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참 아이러니하였습니다.
미워하는 것과 다정한 것.
그래서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책 속의 이야기는 그녀의 일기였습니다.
그것도 슬픔과 고통이 담긴 눈물의 이야기.
그렇기에 미우면서도 결코 미워하지않게, 슬프면서도 너무 슬프지않게 자신의 눈물 항아리 속의 눈물을 햇살로 증발시키곤 하였습니다.
한때 누군가 나에게 사랑해, 라고 말했다. 사랑해, 라는 말은 어떤 구조로 생겨먹은 걸까?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어버버거린다. "나......, 나를......? 나는 쓰레기예요......" 쓰레기라고 자랑하는 게 아니고, 쓰레기라고 겸손 떠는 것도 아니다. 쓰레기라는 건 그저, '내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면 어쩌죠?'하는 불안이다.
왜 사람은 누군가를 안는 구조로 생겨서 타인을 갈망하게 되는 걸까? - page 24 ~ 25
왜 그럴까......?
나에게도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해답......
아직도 찾지 못했기에 방황하는 것일까?라는 의문마저 들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결코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슬픈 이야기를 담담하게, 때론 비관적으로 읊조리기에 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조근조근 곱씹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그녀가 전한 이야기와도 닮았던 문장.
낭독회를 마치고 검은책방 흰책방의 서가를 둘러보다가 어떤 책을 만났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였다. 책을 펴자마자 슬픈 문장과 만났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은 좋아하지만 외로움은 혐오한다." - page 71
그녀의 이야기 중에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간이 약이다, 라는 말은 반만 참이다. 시간은 독이고 시간은 약이기 때문에. 시간은 양날의 칼같이 무서운 놈이다. 뱀에 물렸을 때는 시간이 약이 아니다. 방치는 독이다.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다. 상처를 봉합하지 않고 방치하면 시간이 상처를 곪게 한다. 병원을 가고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운동해라, 샤워해라, 라는 말은 방금 뱀에게 물린 사람에게 운동하면 나을 거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page 124
한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곤 하였습니다.
책 제목이었고 그 당시에는 청춘들이 공감하면서 읽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방송작가가 이런 얘기를 하였습니다.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야"
라며 현실의 청춘들을 대변한 말을 하여 화제를 일으키곤 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을 잘 믿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더 깊어진 상처도 있었기에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무책임하다는 생각마저 들곤 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를 읽고나니 모든 것은 양날의 칼같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You know"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You know. You know. 알잖아요, 알잖아. 알면서 왜 그래?
왠지 슬픈 말. You know만 주고받다 끝나도 유익한 통화가 될 것이다. 조금은 살 만해질 것이다. You know. 내가 뭘 안다는 걸까. 내가 안다고 생각하니 고맙다. 네가 안다니 좋다. 너도 알잖니. You know. You know. 자장가 같은 말. - page 210
말없이 건네는 안부인사와도 같은 말.
그냥 토닥여주며 안아주는 말.
따뜻한 손길같은 말.
그래서 자꾸만 외치고 싶었던 말.
You know.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문득 떠오른 노래가 있었습니다.
'하진'의 <We All Lie>.
We all lie.
tell you the truths
sometimes we laugh and easily lie.
Alright. it’s a.. it’s faker - 하진 <We All Lie> 중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가만히 내 안의 눈물항아리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내 속엔 몇 리터짜리가 있을지.
그리고 그 눈물을 다 쏟을 때까지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그 눈물이 마르기까지의 햇살이 무엇일지.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천천히 해답을 찾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