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밤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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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에서 많은 것을 의미하는 할런 코벤의 사라진 밤은 이제까지의 그의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느닷없는 이별,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 그리고 비밀과 거짓말들...

어쩌면 늘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는데도 첫 장을 읽기 시작하면 이런 것 따윈 다 잊어버릴 만큼 단숨에 몰입하게 하는 힘... 그것이 오랫동안 할런 코벤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사라진 밤에서도 느닷없는 이별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나온다. 그의 이름은 냅

오래전 어느 날 밤 영혼의 단짝인 쌍둥이 동생이 사고로 죽고 그가 사랑했던 연인 역시 사라져버리면서 그의 인생은 그 순간에 멈춘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이제 멈춰버린 그의 인생에 한줄기 빛이 찾아들었다.

할런 코벤은 사라진 연인의 흔적을 찾는 사람에게 가장 극적인 방법, 즉 누군가가 살해되기 직전의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그에게 그녀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의 흔적을 들이밀고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정체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동생이 죽은 밤 그 이후로 어디에서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던 연인 모라의 흔적이 경찰이 살해된 현장에서 지문으로 나오게 되고 죽은 경찰 역시 오래전 그가 다녔던 고교의 동창임이 밝혀지면서 냅은 그녀가 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토록 꽁꽁 숨어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사는 이유와 그의 인생에서 사라지게 된 이유를 추적하는데 한발 다가서게 된다.

그녀와 함께였던 경찰을 처리하는 방식이 전문가의 냄새가 났을 뿐 아니라 그 이후 그녀의 흔적은 또다시 사라져 적어도 누군가가 그녀의 뒤를 쫓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냅은 그녀가 사라진 이유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하면서 언제나 의문스러웠던 쌍둥이 동생과 동생의 연인의 죽음에도 새롭게 접근하게 된다.

그리고 하나둘씩 묻혔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날 즈음 또다시 냅의 고교 동창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 들의 사건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이 명확해지지만 주변 사람들은 사건 사이의 시간 차이가 너무나 크고 동생의 죽음은 타살이 아니며 사건들에 공통적인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의 연관관계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사실 냅 역시 사건이 연관되어 있음을 본능적으로 믿지만 그조차도 왜 15년이 지나서 지금 다시 그들이 살해당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그저 그 아이들 모두 하나의 클럽에 가입되었던 친구였다는 사실만 밝혀졌을 뿐...

사람들은 여전히 비밀이란 단어와 진실이라는 단어에 매혹된다.

마치 누군가의 은밀한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숨겨왔던 거짓과 위선이 만 천하에 까발려지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런 이중성을 제대로 표현하는 영리한 작가 중 한 사람이 할런코벤이 아닐지...

이 책에서도 그렇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고 비밀도 모두 공유하고 있다 자신했던 쌍둥이 동생이 숨겨왔던 비밀들이 사건을 수사하는 중 드러나면서 냅이 겪는 혼란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뉴스나 주변에서 벌어진 사건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인물이 사건의 중심에 섰을 때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혹은 가족들은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걸 종종 볼 수 있었다.

명확하게 사건 관계가 드러났을 때도 이를 부정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자신하는 걸 보면서 느끼는 점은 자신도 자신에 대해 다 모를 때가 있는 데 하물며 아무리 가족이라 할지라도 타인인데 그 사람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오만이 아닐지...

그런 부분들을 가장 잘 파악하고 파고들어가는 사람이 아마도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중에서도 스릴러 작가만큼 그걸 잘 표현하고 이용하는 작가도 없을 듯...

개인의 일탈과 거대한 음모가 섞여서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아간 과정을 밝혀가는 과정이 치밀하게 그려진... 할런 코벤식 스릴러~

역시 영화로 만들기엔 딱인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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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파스트의 망령들
스튜어트 네빌 지음, 이훈 옮김 / 네버모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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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죽인 유령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남자 제랄드 피건은 겉보기엔 매일 술에 취해 사는 알코올중독자에 불과한 듯 보이지만 그는 사실 IRA의 전설적인 행동 요원이었다.

