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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 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
팀 알퍼 지음, 이철원 그림, 조은정.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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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 책은 우리나라에 산 지 11년 차인 영국 남자가 마치 옆집에서 누군가의 집을 들여다본 것처럼 쓰여있다.
옆집 사람들이 월 먹고 뭘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열광하고 어떤 것에 열을 올리는지...
우리나라에도 이제 지방에서조차 흔히 외국인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세계화된 속에 살아가고 있고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 살면서 느낀 점이나 이색적인 것 혹은 음식에 대한 소개 같은 걸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동영상을 올리거나 책으로 내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제법 반응도 좋은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이 느낀 걸 토크 하는 자리에서도 우리나라의 좋은 점만을 얘기하기 일쑤고 나쁜 점이나 안 좋았던 일은 거의 다루지 않거나 다룬다고 해도 스치듯이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조금 달라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나라든 좋은 점만 있으랴...
그래서 이 책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상당히 맘에 들었다.
저자가 우리나라에서 11년간 살면서 느낀 점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과 영국 사람들이 같은 것 이를테면 축구를 하는 방식이나 즐기는 방식의 차이점 같은 걸 비교해놨는데 이게 상당히 재밌었다.
같은 축구를 즐기면서 서로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점을 누가 옳고 누가 틀렸다는 이분법적인 방식이 아니라 그들은 이렇고 우리는 이렇게 다르다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 그 차이점을 비교해 보는 게 즐겁고 흥미로웠다.
또 얼마 전에 치러진 우리나라의 선거를 상당히 좋게 보고 있는데 다분히 정적이며 토론 중심의 다소 점잖아서 지겨울 수 있는 영국의 선거에 비해 음악을 틀고 율동을 하며 거리를 돌면서 유세하는 우리나라의 선거방식이 지루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유쾌하고 즐거웠다는 식의 해석은 의외였다.
우리에겐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방식인데 외국인의 눈에는 이렇게 다르게 비쳐질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달까?
이렇게 저자가 우리나라에 살면서 느낀 점을 풀어놓고 있는 이 책에는 우리는 잘 모르지만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 이상하게 생각되거나 아쉬운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우리가 사용하는 영어 중에 영국인도 모르는 영어를 쓴다거나 너무나 많은 단어를 줄여 약자를 쓰는 문화에 대해 어리둥절함을 표현하기도 했고 다른 나라에 비해 직함이 넘쳐나고 그 직함이나 자리에 연연하는 우리의 모습에 다소 안타까운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직함이 중요한 게 아닌데 내용보다 늘 형식에 너무 치우치는 우리의 모습은 반성해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저자의 시선에는 따뜻함이 있고 자신과 다른 문화에 대해 열린 시선과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는데 글들이 다 정감이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나 정서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참으로 다양한 일을 했는데 그런 경험들이 글 속에 녹아 있는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케이터링 분야에서 요리사로 일한 경험도 있는 만큼 글들이 마치 맛있는 요리처럼 맛깔스럽고 즐거워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고 찬양 일색이 아니라 더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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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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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 올림픽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나온 책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는 일단 출간 시기가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추리소설로 부동의 위치에 올라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흔하지 않은 에세이라는 점에서 더욱 점수를 주고 싶다.
작년인가에 하루키의 시드니올림픽 관전기가 나온 적이 있지만 하루키는 소설뿐만 아니라 줄곧 에세이 작품도 써 왔던 터라 게이고의 에세이에 비해 작품의 희소성이 좀 떨어진달까?
어쨌든 유명 작가가 쓴 올림픽 관전기는 올림픽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생각한다.
게다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동계 올림픽을 좋아하고 특히 스노보드에 아주 관심이 많아서인지 해박한 지식과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겁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글안에 가득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대부분의 에세이와 달리 여기에서는 작가가 1인칭이 되어 이야길 풀어나가는 것이 아닌 그의 고양이이자 여기에선 어느 날 갑자기 청년으로 변신한 고양이 청년 유메키치라는 화자를 앞세워 게이고조차 아저씨라는 통칭으로 일컬으며 고양이의 시점으로 풀어가는듯하고 있다는 게 재밌기도 하고 색달라서 좀 더 흥미로웠다.
스키 종목도 그렇고 스노보드도 그렇고 스케이트 외의 경기에 그렇게나 많은 종류의 경기가 있는 줄 미처 몰랐을 뿐 아니라 솔직하게 말하자면 관심도 없었다.
스키점프 역시 그저 스키를 타다 높이 활강해서 착지하면 되는 줄로만 알았지 스키를 벌려타거나 일자로 타는 방법에 따라 공기의 저항이 다르며 조금 더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남자 선수들도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 같은 건 몰랐었던 사실인데 고양이 유메키치와 아저씨들 간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이런 이야기들이 마치 옛날 이야길 들려주는 것 같이 흥미로웠다.
