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 철학자의 삶에서 배우는 유쾌한 철학 이야기
김헌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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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대해선 아직도 선뜻 손이 가지는 않지만...

이 책은 유독 관심이 갔었습니다.

인문학자 김헌 교수가 썼고 제목도 독특했습니다.

전쟁터?

철학자?

이는 무슨 조화일지...

읽어보면서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살았을까?

이제, 철학은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론이다

세상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는

철학자들의 흥미롭고 유쾌한 이야기!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한때 인문학 열풍이 불곤 하였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불고 있지만...

정작 그 '인문학'이란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지금까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남겨 놓은 온갖 종류의 인문을 살피면서, '인간은 무엇이기에 이런 것들을 남겼을까?'라며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며 인간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타진하는 것, '그런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인간의 도덕적·윤리적 당위성을 모색하는 것이 인문학입니다. - page 9 ~ 10

인문, 사람들이 이 세상에 남겨 놓은 모든 흔적들을 바라보고 깊이 숙고하면서 '도대체 인간은 어떤 존재이기에 이런 흔적을 만들었을까?'를 물으며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이 인문학이라 했습니다.

이런 인문학은 문(文)·사(史)·철(哲), 문학과 역사와 철학 세 분야가 있다고 하였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당위성을 제안하는 가운데 인간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최종적인 결실을 맺는 '철학'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라고 우리가 물을 때, 우리는 철학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묻게 되면, 분명히 우리는 철학의 윗자리에, 즉 철학의 밖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우리 물음의 목표는 철학 안으로 들어가는 것, 철학 안에 머무는 것, 철학의 방식에 따라 행동하는 것, 즉 '철학하는 것(philosophieren)'이다.

책은 총 4부로 철학자의 삶을 통해서 그가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경구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를 학자 특유의 긴 옷을 입은 모습으로만 상상한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 사람들처럼 친구들과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순수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법률』과 『정치학』을 쓰는 과정을 즐겼고, 그렇게 즐기기 위해 책을 썼다. 그것은 그들의 삶에서 가장 덜 철학적이고 덜 심각한 일이었다. 가장 철학적인 일은 평온하고 단순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동안 '철학자'란 철학책을 읽고 철학 관련 글을 쓰거나 논문을 쓰는 학자들이 삶의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무슨 소린지도 모르는 어려운 관념을 외치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는 오해라 하였습니다.

철학이 단순히 학문의 한 분야가 아니라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론, 삶의 양식이라는 점을 일러주면서 철학자의 삶 자체와 그 속에서 이루어진 철학적 사유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자 가장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

그의 이름이 '소'가 '몸 성히 안전한'이라는 뜻이고 '크라테스'는 '튼튼하고 힘이 세다'는 뜻으로 위대한 철학자이니 거창한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질박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름값 덕분인지 포티다이아전투에 맨발로 얼음 위를 걸으면서도, 양가죽에 담요로 몸을 감싸고 두꺼운 신발을 신은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빨리 더 오래 걸어 다녔다고 하였고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 세 번의 전투에 참전하면서 불굴의 정신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면 마치 영화 <300>에 나오는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와 같은 근육질의 전사가 아닐까 상상할 수 있지만 작은 키에 배불뚝, 대머리에 들창코인 그의 외모.

그런 그는 오히려 거울을 보며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은 거울을 보면서 그 용모에 걸맞은 마음과 행동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외모가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은 배움과 덕행을 통해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라며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로 열심히 거울을 보았고 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역시!

그리고 그의 말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는 사실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던 격언이었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소크라테스는 자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삶을 살았기에 그가 한 말처럼 전해졌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흔히 '무지의 지'라고 하는 말로부터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열어두고, 그 어떤 편견이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진리를 탐구해야 한다'는 정신이 나옵니다. 그것이 철학의 근본정신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을 가장 잘 실천한 사람이 바로 소크라테스였던 겁니다. - page 169 ~ 170

그의 삶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인 그가 고발당하고 재판정에 서서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최후의 장면.

제자들이 요구한 탈옥을 거부하고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고 또 죽음을 연습한 그.

