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너마저 - 1집 보편적인 노래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 루오바뮤직(Luova Music)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풋풋한 덕원의 기타와

나른한 계피의 목소리가 좋았다.

아니, 담담하면서도 단호한 

마치 오래전부터 헤어짐을 준비한 듯

이쯤 되면 남자는 본능적으로 안다 더 이상 매달릴 수 없다는 것을 ^^;; 

그런 목소리를 가졌다 계피는


각설하고 다 같이 차를 마시자~ 봄날을 위해~ 



브로콜리 너마저 <유자차>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들 때면 꺼내어 볼 수 있게
그때는 좋았었잖아 지금은 뭐가 또 달라졌지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1. 우리는 타인의 환대로 사회 안에서 장소를 갖게 되고 사람이 된다.

2. 사람이 되면 환대의 권리(환대할 권리, 환대받을 권리)를 가진다.

3. 절대적 환대(신원을 묻지 않는 환대, 보답을 요구하지 않는 환대, 복수하지 않는 환대)는 사회가 구성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4. 사람의 지위가 박탈됨은(사회에서 배제되려면) 환대하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의미다. 단 한 명이라도 환대한다면 성원권은 유지될 수 있다.


 다음은 낙태의 합법화에 대한 본문 내용의 일부분이다.

현대 사회의 도덕의 기초에 있는 것은 기독교가 아니라 절대적 환대의 원리이다. 즉 태어나는 모든 인간 생명에게 자리를 주어야 하고, 어떤 명목으로도 이 자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사람의 신성함이란 바로 이 원리를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라는 것은 사회 안에 자리가 있다는 것이며, 신성하다는 것은 이 자리에 손댈 수 없다는 뜻이다. 낙태의 합법화는 이 원리를-위반하기는커녕-다시 한번 확인한다. 태아에게 장소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엄마뿐이기 때문에, 태아를 환대할 권리 역시 엄마에게만 있다. 사회가 엄마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아를 환대하기로 결정하고 엄마에게 임신을 유지하도록 강제한다면, 이는 한 사람의 몸을 다른 사람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셈이 된다. 즉 엄마의 사람 자격을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절대적 환대의 원리를 일관성 있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태아가 아직 사회 바깥에 있으며, 태아를 사회 안으로 들여보내는 것은 엄마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해야 한다.

-259쪽


 


 태아가 사람의 자격을 갖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절대적 환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소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이기 때문에, 타인이나 사회의 환대와 관계없이 엄마만이 환대의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앞서 사람이 가지는 환대의 권리에는 어떤 차등이나 차별이 없었는데 태아의 경우에만 예외적인 경우를 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배타적인 환대의 독점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독점된 환대는 왜곡되어 태아나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간주할 수 있다. 너를 환대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은 곧 내가 없으면 너도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나아가 자녀와 동반 자살하는 부모의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태아를 환대할 권리가 엄마에게만 있지 않다면 환대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생긴 태아의 경우 엄마는 이 태아를 환대하지 않지만, 사회(법적으로 낙태가 불가한 경우)나 타인은 환대할 수 있다. 이런 충돌이 발생할 경우 환대의 결정은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환대에도 우선권이 있는가? 절대적 환대의 원리(장소의 제공 여부에 관계없이)에 의하면 엄마는 태아에 대한 환대를 거부할 수 없다. 이 또한 부당해 보인다.

 

 이런 모순의 근본적인 이유는 절대적 환대를 인정한 데 있다. 사람이 아닌 어떤 이가 당당히 환대를 요구할 수 있게끔, 그래서 사회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당위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가정을 끌어들인 결과가 아닌가 싶다. 사실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어떠한 조건도 없는 절대적 환대는 불가능한 이상이다. 또한 태아와 같은 예외를 하나둘 인정하다 보면 결국 절대적이라는 용어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너무 어려운 문제다. 예를 들어 몇 해 전 예멘 난민이 제주도로 몰렸을 때 여론은 어떠했는가? 무지와 두려움으로 잉태된 수많은 뉴스들과 정보들에 우리는 쉽게 휩싸일 수밖에 없다(거기에는 사실도 거짓도 섞여 뭐가 진실인지 알기 힘들다. 또한 지나친 팩트에 대한 집착도 망상과 다를 바 없다). 그리하여 환대의 충돌이 발생한다. 어느 쪽이 소수고 어느 쪽이 다수든 환대의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절대적이 아닌, 때에 따라서 누군가는 배제될 수 밖에 없는 상대적인 환대 말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개인이나 집단이 환대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배제된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환대의 조율에 어떤 합의된 원칙이 있느냐다. 당연히 다수에 의한 폭력적인 횡포도, 입김이 강한 소수에 의한 그들만의 원칙도 거부해야 한다. 좀 더 인류 보편적인, 나아가 좀 더 생명 보편적인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어쨌든 그렇게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환대를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걸 회피하거나 두려워 하면 안된다(7장에서 저자가 비판한 피터 싱어와 존 해리스의 여러 공리주의적 주장도 이러한 환대의 조율에 어떤 원칙을 세우려고 하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극락왕생 1~2 - 전2권
고사리박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불교의 세계관을 빌려온 만화. 걍 재미있다. 3편이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전히 남아 있는 읽고 쓰는 종족들을 위한 소고(小考)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an22598 2021-02-09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고....저는 오랜만에 보는 단어네요. 그런데. 단어 왠지 귀엽네요 ㅎ

noomy 2021-02-09 11:43   좋아요 0 | URL
너무 예스러운 단어죠? ^^;; 저는 이 단어 좋아해요.
 
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1. 우리는 타인의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서 장소를 갖게 되고 사람이 된다.

2. 사람이 되면 환대의 권리(환대할 권리, 환대 받을 권리)를 가진다.

3. 절대적 환대(신원을 묻지 않는 환대, 보답을 요구하지 않는 환대, 복수하지 않는 환대)는 사회가 구성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4. 사람의 지위가 박탈됨은(사회에서 배제되려면) 환대하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의미다. 단 한 명이라도 환대한다면 성원권은 유지될 수 있다.


재미있게 읽었다. 7장 <신성한 것>에서 저자는 사회와 환대의 논리로 피터 싱어와 존 해리스의 공리주의를 비판하는데 이를 다시 비판하는 글을 써보고 싶은데 아마 (미리)시간이 없을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