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대산세계문학총서 7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시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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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는 '미국 흑인 여성 문학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조라 닐 허스턴 (Zora Neale Hurston 1891/1901?~1960)이 1937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그러나 발표 당시에는 미국 문단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70년대에 와서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작가와 작품을 재발굴하는 과정에서 재조명되었다.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는 재니라는 한 흑인 여성이 세 번의 결혼을 하면서 겪는 파란만장한 삶과 그로 인한 역경을 딛고 일어나 독립적인 한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고있다. 이 소설은 '이 글은 한 여자로부터 시작된다'(p.9)라는 전지적 화자의 말처럼 흑인 여성이 백인과 남성에 종속된 주변인이 아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작품은 흑인 여성이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다뤘지만, 이는 흑인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는 삶의 중요한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장소를 알고 싶으면 그곳에 직접 가봐야 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잖아. 네 어머니도 아버지도 다른 어떤 사람도 그걸 알려주고 보여줄 순 없어. 모든 사람은 이 두 가지는 혼자 해내야 하지. 하느님을 찾아가는 것과, 자기 자신의 삶을 사는 법을 발견하는 것."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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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8-03 1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중고책으로 사냥
하려고 매의 눈을 부릅 뜨고
대기 중이랍니다.

먼저 읽으셨네요.

coolcat329 2022-08-03 14:57   좋아요 2 | URL
특별히 소장하고 싶으신게 아니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시는건 어떠신지요? 책이 얇거든요~^^

얄라알라 2022-08-03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 조라 닐 허스턴의 작품이라고는 유일하게 요 작품만 봤지만
작가에게도 작품에도 반했던...

누명(?) 쓰고 억울하게 살았을 그녀의 명예가 늦게라도 회복되었는지....

coolcat329 2022-08-05 07:25   좋아요 1 | URL
이 소설 인상깊게 읽으셨군요. 저는 거창한 제목에 너무 큰 기대를 했는지 조금 아쉬움도 있었지만 흑인 여성이 자아를 찾아 가는 주제는 의미 있어 좋았습니다.
작가가 아동성추행의 오명으로 말년에 쓸쓸한 삶을 살다 갔다죠? 어쩌다 그런 일에 엮이셨는지 모르겠지만 안타깝습니다.

scott 2022-08-04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라 닐!
원문으로 읽으면 감탄 하게 됩니다! ㅎㅎ

coolcat329 2022-08-05 07:28   좋아요 1 | URL
이 소설이 흑인 남부 방언을 생생하게 살려내서 원서로 읽으면 읽는 재미가 쏠쏠할 거 같긴 한데, 저는 원서까지는 ㅎㅎㅎ
스콧님은 원서로 읽으셨군요~~부럽습니다~~

얄라알라 2022-08-0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조라 닐 허스톤 읽던 그 즈음에 톨스테인 베블렌의 ‘유한계급론‘ 보았던지라, 소설 속 여 주인공이 일하지 못하도록 남편이 어깃장 놓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게 기억에 남아 있어요. 저자가 당시로서는 굉장히 선구적인 학문을 했고 또 그 지식과 훈련 경험을 소설 쓰는 데서도 십분 활용했다는 점에서 맘에 들었었나봐요. 글고 저도 coolcat님 처럼 제목보다 다른 스케일(?)에 조금 당황하긴 했답니다^^
 

 《교향곡7번》의 악보에서 시작해 그 비밀을 향해 떠나는 험난한 여정, 그 가운데 정말 살아남은게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한 예술가가 보여준 음악의 힘!

저자 M.T 앤더슨(1968~ )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이해하려면 그가 살인과 음모가 난무하는 스탈린 시대를 어떻게 버텨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3분의 1쯤 읽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가운데 자신의 책상에서 위태롭게 악보를 그리는 쇼스타코비치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또 한 권의 멋지고 훌륭한 책을 만나서 흥분된다. 

