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2집/추억여행-새벽에서 꿈까지
Kakao Entertainment / 199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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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음악이고 노래였다.

통기타가 배우고 싶어 들어간 대학 동아리

많은 인연을 만났고, 더 많은 노래를 불렀다. 

낡고 눅눅한 벤치 의자에 앉아 같은 코드를 짚으며 같은 가사를 외며

그리하여 손 끝과 가슴에 각인된 찰나들.





여행스케치 <난 나직이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았어>


나뭇가지 위에 앉은 작은 새 날개짓처럼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이맘 너는 알고 있니

언젠가 너의 눈빛을 두렵게 알던 날부터
사랑이라는 작은 떨림에 밤새 잠을 설치고 있지

나의 사랑이 이렇게 시작되면 먼저 설레임이 앞서는 걸까
알수 없는 나의 이 마음을

나의 사랑이 이렇게 시작되면 먼저 두려움이 앞서는 걸까
사랑 이렇게 시작되면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이마음
작은 발자욱마다 혹시 놀래진 않을까
두려움 느끼며 갔지


나의 사랑이 이렇게 시작되면 먼저 설레임이 앞서는 걸까
알 수 없는 나의 이 마음을
나의 사랑이 이렇게 시작되면 먼저 두려움이 앞서는 걸까
사랑 이렇게 시작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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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2-0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이 노래 정말 좋아했어요!! 아직도 가끔 듣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랑 운명이랑...

noomy 2021-02-01 17:22   좋아요 0 | URL
크~ 운명도 명곡이죠. ˝힘겨웠던 지난날을 견딜 수 없어~ 어딘가에 한 줌의 흙으로 묻혀있었겠지~ 바라보고 있는 너를 싸~~! 켁˝ -_-;

han22598 2021-02-02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생활의 시작은 머니머니해도...통기타죠!

noomy 2021-02-02 09:26   좋아요 0 | URL
통기타 진짜 매력 있죠~ 근데 안 잡은지가..^^;;
 

 












삶과 참 많이 닮았다. 뭐가? 여행 말이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계획하고 준비하여 얼떨결에 출발해서는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길 잃는 건 예사고 먹는 일, 자는 일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때론 내 것을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하기도 하고, 위험한 일에 빠지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많은 이들이 몰려가는 유명한 곳에 기웃거리기도 하고, 가끔은 오솔길을 지나 인적 드문 조그만 호수에 앉아 바라보는 윤슬에 쉬이 감동하기도 한다.


어쨌든 중요한 건 나로 사는 것이다. 내 두 발로 여행하는 것이다. 원제 스님의 말대로 정면 승부다. 게다가 최선을 다하지 말아야 한다. 치열할수록 집착만 늘 뿐이다. 집착은 고정된 내가 살아간다는, 그것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과로 쭉 이어진 삶을 살아간다고 착각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삶은 순간순간 완성될 뿐이다. 여행의 순간순간이 완성인 것처럼. 과거의 삶은 과거에 이미 완성되었고 현재나 미래와는 상관없다. 삶을 완성 시키는 건 세월의 집적이 아니라 찰나이다.

아무튼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순간에 완성되는 삶이 더는 현현되지 않을 때까지 우리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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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밴드 - 정규 3집 용서
김창완밴드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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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이져를 치면 늘

그녀가 입던 초록색 점퍼가 생각이 난다

F# 마이너를 치면

왜 그녀의 집으로 가던 육교가 떠오를까

한동안 다른 코드를 칠 수가 없다

그래도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A D Bm G 왜 이렇게 숨이 찰까

D 메이져를 치면

환하게 웃던 그녀 생각이 난다

G를 쳐도 그렇고

Em에서는 양말상자가

A를 치면 창가에 소파가

베이지색 소파가 떠오른다

E메이져를 치면 늘

그녀가 입던 초록색 점퍼가 생각이 난다

F# 마이너를 치면

왜 그녀 집으로 가던 육교가 떠오를까

한동안 다른 코드를 칠 수가 없다

그래도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E메이져를 치면 늘

그녀가 입던 초록색 점퍼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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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29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노래가 있었다니! 김창완 진짜 천재다. 코드진행으로 가사를 쓰다니...이메이져가 먼가 그리움과 맛닿아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긴 한데...참. 이렇게 풀어놓으시다니...루미님과는 다른 포인트이지만...음악 잘 듣고 갑니다.

noomy 2021-01-29 09:32   좋아요 0 | URL
그죠? 김창완 형님은 정말 천재인듯요. E메이져를 분해하면 미,솔#,시로 쪼개지는데 이런 낱개의 음들이 합쳐지면 그리움을 불러 일으킨다는게 참 신기해요. 역시 환원적으로 접근하면 안되는게 많은 거 같아요 ㅋㅋ.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노래 종종 올릴게요^^
 
