워 그런 아이들이 얼마나 쉽게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범죄에 휘말릴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범죄가 더욱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느껴져 섬뜩하게 느껴졌고 뭔가 곧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이웃이 자신들의 일이라면 얼마나 쉽게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는지... 그러고도 자기합리화를 통해 스스로의 죄를 면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실버 로드가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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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1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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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바와 술집이 있는 게이 거리에서 연달아 잔인하게 훼손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지만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음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경찰은 이 살인이 연쇄살인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당연하게 각각의 사건을 따로 수사하지만 너무나 용의주도한 이 범인은 어떤 단서도 남겨 놓지 않았다.

덕분에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고 지지부진한 가운데 연달아 3번째 4번째 피해자가 나오고서야 연쇄살인임을 인정하고 이 사건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외부 전문가를 부른다.

그의 이름은 토니 힐

그는 내무부 소속의 심리학자이자 범죄 프로 파일링을 맡고 있으며 본인 스스로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성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독신 남자이다.이제까지 나온 캐릭터들이 대부분 애정전선에 문제가 있어도 남성성에 이상이 있는 일은 없었던 것에 비하면 사뭇 다른 접근이라 흥미로운데 그가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떤식으로 해결해나갈지도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그가 경찰 수사에 참가하면서부터 이제까지의 수사와는 다른 관점에서 모든 사건을 새롭게 조사하고 그럼으로써 경찰 내부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지만 당연하게도 이런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남성우월주의의 마초맨이자 스스로의 능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톰 크로스는 범인의 지능과 능력을 높이 사는 토니의 의견에 거부감을 가질 뿐 아니라 이 네 건의 사건들이 한 사람에 의한 연쇄살인이라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의 이런 태도는 경찰 내부의 결속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언제나 자신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경찰들을 주위에 포진하고 있음으로써 영리하고 경찰로 재능이 있는 캐롤 같은 여자들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경찰 내부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일의 특성상 남자들의 결속에 들어가지 못한 채 겉돌고 있었던 캐롤 조던 경위는 토니가 들어와 사건 수사를 돕는 과정에서 이제껏 구태의연한 수사 방법에만 머물던 방법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관점이 필요할 때에야 비로소 그녀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하는 계기가 된다.

연이어 훼손된 시신이 발견되고 중간중간 범인이 쓴 기록이 마치 일기처럼 첨가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범인의 윤곽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아 어떤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낙점해서 접근한 건지 정확하게 범인의 목적은 뭔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범인을 추정할 수 없도록 만들고 그런 범인을 특정 짓기 위해선 토니의 프로 파일링에만 의존해야만 되도록 만들어놓았기에 경찰과 토니가 수색 범위를 얼마나 좁혔는지 범인에게 얼마나 근접했는지 가늠할 수 없어 점차로 범인에게 다가간다고 느낄 때의 그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다소 느슨하다는 게 아쉬웠다.

아마도 마지막의 반전을 위해 이런 포석을 깔아 놓은 것 같은데 그렇게 보면 작가의 작전은 성공한 듯...

이 책이 시리즈의 첫 번째라는 걸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주인공 캐릭터의 성격이나 특징을 특성 짓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 그 자체보다 범인에게 접근하는 토니의 작업 방식에 더 중점을 두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음 편은 좀 더 긴장감 있고 스피디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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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 라이크 어스
크리스티나 앨저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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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요원인 넬 플린이 부상당한 채 고향으로 내려온 건 경찰이었던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었다.

엄마가 살해당하고 둘 만 살았지만 말이 없고 불같은 성미를 지닌 아빠와 넬은 서로 어색한 상태로 지내다 넬의 연애 문제와 진학 문제 때문에 충돌한 후 그녀가 고향을 떠나버렸고 이후 10년간 왕래가 없던 상태라 아빠의 죽음에서 오는 대미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아빠가 그녀에게 남긴 유산을 정리하다 해외계좌가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의문이 생긴다.

아빠는 고향 서퍽 카운티에서 경찰로 오랫동안 근무했던 터라 해외계좌를 둘 여력 따윈 없다는 걸 알기에 아빠가 남몰래 딴 주머니를 찬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기고 그런 아빠가 시내에 아파트를 얻어 한 여자를 그곳에 머무르게 했다는 걸 알면서 혼란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그녀가 갑작스럽게 그 아파트를 떠난 날짜가 공교롭게도 아빠가 교통사고로 죽기 하루 전

그렇다면 아빠의 죽음도 어쩌면 사고사가 아닌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기지만 그런 의심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아빠의 사고 난 오토바이를 조사하고선 누군가 오토바이에 손은 댄 걸 확인한다.

아빠는 도대체 무슨 일에 끼어든 걸까 하는 의문도 잠시... 이곳 서퍽 카운티에서 부자들의 휴양지로 각광받는 곳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그곳을 산책하던 여자에 의해 발견되는데 죽은 여자의 상태가 끔찍할 정도로 잔인하다.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사지가 잘린 채 비닐 포대에 덮여있는 소녀가 발견되면서 서퍽 카운티의 경찰도 들끓기 시작하고 그 사건을 담당한 동창생 리의 말에 따르면 작년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으며 그 사건을 넬의 아빠와 자신이 수사하던 중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리의 수사를 돕게 되면서 넬은 살해된 여자들이 죽기 전의 행적이 아빠의 동선과 겹친다는 걸 깨닫는다.

