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 - 개정증보판 현대사상신서 6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박홍규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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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데 무려 넉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읽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기도 하지만,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닌 탓도 있다.  하지만 아껴가며 조금씩 꺼내먹는 곶감처럼, 꾸준히 읽지 않을 수 없는 20세기의 명저임엔 틀림이 없다.

1978년에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가 쓴 이 탁월한 저서는, 박홍규 교수에 의해 지난 1991년 번역이 되었던 것이, 2007년에 개정 증보판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분량도 많은 편이지만, 도무지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게 독자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읽어 내려가는 문장마다 뒤따르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 정리하는 데에 또한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오리엔탈리즘의 흔적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 책은 그러한 현상을 뿌리부터 철저하게 파헤쳐주는 속시원함이 있다.

서구인들이 멋대로 중동, 근동, 극동, 동양 등의 구분을 해놓았지만, 사실 이는 오늘날까지 우리가 아프리카를 인식하는 관점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은, 이러한 ‘우리의 아프리카니즘’에 대해서도 훌륭하게 톺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여기서 이 책을 소개하고 있는 이유이다.

책의 뒷부분에 실린, 옮긴이 박홍규 교수의 <옮기면서>는 이 명저에 대한 탁월한 해설과 통쾌한 한국적 해석을 제공하고 있어, 본문을 읽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다.

[p 630 ; 그러나 이 책의 압도적인 부분은 역시 그것이 오리엔탈리즘 비판을 넘어 인간 경험 일반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 점이다.  그것은 외국문화 인식에 관한 기본적인 물음이다.  하나의 ‘다른 문화’라는 개념은 과연 유익한 것인가?  또는 그것은 도리어 자기찬미이거나 타자모독이 아닌가?  문화적/종교적/인종적 차이라는 것은 사회경제적/정치역사적 범주보다는 중요한 것인가?  그 속에서 지식인의역할은 무엇인가?  문화의 공존과 공생은 불가능한 것인가?  특히 지배문화가 아닌 인민문화, 모든 인민의 인권이 존중되는 인류 공동체의 수립은 불가능한가?  모든 사람들의 기본적 생존이 그 고유한 권리로 확보될 수 있는 참된 세계문화의 수립은 불가능한 것인가?  진정한 삶의 터전인 문화는 있을 수 없는가?

이 책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그러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안이한 지배문화론이 판을 치는 한국의 얕은 지성에서도 그의 문제제기는 상당한 충격일 수 있다.  여행 에피소드가 일국의 문화론으로 과장되는 천박한 한국의 독서계에 이 책은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날 우리의 아프리카니즘은, 서구의 오리엔탈리즘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은 대단히 슬픈 현실이다.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사실을 되돌아 볼 기회가 된다면, 얼마나 보람 있는 일독이 될 것인가.

이 책을 읽었다면, 이옥순이 쓴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도 아울러 읽어보시기를 적극 권한다.

2008, 2/19일(火)  (www.baobabia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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