그렇다면 《교향곡 5번》의 피날레는 어떨까? 그것은 낙관적일까, 비극적일까? (중략)
이는 어쩌면 듣는 사람에게 달린 문제일 수도 있다. 그것이 음악의 기적이다. 공산당 관료들에게는 영광으로 활활 타오르는 완벽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엔딩이었다. 그러나 그날 밤 가족과 친구들을 잃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삶은 더 나아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던 사람들, 승리의 시간이었으므로 감히 울지 못했던 사람들은 피날레 아래에 숨어 있는 잔혹함의 뜻을 틀림없이 알아챘을 것이다. 그들은 위협적으로 으르렁대는 목소리를 들었다. "너의 임무는 기뻐하는 것이다, 너의 임무는 기뻐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이것은 교향곡의 승리였다. 그래서 크게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이다. (중략)
그것은 사람들에게 저마다 다른 것을 의미했지만, 어쨌든 모두에게 강렬하게 뜻을 전했다. 쇼스타코비치의 말은 주제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교향곡 자체가 핵심이다.
음악을 들어라.
그와 함께 쓰는 것은 당신의 교향곡이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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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7-28 11: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는만큼 보인다고 ‘페테르부르크‘ 책을 통해 레닌그라드 봉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쇼스타코비치에 대해서도 언급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이 저에게도 흥미로워요^^

coolcat329 2022-07-28 11:59   좋아요 4 | URL
레닌그라드가 스탈린과 히틀러에 의해서 두 번 봉쇄당한 도시더군요.
스탈린이 레닌그라드를 많이 싫어했다네요.
페테르부르크 책 저도 찾아보겠습니다.😉
 
베를린이여 안녕 창비세계문학 46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성은애 옮김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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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Christopher Isherwood 1904~1986)는 동성애가 형사 고발이던 시절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애써 숨기지 않은 첫 세대 작가로 유명하다. 25세가 되던 1929년 시인이자 연인인 오든(W.H. Auden)과 함께 베를린으로 떠났는데, 당시 베를린은 유럽 그 어떤 도시보다도 자유분방하고 특히 '게이 베를린'이라고 불릴 정도로 동성애에 너그러운 도시였다. 이셔우드 입장에서는 당연히 보수적인 영국보다는 자유롭고 진보적인 도시, 베를린이 끌렸을 것이다. 


요전에 읽은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와 마찬가지로 <베를린이여 안녕> 역시 이셔우드가 베를린에서의 체류 경험을 소재로 한 6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중단편집으로 1939년 발표되었다. 또한 1954년에는 두 소설을 합본하여 <베를린 이야기(Berlin Stories)>로 재출간되기도 하였다. 


<베를린이여 안녕>에서 화자는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인데, '나'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주변 인물들과 상황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한다. 마치 '카메라'로 사진을 찍듯이.  


나는 카메라다. 셔터를 열어놓고, 생각하지 않으며, 수동적으로, 기록만 하는. (p.12)


중단편집인 만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나'가 머물고 있는 슈뢰더 부인 집의 다양한 하숙인들, 배우로서 성공을 꿈꾸고 베를린으로 왔지만 현실은 늙은 유대인에게 몸을 팔아 근근히 생활하는 변덕스럽고 정신산만한 영국 여성 샐리 볼스, 백화점 소유주로 부유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위협에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외로운 유대인 란다우어가(家) 사람들, 못 배운 전형적인 노동계급으로 하루하루 삶이 전쟁인 노바크가(家) 사람들, 소매치기로 먹고 사는 하층민들, '나'가 영어를 가르치는 독일 상류층 사람들, 공산주의 이념에 진심인 순진한 소년 등이 그들이다. 


'나'는 이런 인물들의 행동을 어떤 해명도 없이 그저 피상적으로 담담하게 그려 자칫 무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주변 인물들이 저지르는 그 어떤 실수나 잘못도 이해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면모도 보여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하다. 


