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날 II
어떤날 노래 / 신나라뮤직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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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요가 가는 날이다. 코로나 때문에 근 1년을 중단했던 요가 수업을 최근 다시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거리로 나선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는 많이 식었다. 뭐가 그리 바쁜지 도로의 차들은 쉼이 없다. 운동화 바닥에 닿는 보도블록이 경쾌하다.


 아침나절 있었던 안 좋은 기억들은 어느새 사라졌다. 귓가의 이어폰에선 '어떤날'의 음악이 흐른다. 썩 잘 어울린다.


   

어떤날 2집 <출발>


하루하루 내가 무얼 하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거진 엇비슷한 의식주로 나는 만족하더군

은근히 자라난 나의 손톱을 보니 난 뭔가 달라져가고

여위어가는 너의 모습을 보니 너도 뭔가 으음

꿈을 꾸고 사랑하고 즐거웠던 수많은 날들이

항상 아득하게 기억에 남아 멍한 웃음을 짓게 하네

그래 멀리 떠나자 외로움을 지워보자

그래 멀리 떠나자 그리움을 만나보자

꿈을 꾸고 사랑하고 즐거웠던 수많은 날들이

항상 아득하게 기억에 남아 멍한 웃음을 짓게 하네

그래 멀리 떠나자 외로움을 지워보자

그래 멀리 떠나자 그리움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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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마친 후...

학원 계단을 내려오다 다리에 힘이 풀려 엎어질 뻔했다...

아..맞다 이게 요가였지.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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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6-2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요가 다시 하고싶어요! 응원합니다!!

noomy 2021-06-25 14:00   좋아요 0 | URL
넵~ 다락방님도 어서 다시 시작하시지요..^^
 
시간과 물에 대하여 - 2022 우수환경도서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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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책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흥미롭게, 때론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한 아이슬란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음미했다. 뭐라고 콕 집어 표현하기가 어렵다. 저자의 말대로 현실을 담아야 할 단어들이 허공을 떠돌며 더 이상 아무것도 가리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소음과도 같다. '기후 변화', '지구 온난화', '빙하 해빙', '기록적 고온', '해수 산성화' 같은 단어들이 백색 잡음에 불과해졌다. 우리는 이 각각의 말들이 의미하는 바를 쉽게 이해한다고 하지만, 하나의 단어가 함의하는 바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데올로기적, 경제적, 관념적 덧칠에 가려진 단어의 본질은 허깨비같이 주위를 맴돌다 흩어진다. "당연히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먼저 아니겠어?" "중국같이 오염의 기여도가 큰 나라에서 해결해야지 왜 우리한테만 그러는 거야?" "환경에 대한 어젠다는 좌파들이 늘 주장하는 거야. 그리고 그 심각성은 실제보다 과장되고 왜곡되었다던데." 


 이 책은 시간과 물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먼저 조부모의 인생을 얘기하며 인간의 시간을 성찰한다. 찰나 같은 순간이지만 인간의 고리는 몇 대에 걸쳐 이어지고 순환한다. 그리고 아이슬란드 빙하와 관련된 역사, 신화 등을 언급하며 급격하게 변하는 지구의 미래를 걱정한다. 빙하의 해빙과 해수 산성화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2050년까지 전면 중단해야 한다. 앞으로 30년밖에 남지 않았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크게 네 가지 범주로 해결책을 나눈다. ① 음식물 쓰레기와 식단 변화 ②태양, 풍력에너지, 전기 동력 운송 ③숲 보전, 숲 가꾸기, 습지 및 우림 복원 ④여성 권리 신장


 개인의 노력은 물론 전 지구적으로 단체, 국가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참 어려운 문제다. 게다가 생존의 문제 즉 경제적 문제는 누구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저개발국의 입장 또한 이해가 간다. 쉽지 않지만 달라이 라마와 나눈 대화에서 그 실마리가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하게 타당한, 또는 현실적인 방법은 대화입니다. 상대방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호혜적 해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또 한가지,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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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다 배달합니다
김하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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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지만 마지막 부분의 문제 제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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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 조종사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손화수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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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노르웨이 시골 출신으로 북유럽 문학을 전공하고 인도유럽어족(인도와 유럽 지역에 뿌리를 둔 여러 언어들이 속한 어족)을 집착적으로 파고드는 한 중년의 남자는 잘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장을 자기 집 드나들듯 한다. 왜? 표면적인 이유는 외롭기 때문이다. 부모도 형제자매도 친구도 하나 없는 이 남자는 가족끼리의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거짓으로 죽은 자와의 관계를 만들어내 장례식장을 전전한다.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추모식장의 유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하고(거짓으로 만들어낸) 고대 게르만의 신앙이나 관습, 언어학적 지식을 자랑한다. 그리하여 타인과의 유대감을 느낀다.


 남자는 실존에 대한 양가감정에 시달리고 있다. '홀로 완전한 섬'을 이루어 자유로운 존재이고자 하지만, 또 한편에선 인도유럽어족의 계통수와 같은 관계의 얽힘이 심연에 존재한다. 공통된 원천에 뿌리를 두기 때문에 이들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장례식장을 찾는 행위는 관계를 통해 존재하고자 하는 이 남자의 실존이다.


