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 - 94가지 주제로 풀다
임승택 지음 / 도피안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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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명하고 체계적이며, 아비담마 입문을 위한 필수 개념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악문 투성이의 불교서적들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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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길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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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사장이 아니더라도, 한해 두해 나이를 먹어가는 걸 실감하는 사람이라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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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이터
리처드 포드 지음, 박영원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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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도서관에서 닉 혼비의 <피버피치>가 스포츠서가, 그것도 축구분야에 꼽혀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어이없는 분류가 오히려 닉 혼비에게 어울리는 거 같아 키득거렸다. 닉 혼비라면, ‘우스꽝스럽지만 불만 없음!’, 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스포츠라이터>는 장편소설이라는 문구가 책표지에 버젓이 인쇄되어 있기에 <피버피치>같은 황당한 대접을 받지는 않을 테지만, 그 제목이 풍기는 명백한 뉘앙스로 인해 누구처럼 생각없는 독자는 분명히 스포츠에 관한 신나는 소설로 오해할거다. 그러나 몇 페이지만 읽어보면 깨닫게 된다. <스포츠라이터>는 ‘스포츠’ 소설이 아니다. <스포츠라이터>는 ‘라이터’인 한 남자에 관한 쓸쓸하고 서늘한 소설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소설을 쓴 리처드 포드라는 정말 글을 ‘개잘쓰는’ 작자라는 것도 알게 된다.

 

<스포츠라이터>를 퍽이나 오랫동안 읽었다. 몇 주가 걸렸는지 모른다. 초반 80페이지 가량은 아마 세 번쯤 읽었을 거다. 지루하거나 어려워서가 아니다.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무언가가 끊임없이 출몰한다. 인물들의 사연을 듣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며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인물들이 하나같이 멘탈붕괴 직전이다. 겉으로는 부족한 거 없이 멀쩡하게 보이는 아저씨, 아줌마 들. 하지만 속은 균열 그 자체다. 이런 지경이니 술술 책장을 넘기며 폭주하는 즐거운 독서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 작품이 진정 무서운 것은 ‘희망없음’과 ‘멘붕’을 이야기하는 태도다. 앞서 말했지만 주인공은 모두 먹고 살만하다. 그러니까 그냥 사는 건 문제 없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자신만의 분명한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남은 인생도 지금까지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살아갈 것이다.


문제는 여태껏 고수해온 삶의 태도가 그들을 붕괴직전으로 몰고 갔다는 거다. 꼰대가 된 그들은 이것을 깨닫고 있다. 그런데 삶의 방식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다. 아니 바꿀 수 없다고 믿는다. 기껏해야 애써 멀쩡한 척 연기하며 버티거나, 머리통에 총알을 박고 자살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인간들이 좀비처럼 시시때때로 출몰하니 애초에 훈훈함과는 삼만 광년 떨어져있을 수밖에.

 

이런 생각을 해봤다. 레이먼드 카버가 장편소설을 쓴다면 이런 작품을 쓰지 않을까? 그만큼 <스포츠라이터>는 미국적이다. 부활절, 대도시, 중산층 거주지역의 풍경은 너무 미국적이라 낯설고 또 낯설다. 특히나 뉴저지, 뉴욕, 디트로이트 등 동북부 도시의 봄풍경을 내가 어찌 생생히 떠올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주인공의 상처와 어리석음에 크게 공감하는 순간 ‘미국소설’ <스포츠라이터>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가 된다.
(스타인벡과 피츠제럴드, 셀린저, 필립 로스 등을 언급하며 미국소설 어쩌구저쩌구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내가 잘 모른다는 사실이 번쩍-!!!했기에 집어치운다. 이건 내가 오늘 내린 결정 중 가장 현명한 결정인 거 같다.)

 

어리석음에 관해서는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다. <스포츠라이터>를 읽으며 느낀 건데, 인물의 어리석음은 독자를 사로잡는 가장 큰 무기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나 영화를 떠올려보면, 주인공들은 대개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에 꼭 어리석은 짓거리를 하고 만다. 그 결과 주인공은 회복불능의 상태가 된다. 파국, 파멸, 파탄, 파경, 파산... 이 모든 것은 어리석은 결정을 한 주인공의 몫이다. 퍼뜩 떠오른 작품들을 살펴보면, <위대한 개츠비>가 그렇고..., 영화 <레슬러>가 그랬고..., 드라마 <로스트>가 그러하며..., 챈들러 소설의 주인공들이 그러하다. 어리석은 자에 대한 연민은 분명히 독자와 관객을 사로잡는 비급이었던 것 같다.(적어도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일지라도 말이다.) 더욱 슬픈 것은, 본인들이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는 점이고, 그들이 대부분 남자라는 거다.(아, 문득 어리석은 결정을 내린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싶다. 어리석음의 종결자로 불릴 만한 인물로 누가 있던가?)