위태로운 바이마르 공화국의 끝자락에서 그래도 아등바등하면서 어떻게든 살아나가려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는 안타까움과 애정이 담겨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어떠한 인간이든지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나'의 모습은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작은 위로로 다가온다. 


[누군가가 지난 11월 선거에서 그녀가 공산당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면, 그녀는 열렬하게, 완벽하게 선랑한 신념에서, 그것을 부인할 것이다. 그녀는 겨울을 대비해서 털갈이를 하는 짐승처럼, 단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스스로를 적응시키고 있을 따름이다. 슈뢰더 부인과 같은 수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적응시키고 있다. 결국, 어떤 정부가 권력을 잡든, 그들은 이 도시에서 살아가야 할 운명이니까. (p.31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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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24 23: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베를린을 사랑하는데(유럽 국가중 나름 저렴 하고 합리적인 사회 시스템을 갖춘)

베를린은 지금도 여전히 모든 면에서 자유로운 곳입니다 ㅎㅎ
1930년대 베를린은 밥 포시 감독의 뮤지컬영화 <캬바레> 같은 도시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엄청나게 멋진 미술관 박물관 각종 연주회 콘서트가 열리는 문화 예술의 도시 이기도 해서
두가지가 묘하게 공존하는 곳입니다 ^^

coolcat329 2022-07-25 07: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네~두 번째 이야기 <샐리 볼스>가 캬바레 원작이에요~
베를린이 지금도 그렇군요~

새파랑 2022-07-25 09: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뜻 생각하면 베를린을 포함한 독일은 보수적일거 같은데 그런게 아니었네요 ㅋ 다양한 사람들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궁금해지긴 합니다 ^^

coolcat329 2022-07-25 11:06   좋아요 2 | URL
저도 베를린이 그런 도시인지 <봄의 제전>읽고 알게 되었어요. 독일이란 나라에 급관심이 간 계기였어요.
여기 참 어처구니없는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거기에 또 은근슬쩍 맞춰주며 호응하는 화자도 생각해보면 웃깁니다.
그런 베를린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도시가 되다니 작가가 느꼈을 애수가 여운으로 남네요.

청아 2022-07-25 1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종의 연작이군요? 스스로 카메라라고 언급하는 대목이 이 작품의 취지를 잘 설명해주는 느낌이네요. 댓글보니 <봄의 제전>,뮤지컬 영화<캬바레>도 궁금해집니다.^^*

coolcat329 2022-07-25 12:36   좋아요 1 | URL
네 연작소설이에요~처음에 작가의 구상은 발자크의 인간극같은 거대한 소설을 쓰려고 했는데 자기 능력으론 안될거같아 포기했다네요 ㅋㅋ

Falstaff 2022-07-25 1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리스씨의 기차까지 함께 타볼까 했다가, 베를린 3부작은 이 책으로 만족해버렸습니다. ^^
<싱글 맨>은 그래도 괜찮았던 걸로.....

coolcat329 2022-07-25 12:39   좋아요 2 | URL
네~ 노리스보다는 이 책이 더 재미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베를린 이야기는 <싱글 맨>과 참 분위기가 다르기도 하네요.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 창비세계문학 45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성은애 옮김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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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는 <싱글 맨>의 작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Christopher Isherwood 1904~1986)가 1929년부터 나치 정권이 수립되는 1933년까지 베를린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1935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1939년 발표한 중단편집 <베를린이여 안녕>과 함께 작가에게 큰 성공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후 두 소설은 1930년대 초 베를린 사회를 생생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일종의 연작 소설 형태로 '베를린 이야기(Berlin Stories)'라는 제목으로 합쳐져 출간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베를린이여 안녕>은 영화, 연극,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는 윌리엄 브래드쇼라는 영국인이 베를린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어딘지 의뭉스러운 인물인 아서 노리스를 우연히 만나 그와 어울리게 되면서 겪는 일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영국인 윌리엄 브래드쇼의 시선을 통해 1930년대 초반 어수선하고 불안정한 바이마르 공화국의 모습과 다양한 인간 군상을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는데, 그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나치가 차근차근 권력을 장악해 나가던 바이마르 공화국의 마지막 모습과 그 안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며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는,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인 '노리스 씨'의 위태로우면서도 우스운 이야기. 


