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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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LA 폭동 사건은 로드니 킹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 약탈과 방화로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고 한인타운 역시 그 피해를 입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폭동 이전에 코리아타운 인근에서 상점 주인인 한국인 여성 두순자가 한 흑인 소녀를 강도로 오인해 총격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그 판결이 전체 흑인 사회를 분노하게 했다는 건 몰랐는데 이 책이 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걸 알고 찾아보게 되었다.

이 책에선 그 총격 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두 가족의 시선으로 풀어가고 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상당히 현실감이 있을 뿐 만 아니라 누구에게는 죽이고 싶은 가해자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가족이며 쉽게 미워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점을 제대로 표현해 삶이 흑백논리로 나눌 수 없음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

조용한 부모 밑에서 평온한 삶을 살아가던 그레이스의 일상이 무너진 건 마트의 주차장에서 누군가의 총격으로 눈앞에서 엄마 이본이 쓰러지면서부터다.

원한을 살 만한 일도 없는 엄마가 누군가에 의해 총을 맞고 사경을 헤매는 것도 충격인데 언니 미리엄의 말에 따르면 엄마는 무고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죗값을 치른 거라는 식의 말에 충격을 받는다.

자신만 모르는 뭔가가 있음을 직감한 그레이스의 추궁에 털어놓는 진실은 이제까지 삶 전부를 뒤집어 놓기에 충분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남편과 자식들만 바라보고 희생한 엄마가 누군가를 죽인 살인자였다니...

그것도 무장하지 않은 어린 소녀를 죽이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레이스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놀라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누나가 눈앞에서 총에 맞아 죽는 걸 봐야만 했던 숀은 그때의 살인자가 이번에 마트 주차장에서 누군가가 쏜 총에 쓰려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불안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불안은 맞아떨어져 갓 출소한 사촌이 용의자가 되었고 이제 이 사건은 모두의 관심사가 되어 오래전 누이의 죽음이 다시 불려 나온다.

이렇게 서로 악연으로 얽힌 두 집안에서 가장 무고한 듯한 두 사람의 시선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백인이 기득권인 세상에서 가장 차별받는 위치에 있는 두 인종인 흑인과 아시아인조차도 서로 반목하고 차별을 하는 것이 일상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힘을 합쳐 인종차별을 없애는 데 노력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서로에게 반목하면서도 자신 역시 백인들과 마찬가지로 색안경을 쓰고 인종차별을 한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모습은 집단 이기주의로 보일 정도였다.

그들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자신들 스스로를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걸 오랜 세월을 거치며 깨달았기 때문인데 그런 자신들의 모습이 타 인종을 거부하는 인종차별주의자의 모습과 닮아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걸 보면서 안타깝게 느껴졌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언젠가부터 피해자의 피부 색깔을 나눠 서로 편을 나눠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온갖 인종이 모여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질마저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게 느껴졌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그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인과관계며 사건 이면의 이야기들도 흥미로웠지만 등장인물 내면의 심리묘사가 탁월해 몰입감이 엄청났다.

단순히 한인과 흑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그 이면에 내재된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결말마저도 단순히 용서와 화해라는 평범한 루트를 걷지 않는다는 점 역시 마음에 들었다.

읽으면서 그들이 처한 상황에 감정 이입이 되기도 했고 누구의 편에도 서기 힘들어 더 마음이 아팠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책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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