하지만 12년간 감옥에서 복역하고 나온 세상은 그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더 이상 그와 같이 총질과 테러를 일삼는 과격한 행동 요원이 설자리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이념과 정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살해한 12명의 유령들이 그를 밤낮으로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그에게는 평화란 없었고 그가 출소한 후 7년 만에 다시 살인을 하게 된 이유 역시 유령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면 자신을 놔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사항 때문이었다.

거침없이 감정 없이 살인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던 남자가 유령 때문에 두려워하고 그저 잠을 편히 자기 위해 유령들의 요구대로 살인을 한다는 설정은 언뜻 코믹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웃음기라곤 1도 없을 뿐 아니라 진지하고 무겁기까지 하다는 게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연히도 그가 차례차례로 살해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조국인 북아일랜드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싸울 때 함께했던 동지였고 친구였으며 심지어 그들은 그가 감옥에 있을 때 차근차근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이제는 새로운 조국에서 힘깨나 쓰는 위치에 올라있었다.

그들은 처음 살인이 벌어졌을 때 그 솜씨 즉 망설임 없이 과감하고 대범하면서도 마치 처단하듯 행한 것을 보고 단박에 피건의 짓이라는 걸 눈치챘고 그들에게도 새로운 판이 짜여진 그곳에 더 이상 피건의 자리를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는 자신들의 하고자 하는 일에 걸림돌이 되는 존재가 되어 반드시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벨파스트의 망령들에서는 단순히 누군가가 살인을 하고 그 살인자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때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고 그런 자신들의 조직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을 거침없이 처리했었던 전설적인 행동 요원이 이제는 술주정뱅이가 되어 유령에 쫓겨 하루라도 편히 자고 싶다는 욕망으로 살인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에 그가 살해하는 사람들의 면면은 한때는 조국을 위한다는 명분을 위해 싸웠지만 조국 북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되고 자립의 길을 걸으면서 어느새 권력의 맛에 취하고 돈에 취해 자신들이 원하는 걸 얻고자 거침없이 동료였던 사람을 혹은 친구들을 향해 냉혹한 주먹을 휘두르고 원하는 걸 취하는 그저 그런 정치가이거나 마피아에 버금가는 범죄자일 뿐... 그래서 정의를 위한 살인이 아니라 유령을 쫓아내고 편히 자기 위한 이유로 그들을 살해하는 피건의 살인이 차라리 명분을 얻을 뿐 아니라 그가 하는 일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가 죽이고자 하는 놈들은 천하에 나쁜 놈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있는 위치에 있어 이런 우리를 대변해 거침없이 처단해나가는 피건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피건이 유령들이 지목한 사람들을 처리하는 장면을 보는 것 역시 아주 흥미롭다.

독자의 입장에선 그가 마음속으로 갈등하는 이유나 혹은 유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피건을 상대하는 입장에선 혼잣말을 주절거리며 흔들리는 손으로도 자신을 겨냥하는 모습이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을 터... 게다가 피건은 돈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회유되지 않는다는 게 더욱 답답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명분도 이념도 돈과 권력 앞에서 다 변해버린 세상에서 혼자서 고해하듯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정신이 아닌 피건...이렇게만 보면 그는 현대의 완벽한 히어로의 모습이 아닐까?

왠지 영화 배트맨의 고뇌와 그 고담 시의 전경이 연상되는 벨파스트의 망령들은 가볍지 않고 묵직한 누아르의 참맛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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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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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주는 느낌은 뭔가 강력하고 하드보일드 한 느낌이 강하지만 들여다보면 어느 한순간 눈앞에서 모든 것이 사라진 남자가 잃어버린 것을 찾고자 처절하게 애쓰고 또 애쓰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듯 하다.

늘 자신의 곁에 있을 것만 같아 자신도 모르는 새 소홀해지고 잃어버린 후에야 후회하고 자책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이 책 속의 남자 게이브는 조금 더 안타까운 경우다.