경기 규칙이나 경기 방식 같은 딱딱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누가 가장 먼저 스키를 벌려서 즉 오늘날 흔한 형태인 V 형태로 시도했는지... 그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며 각국 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스키어 선수의 키에 따라 스키 플레이트의 길이를 정하게 되었는데 우리에겐 늘 강자처럼 하던 일본 역시 동계올림픽종목의 강국인 유럽에서는 변방 취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 등등
잘 몰랐던 에피소드를 마치 투덜거리는 아저씨 같은 게이고의 입을 통해 들으니 더 흥미로웠다.
유럽에서 특히 인기 있는 종목인 바이애슬론 같은 경우도 이름은 들어봤지만 정확히는 어떤 종목이며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는지 몰랐는데 크로스컨트리에다 사격을 합친... 생각보다 어려운 종목일 뿐 아니라 사격에서 명중하지 못한 만큼 벌점처럼 스키를 더 타야 한다는 게 재밌었다.
늘 관심 밖이었던 루지며 스켈레톤, 봅슬레이에 대한 설명도 아주 간결했지만 인상적이었고 스노보드 종목에 대한 설명 같은 건 솔직히 들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경기를 보면서 다시 한번 읽게 되면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토리노 올림픽이 언제 열렸는지 보니 지금보다 11년 전 2006년에 올린 동계 올림픽이었고 생각보다 우리나라 선수의 활약은 좋았던 것 같아 놀랐다.일본보다 월등한 성적이었다니...통쾌함마저 들었다.
비록 게이고의 말처럼 특정 종목 즉, 쇼트트랙에 메달이 집중되고 다른 종목엔 참가조차 하지 않은 것 등은 아쉽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 적은 인구와 적은 예산같은 것 때문에 모든 체육은 엘리트 중심의 체육이라 될 성 부른 나무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거지만 다행히 조금씩 다른 종목에도 관심을 가지고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렇게 경기의 규칙이나 경기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고양이와 아저씨 콤비의 투덜거림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특히 교통 편이 불편했던 것 같은 토리노에서 경기장을 찾아 여기저기 차로 다니며 고생하는 모습도 그렇고 화장실의 불결함에 질색하는 모습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지만 언어소통이 안돼 더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토리노 올림픽은 모든 것이 잘 정비된 채 열린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내내 투덜거리고 불평을 일삼으면서도 아저씨스러운 면도 보이고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자신이 좋아하는 이상형에 비쳐 평가하는 부분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속물스럽게도 보여 웃기기도 했다.
하계올림픽 종목에 비해 다소 어려운 경기 용어부터 익숙하지 않은 경기종목과 규칙 같은 걸 좀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 이런저런 에피소드 같은 걸로 흥미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보일뿐 만 아니라 경기장 밖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점.. 싫고 좋음을 가감 없이 나타낸 것 같은 건 오히려 진솔하게 느껴져 좋았던 것 같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게이고의 색다른 모습을 고양이의 비판을 통해 보는 것 역시 즐거웠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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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김정범 지음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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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2012년부터 부산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엮은 것이라 그런지 일반 에세이보다 더 소통에 신경을 쓴 느낌이 든다.
일단 음악과 음반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저자의 생활이나 삶이 글 속에 묻어 나오고 있는데 그 둘의 조합이 상당히 정겹기도 하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가 말하는 음악이나 음반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글을 읽는 재미가 있다.
그의 말처럼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들었을 때의 추억까지 덩달아 기억나게 하는 힘이 있다.
내가 첫사랑과 들었던 음악, 연인과 같이 좋아해서 서로 같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에서 느꼈던 동질감을 느끼게 해 행복하게 했던 음악, 혹은 어릴 적 동경했던 록그룹의 음악이 가끔씩 라디오나 어딘가에서 흘러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 곡이 흐를 동안이라도 그때의 추억이 생각나서...
그래서 그가 책 속에서 말한 것처럼 사이먼& 가펑클의 음반을 처음으로 샀을 때의 기쁨이라던가 어머니의 투병 때 들었거나 만들었던 음악에 대한 이야기에도, 그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음악과 뮤지션을 만난 이야기를 보면서 그가 느꼈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달까...
이 책에 소개된 음악들은 클래식도 있고 재즈도 있으며 상당히 전문적인 음악들이 많아서 솔직히 아는 곡은 몇 곡 되지 않았지만 글을 읽으면서 그의 일상이나 그가 만났던 사람, 혹은 그의 주 무대인 미국의 도시 모습이 마치 그려지는 듯해 굳이 그 음악을 몰라도 충분히 저자가 느끼는 감정에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리고 글을 읽으면서 그가 소개한 곡을 나도 모르게 찾아서 들어보게 되고 아는 그룹이나 곡에 대해서는 괜스레 더 반갑기도 하고 그랬었다.
