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축의 집 - 제3회 바라노마치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 수상작!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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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악마는 엄마였다.

강렬한 이 한 문장이 모든 걸 함축하고 있다.



아빠는 엄마가 죽였고...

언니도 엄마가 죽였고...

오빠는 엄마와 죽었고...

엄마는 나도 죽이려 했다.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 이 가족... 처음부터 심상치 않다.

일단 이 집의 가장이자 의사였던 친우의 자살을 남은 유가족을 위해 병사로 처리한 동료 의사의 인터뷰를 통해 이 집에 어떤 우환이 닥쳤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다음은 이 집안사람과 병원의 직원등의 입을 통해 이 결혼이 어떻게 이뤄졌으며 각 가족의 구성원은 어떤 성격이었는 지 그들이 왜 다른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점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알게 된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집이 왜 귀축의 집이 되었는지는 저주 받은 듯한 집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이자 이 집의 막내딸인 유치나의 의뢰를 받고 사람들을 일일이 수소문한 전직 형사인 탐정 사카키바라와의 대화를 통해 하나둘씩 베일이 벗겨진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 대화 속에서 또 다른 죽음의 전모가 전해지는 형식을 통해 이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에게 닥친 불운이 알려지는 데 그야말로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점점 더 숨을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처음부터 누가 이 집을 귀축의 집으로 이끌고 있는지 모든 일의 중심에 누구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서 과연 이 분명한 사실관계에서 어떤 반전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과정 속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작은 의혹을 숨겨두고 그 의혹의 싹을 키워 마침내 독자에게 강렬한 반전으로 짜릿함을 선사하는 작가는 분명 타고난 이야기꾼임에 분명하다.

집안의 중심이자 경제권을 가졌던 가장의 죽음 이후 이 집안에는 연이어서 죽음이 잇따른다.

그리고 그 죽음은 남은 가족에게 풍요를 선사한다.

귀축의 집은 너무나 분명한 악의와 이후 벌어진 일들 사이에 숨은 복선이 어떤 반전으로 이어질지 기대감을 차곡차곡 높여가다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반전 타이밍이 죽여주는 책이었다.

벌어지는 사건 하나하나는 찜찜함을 남겨주고 있지만 전후 관계가 너무나 명확해서 어느 부분에서 반전이 있는지 그렇다면 이 사건들의 진실은 뭔지 눈을 크게 뜨고 찾아 헤매지만 물샐틈없는 전개와 논리는 허점을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분명 너무 뻔히 보이는 것에 숨겨둔 함정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게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몰라 더 궁금했었고 마침내 밝혀진 진실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음을 깨달으면서 다소 허탈함을 느끼게 했다.

잘 짜인 스토리로 가독성도 좋았고 반전을 위한 억지스러운 장치가 없었다는 점 역시 높이 살 만한 부분이었다.

이 작품의 작가의 데뷔작이었다니... 과연 심사위원의 찬사를 받을만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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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키초의 복수
나가이 사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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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그믐날... 하얗게 내린 눈 속에 빨간 선혈이 낭자하고 누군가의 목이 베어졌다.

고비키초의 극장 뒤편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버젓이 행해진 이 살상급은 당시 무사에게 허용된 복수극이었고 그렇게 복수는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이야기는 당시 이 살인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2년 후 누군가가 찾아와 다시 한번 그때의 진상을 들려 달라 청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챕터마다 당시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의 진술이 이뤄지는 데 처음 한동안은 목격담에서 어떤 차이도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서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죽이기 위해 에도로 온 어린 소년

그의 이름은 기쿠노스케이며 이노 세이자에몬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그가 죽인 남자는 도박꾼이자 거리의 무뢰배 같은 남자 사쿠베에였고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죽인다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기에 그의 복수는 허락된 행위였다.

