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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평점 :
소설 읽기의 가장 큰 적은 지나친 기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콧 스미스의 데뷔작 <심플 플랜>은 분명히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흥미롭습니다. 주인공은 우연히 4백40만 달러가 들어있는 돈 가방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걸 꿀꺽하기로 결심합니다. 그 후 대략 넉 달 동안 겉잡을 수 없는 일들을 겪게 되죠. 겉잡을 수 없는 일들이란 살인사건을 말합니다. 돈을 지키기 위해 뜻하지 않는 살인을 저지르게 되거든요.
작가의 두 번째 작품 <폐허>를 먼저 읽은 터라 <심플 플랜>을 읽는 내내 <폐허>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만도 한 것이 두 작품은 꽤나 닮았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심플 플랜>이 <폐허>에 비해 덜 지루했다는 점입니다.
<폐허>는 꽤나 지루했습니다. 좀처럼 이런 일이 없는데 마지막 오십여 페이지를 남기고는 사선으로 읽었을 정도거든요. 그런데 <심플 플랜>도 그랬습니다. 마지막 사십여 페이지를 남기고 ‘사선 독서’가 또 시작되었습니다. 두 번 모두 참을 수 없는 무언가가 저를 불성실한 독자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심플 플랜>는 단순하고 분명한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건이 전개되는 방향이 분명하죠. 그래서 이야기가 힘 있게 진행됩니다.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책장 넘기기가 거듭될수록 사건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소가 눈에 들어옵니다. 뭐냐 하면 ‘친절한 설명’입니다.
이미 말했던 것처럼 <심플 플랜>은 일인칭 시점 소설입니다. 스콧 스미스는 마치 주인공 행크였던 것처럼 생생하게 사건을 묘사합니다. 칭찬할만한 대목이죠. 그런데 종종, 아니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나 자주 몰입을 방해하는 묘사와 설명이 등장합니다. 특히 ‘설명’은 정말 눈에 거슬립니다. 이건 <폐허>를 읽을 때도 느꼈던 것인데, 책 읽는 속도가 느린 독자에게 특히나 거슬리는 대목입니다.
행크는 돈을 지키기 위해 계속 살인을 저지릅니다. 정말 마음고생이 많은 친구이죠. 원래 나쁜 친구가 아닌데 잘못된 선택이 이 친구를 점점 좋지 못한 상황으로 몰고 갑니다. 불쌍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공감이 가요. 그런데 작가는, 행크가 아니라, 계속해서 행크의 심리적 고통을 설명하고, 반복하고, 설명하고, 반복합니다. 행크가 혼자 상념에 젖어있을 때 설명하고, 아내와 이야기할 때 반복하고, 형의 개를 죽일 때 또 설명하고, 아기를 볼 때 또 반복합니다.
행크가 마지막 사건을 저지를 때에는 그야말로 절정에 이릅니다. 사건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방송(목사의 설교!)이 행크가 저지른 일들을 친절하게 또 요약 정리해줍니다. 그것도 모자란 듯싶었든지, 우연히 사건 현장에 나타난 낯선 여인네에게 행크는 자기가 겪은 일과 자신의 심정을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주인공의 심리는 자연스레 드러날 때 공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설명은 지겨울 수밖에 없습니다.
스콧 스미스와 스티븐 킹을 엮으려는 출판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작가의 닮은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스콧 스미스는 어쩐지 성실한 모범생의 이미지입니다. 별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유머감각도 없구요. 작가의 본성이야 알 수 없지만, 부디 차기작에서는 모범생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적당히 괴팍한 모습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범생 타입의 장르소설은 심심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