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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들이 참 좋았습니다 - 따뜻한 아랫목 같은 기억들
초록담쟁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평점 :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았습니다.
따뜻함이 묻어난 일러스트.
그리고 제목이 좋았습니다.
『그날들이 참 좋았습니다』

지난 드라마 명대사가 떠올랐습니다.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 <도깨비> 대사 중
마치 이 소녀에게서 <도깨비>에서의 '지은탁'이 엿보인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4계절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첫 시작은 '여름'이었습니다.
저에게도 어릴 적 여름에 '봉숭아 꽃물'을 들이곤 하였습니다.
빠알간 봉숭아 꽃잎을 빻고 손톱에 물을 들이면서 한껏 예뻐진 내 손톱을 보며 좋아라했던 기억.
그 색이 오랫동안 가길 간절히 바랬던 마음.
그래서 이 이야기가 공감이 되곤 하였습니다.
문득 다가오는 여름엔 우리 아이의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추억이 아이에게도 간직되길 바라는 작은 소망도 생겼습니다.
<봉숭아 꽃물>
봉숭아꽃이 만발할 때면
열 손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여 주셨던 엄마.
빻아놓은 봉숭아 반죽에서 나던 냄새,
꽃 사이를 날며 붕붕거리던 꿀벌의 날갯짓.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엄마의 달콤한 이야기까지.
내 손도 내 마음도
곱디고운 색으로 물들어갔습니다. - page 19
책 속의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냥 행복해지곤 하였습니다.
아마도 이 소녀에게서 지난 날의 추억이 떠올랐기에, 그 추억으로 내 마음이 따스해졌기에, 또다시 아련해질 추억과 앞으로 쌓일 기억들에 풍성해진 마음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싱그러운 여름이 지나고 갈색빛 가을을 지나고나니 어느새 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겨울의 이야기 중 인상깊었던 이야기.
<내 영혼이 따뜻했던 시절>
추운 겨울, 우리 동네 한구석에 늘 자리 잡고 계시는
군밤 할머니, 군고구마 할아버지.
구수한 냄새에 이끌려 그곳에 가면
따끈한 군고구마 한 봉지 손에 쥐여 주세요.
군고구마 통 속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들리고
막 구워진 고구마,
입천장 데기라도 할까 조심조심 베어 물면
사르르 녹는 뜨거운 태양을 삼키는 것 같아요.
추운 날이지만 태양을 삼킨 나는
몸 속 깊은 곳까지 따뜻해져 하나도 춥지 않네요.
빙그레 웃으며 주신 군고구마를 먹을 때면
왠지 모르게 힘들었던 마음도 사르르 녹아 버려요. - page 179

호호 불어가며 먹는 군고구마 한 입.
노오란 고구마를 한 입 베어 물면 어느새 내 몸은 따스해짐을 느끼고 입가에 미소마저 짓게 만드는 너무나도 따뜻한 맛.
왠지 이 이야기에서의 고구마엔 할머니의, 할아버지의 온정마저 느껴져서 더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고구마 한 입이 너무나 먹고 싶었습니다.
한 입만 먹어도 왠지 모르게 힘들었던 내 몸을, 내 영혼을 치유받을 수 있지 않을까......
추운 겨울이 지나니 어느새 따사로운 봄바람이 찾아왔습니다.
팡팡 터지는 꽃들처럼.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그림에서도, 글에서도 새로운 출발과 희망이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무렵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집으로>
나 언젠가 돌아가겠지요,
그리운 고향집으로.
두고 온 모든 것들이
나를 반겨 따뜻하게 맞아 줄 그곳.
많이도 변한 나를 나무라기보다
"잘 왔다, 잘 왔어."
등을 쓸어 주며
따스운 음식 한 그릇에 내 눈물을 녹여 줄...
나 언젠가 돌아가겠지요. 그리운 고향집으로... - page 275
그냥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잘 왔다, 잘 왔어."
이 말이 왜 이토록 눈물이 나게 하는 것인지......
조만간 그리운 그 곳으로 가서 위로 한 그릇을 받아야겠습니다.
4계절이 지나고 돌아보니 참으로 좋았던 기억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어김없이 찾아온 계절에 나는 어떤 이야기를, 어떤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참 좋았습니다.
이렇게 남겨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