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코나
아키타 요시노부 지음, 마타요시 그림, 김동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온 사방에 꽃가루가 날리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콧물에 재채기의 연속으로 그야말로 고생길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

근데 이런 알레르기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한 신약이나 에방 백신 같은 것의 등장이 아닌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라지게 만드는 대항 꽃가루 체질을 가진 사람이 나타난 것인데 이 특이체질을 가진 사람들은 주변의 꽃가루를 사라지게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만 그 대신 그 독성을 자신의 내부에 흡수해 본인에게는 치명적이라는 딜레마가 있다.

이렇게 특이한 체질을 가진 사람이 몇 해전 토호야의 옆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그 사람이 바로 같은 나이의 하루코였다.

사람들에게 널리 이롭게 하는 대항 꽃가루 체질의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을 위한 특별한 집과 방호 슈트 등을 제공하는 개선이라는 단체는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는 하루코의 요청을 받아 그녀의 등굣길에 옆에서 도움을 줄 사람으로 토호야를 선택했고 덕분에 토호야는 그녀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는 힘들지만 다른 사람보다 더 긴밀하게 그녀와 연결된다.

어딘가를 갈 때에 자신의 발밑조차 볼 수 없어 늘 위험에 직면해야 하는 불편한 방호 슈트를 입은 하루코지만 그런 하루코와의 등하굣길이 즐거운 토호야에게 어느 날 눈앞에서 그녀가 넘어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두 사람의 통학길에 누군가가 몰래 무슨 장치를 해 둔 거란 걸 알게 된 토호야는 사람들의 악의에 분노하게 된다.

자신에겐 치명적인데도 사람들을 위해 무겁고 불편한 방호 슈트를 입고 거리를 나서는 하루코의 희생이 어째서 누군가의 표적이 되어야 하는지 토호야는 사람들의 숨겨진 악의에 슬픔까지 느껴지지만 그런 토호야의 마음과 달리 피켓을 들고 그녀 즉 대항 꽃가루 체질인 하루코를 저격하는 선동가들이 나타나 동네를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에게 있어 하루코 같은 사람들은 자연에 반하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들이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지만 그녀가 꽃가루를 소멸하면서 인간이나 자연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그녀의 외출을 막고 심지어는 그녀와 같은 존재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당연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에 맞서 또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도 등장해 이제 학교 앞과 마을은 그들의 구호로 뒤덮였지만 여기에서 공권력이 할 일이란 특별히 없다.

그들이 단순히 구호를 외치고 선동을 할 뿐 뭔가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선 하루코는 고작 여고생일 뿐이라는 건 그들의 안중에 없다. 단지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일 뿐 논리도 없고 명확한 근거도 없이 집단 속에 숨어 다른 누군가를 흠집 내고 자신과 다른 의견은 틀리다 주장하는 그들의 모습은 어른의 모습이지만 사고 수준은 아이들보다 결코 높지 않다.

이렇게 바깥이 난리를 피울수록 조용히 침잠하는 하루코와 그런 하루코의 곁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 토호야

이제 두 사람에게 바깥의 혼란은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다.

연애소설이라 하기엔 설렘이 부족하고 아니라고 하기엔 토호야가 느끼는 감정은 분명 첫사랑을 닮아있다.

여기에 꽃가루를 흡수하는 대항 꽃가루 체질이라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소재도 독특해서 기억에 남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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