예전의 음악은 굳이 라디오를 틀거나 음반을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런 번거로움과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원하던 음반을 샀을 때의 희열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취미 외엔 별다른 취미가 없었던 나에게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요즘은 어디를 갈 필요도 없이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결재해 다운로드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예전보다 음악을 듣는 시간도 비용도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요즘은 어디에서도 흘러나오는 곡이 아이돌 위주의 음악이 많아 나같이 나이를 좀 먹은 사람에겐 때론 소음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데 예전의 음악이 더 좋았다고 느껴지는 걸 보면 나이 먹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저자가 말하고 이야기하는 곡들이 더 친밀하게 다가오기도 했고 특히 책 뒤편에 찾아듣기로 따로 모아놓은 부분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듣기 좋은 곡, 추울 때 더울 때 혹은 비 올 때 추천하는 곡, 산책에 어울리고 위로받고 싶을 때 듣기 좋은 곳 등 때와 장르 기분에 따라 추천하는 곡은 이 책의 진액 같다
그가 말하고 추천하는 곡들 역시 대부분 좀 오래되었거나 요즘의 빠른 댄스곡 같은 것에 비해 덜 알려진 음악이라 그런 것이지 모르겠지만...
뮤지션으로도 활동하고 작곡도 하며 영화음악감독으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저자는 글도 잘 쓰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이럴 걸 보면 신은 역시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재능을 몰빵한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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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무기 - 이응준 이설집
이응준 지음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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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두께로 압도하는 책
게다가 에세이도 아니고 잡문 집도 아닌 이설 집이라는 용어 역시 낯설어서인지 선뜻 손이 안 갔고 읽기 전부터 뭔가 어렵지 않을까 두려움을 느끼게 한 책이다.
뭐... 생각보다 쉽게 읽혀서 오히려 놀랐달까
책은 일단 7개의 큰 챕터로 나눠져있다.
대체로 작가가 느낀 일상의 감상이나 시 같은 것 혹은 스스로에게 고하는 글 같은 걸 묶어 놓았는데 그래도 챕터의 제목에서 보면 어떻게 나눴는지는 알 수 있다.
일단 보리수 아래서는 마치 석가모니가 그 보리스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열반한 것처럼 작가가 글을 쓰면서 얻었던 여러 가지 깨달음 혹은 좌절 같은 개인적인 성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20대의 뜨거운 피를 가지고 자신이 걷고자 했던 문학가로서의 길을 걷으면서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걸로 느껴지는 어머니의 암 투병과 죽음은 그에게 죽음과 삶에 대한 많은 고찰을 갖게 한 듯
이 챕터에서는 특히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광장에서라는 챕터는 그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현주소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사회적 현상에서의 정치와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이야기가 많은데 특히 현 정치에 이 대한 비판이 와 닿는다.
언제나 현실의 불만족스러운 부조리함과 불평등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젊은 세대들은 역사 고금을 막론하고 기존 세력을 뒤집고 새로운 시대를 원하기에 좌파적 성향이 강한데 이런 젊은 층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들이 원하는 부분만 얻기 위해 충동질하기에 바쁜 현실의 진보세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돋보였다.
원하는 말만 듣지 말고 제대로 귀를 열어두란 말이야!
또한 보수세력에 대한 비판 역시 날카롭다.
공동체의 안정과 질서를 중요시하는 보수주의에게 늘 그에 따른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그저 진보에 반대하고 자신들의 안위만 따지기에 급급하고 부정부패로 자신들의 배만 채우기 바쁜 지금의 보수라 칭하는 자들은 진정한 보수가 아님을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속이 시원했다.
조금도 눈치 보지 않고 날카롭게 일갈하는 그의 글은 현실정치에 진저리가 난 나 같은 사람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어느 쪽도 치우치지 않았다고 하지만 역시 젊은 세대에게 좀 더 기회를 주고 발전의 가능성이 보이는 진보에 좀 더 애정이 느껴진다.
전장에서는 작가가 걸어가고 있는 문학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직업으로서 글을 쓰는 그에게 전장은 역시 문학계이고 지금 문학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나 그가 만난 사람 혹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부담 없이 읽기에 좋았다.
또한 어느새 만연해진 표절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문학계에서도 거대해진 기존 작가들의 힘을 문학권력이라고 칭하며 표절에 대한 그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어 표절에 대응하는 작가들의 말장난에 화가 났던 사람으로서 속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룬 챕터가 있다면 참호에서의 책 읽기는 진짜 전장의 빗발치는 참호 속에서 책을 읽는 느낌이 들 만큼 어딘지 비현실적인 고요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잠깐 동안의 휴식 같은 챕터였다
토토는 생각한 다와 시인 함성호 씨는 그의 다소 엉뚱한 면이 돋보이는 챕터였다.
