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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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그때 그랬더라면... 하는 마음을 먹곤 하지만 그런 미련은 특히 지금 현재 자신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불만족스러울수록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더 크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 두 갈래 선택의 길에서 이쪽을 선택했을 때와 또 다른 쪽을 선택했을 때의 모습을 보여줬던 예능이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 후회 병동 역시 인생에 있어서 어떤 기억이나 행위에 대한 후회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특히 제목에서부터 병동이 등장하는 만큼 후회를 하는 사람들이 삶의 시한이 정해져있다는 제한을 두고 있다.

왜 이런 제한을 둔 건지에 대한 의문은 그들을 안 가본 길로 인도하는 신비한 청진기의 등장으로 풀 수 있다.

이 청진기는 사람의 마음속 말들이 들리고 원한다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

당연하게도 이 비밀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에게만 베풀어지는 특혜이다 보니 병원에 있는 사람 누구도 이 비밀을 알지 못한다.

신비한 청진기의 주인은 사람들이 대부분 여의사에게 남자 의사에게는 기대하지 않는 상냥함이나 싹싹함 혹은 애교 같은 걸 기대한다는 점에서 늘 손해를 보고 있는 루미코라는 여의사이다.

그녀가 환자에 대해 불친절하거나 퉁명스럽거나 한다기보다 단지 좀 눈치가 없고 아픈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요령이 부족하다고 보면 되는데 그래서 늘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클레임이 자주 들어와 곤욕을 치르고 있던 중 우연히 주은 청진기가 알고 보니 환자의 마음속 이야기가 들리고 심지어는 찰나의 순간에 과거로 돌아가 후회했던 일을 되살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런 사실을 알고 나서 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다가가 죽음이 목전에 다가와서도 후회하고 미련이 남은 일을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선택을 해서 가보지 않았던 길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편히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런 과정을 많이 거치면서 사람들의 심정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루미코는 조금씩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사람의 마음을 살필수 있는...아픈 몸만이 아닌 마음까지 돌볼줄 아는 진짜 의사가 되어가고 그런 그녀의 변화는 어릴적 헤어져 원망만이 남았던 아빠와의 화해를 돕게 된다.

마흔이 넘어서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딸을 둔 노부인의 회한... 그때 그토록 딸아이가 결혼하고 싶어 하던 남자가 비록 한심하고 형편없는 남자라 할지라도 결혼을 반대하지 않고 시켰어야 했다는 것인데 루미코는 노부인의 원을 들어줘 과거를 바꾸러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젊은 나이에 어린 아들과 아내를 두고 죽음을 앞두고 있는 가장의 회한... 왜 좀 더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열심히 일을 한 이유가 가족과 함께 좀 더 여유롭게 살기 위함이었는데 어느샌가 그걸 잊어버리고 일에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가족이 모여도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고 이제는 함께할 시간마저 없다.

그 역시 과거로 돌아가 지금과 다른 인생을 살다 온다.

이렇게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계속 마음에 남아 후회가 되는 일을 과거로 돌아가 다시 한번 다른 삶을 살 기회를 줌으로써 그때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위안을 받거나 혹은 다른 선택을 해서 미련이 남지 않도록... 그래서 편안한 죽음을 맞도록 도와준다.

그 청진기가 다른 인생을 살 기회를 준다고 해서 진짜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거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얼마 남지 않은 삶에 회한이나 후회를 적게 남기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달까

재밌는 건 그 문을 열었다고 해서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몰랐어도 좋았을 아내의 본모습을 알게 된 남자의 이야기는 그 후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따뜻한 느낌에 감성을 자극하고 여기에다 이야기를 좀 더 동화처럼 만들어주는 요소인 신비한 청진기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말로는 할 수 없었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후회가 남지 않도록 도와준다는 설정은 평범함에다 약간의 조미료를 넣음으로써 조금은 특별한 맛이 되었다고 하는 그런 느낌이다.

확실히 가독성도 좋았고 읽고 난 뒤에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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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코나
아키타 요시노부 지음, 마타요시 그림, 김동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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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사방에 꽃가루가 날리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콧물에 재채기의 연속으로 그야말로 고생길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

근데 이런 알레르기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한 신약이나 에방 백신 같은 것의 등장이 아닌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라지게 만드는 대항 꽃가루 체질을 가진 사람이 나타난 것인데 이 특이체질을 가진 사람들은 주변의 꽃가루를 사라지게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만 그 대신 그 독성을 자신의 내부에 흡수해 본인에게는 치명적이라는 딜레마가 있다.

이렇게 특이한 체질을 가진 사람이 몇 해전 토호야의 옆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그 사람이 바로 같은 나이의 하루코였다.

