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엘군의 홈피에 방문했다가 나에 대한 글을 읽었다. 나에게 이제 자신이 그저 아는사람1, 혹은 2정도가 되었다는 글을 읽었다. 누구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내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비가 창문을 향해 온몸을 던지던 새벽에 엘군은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홈피 간것을 알았나? (그러니까 헤어진 남친 홈피에 몰래 들어갔다가 몇번재 방문자 히트에 걸린다든가, 생각없이 댓글을 남기는 추접스러운 짓을 한적도 있어서, 혹시 또... 뭔가...) 술을 제법 많이 마신 그는 여보세요나, 나야 라는 말 대신 "역시 따라의 목소리는 이뻐."라고 말했다. 그를 만나던 당시 그는 '팝콘처럼 바람을 먹으며 기다리던' 어떤 사람과 사랑 이후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는 것 처럼 살고 있었고, 나는 누군든지 아낌없이 사랑할 기세로 살고 있었다. 그는 항상 나에게 "너를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해" 라고 말했고 나는 항상 "상관없어" 라고 대답했다. 그런그가 나에게 말한다. 사실은 그때 너를 사랑하고 있었다고, 항상 전화를 귀찮아 하는 듯 했지만, 오늘처럼 늘 목소리가 이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빗소리가 들린다. 내 창문에서도 그리고 수화기 넘어 에서도 사랑은 잔인한거라고 그가 말한다. 자신에게 너무 큰 상처로 남아 다음 사랑을 하지 못하게 한 그의 그녀도 잔인하고, 그런 그의 곁에서 언제나 있을 것 처럼 굴다가 한순간에 돌아서 버린 나도 잔인하고,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가, 지난후에 그것이 어떤 감정이였는지를 깨닫게 하는 사랑은, 그리고 그 찌꺼기 같은 감정을 쓸어 모아 그저 친구로, 혹은 아는 사람으로라도 남고 싶게 만드는 사랑은, 그중에서도 제일 잔인하다고 그가 말한다.
아.. 잠은 다 잤구나. 더이상 침대에 누워 있는것을 포기하고 이어폰을 귀에 꽃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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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관찰하고 분석하고 실험해 보고 싶어 .
널 사랑한다던 다른 그 사람까지 모든걸 알고 싶어.
널 이해한다던 다른 그 사람까지 모든걸 알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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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사랑이란 이유로 관찰하고 분석하고, 실험해 보고 싶어 지는, 이토록 잔인하게 사랑이라더라. 자우림이 노래하던, 너는 말하지 않아도 좋다던 그 이기적인게 사랑이더라.
사랑하는 세큐레의 인생에 카라를 바치겠다고 말하던 올리브에게도, 기다리지 않아도 돌아오겠다던 마야마에게도, 은교의 젊음과 사랑에 빠진 이적요에게도, 최근 떠들썩하게 연예면을 장식하고 있는 모 가수에게도, 사랑은 잔인하다.
하기사 소설까지 들어갈 필요가 있나. 마치 신데렐라처럼 준재벌 정도 되는 남자와 결혼했지만, 결국은 시집살이에 못이겨 쫓겨나듯이 이혼한 H양에게도, 오랫동안 친구였던 남자를 옆에서 사랑해왔지만, 결국 자신의 동생과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p양에게도, 사랑함을 감출 수도 없는데, 그렇다고 말 하지도 못하는 R군에게도, 미치도록 사랑하지만, 마음껏 안아볼 수도 없는 그녀를 가진J군에게도 그렇다.. 사랑은 잔인하다.
엘군에게 나는 말했다. "너는 나를 사랑했었던것 같다고 하지만.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았던 걸지도 몰라." 대답없이 빗소리만 들리는 전화를 끊었다. 나에게 늘 나를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너는 말했고, 나는 늘 상관없다고 말했지.. 근데 말이야. 생각해 보니까 내가 너를 정말 사랑했다면 나를 사랑하지 않는 네가 상관없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잖아. 나는 너를 사랑한게 아니고,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했던게 아닐까? 그래서 니가 나를 사랑하는지 안하는지는 상관없었던 거야. 나는, 나를 사랑했었으니까.
그저 나를 사랑하면서, 너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를 속인, 그리고 너를 속인, 그래. 사랑은 잔인해. 잔인하니까.. 그래서 사랑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