 

리처드 포드는 퓰리처상 수상작가다. 수상작은 <스포츠라이터>의 후속작 <독립기념일>이란다.(<스포츠라이터>는 제목을 ‘부활절’로 달아도 무방한 소설이다.) 제목부터 오지게 미국적이라 정이 가질 않는다. 그런데 읽고 싶다. 편집자님 역자님 들이시여,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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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9
김준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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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백 페이지 넘도록 음담으로만 채워진 이 책을 읽는 동안 꼴리지 않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그 꼴림이 욕망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짜릿하고 도발적이며, 때로는 파격적인 음행이 어두운 욕망의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 것은 웃음이라는 건강한 밑바탕 위에서 까발려졌기 때문이다. <조선후기 성소화선집>은 제목 그대로 야하지만 웃기는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에서 야한 거 못지않게 주목해야할 것이 웃음이다. <조선후기 성소화선집>을 읽는 동안 어린 조카나 여동생이 무단침입해도 놀라지 않았던 것은 ‘조선후기’ 때문이 아니라 ‘소화(笑話)’ 때문이다. 웃음은 건강함와 쾌활함을 담보하기 때문에 누구와도 공유할 수 있다.
반면 ‘심각함’은 얼마나 부자연스러운가? 야동, 그러니까 포르노는 늘 심각하다. 정확히 말하면 심각한 척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심각할 것을 강요한다. 야동(설) 속의 인물들도 심각하고, 야동(설)을 보고(읽고) 있는 사람도 심각하다. 야동이나 야설에 몰입하는 사람의 표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어찌나 뻣뻣하고 부자연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지... 민망하고 웃기다.(뭐 이런 표정을 살펴보는 게 더 변태같이 들리는군!ㅎㅎㅎ) 아무튼 필요이상으로 심각한 것은 위험 신호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진작 펼쳐들었다. 그런데 마지막 백여 페이지와 옮긴이의 해설을 남겨놓고 꽤 오랫동안 미뤄두고 있었다.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터라 뒤로 갈수록 책읽기가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어쩌다 옮긴이의 해설을 읽고 난 후 못다 읽은 나머지 분량을 읽어치웠다. 순전히 좋은 해설 덕분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책은 해설부터 읽어야 한다’는 거다. 아니 반절쯤 읽다가 해설을 읽은 후 마저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알기 쉽고 유용한 이야기로 가득한 해설은 조선시대 음담을 어떻게 이해하고 즐겨야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해설에 실린 다음 글귀는 의미심장하다.

윤리는 공동체를 위한 것이다. 공동체를 위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현재의 상황이 미래까지 지속되기를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절망의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상황이 오랫동안 유지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때문에 금지된 영역을 보여줌으로써, 금지된 것을 위반함으로써, 자신의 울분을 드러낸다.(p.649)

이것이 해설을 쓴 옮긴이의 생각인지, 푸코의 주장인지, 바타유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이 즐긴 ‘꼴리는 이야기’들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열쇠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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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나온반달 2011-10-08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 근사합니다.
해설부터 먼저. 명심하지요.

lazydevil 2011-10-09 12:15   좋아요 0 | URL
제목 빼고는 건질 거 없는 리뷰죠~~~ㅎㅎ

쥬베이 2011-10-14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lazydevil님께서 저런 저속한 표현을 쓰시다니ㅋㅋㅋ
어울리지 않아요^^ lazydevil은 지적이고, 고상한 표현이 어울리십니다ㅋ
아, 저 책 진짜 끌리네요. 조선시대 야설(?) 같은거죠?
춘향전도 원본은 야한장면이 많다더라고요 나중에 읽어야지 ㅋ

lazydevil 2011-10-17 15:17   좋아요 0 | URL
저요.. 고상하지도, 지적이도 않아요~ㅎㅎ
근데 이 책은 고상하지도, 지적이도 않지만 활달하고 재미있어요.^^

2011-10-17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1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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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 모자를 벗어서 머리를 만져보았다. 멋지고 오래된 내 머리, 너무 오랫동안 달고 다녔지. 지금은 약간 무른 과육 같고 꽤 아팠다. 그렇지만 그런 것치고는 상당히 가볍게 얻어맞은 정도였다. 모자가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대로 여전히 쓸만한 머리였다. 어쨌거나 내년에도 쓸 수 있을 것이다.(p96)

지난 주 내내 며칠간 뒷골이 당길 정도로 짜증이 범람했다. 폭주하는 ‘골땡김’을 극복하는 처방이랍시고 한 짓거리. 책장에서 챈들러를 꺼내 읽으며 매실주 음용하기! 쫌 찌질하다. 이런 때 챈들러라니? 무슨 허세냐. 게다가 위스키 사워나 김릿도 아니고 발암물질 함유가 다분히 의심되는 매실주가 뭐냐?