사람들에게 널리 이롭게 하는 대항 꽃가루 체질의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을 위한 특별한 집과 방호 슈트 등을 제공하는 개선이라는 단체는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는 하루코의 요청을 받아 그녀의 등굣길에 옆에서 도움을 줄 사람으로 토호야를 선택했고 덕분에 토호야는 그녀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는 힘들지만 다른 사람보다 더 긴밀하게 그녀와 연결된다.

어딘가를 갈 때에 자신의 발밑조차 볼 수 없어 늘 위험에 직면해야 하는 불편한 방호 슈트를 입은 하루코지만 그런 하루코와의 등하굣길이 즐거운 토호야에게 어느 날 눈앞에서 그녀가 넘어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두 사람의 통학길에 누군가가 몰래 무슨 장치를 해 둔 거란 걸 알게 된 토호야는 사람들의 악의에 분노하게 된다.

자신에겐 치명적인데도 사람들을 위해 무겁고 불편한 방호 슈트를 입고 거리를 나서는 하루코의 희생이 어째서 누군가의 표적이 되어야 하는지 토호야는 사람들의 숨겨진 악의에 슬픔까지 느껴지지만 그런 토호야의 마음과 달리 피켓을 들고 그녀 즉 대항 꽃가루 체질인 하루코를 저격하는 선동가들이 나타나 동네를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에게 있어 하루코 같은 사람들은 자연에 반하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들이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지만 그녀가 꽃가루를 소멸하면서 인간이나 자연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그녀의 외출을 막고 심지어는 그녀와 같은 존재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당연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에 맞서 또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도 등장해 이제 학교 앞과 마을은 그들의 구호로 뒤덮였지만 여기에서 공권력이 할 일이란 특별히 없다.

그들이 단순히 구호를 외치고 선동을 할 뿐 뭔가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선 하루코는 고작 여고생일 뿐이라는 건 그들의 안중에 없다. 단지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일 뿐 논리도 없고 명확한 근거도 없이 집단 속에 숨어 다른 누군가를 흠집 내고 자신과 다른 의견은 틀리다 주장하는 그들의 모습은 어른의 모습이지만 사고 수준은 아이들보다 결코 높지 않다.

이렇게 바깥이 난리를 피울수록 조용히 침잠하는 하루코와 그런 하루코의 곁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 토호야

이제 두 사람에게 바깥의 혼란은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다.

연애소설이라 하기엔 설렘이 부족하고 아니라고 하기엔 토호야가 느끼는 감정은 분명 첫사랑을 닮아있다.

여기에 꽃가루를 흡수하는 대항 꽃가루 체질이라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소재도 독특해서 기억에 남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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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등산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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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 작가로 알려진 미나토 가나에 가 아무도 죽지 않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면서 낸 소설이 등산을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 `여자들의 등산 일기`이다.

제목에서부터 등산에 대한 걸 다룬 소설임을 나타내듯이 이 책은 여러 파트로 나눠 각각의 소설 속 화자가 왜 산을 오르는지 그 사연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가 안고 있는 문제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단순히 그 사람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나 고민에 대한 이유 같은 것만 다루고 등산은 그저 단순히 배경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한데 그 사람이 등반하는 산이 가진 배경이나 위치 그리고 등반하는 코스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도 담겨 있어 그야말로 등산 일지나 등산 일기와 같다.

오늘은 몇 시에 일어나 어떤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도중에 어떤 꽃을 봤으며 동행하게 된 사람 이야기나 날씨이야기에 바라본 풍경에 대한 감상 등등 산을 오르는 사람이 쓴 일지 같은 내용에다 그 사람이 등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와 그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를 곁들여 다큐적인 부분에다 소설적인 재미를 더한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일단 백화점에 근무하며 곧 결혼을 앞둔 여자 리쓰코의 이야기는 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생각조차 하지 않은 시부모와의 합가 이야기가 결혼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될 즈음 툭 튀어나오고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한 고민을 하다 우연히 맘에 드는 등산화를 손에 든 김에 등산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이것조차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같이 가기로 했던 일행 중 한 사람은 빠지고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동료와 함께 산을 올라야 하는 처지가 된 데다 그 동료는 처음부터 산을 오르는 게 어떤 거라는 자각조차 없는 차림으로 나타나 스트레스를 줘 결국은 폭발하듯 불만이 표출되어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하지만 이런 불만도 산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경관의 감동에 묻혀버린다.

사실은 평소 그 동료에 대한 불만이 제법 있었던 데다 자신이 평소에 존경하던 상사와의 불륜 사실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자신의 결혼에 회의가 더욱 회의가 든 이유도 있었던 것인데 산에서 대화를 통해 동료의 또 다른 모습과 직장 상사 부부의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되면서 미워했던 마음이 스르르~

또 다른 에피소드는 자매가 있는 집이라면 더욱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다.

