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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사중인격 - …인성에 문제는 없습니다만
손수현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5월
평점 :
'어쩌다 보니'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직도 철이 덜 든 어른'아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자꾸만 '사고'를 치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인격'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른의 모습인, 사회의 틀에 맞춘 그런 '나'.
문뜩 이런 내 모습에 어색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였습니다.
나름 소심하고 내성적이기에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끙끙 앓다보니 속병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받자마자 꽉 막혔던 내 가면에 숨구멍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사중인격』
'이중인격'까지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중인격이라니!
조금은 충격이었습니다.
...인성에 문제는 없습니다만
어쩌다 그녀는 사중인격이 되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첫 장을 펼치니 의미심장한 남편의 한 마디가 눈에 띄었습니다.
"네 모든 실체를 알고 있는 건 나뿐일 거야."
남편으로부터 시작된 그녀의 일상 속 모습.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하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카피 6년 차>의 인격이 등장하였습니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으로인해 가지게 된 병.
"한 번 읽어보고 수정하거나 추가했으면 하는 부분 있으면 얘기해줘." - page 37
수정에 수정을 더하는 직업이기에 단번에 OK 사인이 떨어지면 불안하다는 그녀.
다음 달이면 9번째 원고가 실린다. 그동안 온 수정 요청은 어법에 맞지 않지 않는 문장을 바로 잡는 정도였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응원은 원고료보다 더 값지다.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만큼 나를 춤추게 만드는 것도 없다. 자신감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난다. 누구에게나 이런 시간은 꼭 필요한가 보다. 나만 믿고 가는 시간! 수정 없이 한 번에 OK 받는 짜릿함! - page 38 ~ 39
한 번에 OK 받는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짜릿해집니다.
'자신'을 믿고 가는 시간은 정말 모든 이들이 가져야할 시간임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았습니다.
<아내 3년 차>의 인격.
그 인격엔 '남편'이 함께였습니다.
<보호자>
결혼하기 전엔 '보호자'라는 말에 큰 의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나니 여느 때와는 달리 '보호자'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닫게 되곤 하였습니다.
"몇 가지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보호자 되세요?"
대기좌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떤 나는 그 질문을 듣고 당황했지만 남편은 조금의 망설임이 없었다. "네, 제가 보호자예요"라는 대답과 함께 침착하게 다음 절차를 밟았다. 그때 그 한마디가 왜 그렇게 든든하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저절로 뜨거워졌다. - page 149
나를 지켜 줄 '보호자'.
내가 지켜야할 '보호자'.
이들이 있기에 내가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둘째 33년 차>의 인격은 '가족'에서의 '나'의 인격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같은 환경에서 자란, 그래서 '아내'일 때와는 다른 애정과 추억이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나의 부적>.
'그래, 알았다.'
'그래, 수고했다.'
'그래, 고맙다.'
자동 완성 문장인가 싶을 정도로
짤막한 아빠의 문자 속에서도
유난히 길고 깊은 문장이 있다.
'그래, 우리 수현인 잘 해낼 거야.' - page 175
이는 자식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의 한 마디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위로받을 수 있는 말.
역시 '가족'이기에 가능한 말.
마지막엔 고양이 집사로의 인격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사생활은 존중해 주면서 공유하는 모습.
그렇게 같이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그녀의 사중인격.
일관된 모습은 아니라도 결국은 모두가 '그녀'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저에게는 삼중인격이 있었습니다.
아내 5년 차
첫째 36년 차
두 딸 아이 엄마
내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였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나의 어떤 모습이 더 나은 것 같아?"
그랬더니 다가온 대답은 손발이 오글거리지만 너무나 행복한 한 마디였습니다.
"지금 이 모습."
언제나 같은 모습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가 진짜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너무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오늘은 어떤 인격이 등장할지......
두근두근~
이젠 기대가 됩니다!
그 인격과 지낼 하루가 너무나 재미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