하지만 그날 밤의 목격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쿠베에라는 남자의 이미지는 조금씩 달라지고 그날 밤 비장하게 아버지의 원수에게 칼을 겨눴던 기쿠노스케는 마치 그 복수를 원치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왜 원치 않았던 복수극을 행해야만 했을까?

평범한 진술 속에 숨긴 진실 찾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조각조각 나눠진 듯한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진실을 찾게 되면 처음의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시대극인 만큼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관습 같은 걸 이해하고 보면 훨씬 더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쇼군 아래 영주와 번에서의 명령체계나 무사의 도리 같은 건 물론이고 당시 무사의 위치와 가문의 대를 잇는 장남 외 다른 아들들의 처우 같은 걸 알고 보면 기쿠노스케의 처신과 결정적 순간에 그가 한 고민에 대해 훨씬 더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마치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 같은 모습을 글로 재연하고 있는 고비키초의 복수는 어딘지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웠고 목격자의 진술로만 사건을 재연하는 부분에서는 잘 짜인 연극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겉으로 봐선 그저 단순한 복수극처럼 보였던 그날의 진실이 목격자의 진술이 더해갈수록 훨씬 더 정치적이고 복잡한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된다.

더불어 각각의 목격자들이 사건에 대해 진술하는 것 외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에 대해서 듣다 보면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복수극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어딘지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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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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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다른 사람의 취향이나 개성에 대해서 그게 뭐가 됐던 법의 테두리 안에만 있으면 대부분 인정해 주자는 분위기가 대세다.

그래서인지 직접 대상자는 만족할 만한 상태는 아닐지 몰라도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역시 예전보다 훨씬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아사이 료는 그런 일반인을 상대로 정말로 소수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 나오는 소수자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수자 이를테면 게이나 트랜스젠더 혹은 바이 섹슈얼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평소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에서 성적 욕망을 느끼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을 조사하고 죄를 묻는 사람을 일상을 벗어난 것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다소 보수적인 검사를 일반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역할로 내세워 과연 바른 욕망 즉 정욕이란 뭐며 어디까지가 바른 욕망이고 어디까지가 옳지 않은 욕망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동 성 착취와 이 음란물 제작을 목적으로 대낮 공원에서 그들만의 파티를 열었던 소아 성욕자들이 검거되었고 이들의 면면이 알려지면서 주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들이 검거되기 전으로 돌아가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면서 이들의 사연이 모두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사연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자각을 하지만 어디에도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자신의 다름을 이야기할 수 없었던 사람들...

그래서일까 자라면서 친구도 이성과의 교재도 할 수 없었던...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밖에 있고 싶어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런 사람들도 사회생활을 해야만 하고 오직 그 한 가지 비밀을 지키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서 이상함을 감지한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그 비밀이 뭔지를 캐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로 인해 더더욱 피곤함과 함께 자신이 그들과 다르다는 차이만 더욱 자각할 뿐...

책 속에는 그들이 욕망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솔직히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깊이 몰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그들을 대하면서 일반 범죄자를 대하듯이 그들의 사정이 아닌 그들의 저지른 걸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에 주목하는 검사의 심정이 더 이해가 갔다.

그런 세 사람을 담당한 검사 역시 평범해 보이지만 갑자기 등교를 거부하고 비슷한 처지의 친구와 동영상을 올리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를 둔 아빠라는 사실이다.

왜 아들이 등교를 거부하는지 이해하기도 쉽지 않지만 무엇보다 별것 없는 동영상을 올리는 일에 열중하느라 점점 더 학교와 멀어지면서 사회에서 도태되는 길을 걸어갈려는 아들을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내조차 그런 그의 마음을 이해하기는커녕 그와 점점 더 멀어져간다.

그가 노력하면 할수록 아들과 아내와의 사이는 멀어져만 가는 모습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를 보여준다.

읽으면서 어쩌면 이 책은 읽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조금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작가의 도발적인 질문... 과연 어떤 게 바른 욕망일까 하는 질문에 과연 나라도 주인공들처럼 남들과 확연히 다른 욕망을 지닌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그렇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심오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읽기에 쉽지않았다.