매거진 G 1호 나란 무엇인가?
김대식 외 지음 / 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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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적절해 보인다. 나란 ‘누구’인가로 묻는다면 사유의 폭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누구라는 인칭대명사는 대상의 범주를 호모사피엔스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범위를 넘어서야 나의 존재에 대한 좀 더 근원적인 접근이 가능하리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꽤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디자인도 괜찮은 듯. 하지만 재레드 다이아몬드와의 인터뷰는 좀 실망이었고(겨우 이 정도 얘기를 하려고?), 별책부록 같은 작은 책은 차라리 없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무슨 얘기를 하려는건지 이해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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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29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상이 풍성했나보네요? ㅎㅎ 그런데 G는 무엇 뜻인가요?

noomy 2021-01-29 09:47   좋아요 0 | URL
Good & General question에서 따온 거 같아요. 김영사에서 창간한 잡지인데 만듦새는 괜찮은듯요. 뉴필로소퍼나 스캡틱이랑 약간 비슷하기도 하고요.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4
장 노엘 파비아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조한나 감수 / 한빛비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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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란 이질적인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지닌 학문이다. 첫째는 '과학적'이라는 탈을 쓴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의학은 응용과학에 속한다.) 의학은 인과론과 환원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인과론은 원인 없이 결과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고, 환원주의란 전체를 부분으로 쪼개어 인식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우리 인체를 장기-조직-세포-분자 순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 책 또한 의학과 관련된 여러 주제에 대해 두 관점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질병의 원인을 추측하고 환원적으로 파고들어 실험과 관찰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낸다. 그 혜택을 우리 인류는 고스란히(불평등하긴 하지만)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의학의 두 번째 특징은 경험주의적 학문이라는 것이다. 경험주의라 함은 일견 과학적, 객관적 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철학에서 인식론에 따르면 경험주의가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이성적이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요는 인식의 기초로 감각적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경험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누적되고 체계화되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중심의 의학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민간요법이나 대체의학처럼 비과학적이라 불리는 지식이 언제든 과학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아~주 먼 미래에는 모든 의학적 지식이 과학이라는 체에 걸러질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인간을 대상으로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완벽하게 대조 가능한 실험이나 연구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인간은 초정밀 기계가 아니다. 그렇다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험적 의료시술이나 지식을 인과론과 환원주의로 분석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다. 이 책에도 과학적 방법론이 본격적으로 대두하기 전 의학의 역사는 이러한 비 근거 중심의 '경험주의적' 의학이었다고 서술한다. 


얼마 전에 음식과 건강에 관한 꽤 괜찮은 블로그를 하나 발견했다. 그 블로그에는 시중에 널리 알려진 여러 식이요법을 분석하고 정리해 놓은 좋은 글이 많았다. 허접한 데이터나 경험담으로만 쓰인 책이나 인터넷, 방송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는 좋았다. 엉터리 전문가에게 "그런 간접적인 상관관계 논문이나 경험담을 근거로 제시하지 말고 무작위통제실험 등의 도저히 반박할 수 없고 꼼짝할 수 없고 누구라도 수긍하고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제시해서 본인의 주장을 펴시라"는 것이다. 응? 뭔가 좀 더 나간 것 같다. 이런 데이터가 있을까? 가능하기는 할까? 잘 모르겠다. 기계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도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할진대 하물며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 저 요구사항을 만족할 수 있을까?


과학의 발전 역사도 늘 완벽한 실험과 통제가 이루어낸 성과는 아니다. 때론 이론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실험 데이터를 관찰자의 입맛대로 취사선택하기도 했고, 이론이 간결해서 혹은 수식이 아름답다는(?) 전혀 비합리적인 태도로 새로운 발견을 받아들이기도 했다.(과학사의 이런 흥미로운 내용에 대한 자세한 글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_-;;;) 어쨌든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꼼꼼히 근거를 분석하고 캐묻는 태도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논리적, 합리적, 이성적이라는 거대한 괴물에 매몰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의지하고 있는 그 끈들은 완벽하지 않다. 근거 없는 의심은 배척해야 하지만 합리적이라는 끈에 과하게 매몰되면 그것 또한 망상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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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1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원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된..연구가 점점 가속화 되어가고 있어요. 제가 학생때 세미나에서 precision medcine 에 관련한 통계학적 방법론에 대해서 연구하신 분이 발표한 적이 있었어요. 워낙 이곳 미국에서는 오바마때 이후로 그 분야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에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이 혈안이 되어서 그 쪽으로 몰려 있는 추세에요. 발표자가 intro에서 자신의 연구를 비유적으로 설명한다고, 한 예를 들었어요. 로켓이 맞힐 곳을 정확히 설정해서 쏘게 되면 그 곳에 정확히 떨어지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어느 한 항암제가 암세포로 가는 경우를 정확하게 계산하면 정확하게 딱 죽이는 것(일명, precision medicine의 목표)을 실현할 수 있다. 발표가 다 끝나고 어느 한 교수가 아주 단호하게 큰 소리로 외쳤죠. ˝Humans are not machine!!˝

noomy 2021-01-19 16:0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재미있네요.^^ 표적치료를 말씀하신 거 같은데 뭐 의학 기술이 더 발전하면 그런것도 가능하겠죠. 그런데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인간의 메커니즘을 다 밝히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의식이란 주제만 봐도 그렇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