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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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의 내용은, 지난 12월(2007년) 아프리카 문화 축전 때 보았던 에즈라(Ezra)라는 영화와 내용상 대단히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이스마엘 베아는 정부군 소속, 에즈라는 반군 소속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스마엘 베아는 실존 인물이고 에즈라는 영화 속 인물이라는 정도.

[집으로 가는 길]은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Sierra Leone)에 사는 십대 소년 이스마엘 베아(Ishmael Beah)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소년의 이야기가 도무지 평범하지가 않다(적어도 평범한 한국인들에게는).  사람 죽이는 것을 ‘물 한 잔 마시는 것’처럼 쉽게 해 왔던 이 소년의 과거 기록이 이 책이다.

마약을 하며 마을을 습격하여 닥치는대로 총을 쏘아대던 소년의 모습에서 단순한 슬픔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우여곡절 끝에 전쟁터를 빠져나와 재활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역시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얼마나 추악한 곳인가.  평화와 아름다움이 가치를 지니는 건 동시에 이런 세상이 존재하기 때문일까.

한때 살인마였던 이 소년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아프리카여, 그건 니 잘못이 아니다…

2008, 1/14일(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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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말리 -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
스티븐 데이비스 지음, 이경하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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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듣게 되는 이름, 밥 말리 Bob Marley.  그의 일대기를 소개한 스티븐 데이비스(Stephen Davis)의 [Bob Marley by Stephen Davis]가 오랜 세월이 지나 드디어 한글로 번역이 되어 나왔다.

아프리카는 수 십 개의 나라로 이루어진 대륙이지만, 밥 말리의 영향은 어느 곳이고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슬람 국가들인 마그레브의 어느 골목에서도, 내전 중인 나라의 반군들이 들고 다니는 스테레오에서도, 외지인들이 오지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 어느 깡촌 마을에서도, 밥 말리의 노래는 오늘도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다.  전 아프리카를 이토록 고루 어루만져준 뮤지션은 아마도 여태껏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에겐 아프리카와 밥 말리에 얽힌 추억이 많이 있다.  아디스 아바바의 어느 허름한 선술집에서 밤새 들었던 그의 노래들, 사하라 사막에서 듣던 그의 노래, 가는 곳마다 뒷골목에 그려져 있던 그의 얼굴, 사람들이 입고 다니던 밥 말리 티셔츠들,…

17세기부터 영국인들은 사탕수수 밭을 경작하기 위해 수 백 만 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을 자메이카, 쿠바 등지로 강제 이주시켰다.  밥 말리는 이 때 이주한 자메이카 흑인의 후손으로서, 죽는 순간까지 아프리카 흑인들의 구원을 꿈 꾸며 라스타 Rasta로 살았다.  그러니, 밥 말리를 이해하려면 그의 종교였던 라스타파리아니즘(Rastafarianism)에 대해서도 좀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이에 대한 이해를 함에 있어서도 그 어떤 자료보다 많은 도움을 준다.  참고로, 내가 지난 몇 년 간 찾아서 모아 두었던 라스타에 관한 자료 전체보다, 이 책 한 권이 그것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또한 밥은 생전에 수 없이 많은 곡을 직접 만들어서 불렀는데, 그의 노래는 거의 다 들어 보았다고 생각했던 나도 이 책을 읽으며 그건 착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티븐 데이비스는 방대한 자료를 수집, 정리하여 이 책을 썼는데, 각 노래에 대해서도 그 곡이 만들어진 배경과 내용에 대해 많은 설명을 곁들이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스티븐은, 1981년에 세상을 뜬 밥에 대해 이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쓰고 있다.

[밥 말리는 살아 있다.  그는 신이 되었다.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단언하건대, 밥 말리를 알고 아프리카를 만나는 것과, 그렇지 않고 만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이 책을 읽고 밥 말리를 듣는 것과, 그렇지 않고 듣는 것에도 큰 차이가 있다.

아프리카를 만나러 갈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 이 책을 읽고 밥 말리를 먼저 만나 볼 일이다.


2007, 12/31일(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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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 - 개정증보판 현대사상신서 6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박홍규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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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데 무려 넉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읽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기도 하지만,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닌 탓도 있다.  하지만 아껴가며 조금씩 꺼내먹는 곶감처럼, 꾸준히 읽지 않을 수 없는 20세기의 명저임엔 틀림이 없다.

1978년에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가 쓴 이 탁월한 저서는, 박홍규 교수에 의해 지난 1991년 번역이 되었던 것이, 2007년에 개정 증보판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분량도 많은 편이지만, 도무지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게 독자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읽어 내려가는 문장마다 뒤따르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 정리하는 데에 또한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오리엔탈리즘의 흔적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 책은 그러한 현상을 뿌리부터 철저하게 파헤쳐주는 속시원함이 있다.