서머싯 몸이 버지니아 울프에게 '영국 소설의 미래가 저 청년의 손안에 있지요'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이는 좀 과장이 아니었나 싶다. 매력적인 소설이지만 나는 이 작품이 그렇게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또 아주 재미없지도 않았기에 두 번째 '베를린 이야기'인 <베를린이여 안녕>을 읽어보려고 한다.


아, 그리고 여담이지만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 나치의 권력 장악 과정을 상세히 다룬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를 읽은 것이 이 책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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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7-21 23: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별3개 주셨지만 특별한 시기라서 궁금하네요. 거기다 위태롭고도 웃긴이야기라니 찜해갑니다.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역시 사두길 잘했군요! ^^

coolcat329 2022-07-22 07:33   좋아요 2 | URL
네 저도 당시 베를린 분위기 느껴보고 싶어 읽어봤어요.
너무 큰 기대는 하지마시구요~ (저는 너무 기대를 해서😅)

mini74 2022-07-22 0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그 당시 베를린의 패션과 모습 보여주는 거 같아요. 키르히너 그림같기도 하고~ 새로운 작가 한 분 알아가네요 쿨캣님 *^^* 좋은 하루 보내세요 ~

coolcat329 2022-07-22 19:36   좋아요 1 | URL
그림 출처가 안 나와 있어서 모르겠지만 키르히너와 느낌이 비슷하네요~
미니님도 즐거운 저녁되세요!

잠자냥 2022-07-22 0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머싯 몸이 저 이야기 할 때 술이 취했거나 약간 정신이 나갔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건 아니지, 이 양반아!

coolcat329 2022-07-22 19:42   좋아요 2 | URL
그쵸?!ㅋㅋ 이 외에도 비슷한 찬사가 더 있는데 저는 좀...🙁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67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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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문화,예술을 통해 1차 세계대전 전후를 들여다 본 모드리스 엑스타인스의 <봄의 제전>에는 1920년대 말 '전쟁 붐'을 일으키며 출판 시장에 큰 활력을 가져다 준 소설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레마르크의 성공은 실로 엄청나서 출판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레마르크의 대성공은 당연히 전쟁 문학의 붐으로 이어져 전쟁 소설과 회고록이 쏟아져 나오는 계기가 되었고, 대중의 전쟁에 대한 의식을 고조시킨, 전쟁 문학으로서 매우 의미있는 작품이다. 


전쟁 문학을 좋아해서 읽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열린책들 번역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읽기를 미루다가 <봄의 제전>을 읽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역시나 중간중간 오타가 많아 아쉬웠지만, 일인칭 현재형 시점에 전쟁터의 생생함을 담은 간결한 문장이어서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 1898~1970)가 1929년 발표한 소설로 '가장 위대한 전쟁 문학'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반전(反戰) 문학의 대명사로 꼽히는 작품이다. 작가의 제1차 세계 대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파울 보이머와 그의 동기생들이 담임 선생의 권유로 군에 입대해 전쟁에 나가 겪게 되는 참혹한 전장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레마르크는 이 소설의 목적을 처음에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이 책은 고발도 고백도 아니다. 비록 포탄은 피했다 하더라도 전쟁으로 파멸한 세대에 대해 보고하는 것일 뿐이다."


