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말리 -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
스티븐 데이비스 지음, 이경하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듣게 되는 이름, 밥 말리 Bob Marley.  그의 일대기를 소개한 스티븐 데이비스(Stephen Davis)의 [Bob Marley by Stephen Davis]가 오랜 세월이 지나 드디어 한글로 번역이 되어 나왔다.

아프리카는 수 십 개의 나라로 이루어진 대륙이지만, 밥 말리의 영향은 어느 곳이고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슬람 국가들인 마그레브의 어느 골목에서도, 내전 중인 나라의 반군들이 들고 다니는 스테레오에서도, 외지인들이 오지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 어느 깡촌 마을에서도, 밥 말리의 노래는 오늘도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다.  전 아프리카를 이토록 고루 어루만져준 뮤지션은 아마도 여태껏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에겐 아프리카와 밥 말리에 얽힌 추억이 많이 있다.  아디스 아바바의 어느 허름한 선술집에서 밤새 들었던 그의 노래들, 사하라 사막에서 듣던 그의 노래, 가는 곳마다 뒷골목에 그려져 있던 그의 얼굴, 사람들이 입고 다니던 밥 말리 티셔츠들,…

17세기부터 영국인들은 사탕수수 밭을 경작하기 위해 수 백 만 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을 자메이카, 쿠바 등지로 강제 이주시켰다.  밥 말리는 이 때 이주한 자메이카 흑인의 후손으로서, 죽는 순간까지 아프리카 흑인들의 구원을 꿈 꾸며 라스타 Rasta로 살았다.  그러니, 밥 말리를 이해하려면 그의 종교였던 라스타파리아니즘(Rastafarianism)에 대해서도 좀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이에 대한 이해를 함에 있어서도 그 어떤 자료보다 많은 도움을 준다.  참고로, 내가 지난 몇 년 간 찾아서 모아 두었던 라스타에 관한 자료 전체보다, 이 책 한 권이 그것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또한 밥은 생전에 수 없이 많은 곡을 직접 만들어서 불렀는데, 그의 노래는 거의 다 들어 보았다고 생각했던 나도 이 책을 읽으며 그건 착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티븐 데이비스는 방대한 자료를 수집, 정리하여 이 책을 썼는데, 각 노래에 대해서도 그 곡이 만들어진 배경과 내용에 대해 많은 설명을 곁들이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스티븐은, 1981년에 세상을 뜬 밥에 대해 이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쓰고 있다.

[밥 말리는 살아 있다.  그는 신이 되었다.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단언하건대, 밥 말리를 알고 아프리카를 만나는 것과, 그렇지 않고 만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이 책을 읽고 밥 말리를 듣는 것과, 그렇지 않고 듣는 것에도 큰 차이가 있다.

아프리카를 만나러 갈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 이 책을 읽고 밥 말리를 먼저 만나 볼 일이다.


2007, 12/31일(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