집에 돌아가는 길... 단지 조금 늦었을 뿐인데 그를 기다리는 건 아내와 딸아이가 처참하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경관의 말

하지만 그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정체된 도로에서 그의 앞차에 타고 있던 딸아이를 직접 보았기 때문인데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당연하게도 그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 알리바이를 제시해야 하고 그날 그의 행적은 언론에 의해 발가벗기듯 밝혀진다.

자신이 조금만 빨리 귀가했더라면... 그날 그 길에서 본 차를 끝까지 추적했더라면 딸을 눈앞에서 잃어버리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회한과 후회는 그를 속에서부터 갉아먹었고 그날 이후 게이브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상태로 마치 유령처럼 그날의 그 도로 위를 헤매고 다닌다.

아무도 믿지 않는 진실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남자 게이브 그리고 3년이 지난 후 그를 도와주는 남자에 의해 그토록 찾았던 차를 발견하지만 부패되어버린 남자의 시신과 함께 알게 된 다른 사람들이라는 수상한 단체

그 단체의 정체는 그가 왜 이런 비극을 겪게 되는지를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초코맨과 애니가 돌아왔다에서 순진한 아이들이 가진 동심과 잔혹성에다 공포라는 소재를 섞어 멋진 작품을 보여줬던 C. J .튜더가 이번에는 인간이 가진 복수심... 그 적나라하면서도 원초적인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자신이 겪은 상실과 아픔만큼 대갚음해 주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지만 그런 사적인 보복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들... 이 책은 과연 그런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 묻는다.

죄를 지은 사람은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교묘하게 혹은 운 좋게 이를 피한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분노하고 그들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 법의 허술함에 대해 치를 떨 때가 있는데 그렇다면 법이 처벌하지 못한 사람들을 아무도 모르게 처벌할 방법이 있다면 그 유혹을 이길 수 있을까?

딜레마에 빠지기 쉬운 문제를 작가 특유의 솜씨 즉 공포와 환상 그리고 끝까지 누가 범인일지 알 수 없는 치밀함으로 엮은 디 아더 피플은 읽는 내내 도대체 누가 게이브의 가족을 망가뜨렸는지 범인의 정체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 살인의 이유가 몹시도 궁금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가독성도 좋고 탄탄한 스토리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의외의 결말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은 수작이었고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더 만족도가 높아 작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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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 검은 그림자의 진실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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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우리나라를 가장 크게 흔든 사건 중 하나가 바로 N번방 사건이다.

여자들을 성적 노예로 취급해 성을 착취하고 그걸로도 모자라 돈을 받고 자극적인 영상을 올리고 수많은 남자들이 돈을 내고 그 영상을 보면서 여자들을 죽음보다 깊은 수렁에 빠트린 이 사건은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성문제를 표면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 책 상처에서 사라진 여대생의 흔적을 찾아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익히 하는 그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한때는 형사였지만 지금은 그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에 취해 사는 알코올중독자인 남자 호진에게 오래전 상사였던 남자가 찾아와 부탁을 한다.

직장 상사였던 그가 한 부탁은 다름 아닌 얼마 전 가출한 딸을 찾아달라는 것인데 그 딸은 단순히 가출만 한 것이 아니라 음란사이트에다 입에 담기도 싫은 자극적인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호진이 기억하기로도 그 딸이 그런 일탈을 하리라는 건 생각하기 쉽지 않았지만 그녀의 흔적을 쫓아가다 알게 된 사실은 그 영상이 누군가의 강요에 의한 것이거나 어떤 약물이나 이외의 위력에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인 행동이라는 것이었고 그런 사실을 깨달으면서 더욱더 딸의 가출에 의문점이 더해만 간다.

자신 역시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라나던 딸아이의 모습을 미처 담기도 전에 놓쳐버린 아픔이 있었기에 더더욱 상사의 딸의 흔적을 찾는 것에 몰두하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또한 발 늦어 상사의 딸인 미애의 차디찬 시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녀가 죽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살인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그녀의 행적보다 범인을 검거하는데 모든 수사가 맞춰지지만 호진은 범인의 정체보다 그녀가 왜 그런 일탈을 하게 된 건지 그녀의 행적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누가 봐도 그녀가 그런 일을 벌일만한 동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그녀는 왜 평생 자신을 따라다니는 족쇄가 될 것이 분명한 그런 영상을 그것도 웃으면서 찍은 걸까? 하는 의문은 그런 의문을 쫓는 호진만큼이나 나 역시 궁금하게 했다.