18살에 군에 지원, 10주간의 혹독한 훈련을 받고 전선에 투입된 파울은 전장에서 죽어나가는 동료들을 보며 어른들이 늘 강조했던 애국심이 얼마나 허황된 말이었는지 깨닫는다. '국가에 대한 충성'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가지고 전쟁에 참가한 어린 병사들은 고통 속에서 무의미하게 죽어 나가는 전우들을 보며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된다. 확신은 의심으로 바뀌고 어른들로부터 배운 세계관은 무너져 내린다. 이들은 그저 쏟아지는 포탄 속을 뚫고 달리면서 그저 살인을 저지르는 '감정이 없는 죽은 사람'(p.127)일 뿐이다. 


이들은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와도 다시 예전처럼 살아갈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파울의 친구 알베르트는 "전쟁이 우리 모두의 희망을 앗아가 버렸어."(p.98) 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외부 세계는 실체가 없는 허상일 뿐, 이제는 더 이상 그 세계에 발 붙이고 살 수 없다.

왜 죽이고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는 어린 병사들, 그러나 전장 밖 외부 세계는 이들의 죽음을 알지 못한다. 너무나도 헛된 죽음 앞에서 파울은 '행방불명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버림받은 상태에 있고, 나이 든 사람들처럼 노련하다. 우리는 거칠고 슬픔에 잠겨 있으며 피상적이다. 나는 우리가 행방불명되었다고 생각한다. (p.134)]


전쟁은 인간의 정신을 마비시킨다. 파울은 적의 기관총을 피해 포탄 구덩이에 숨어 있다가 자신의 몸 위로 떨어지는 병사를 '미친 사람처럼' 칼로 푹 찌른다. 겨우 정신이 돌아온 파울은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구덩이 위로는 기관총 총알이 쉭쉭 지나간다. 날이 밝아 오고 계속되던 병사의 신음도 멈추지만 파울은 죽어가는 그의 눈 속에서 '끔찍한 공포'(p.230)를 본다. 파울은 프랑스 병사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안심 시키고 물을 주며 상처 부위에 붕대를 감아 준다. '찔린 상처는 세 군데', 파울은 자신에 의해 죽어가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이 괴롭다. 날이 밝고 오후 3시가 되자 병사는 숨을 거둔다. 자신이 죽인 시체와 한 구덩이에 있으면서 파울의 죄책감은 점점 더 심해지고 생각은 끊이지 않는다.


["전우여, 부디 나를 용서해다오! (...) 전우여, 어째서 자네가 나의 적이 되었던가. 우리가 이런 무기와 군복을 벗어 던지면 카친스키나 알베르트처럼 자네도 나의 벗이 될 수 있을텐데. 전우여, 나의 목숨에서 20년을 떼어 가서 일어나 다오. 아니 더 많은 햇수라도 가져가 다오. 내가 살아 있다 한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야." (p.235)]


파울은 죽은 병사의 군인 수첩을 펴본다. '제라르 뒤발, 인쇄공' 

국적만 다를 뿐 자신처럼 전쟁터로 내몰린 젊은 청년이고 누군가의 아들이자 남편이다. 

파울은 '제라르 뒤발'에게 약속한다. 그러나 너무나 비참한 전장의 현실은 이런 파울의 약속도 공허한 자기 연민으로 느껴질 뿐이다. 


["전우여, 오늘은 자네가 당했지만, 내일은 내가 당할 거야. 하지만 내가 용케 살아남게 되면 우리 둘을 망가뜨린 이것과 맞서 싸우겠네. 자네의 생명을 앗아가고, 나의 생명도 앗아 가는 이것에 맞서서 말이네. 전우여, 자네에게 약속하겠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이네." (p.238)]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전쟁의 무의미함과 기성 세대의 허위 의식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파울 보이머라는 한 병사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전장의 경험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전쟁을 일으킨 세상에 대한 분노가 담겨있다. 