 물론 자유를 향한 열망도 있다. 어린 시절 제비뽑기를 해서 뽑은 꼭두각시 인형 펠레는 늘 주인공의 곁에서 대화를 나누며 함께 생활한다. 사회적 관습이나 관계를 초월해 자유로워 지고자 할 때면 남자는 왼팔에 펠레를 끼워 대화를 시작한다. 해리 장애를 보여주는 이 대목은 펠레의 독립성과 자발성을 위해 꼭두각시 조종사가 되는 남자를 볼 수 있다. 아까 얘기한 뿌리와 관계를 끊어 내고 자유로 존재하고자 하는 또 다른 실존의 모습이다.


 결국 남자와 펠레는 존재를 관통하는 두 가지 속성을 잘 보여준다. 관계와 자유. 사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꼭두각시 인형과 조종사의 입장에서 홀로 존재하는 섬과 대륙의 한 부분으로의 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지도 모른다.


 소피의 세계로 유명한 작가의 이번 소설은 독특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왠지 인기는 없을듯하지만 관심 있는 분은 읽어 보면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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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말들 -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하기 위하여 문장 시리즈
김겨울 지음 / 유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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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겨울 작가의 글이 이렇게 재미있었던가? 전작 『독서의 기쁨』을 읽을 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전자책으로 읽어서 그런가? 많은 사람이 독서 매체의 물성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재미있는 책은 휴대폰으로 봐도 재미있고, 재미없는 책은 고급 양장본으로 봐도 재미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그녀의 글에 더 공감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를테면 이런 문장이다. 


 한번은『해리포터와 불의 잔』미국판을 언니가 빌려 가면서 여기에 밑줄 그어 가며 단어도 찾고 영어 공부도 하겠다고 하길래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절대 안 된다고 발광을 했던 역사가 있다. <23쪽>


 책 읽기 전엔 꼭 손을 씻는다든지, 책장을 넘길 땐 마치 <TV쇼 진품명품>에 나오는 전문가들이 고서를 넘길 때처럼 한다든지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책을 깨끗하게 보는데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특히 책에 밑줄을 긋거나 글자를 적는 만행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포스트잇 정도는 이해하지만, 그 외에 적는 행위는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교과서가 그리 깨끗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깔끔 떠는 것도 문제라 여겨 몇 번 의식적으로 밑줄을 긋고 글씨를 써 봤는데 잘 안되더라.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책에 뭘 쓰는 건 여전히 편하진 않다. 


 사실 다른 핑계도 있다. 어떤 책을 읽을 당시 괜찮은 문장에 밑줄을 긋거나 느낌이나 생각 등을 적어 놓으면 나중에 다시 봤을 때, 밑줄 친 문장이나 적은 글귀가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고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재독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간혹 다시 읽는 책에서 보게 되는 밑줄이나 적어 놓은 글은 이것이 중요하다는 선입관을 주게 된다. 물론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받은 느낌이 지금도 같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다른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래서 새로운 느낌이나 생각이 억제되거나 차단될 수도 있다고 보면 너무 과한 해석일까? 


 다음 문장에선 나도 덩달아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늦은 게 아닌지 나는 염려한다. 읽으려던 책을 결코 다 읽고 죽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당장 읽어야 한다. 매일 읽어야 한다. 고요 속에서 읽고 또 읽는다. 이걸 다 읽고 죽어야 한다. <27쪽>


 어라? 대강 작가보다 내가 10살 이상 많으니까 앞으로 내가 읽을 날이 훨씬 적잖아. 이런! 아, 물론 가는 날은 순서가 없다지만...^^; 아직 사놓고 읽을 날만 기다리는 책장 속의 책들을 보니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저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데. 심장이 바운스 한다. 


 "마음을 위로하는 책을 추천해 주세요." 나는 매번 혼란에 빠진다. 마음에 와닿는 책은 읽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위로가 된다. 그게 슬픈 책이든 웃긴 책이든 담담한 책이든 신나는 책이든, 나와 주파수가 맞기만 하면 그리고 작가가 충분히 고민했다면 어떤 책이든 위로가 된다. 삶의 의미와 인간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해 주고, 일상의 작은 조각을 빛나게 해 주고, 나의 내면을 직면하게 만드는 책들, 삶에 깊이 잠수해 본 사람이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는, 정말로 무엇이든 위로가 된다. 누군가에게는 소설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에세이, 누군가에게는 시가 되겠지. 그렇게 한 사람에게 위로가 된 책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83쪽>


 정말 그렇다. 한번은 데이비드 베너타의『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를 읽고 크게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의 내용에는 존재하게 되는 것은 항상 심각한 해악이니 출산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반출생주의'를 담고 있는데도 말이다. 책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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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6-12 0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이죠. 내 책을 내가 밑줄 긋기도 하고, 접고 형광펜으로 쭉쭉 그어가면서 난리를 치면서 읽어도 되는데, 남이 내책에 그러면 안됩니다! 주의입니다. ㅋㅋㅋ 그래서 사실 남에게 책 빌려주는 것을 좀 많이 싫어하는데, 그래도 빌려주긴 빌려주는데....이게 꼭 반납 안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10년전 그녀에게 빌려준 책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

noomy 2021-06-10 15:00   좋아요 0 | URL
그러시군요 ㅎㅎ 저도 이제 책에 밑줄도 좀 긋고 써볼려구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