이미 영화화되었다니... 영화로 한 번 더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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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녹취록 스토리콜렉터 11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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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호러 미스터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가 바로 미쓰다 신조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방식으로 괴담과 호러를 이야기하는 작가는 특히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지를 아주 잘 알고 그 부분을 건드려준다.

현대인들 대부분은 미신과 괴담을 믿지 않는다고 하지만 수많은 괴담과 도시 전설이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걸 보면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는 것만큼 괴담과 미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특히 아주 오래전의 구전이나 신앙 혹은 괴담을 끌어와 현대인들의 마음속 공포를 건드리는 걸 잘하는 작가는 이번 책 죽은 자의 녹취록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은 기존의 작품들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는 괴담 전문 작가로서 참여하고 있다.

자신이 쓴 괴담 에피소드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 과정에서 그 책의 편집을 담당했던 편집자 역시 자신도 모르는 새 괴이한 일을 겪게 되었고 책 중간중간 막간 1,2와 종장에서 그 부분을 담고 있다.

이제까지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런 부분 즉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섞어서 마치 이야기 속의 괴담이 현실에서까지 연결되어 벌어지는 것 같은 구성은 신조의 괴담을 더욱 무섭게 느껴지게 만든다.

각자의 사연이 있어 더 이상은 살아갈 수없이 구석으로 몰린 사람들이 자살을 결심하고 그 마지막 순간을 테이프에 녹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죽은 자의 녹취록은 사실 이야기 자체가 공포스럽다거나 하진 않지만 그 사람의 최후의 순간을 녹음한 걸 듣는다는 찜찜함에다 이런 녹취록을 수 없이 들은 또 다른 작가 역시 이상한 녹취록을 남기고 그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는 설정을 더해 괴담을 완성했다.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와 스쳐 지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그 밑에 깔린 기조는 비슷하다.

늘 다니던 길에서 어느 날 우연히 평범하지 않은 누군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 사람을 인식하는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사람은 매일매일 조금씩 자신과의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기이한 사람이 자신의 집까지 찾아와 집요하게 벨을 누르고 현관을 두드린다는 이야기는 여느 공포 소설에서도 봤던 전개지만 이런 평범한 전개에도 작가는 특유의 분위기로 훨씬 더 현실감 있는 공포를 그려내고 있다.

빈 집을 지키던 밤과 우연히 모인 네 사람 역시 공포소설이나 영화에 흔히 볼 수 있는 플루트이긴 하다.

단 하룻밤만 빈 집을 지키면 돈을 벌 수 있는 알바

하지만 그 하룻밤이 평범할 리는 만무하다. 거기다 주인 부부의 상반된 이야기는 이 알바가 더욱 평범한 알바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처럼 주인공 역시 기억하기도 무서운 공포스러운 하룻밤을 채 보내지 못한 채 집을 뛰쳐나오지만 약속된 아르바이트 비보다 더 큰 금액을 받게 된다. 마치 입막음하려는 것처럼

그리고 작가는 그 공포스러운 밤에 쫓기던 여학생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함으로써 공포감을 자극하고 있다.

우연히 모인 네 사람 역시 처음 출발부터 이상하고 꺼림칙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낯선 사람들과 산을 타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등산 코스가 아닌 낯선 길을 가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것 역시 낯선 길에 들어섰을 때의 꺼림칙함과 괴괴한 풍경에 대한 묘사를 실감 나게 그려냈다.

에피소드 중 가장 선득했던 건 시체와 잠들지 마라였다.

제목도 그렇지만 여든 전후의 노인이 끊임없이 말도 되지 않는듯한 이야기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왠지 섬뜩한데 그 내용 역시 범상치 않다.