평소부터 늘 모범적이고 공부도 잘하는 언니와 비교를 당하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던 동생

게다가 언니는 의사 형부를 만나 줄곧 평탄하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데 반해 자신은 대학을 나와서도 뚜렷한 직장이 아닌 프리랜서 번역 일을 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가 하는 양파 밭일을 돕고 있는 데 그런 모습을 언니와 형부가 한심하게 보면서 늘 깔보고 있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자신은 혼자 남은 아버지가 걱정되어 고향으로 내려왔고 남들이 볼 땐 한심할지 몰라도 아버지를 돕고 간간이 번역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사는 현재의 자신이 누가 뭐래도 좋다. 하지만 자신 몰래 아버지와 언니가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그녀 역시 고민이 많아졌는데 이럴 때 언니가 자신과 등산 여행을 계획해 등산을 하던 중 비는 쏟아지고 대화를 하다 다툼이 이어지던 과정에서 언니의 충격 발언을 듣게 된다.

평소에 작은 것 가지고도 다투고 서로 짜증을 내는 자매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너무나 빨리 단결하고 단합하는 게 또 자매들 간의 의리... 이 들의 문제도 역시 큰 갈등 없이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라는 건 부모형제 아니 그 누구라도 해결해줄 수 없고 오롯이 혼자서 감당하고 이고 짊어져야 할 짐과 같은 것이기에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라는 걸 힘든 등산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다. 인생이란 산을 오르듯 혼자서 묵묵히 견디고 올라야 한다는 걸...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통해 객관적으로 비쳐주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공감 가는 부분도 많고 덕분에 등산에 대해 궁금증도 많이 생겼다.

정말 이렇게나 좋을까 하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역시 십수 년이 흐른 후 헤어진 연인과 함께했던 그 장소를 다시 들러 과거의 자신을 다시 보고 그때 둘이서 느꼈던 감동을 새삼 확인하며 다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 하는 뉴질랜드 통가리로 편인데 과거와 현재를 교차편집해서 그때 함께여서 모든 것이 빛나고 행복했던 모습도 혼자서 자신이 원하던 길을 찾아 과거의 한때를 회상하는 지금의 모습도 다 좋았다.

그녀처럼 행복했던 순간의 추억의 장소를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 정도로...

전체적으로 따듯하면서도 인위적인 느낌이 아닌 현실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와 갈등을 섞어놓아 공감이 많이 갔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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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의 신 - 평화로운 부활동 시작 방법
키자키 나나에 지음, 미즈노 미나미 그림, 김동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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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의 신이라니... 어딘지 조금은 허세가 느껴지는 제목 같아서 내용도 제목만큼 가벼울 거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일단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라는 점과 그 또래 아이들의 다소 가볍고 경박한 말투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가볍게 느껴졌고 별다른 고민이나 생각 없을 거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나름대로 깊이 자신의 길이나 친구와의 교우관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그 생각과 고민의 깊이가 의외로 깊고 진지하다는 점에서 내 예상의 반은 틀렸다.

주인공인 이쿠는 초등학생 때 미국에서 본 마이클 조던의 경기에 단숨에 매료된 후 일본으로 돌아와 그때부터 농구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지금 현재는 농구를 전혀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방과 후 활동으로 농구부 가입을 끈질기게 권유하는 선배의 요청조차 일주일이 넘게 무시하고 있을 정도로 농구를 하는 걸 꺼리고 있다.

사실 이쿠는 농구부로 현에서 가장 유명한 코토가노 고교 입학을 목표로 코토가노 사립 중학교를 어려운 시험을 치러서 입학할 정도로 농구를 좋아하고 사랑했지만 중학교에서의 뼈아픈 경험으로 인해 코토가노 고교 입학조차 포기하고 전혀 상관없는 현재의 고등학교인 안죠 고등학교로 입학을 했다.

그렇게 사랑했던 농구를 피하고 회피하려 노력했던 이쿠였지만 심각한 그의 결심에 반해 너무나 쉽고 어영부영하게 농구부로 부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은 조금 어이없을 정도인데 그렇게 된 데에는 현재의 농구부를 만들었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쥰야의 영향이 크다.

쥰야는 중학교 때의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용서하지 않고 있는 이쿠에게 농구란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닌 함께하는 단체경기임을 새삼 일깨워주며 승패 여부는 혼자서 책임질 사항이 아니라는 말로 이쿠의 죄책감을 덜어준다.

이쿠는 농구를 좋아하는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하고 경기에 이기기 위해선 또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지만 또래의 친구들의 의견은 그와 다른 아이들이 많아 이쿠의 충고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잘난척하는 걸로 비쳐 또래집단에서 배척당하고 놀림감이 된 아픈 경험이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잘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걸 당연하다 생각하는 이쿠와 쥰야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노력은 하기 싫어하지만 경기에선 이기기 싶고 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들의 패배의 원인으로 자신들의 노력 부족을 탓하기보다 상대방의 약점이나 모자란 점을 잡아 끌어내림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비겁한 방법을 주로 쓰는데 이쿠를 괴롭히던 중학교 때의 농구부원들이 그런 케이스였다.