아마도 작가 역시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둔 듯 살인사건이 벌어졌지만 범인의 정체보다 그녀의 일탈의 이유와 그런 그녀의 일탈을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그녀의 흔적을 쫓으며 알게 되는 진실들... 누군가의 모습을 훔쳐보면서 즐기는 관음증에 물든 사회, 돈이 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사고파는 사람들, 어느새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뿌리 깊게 내린 음란물...

그런 영상을 찍은 개인의 문제라고 하기엔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은 더 무섭고 음습할 뿐 아니라 법적인 처벌 수위도 너무 가벼워 그런 동영상으로 벌어들인 수입에 비해 너무 가벼워 근절되기 어렵다.

지금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불법 음란 동영상과 디지털화되고 음지화된 성문제를 소재로 해서 이런 문제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해보고 경각심을 가지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표현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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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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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말이 서로 다를 땐 둘 중 하나다.

둘 중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둘 중 누군가가 제정신이 아니거나...

이 책의 주인공 브리엔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조건을 가지고 있고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그녀가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건지 의심하도록 장치해놓았다.

그리고 그런 참 거짓을 가르는 열쇠로 남자 나이얼을 배치해 브리엔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인물로 그려놓았다. 분명 둘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제정신이 아니다.

어느 날 자신의 집으로 부동산 관리사무소로부터 열쇠가 들어있는 봉투가 도착하면서 브리엔은 혼란스럽다.

자신은 집을 계약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행세를 한다는 걸 알게 되지만 어디에도 말할 곳이 없다.

왜냐하면 상대방은 그저 그녀의 이름만 도용했을 뿐 뭔가 그녀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거나 해를 입힌 적이 없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고 사고 이후 떠나버린 친구들로 인해 자신의 말을 증명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인데 여기에다 또 다른 이유는 그녀가 몇 개월 전 강도로부터 피습당한 이후로 기억이 온전치 못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 없어 직접 행동으로 나섰지만 그녀가 알게 된 건 상대방이 자신의 이름만 훔쳐 간 게 아니라 자신의 취향이나 외모까지 모든 것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녀가 범죄의 대상이 된 걸까?

이 모든 정황으로 봐선 그녀가 누군가의 덫에 걸린듯하지만 이마저 확실하지 않은 것이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기억이나 본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고 또한 그녀의 세입자이자 그녀가 믿고 있는 의사 나이얼과의 대화에서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다른 것들이 드러나면서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 건지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분명 둘 중 누군가의 말은 틀린 게 분명한데 만약 나이얼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면 그는 무슨 목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건지...브리엔의 정신은 온전한 건지 독자로 하여금 그 진위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실마리를 찾도록 하고 있는 내가 너였을 때는 전작과도 닮은 부분이 많다.

이를테면 누군가를 흉내 낸다거나 혹은 다른 사람의 SNS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훔쳐 그 사람인 척한다거나 하는 부분들... 누군가 내 이름을 도용해 얼마든지 나쁜 짓을 저지르고 익명성 뒤에 숨을 수 있다는 데서 오는 현대인이 불안심리를 제대로 파고들어가 그 부분을 극대화한다는 점이 그렇다.

여기에다 보통은 이런 경우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않은 채 모호한 상태로 독자로 하여금 범인을 유추할 수 있도록 끝까지 몰고 가서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한 방을 선사하는 전개가 익숙한데 작가는 조금 다른 방법을 택하고 있다.

중간부터 둘 중 누가 옳은 건지를 전격적으로 드러내면서 이후부터는 조금 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작가는 범인의 존재보다 이후 벌어질 추격전과 서로의 본심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는지를 두고 포커게임처럼 상대의 수읽기 싸움에 이후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런 점은 호불호가 조금 갈릴 듯...

가독성도 좋고 몰입감도 좋았지만 특유의 강렬한 반전을 원하는 독자들에겐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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