2.
굴착기 삽만 빼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얻어맞은 것처럼 얼굴이 여기저기 찌그러져 있었다.(p.14)

암튼 오랜만에 말로를 다시 만나는 동안 잠시 골땡김을 잊었던 것은 사실이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다가 키득거리고 웃었으니까. ‘말로가 날 웃겼어. 말로가 나를 웃겼다고.’라고 혼잣말을 해본다.

3.
어찌나 예의 바르던지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그를 침실까지 업어다 주고 싶을 지경이다.(p.182)

원래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확실히 챈들러를 읽는 속도는 더욱 느리다. <안녕 내 사랑>을 거의 나흘 이상 붙들고 있었으니까. 오래전 처음 읽었을 때는 더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분명히 그럴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느리게 읽기와 다시 읽기의 댓가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챈들러를 추앙하고, 말로를 흠모하기에 억지로라도 엇나가고 싶다. 하지만 말로를 만나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즐겁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챈들러를 추앙하고, 말로를 흠모하노라고. 어찌나 흠모하는지 그를 침실까지 업어다 주고 싶을 지경이다. 아고 허리야...

4.
한기가 느껴지고 나 자신이 역겨워졌다. 가난뱅이의 주머니를 턴 기분이었다.(p.198)

말로는 죄 많고 더러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위악적인 태도를 보호색으로 삼는다. 그것이 때로는 지독한 냉소나 환멸로 표출되기도 하고, 때로는 신념을 지키는 다크 나이트의 정의로움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그의 매력은 냉소와 환멸이다. 그것은 썩어빠진 세상에 대한 야유이기에 전혀 밉살스럽지 않다.

5.
“나는 매끈하고 화려한 여자가 좋아요. 비정하고 죄를 잔뜩 짊어진 여자들 말이에요.”(p.287)

북하우스판 번역은 매우 충실한 편이다. <빅슬립>부터 <기나긴 이별>까지 차례로 읽을 때도 느낀 점이지만 뒤로 갈 수록의 말로에 어울리는 번역본으로 진화한다. 다만 다시 거슬러 <안녕 내 사랑>을 펼쳐보니 말로의 어투가 조금 공손하고 예의바르게 들린다. 깍듯한 말투로 이죽거리는 말로도 재미있긴 하다. 하지만 터프한 척 허세작렬하는 남자, 그게 말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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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나온반달 2011-10-0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리뷰를 읽고도 책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lazydevil 2011-10-09 12:15   좋아요 0 | URL
허걱, 오디션 프로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칭찬을 받는 기분임다.^^;;

Forgettable. 2011-10-0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번에 읽으셨군요?? 재밌죠 ㅋㅋ 동시대(?)에 님과 같은 책을 읽은 경우는 이번이 첨이 아닐까 싶네요 ㅎ 전 챈들러가 좋은지 말로가 좋은지 점점 헷갈립니다ㅡ ㅋㅋ

lazydevil 2011-10-09 12:24   좋아요 0 | URL
일년에 한번 정도는 꼭 말로를 읽어줘야 말로식 허세를 흉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전 헛갈리리지 않아요. 챈들러는 질투, 말로는 흠모임다.

느린산책 2011-10-08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씨 어찌 이리 재기발랄 솔직본능 멘트들이 날라다닐 수 있는 거인지..
정말 부러워요. 데빌님. (아 질투나)

lazydevil 2011-10-09 12:21   좋아요 0 | URL
부러우면 지는거...ㅎㅎㅎ
근데 저따위를 질투하는거.. 아무짝에 쓸모 없다는...^^;;

쥬베이 2011-10-1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zydevil님~ 리뷰에서 말로의 향기가 풍기는데요^^
레이먼드 챈들러 작품은 아직 읽은게 하나도 없어요.
입문자가 읽을만한거 하나 추천해 주세요^^
요즘 주말에 공부는 안하고 소설만 읽고 있어서 ㅋㅋㅋ

lazydevil 2011-10-17 15:20   좋아요 0 | URL
음.. 말로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할 거 같아요.
아마도 첫작품 <빅슬립>이 고비가 아닐까...시리즈 전체를 놓고 보면, <빅슬립> 후반부터 힘이 폭발하기 시작해요^^
전 개인적으로 <리틀 시스터>를 제일 좋아합니다. 좀 말로답지 않은 구석이 풍기지만 <호수의 여인>도 무척 재미있게 읽어요. 물론 가장 역작은 <기나긴 이별>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