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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구나?
와타야 리사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평점 :
책을 다 읽고 난 후 생각해보면 책 제목이 참으로 의심심장합니다.
과연 누가 불쌍하다는 걸까요..?
연애를 하다보면 참 이상한것이 처음에는 그저 그 사람만 봐도 좋기만 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좋다고 한걸 기억했다가 좋아할만한 행동을 하고 좋아할만한 옷을 입게 되고 그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이나 옷차림은 하지않게 되지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사람에게 속박되고 나의 의견이 없어지면서 그 사람의 눈치를 보는 자신을 깨달았을땐 이미 그사람에게 깊히 빠져들었을때란걸....그리고 그런 내모습이 싫다고 느꼈을땐 그 사람도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걸 알게 될때가 많지요
그래서 사랑은 전쟁과도 같다고 하나봅니다.
시중에 그렇게 많은 연애지침서가 나오는걸 보면 사랑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 실감나지요
이 책 `불쌍하구나?`는 연애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여자의 심리에 대해서 어쩌면 이렇게 세심한 묘사를 했는지
연애란걸 한지 아주 오래된 제게도 책속 주인공의 그 갈등과 의심 그리고 깊은 고민이 속속들이 전달되고 깊은 공감을 갖게 합니다.
역시 그녀의 전작인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만큼 인상적이면서도 멋진 연애소설임에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듬직하고 무던한 남자친구인 류다이가 어느날 폭탄같은 발언을 합니다.
미국에서 같이 공부하고 같이 일본으로 건너온 전 여자친구 아키요를 돕고 싶다고...
돕는 방법이란게 그녀가 취업할때까지 그의 집에 그녀가 들어와 사는겁니다.
늘 당당하고 침착해서 주변사람들이 많이 의지하는 타입인 쥬리에는 이해가 가지않습니다.
전여자친구와 같이 산다면서 그녀에겐 연애감정이 전혀 없고 오로지 쥬리에만 사랑한다는 류다이를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건지 혼란스러운 쥬리에에게 그런 자신을 이해할수 없다면 괴롭지만 차라리 헤어지는게 낫다는 류다이의 발언은 충격적입니다.
류다이와 헤어질수 없었던 쥬리에는 할수 없이 한발 물러서서 류다이의 입장을 이해할려는 노력을 하지만 도저히 참을수 없어 그 몰래 그녀를 만나러 그의 집엘 가게 되고 그녀의 입장을 전해듣습니다.
그녀 아키요의 처지가 곤란한건 사실이지만 쥬리에는 괴롭기 그지없습니다..
이 책에는 두편의 중편이 실려있습니다.
`불쌍하구나?`와 `아미는 미인`이 실려있는데 둘은 서로 다른듯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참으로 여자들이라면 공감갈만한 내용인데요..
곤란한 처지에 빠진 전 여자친구를 외면할수 없어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인 남자 류다이와 그런 남자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한없이 기대면서 질척거리는 아키요..그리고 그런 그들의 관계가 싫으면서도 남자친구인 류다이가 떠날것이 두려워 자신의 마음을 속이고 기만하는 쥬리에의 심리묘사를 그들의 대화를 통해 적나라하면서도 솔직하고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과연 이 세사람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너무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우유부단한 남자와 그런 남자의 심리를 이용해서 자신에게 돌아오도록 노력하는 여자의 영리함 그리고 그런 두사람을 지켜보면서 속앓이를 하는 또다른 여자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봐온 삼각관계이야기지만 심리묘사가 너무 뛰어나 책에 깊히 몰입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그녀 쥬리에의 폭발에 같이 기뻐하고 공감할수 있었구요
또 다른 이야기인 `아미는 미인` 역시 참으로 솔직한 이야깁니다.
자신 역시 어디 가서도 빠지지않은 외모지만 나보다 더 이쁜 친구인 아미 옆에만 서면 스스로도 그 빛을 잃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미와 비교되는 현실이 너무 싫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녀가 싫어지는 사카기의 심리묘사가 돋보이는데요.
겉으로는 친한 친구인척 하지만 속으로는 그 사람을 미워하는 여자들의 이중적인 심리묘사가 정말 탁월한 책이었습니다.
남자들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너무 잘나고 이쁜 친구를 둔 여자라면 누구라도 마음속으로 공감할만한 내용을 솔직하게 그려놓아서 역시 작가가 뛰어난 사람이구나 하는걸 느끼게 해줍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깊이 공감하는 여자들의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읽으면 너무 좋을 책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