노인의 몸에 갇힌 어린 소년이라니... 스토리 자체보다 그 과정이 생각할수록 꺼림칙하고 섬뜩해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누군가의 경험을 소설로 옮겼다는 설정은 이런 괴담이 아주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게 해 더욱 공포스럽게 하는 데 이런 부분이 작가의 전매특허라는 걸 잘 알면서도 매번 마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 더 현실감 있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단편이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쓰는 데 협조하면서 같이 스토리를 찾았던 편집자의 체험담을 곳곳에 넣어 괴담 속 공포가 현실까지 연결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공포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보다 공포감은 사실 좀 약하지만 그래서 대중적인 만큼 작가의 다른 책을 읽기 전 입문용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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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하라 죽이기 - #퍼뜨려주세요_이것이_진실입니다
도미나가 미도 지음, 김진환 옮김 / 라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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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리고 오늘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바쁜 사람들이 많다.

언젠가부터 자신의 일상을 아는 사람은 물론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

하지만 누군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의견을 올려서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소문을 확대시켜 원하는 바를 얻을 수도 있음을 자주 망각하게 된다.

그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고 심지어는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는 희생자가 나오는 걸 알면서도 이런 무지막지한 행동 즉 잘 알지도 못하고 제대로 사살 확인도 안된 사실을 마치 사실처럼 주변에 퍼트리는 데 공조한다.

더불어 의견까지 보태 악플을 다는 데 서슴이 없다.

자신 역시 가해자와 다름없음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그저 재미로 소문을 퍼트리거나 살을 보태 주변에 이야기를 나른다.

그런 사람들이 많은 요즘 세태를 꼬집은 이야기로 일본 최대 라이트 노벨상 `인터넷 소설 대상`을 차지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 A 하라 죽이기다.

소설 속의 주인공인 아이하라는 주변을 잘 챙기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드물게도 자신이 하는 일 즉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을 좋아하고 긍지를 갖고 있는 커리어 우먼이었지만 그런 아이하라의 일상이 단숨에 무너진 건 어처구니없는 일로 인해서 크다.

누구에게는 평생 기억될 결혼식인 만큼 몇 번의 절차를 거쳐 확인을 하고 또 하며 진행하는 웨딩플래너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하라가 휘말린 사건 속의 웨딩플래너 미노는 무능한 걸 넘어서 어떻게 저런 사람이 직장문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능력은 물론이고 의지조차 없다.

아이하라의 불행은 그런 무능력한 미노의 대타로 몇 번 예비부부를 만나 의견 조율을 도와준 것뿐이지만 이후 벌어진 사태는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일 투성이였다.

그렇게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미노의 일은 결국 결혼 당일 엄청난 혼란과 더불어 온갖 곳에서 실수투성이 엉망인 창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 모든 사태는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이후 사태의 수습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일어난다.

이 모든 사태의 잘못을 그 자리에 없었던 아이하라에게 돌림으로써 회사와 무능력한 모노의 잘못을 덮어버리려는 시도는 인플루언서였던 신부와 신랑 그리고 그들의 지인에 의해 SNS 상에 올려지고 이후의 사태는 우리의 예상 그대로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그렇듯 가장 약하고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람이 희생자가 된다.

온갖 악플이 희생양이 된 아이하라에게 쏟아지고 마치 세기의 마녀처럼 취급되며 그녀의 모든 신상이 인터넷상에 까발려지지만 회사는 발을 뺀 채 무책임한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리고 부부와 친구 역시 이 사태로 유명세를 은근히 즐기기 시작했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화재를 제공하면서 불길을 더 키우며 모든 잘못의 원인인 미노는 쏙 빠져버리고 아이하라 한 사람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이 집중한다.

누군가에겐 목숨을 던질만큼 심각한 상처가 되는 문제임에도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고 사건의 진실 따윈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더 무서운 건 이 모든 게 각인처럼 새겨져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회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까지 쏙 빠져버린 채 모든 잘못을 개인 한 사람에게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하고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덧글을 다는 사람들의 경박함에 화가 났다.

자칫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소재를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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