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다른 작품 동트기 힘든 긴 밤을 인상적으로 읽었고 이번에 우연히 발견한 이 책 역시 같은 작가의 책이라는 사실에 호감을 느꼈다.
작가의 작품은 중국 소설이라는 약간의 편견을 거침없이 넘어설 정도로 흥미롭고 엄청난 흡인력을 보일 정도로 가독성 또한 좋았다.
시작은 한 남자가 살인을 예고하면서부터다.
그 남자의 이름은 장동성
수학과 과학에 뛰어나 장래가 촉망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취업을 결정, 수학교사가 된다.
그리고 여자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해 데릴사위가 되지만 아내의 배신으로 이제 빈털터리가 된 채 이혼당 할 위기에 선다.
엄청난 노력과 치밀한 계산 끝에 장인 장모를 산 위에서 밀어 죽이고는 사고사로 처리하게 되지만 그의 행운은 여기까지!
그가 저지른 짓이 우연히 이곳으로 놀러 온 아이들에 의해 동영상에 찍히고 만다.
이 아이들 역시 평범한 아이들은 아니다.
먼저 뛰어난 머리로 늘 전교 1등을 차지하지만 왜소한 체구와 소심한 성격 탓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 일쑤고 부모의 이혼으로 가난하게 살고 있는 주자오양
그에게는 부자인 아빠가 있지만 그는 자오양에겐 관심조차 없고 오로지 새 아내와 그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아이만을 사랑한다.
그런 사실은 자오양으로 하여금 견딜 수 없는 박탈감과 억울함을 안겨주지만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는데 그런 자오양에게 힘을 보태주는 두 아이가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바뀐다.
어릴 적 친구였던 딩하오가 푸푸를 데리고 고아원을 탈출해 자오양의 집으로 찾아온다.
딩하오와 푸푸는 살인을 저지른 부모로 인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삐뚤어져있다.
그런 아이와 공부밖에 몰랐던 자오양이 우연히 누군가의 살인 장면을 찍으면서 모든 것이 변해버린다.
동영상을 보면서 당연히 신고를 하려고 한 자오양을 막아선 아이들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은 평범하지 않다.
그 살인자를 협박해 돈을 받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두 아이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자오양
그때까지만 해도 자오양은 소심한 아이에 지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처음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생긴 자오양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계획에 반대하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고 차츰 두 사람의 계획에 동조하게 된다.
이런 자오양으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 건 뭐였을까?
아빠가 애지중지하는 배다른 동생을 보면서 그가 느낀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누가 봐도 억울한 상황에 그의 편이 아니라 새 가족의 편을 들고 새 가족만 신경 쓰는 아빠에 대한 분노 탓일까?
그게 뭐가 됐던 아이들의 운명을 가른 건 첫 번째가 우연히 찍은 동영상이었고 그다음은 바로 자오양의 배다른 동생을 죽인 것이었다.
아마도 그 동영상을 본 이후 잔상이 남아서가 아닐까 싶은데 잔망스럽고 영악한 동생의 댓거리에 자신도 모르게 동영상속의 살인 장면처럼 화장실 창문에서 밀어버린 자오양은 그 순간 이미 예전의 그 아이가 아니었다.
이후 경찰의 심문에 대처하는 모습부터 알아낸 사실들로 알리바이를 짜고 동영상을 이용해 장동성을 끌어들여 또 다른 범죄를 모의하기까지... 이제 자오양은 범죄에 앞장서서 리더의 역할을 한다.
자오양이 점점 변화해 범죄에 익숙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느꼈다.
만약 그에게 친구들이 찾아와 이런 일들을 벌어지않았다면 그는 평범한 어른이 됐을까?
아니면 언제든 그 속에 내재된 분노가 악의 원천이 되어 언제든 범죄를...그것도 치밀하고 잔인하게 저지를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가 됐을까?
영악하게 대처하는 아이들에 비해 경찰을 비롯한 어른들의 대응은 순진하기 짝이 없다.
자오양은 어른들의 이런 심리까지 이용해 범죄사실을 무마하고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그 솜씨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우리는 아이들은 늘 어리고 순진하다는 착각을 한다.
그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더더욱 그런 편견은 심해진다.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 나쁜 짓을 할 리가 없다는 절대적인 믿음은 자오양에게 순간적으론 득이 되지만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일탈하는 그 아이를 잡지 못하는 올가미로 작용한다.
이북 동생을 죽이는 데 성공한 순간부터 조금씩 변화된 그의 마음에 아빠조차 자신을 의심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완전범죄를 꿈꾸며 치밀한 계획을 세워 그 계획이 성공할 수 있도록 1년이 넘는 시간을 참고 기다린 장동성과 순간순간의 기지와 운으로 위기를 타파하고 끝내는 스스로 범죄를 계획할 수 있게 된 자오양과의 대결은 처음은 느슨하고 어설프게 진행된다.
아이들이 가진 건 범행 증거가 담긴 동영상뿐이기에 어른이며 이미 냉철하고 치밀한 계획하에 살인을 저지르고 경찰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정도로 머리가 좋은 장동성과의 대결이 쉽게 판가름 나리라 예상했지만... 범행은 진화한다는 말처럼 아이들 그중에서도 특히 자오양은 장동성과 박빙의 대결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빨리 변화한다.
초반부터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펼쳐져 단숨에 읽어 내려갈 정도로 가독성도 뛰어난 나쁜 아이들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했고 결말 역시 마음에 들었다.
작가의 신간이 출간된 걸로 아는 데 그 책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