특히 토토에 대한 글은 엉뚱하면서도 재치 있고 무슨 말을 하는지 어리둥절하다가도 실실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바다 위 밀봉 유리병 속에서는 그야말로 온갖 것을 이야기하고 있어 가장 이설 집에 가까운 챕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소재가 그야말로 어떤 공통점도 없이 자유롭게 쓰여있는데 이게 은근 매력이 있었다.
이렇게 한 챕터씩 읽어가다 보니 어느새 두꺼운 무기 같았던 책이 끝이 보였고 나로 하여금 성취감도 느끼게 했다.
그의 글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고 몰랐던 걸 알게 해준 부분도 있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는 부분도 솔직히 있었지만 그의 글은 자유롭다.
소재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자유롭게 쓰고 있단 게 느껴져 그의 글을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도 느껴지고 그래서 왠지 부담이 없었달까?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의 힘 역시 공감이 갔기에 그의 글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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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비움 - 차근차근 하나씩,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신미경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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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부턴가 비움을 실천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고 있다.
소비가 미덕이고 소비를 권장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어느샌가 주변을 물질로 가득 채운 삶에 익숙해져 이런 소비의 즐거움을 버리고 비움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철마다 새롭게 유행하는 옷이며 가방을 사지 않고 남들처럼 좀 더 넓은 평수의 집을 사지 않으면 왠지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듯 느껴지기도 할 뿐 아니라 뭔가를 사는 즐거움이 제법 커 그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즐거움을 포기하고 조금씩 비우는 걸 연습해야 하는 이유는... 비움으로써 삶에 여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늘 쫓기듯 생활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자신에게 보상을 하듯 새 가방을 사고 새 옷을 사고 뭔가 새로운 걸 사면서 잠시의 스트레스를 잊는 것 같지만 그걸 사기 위해 긁은 카드대금을 갚기 위해서라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만 하는 쳇바퀴 생활을 내려놓을 수 없다.
저자 역시 이런 생활을 몇 년 하다 건강을 해치고서야 비로소 이런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에서 내려올 수 있었는데 이렇게 평소의 생활을 내려놓았음에도 오히려 삶이 여유로워졌음을 깨달았다는 설명은 특히 와 닿았다.
매일매일 들고 다니는 백을 에코백으로 바꾸고 안 쓰던 명백 품은 되팔았다는 대목에선 솔직히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여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명품 백을 팔기까지의 그 고민이 이해되기 때문이었다.
또한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주부로서 많이 공감이 갔는데... 건강을 생각한다면 냉장고의 편리함을 믿고 각종 인스턴트나 식재료를 꽉꽉 채워뒀다 묵혀 먹을게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한 걸 사서 제철에 나는 걸 이용한 먹거리 만들어 먹는 게 가장 좋다는 걸 알고 있지만 솔직히 귀찮다는 이유로 실천하지 않았었기에 뜨끔했었다.
뭔가를 살 때 꼭 필요한 걸 사는 게 아니라 어느새 있으면 괜찮을 것 같은 걸 쉽게 쉽게 사놓고는 잘 쓰지 않아 집안이 온통 물건으로 가득 차고 그 물건값을 갚기 위해 늘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사실은 없으면 안 될 물건 같은 건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소비에 익숙해져 당장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욕구에 시달리고 또 카드 같은 당장에 현금이 없어도 원하는 물건을 손에 놓을 수 있는 수단이 있기에 그런 욕구를 참을 필요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래서 생각도 못한 지출은 빚이 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오늘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만 하고 돈은 좀체 모이지 않는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런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비움을 실천하는 법을 배워 둘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당장 뭔가 큰 결심을 하고 모든 소비를 중단하는 것 같은 거창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걸 하라는 게 아니라 저자가 한 것처럼 작은 것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비움을 실천해본다면 큰 스트레스 없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당장 안입고 둔 옷과 안 쓰는 이불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뻐서 사놓고 막상 입으니 안 어울려서 혹은 치수가 작아져서 등등 사놓고 안입고 있는 옷이 제법 많아 옷장을 많이 차지하는데 주말에 옷장 정리부터 실천해보기로 우선 정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정말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집안을 좀 더 넓게 살아보고 싶다.
거창하게 비움의 좋은 점을 강요하듯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마치 일기장에 글을 쓴 것처럼 편안하게 일상을 이야기하고 그 일상에서 작은 비움을 실천한 이야기... 그리고 그 실천으로 여유로워진 이야기 같은 생활 속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단순히 그 글을 읽는 재미도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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