또한 죽은 여자들이 죽기 전의 직업이 고급 매춘부였으며 서퍽 카운티의 부자들 동네 파티에 자주 불려 다닌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그런 이유로 지역 경찰들이 초동 수사 때부터 적극적이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이미 특정인을 용의자로 보고 그의 행적을 증명하는 쪽으로 수사 방향을 정해놓고 수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피해자를 단 방에 즉사시킬 정도의 사격술을 가졌으며 키가 큰 왼손잡이인 자가 그녀들을 죽인 범인이라는 게 분명히 보이는 데도 이런 증거를 무시한 채 오로지 피해자의 가족들이 봤다는 트럭과 같은 트럭을 몰고 정원일에 쓰이는 포대가 시신을 싼 포대랑 같다는 이유만으로 힘없는 불법체류자인 남자를 용의자로 특정 짓고 더 이상의 수사는 멈춰버리는 서퍽 카운티의 형태를 모른 척 외면할 수 없었던 넬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FBI와 예전부터 이곳에서 경찰에 의해 자행되는 온갖 비리와 독선을 고발하던 기자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여성들의 연대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의 연대에 남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아니 오히려 오랫동안 이곳 서픽 카운티에서 경찰로 일했던 아빠의 동료들과 그녀가 얼마 전까지도 사랑한다고 말했던 가족의 오랜 친구인 도시는 이곳에서 거의 무소불위의 지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힘을 행사하는 데 거침이 없다.

그런 그들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로 인해 제대로 된 진술과 정보를 듣기도 힘든 상황에서 넬은 아빠가 범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생각만 해도 두렵지만 어릴 적 엄마의 죽음에도 혹시 연관된 건 아닌지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야만 한다.

그들에게 가난한 매춘부의 죽음이나 앞으로 더 얼마나 같은 희생자가 나올지에 대한 관심 따윈 없다.

그저 얼른 누군가 희생양을 내세워 사건을 덮어버리고 사업을 계속해야만 하기에 매춘부들을 이용한 돈 많은 고객의 기분이 더 중요했고 자신들의 치부를 들춰내려 하는 사람이 어릴 적부터 봐왔던 사람이란 것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다.

시신은 아주 잔혹한 상태였지만 범죄의 방법은 생각만큼 치밀하지도 않고 용의자를 추정하는 것 역시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썩을 대로 썩은 지역 경찰과 공권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어 사건을 덮는데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런 사실을 까발리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범죄의 증거를 바탕으로 단서를 쫓아 범인을 추적해가는 기존의 크라임 스릴러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란 걸 제대로 보여주는 걸스 라이크 어스는 여자들의 연합으로 마초 같은 남자들에게 한 방 먹이는 재미로라도 읽을 만했다.

남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여자들도 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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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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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타운카를 몰고 다니면서 돈이 되는 의뢰라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받고 재판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그야말로 인정사정 보지 않는 악명 높은 변호사 미키 할러

스스로 돈을 사랑한다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어 그런 속물적인 면마저 자신의 장점으로 만드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가 범죄 피해를 입는다면 미키의 배다른 형이자 형사인 해리 보슈 같은 경찰이 담당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변호사를 선임할 일이 생긴다면 미키 할러 같은 변호사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그는 자신이 맡은 재판을 위해선 최선을 다하는... 그야말로 진짜 뼛속까지 변호사다.

이렇게 변호사의 전형 같았던 미키가 언젠가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맡아서 변호해 풀려났던 용의자가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점점 염증을 느끼는가 싶더니 변호사가 아닌 질색하던 검찰에서 일을 하다 선출직인 검찰청장 선거에 나서기도 하고 자신이 풀어준 누군가에 의해 희생자가 된 사람들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이런 일은 예전의 미키, 즉 변호사로 승승장구하며 그런 자신에게 스스로 프라이드를 느끼고 있었을 당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모든 일의 바탕에는 자신의 사랑하는 딸이 있었다.

누가 봐도 구제받을 길 없는 범죄자의 편에서 변호를 하고 돈을 버는 아빠의 모습에서 수치심을 느끼고 분노하는 딸로 인해 변호사로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미키는 얼굴을 보지 않으려 하는 딸로 인해 상심한 마음을 술로 달래기 시작했다.

이런때 매춘부를 살해한 용의자이자 디지털 포주인 안드레 라 코세가 그에게 변호를 의뢰했고 그에게 미키를 추천한 사람이 미키가 목돈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살도록 도와줬던 글로리아 데이턴이자 라 코세에 의해 피살된 여자였다.

정황증거는 라 코세에게 불리하지만 그의 무죄를 믿었던 미키는 사건을 조사하다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사건과 이 사건이 엮여있음을 알게 된다.

몇 해 전 글로리아가 카르텔 소속 마약상 핵터 안란테 모야를 밀고 하면서 모야는 무기징역을 구형 받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에 모야는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마약은 인정했지만 그에게 가중처벌을 안겨준 총기 소지에 있어서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것 때문에 그에게 평생토록 감옥에서 나올 수 없는 형량이 주어졌었다.

8년이 지난 후 모야는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그 소송의 주요 증인이 바로 글로리아였음을 알게 되면서 단순 살인사건으로 보였던 사건이 점차 위험성을 띠기 시작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자신감과 자신이 최고라는 프라이드 그리고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것 같았던 전형적인 속물 변호사였던 미키가 딸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민감해하고 전화 한통에 목매달고 애달파하면서 보통의 평범한 아빠의 모습으로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충격에 휘청이고 자신도 모르는 새 이용당해 사건에 휘말리면서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해 헤매지만 그럼에도 역시 미키 할러는 범정에서 최고의 빌런이자 역전의 명수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다.

하나씩 모아둔 조각으로 막강해 보였던 상대에게 강력한 어퍼컷을 날리는 법정에서의 장면은 그가 악당이지만 왜 최고의 변호사인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일 뿐 아니라 왜 시리즈가 인기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딸아이로 인해 점점 변해가는 미키의 모습은 앞으로 또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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