그렇게 다수의 비난은 이쿠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무너뜨렸고 농구에 대한 열정마저 꺼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이런 걸 보면 누군가의 실수에 너무 지나친 비난을 하거나 한 사람을 상대로 다수가 상대하는 건 비겁함을 넘어서 한 사람에게 너무나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하지만 지금 현재도 불특정 다수가 한두 사람을 집중 공격하거나 매도하는 걸 너무나 흔하게 본다. 그것이 당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대미지를 주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때론 무섭게 느껴지는데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한 번쯤은 생각한다면 이런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한창 주변 시선에 예민하고 부모님이나 선생님보다 또래 친구들의 의견이나 의사가 더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힘들더라도 한 발 더 다가서는 법이나 자신의 의사를 부정적인 언어가 아닌 긍정적인 언어로 돌려 말하는 법 그리고 모든 책임을 혼자서 짊어지고 가려고 하다 무너지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를 이쿠와 쥰야등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는 농구의 신은 확실히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그래서 읽으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게 된다.

움츠러들고 자신감이 쪼그라들었던 아이가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농구라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게임을 통해 그리고 있는 농구의 신은 아이랑 같이 읽어도 좋을듯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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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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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서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 춤을 추면서 그 남자에게서 가슴 떨림을 느끼는 여자 사키코

그녀는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를 노모에게 맡겨 둔 채 사랑을 찾아 떠돌아다니고 있다.

늘 남자에게서 사랑을 갈구하는 그녀는 여전히 엄마이기보다 여자이고 싶은... 그러면서도 매번 나쁜 선택을 해 점점 더 수렁으로 떨어지는 불행한 여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모처럼 방학을 맞은 딸아이를 자신이 사는 곳으로 초대해 며칠을 보내면서 어느새 딸아이가 가슴이 나와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하는 여자가 되었음을 실감하면서 스스로를 엄마의 자질이 부족하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다음 편에서 그녀의 딸 지하루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는 역시 딸을 돌보지 않고 방치해버린 채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늘 나쁜 선택을 하지만 사랑을 찾아 떠도는 사키코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이 모든 게 지하루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지하루가 왜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아무도 모르게 낙태를 해야만 하는지 그녀가 20대 초반의 나이에 옷을 벗은 채 춤을 추는 무희가 되어야 했는지의 과정을 지하루의 시점이 아닌 그녀와 그 당시 이런저런 이유로 엮인 사람들의 입과 관점을 통해 그녀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녀 지하루의 성격과 묘하게 어울린다.

남과 잘 섞이지 못하고 어딘지 부족한 듯 거절하지 못하며 행동도 어눌한데다 표정조차 거의 없는 그녀지만 유달리 큰 가슴 때문인지 남자는 항상 끊이지 않는 편인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란 그녀에게 그런 신체 조건은 불행의 시초나 다름없었다.

어린 나이에 낙태를 경험하고 흘러흘러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무희가 되고 술집에 나가는... 80년대 신파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하는 지하루의 인생은 볼수록 답답하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했지만 이조차도 평범하지 않다.

그야말로 불행한 여자의 전형을 보는듯한 지하루

하지만 그녀의 관점이 전혀 나오지 않기에 이런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없다.

단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를 누군가의 입을 통해 볼 뿐...

그래서 끝이 없는 그녀의 불행이 언제쯤 끝이 날 건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랑을 찾아 끊임없이 떠도는 사키코... 그런 엄마의 모습과 비슷한 듯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지하루... 그리고 그녀가 낳았지만 자신의 손으로 키우지 못한 아야코

여자 3대의 모습을 연작으로 엮은 별이 총총은 여자의 심리를 잘 묘사하는 걸로 유명한 작가 사쿠라기 시노의 작품이다.

그렇지만 이번 작품에선 지하루의 심리를 전혀 표출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처한 상황만 전달할 뿐...

지극히 불행해 보이는 삶이지만 지하루는 그 속에서도 자신이 마음속에 있던 그 무언가를 끄집어 내어 시를 쓰는데 그 시가 참으로 적나라한 듯 현실적이다.

늘 말이 없고 어눌해 보이는 그녀지만 그 속에는 다른 사람을 관찰하며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놔두는 그녀의 삶의 방식이 녹아있는 듯하다.

뭔가 안타깝고 씁쓸하면서 왠지 지하루의 삶이 마냥 불행하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희망적인 예감을 하게 하는데 그 바탕에는 그녀의 딸 아야코가 있기 때문인듯하다.

덤덤한듯 서정적으로 그려놓은 문장들 하나하나가 인상적으로 다가온...기억에 오래남을것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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