이 소설이 세상에 나온지 거의 10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전쟁은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재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만 해도 전장에서 싸우는 군인은 물론이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폭격과 학살로 죽어가고 있다. 또한 세계는 전쟁으로 인한 경제 위기와 식량 문제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왜 이런 전쟁이 일어나는 것일까?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왜 몇몇 권력자들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야 하는가?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울화가 치밀어 올라 몇 번이나 숨을 깊게 쉬었는지 모른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치인들에 의해 일어나는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미래를 짓밟는 괴물과도 같은 것이다. 전쟁으로 얻는 그 이익이 과연 한 사람의 목숨과도 바꿀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가? 


레마르크의 소설은 <사랑할 때와 죽을 때>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인데, 이번 작품도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무엇보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위의 물음에 대한 분명한 답을 주는 소설이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제목을 읽으면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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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7-16 2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쟁에 참여해서 누군가를 죽이고, 동료가 죽는 모습을 보면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 같아요~~오래 전 정말 좋아했던 작가가 레마르크였어요.
다시 그의 작품을 읽고 싶고 봄의 제전도 읽어야겠네요^^

coolcat329 2022-07-16 22:39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이번에 읽으면서 전쟁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삶을 못 살게 될 군인들이 참 안타까웠어요.
<봄의 제전> 강추합니다.

Falstaff 2022-07-16 2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음주 화요일에 올릴 독후감에서도 1차 세계대전에 나갔다가 왼쪽 발가락 세 개를 자른 인물이 등장합니다. 포탄이 떨어져 자신은 발가락 세 개, 옆에 있던 친한 동료는 그만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고, 그 경험 이후에 신경쇠약에 걸려 가족들과 좋지 않은 관계를 맺어가는 영국인입니다.
하여튼 전쟁은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레마르크.... 우..... 청소년 시대를 지배했던 작가 가운데 한 명입지요. 지금도 사 놓고 안 읽은 책이 책장에서 절 빤히 꼬나보고 있네요. 그의 마지막 작품 <그늘진 낙원>입니다. 얼른 읽어야 하는데. ^^;;

coolcat329 2022-07-16 22:43   좋아요 2 | URL
아 다음 주 올리실 작품 무엇일지 기대됩니다.😆
1차 세계대전 참호전의 끔찍한 무모함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한 개인의 이야기로, 문학으로 만나니 훨씬 마음의 울림이 컸습니다. 되풀이되는 전쟁이 참 이해할 수 없고 슬픕니다.
마지막 작품도 번역되어 있군요. 골드문트님 리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7-17 06: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고등학교때 엄청난 감동과 함께 읽었었는데 지금 다시 읽는다면 훨씬 더 좋아질것 같네요.

coolcat329 2022-07-17 13:06   좋아요 0 | URL
아 고등학교때 읽으셨군요! 👍다시 읽어도 좋을 작품입니다.😊

새파랑 2022-07-17 1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명작을 드디어 완독하고 리뷰까지 쓰셨군요~!!! <봄의 제전>에 좋은 책이 많이 나오나봅니다. 너무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더 와닿더라구요.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언제나 피해는 젊은이들의 몫인거 같아요 ㅜㅜ

coolcat329 2022-07-17 13:11   좋아요 1 | URL
네 화자의 그 담담한 어조가 잊히질 않네요. 읽으면서 참 한숨을 많이 쉰 작품이었습니다.

레삭매냐 2022-07-19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서 이 책을 산 기억은 나는데
당최 읽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기억
이 가물가물합니다.

세상의 모든 전쟁을 끝낼 전쟁이라고
하고서도 또 전쟁이 벌어졌으니 그것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coolcat329 2022-07-27 16:52   좋아요 1 | URL
제가 글을 남긴 거 같은데 사라졌네요. 레삭매냐님 당연히 읽으셨을거라고요~^^

scott 2022-07-27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마르크 전쟁 문학 중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을 써 낸 분

죽도로 독일을 미워했던 프랑스에서도 전후 사랑받았던 작가 라고 합니다 ^^

coolcat329 2022-07-27 16:54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도 사랑을 받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