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참 많이 닮았다. 뭐가? 여행 말이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계획하고 준비하여 얼떨결에 출발해서는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길 잃는 건 예사고 먹는 일, 자는 일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때론 내 것을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하기도 하고, 위험한 일에 빠지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많은 이들이 몰려가는 유명한 곳에 기웃거리기도 하고, 가끔은 오솔길을 지나 인적 드문 조그만 호수에 앉아 바라보는 윤슬에 쉬이 감동하기도 한다.


어쨌든 중요한 건 나로 사는 것이다. 내 두 발로 여행하는 것이다. 원제 스님의 말대로 정면 승부다. 게다가 최선을 다하지 말아야 한다. 치열할수록 집착만 늘 뿐이다. 집착은 고정된 내가 살아간다는, 그것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과로 쭉 이어진 삶을 살아간다고 착각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삶은 순간순간 완성될 뿐이다. 여행의 순간순간이 완성인 것처럼. 과거의 삶은 과거에 이미 완성되었고 현재나 미래와는 상관없다. 삶을 완성 시키는 건 세월의 집적이 아니라 찰나이다.

아무튼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순간에 완성되는 삶이 더는 현현되지 않을 때까지 우리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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