서구인들이 멋대로 중동, 근동, 극동, 동양 등의 구분을 해놓았지만, 사실 이는 오늘날까지 우리가 아프리카를 인식하는 관점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은, 이러한 ‘우리의 아프리카니즘’에 대해서도 훌륭하게 톺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여기서 이 책을 소개하고 있는 이유이다.

책의 뒷부분에 실린, 옮긴이 박홍규 교수의 <옮기면서>는 이 명저에 대한 탁월한 해설과 통쾌한 한국적 해석을 제공하고 있어, 본문을 읽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다.

[p 630 ; 그러나 이 책의 압도적인 부분은 역시 그것이 오리엔탈리즘 비판을 넘어 인간 경험 일반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 점이다.  그것은 외국문화 인식에 관한 기본적인 물음이다.  하나의 ‘다른 문화’라는 개념은 과연 유익한 것인가?  또는 그것은 도리어 자기찬미이거나 타자모독이 아닌가?  문화적/종교적/인종적 차이라는 것은 사회경제적/정치역사적 범주보다는 중요한 것인가?  그 속에서 지식인의역할은 무엇인가?  문화의 공존과 공생은 불가능한 것인가?  특히 지배문화가 아닌 인민문화, 모든 인민의 인권이 존중되는 인류 공동체의 수립은 불가능한가?  모든 사람들의 기본적 생존이 그 고유한 권리로 확보될 수 있는 참된 세계문화의 수립은 불가능한 것인가?  진정한 삶의 터전인 문화는 있을 수 없는가?

이 책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그러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안이한 지배문화론이 판을 치는 한국의 얕은 지성에서도 그의 문제제기는 상당한 충격일 수 있다.  여행 에피소드가 일국의 문화론으로 과장되는 천박한 한국의 독서계에 이 책은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날 우리의 아프리카니즘은, 서구의 오리엔탈리즘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은 대단히 슬픈 현실이다.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사실을 되돌아 볼 기회가 된다면, 얼마나 보람 있는 일독이 될 것인가.

이 책을 읽었다면, 이옥순이 쓴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도 아울러 읽어보시기를 적극 권한다.

2008, 2/19일(火)  (www.baobabia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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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의 진주 리비아 - 베일에 싸인 리비아 국내최초 여행 안내서 에세이 작가총서 135
권영국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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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나라에 대한 정보가 국내에 거의 전무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차에 이 나라에 와서 만 13개월을 머무는 동안 애써 수집한 정보를 장차 관심 있는 관광객들에게 전할 수 있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이상은 이 책의 저자가 책의 맨 앞부분에서 밝히고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이 책을 관광안내서로 활용되기를 바라면서 쓴 것이다.  이것은 저자의 지적처럼, 리비아에 관한 이렇다 할만한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에서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이 책이 관광안내서로서 제대로 기능할 것 같지는 않다.  책의 내용은 매우 예외적일만큼 지루한 역사적 사실의 기술만 이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역사를 이야기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지루하고 흥미를 잃을 수 밖에 없도록 써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____-;;

이 책은 성격상 어차피 많이 팔리기는 어려운 상황인데, 이 한정된 독자층의 흥미를 유지하기엔 내용의 기술 방식이 아쉽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들은 앞으로도 계속 쏟아져 나와야만 한다.  책 제목에서부터 ‘아프리카’를 내세우는 수박 겉핥기 식의 책보다는, 특정 국가를 혹은 특정 지역을 구체적으로 살피는 이런 류의 책이 훨씬 더 반갑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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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살람, 마그레브! - 지중해 연안, 북아프리카 4개국을 가다
이철영 지음 / 심산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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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레브’라고 하는 특정 지역을 소재로 삼고 있는 책 제목,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우선 이 책은 제목에 나타나 있듯이, 지은이가 북아프리카의 마그레브 국가들을 다녀와서 쓴 기행문이다.  마그레브를 소개하는 변변한 책 몇 권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이는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지은이가 너무도 짧은 기간 동안 여행을 하였기에, 아프리카에서 마치 유럽 패키지 여행을 다니듯 일정을 밀어 부치는 모습에 다소 실소하게 됨과 동시에, 재미가 떨어지는 면이 분명 있긴 하다.  하지만 좀 아쉽기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책의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지은이가 밝히고 있듯이, 딱 그만큼만 기대하고 보면 될 터이다.

[20일간 여행을 다녀와서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떠드는 것은 가당치 않습니다.  여기에는 제가 본 북아프리카의 단면들만 담겨 있습니다.]

그것이 누군가가 단기간에 본 단면들만을 담은 것이든 아니든, 이처럼 아프리카의 특정 지역을 소재로 삼는 책들이 앞으로는 마구 쏟아져 나오면 얼마나 좋을텐가.

2008, 2/14일(木)  (www.baobabia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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