소크라테스는 죽음이란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죽음이 영혼의 해방이었던 것이지요. 소크라테스는 죽음으로 몸을 빠져나간 영혼이 공중에 흩어져 없어지지 않고, 희멀건해서 생기라곤 하나 없는 허깨비처럼 하데스로 내려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혼은 단단하고 순수하며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자신을 닮은 순수한 존재들만 있는 이데아의 세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 page 179

철학의 절정, 철학의 완성이 바로 죽음이라 한 그.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에 이어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듯, 잘 죽을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긴 것이겠지요. 어차피 영원히 살 수 없고 죽을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곧 죽어 가는 것이라면, 잘 사는 일은 곧 잘 죽는 일과 곧바로 연결됩니다. 그런 점에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 page 181

어느 누구보다 진정한 '철학'을 일러주었던 소크라테스.

그가 전하고자 한 바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철학'하면 매우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곤 하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철학은 모든 삶의 문제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철학을 했던 사람도 하나의 생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구체적인 삶의 조건 속에서 가정을 꾸리고 사회 활동을 했다는 사실

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사랑하며 살 것인가?

이제 이 문제에 대해 끝없이 묻고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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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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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녀의 이야기를 처음 읽었던 건 20대였습니다.

소설을 읽었었지만 왠지 나에겐...

와 닿지 않았기에 몇 권 읽다가 말았었습니다.

그러다 30대 후반에 우연히 에세이를 읽게 되었는데...

어멋!

작가 박완서가 아닌 인간 박완서를 만나서였을까.

가장 일상적인, 진실하고 소박한 체험으로부터 쓰인 그녀의 언어는 참으로 눈부시게 빛나며 공감과 위로를 선사해주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으며 빛나는 문장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마주하게 된 작품.

이 책은 1977년 초판 출간 이후 2002년 세계사에서 재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전면 개정판이라 하였습니다.

25년여 이상 단 한 번의 절판 없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산문집.

무엇보다 이 산문집은 소설가로서뿐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 박완서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산문집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꼽혀왔다고 하니 얼마나 더 공감되고 위로를 선사해줄지...

개인의 흔적인 동시에 작가로 통과해 온

70년대 80년대 90년대 그의 산문, 삶의 궤적들

"다시 다시 고맙습니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이 책엔 1971년부터 1994년까지, 작가이자 개인으로 통과해 온 20여 년에서 인상적인 순간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3부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호원숙 작가가 개정판을 위해 특별히 허락한 미출간 원고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를 필두로 유년 시절부터 작가의 삶, 개인적인 삶 등 자신의 지나온 삶을 반추한 이야기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작가의 시선으로 때론 날카롭게 짚어낸 이야기들, 결국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 등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의 미소처럼 다정한 안부를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오고 중일전쟁, 2차 대전, 가난, 쌀 배급, 해방, 6.25...

비록 한 사람이지만 역사의 산증인이었고 그렇게 엄청난 체험 부피가 차오를 때면 그녀만의 필력으로 그려냈던 이야기들.

마냥 글로 끝날 것이 아니었고 저마다의 빛을 비추며 우리에게 스며들어 제 안에서도 그 빛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일상에서 다채로운 빛을 발견할 수 있었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이젠 더이상 그녀의 글을 만날 수 없음에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글을 곱씹으며 그의 마음을, 사랑을 물들여보려 합니다.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는데 '보통'으로 산다는 이야기.

우리는 끊임없이 부자의 상태를 흉내 냄으로써 자기 생활을 파탄과 불안으로 몰며 불행하게 만드는데...

결국 아래위를 함께 이해할 수 있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층이 바로 이 보통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돈이 귀하다는 것도 알 만큼은 알지만 세상에 사람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는 믿음과는 바꿀 수 없고, 돈을 자기를 위해서는 아낄 줄도, 남을 위해선 쓸 줄도 알고, 자기 일, 자기 집안일과는 직접적으로 관계는 없더라도 크게는 관계되는 사람들과 사람들과의관계, 세상 돌아가는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의 그른 일, 꼬인 일, 돼먹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마음이 편할 수 없어, 그런 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가져야 하는 양식의 소유자도 바로 이 보통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 page 260

보통 사는 걸 안 알아주고 보통 사는 게 외로운 시기.

지금의 우리는, 아니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보통 사는 사람일까...

뭉클했던 <소멸과 생성의 수수께끼>.

점점 저도 나이가 들면서 나보다 더 앞서가는 부모님을 바라볼때면 울컥하는 것이...

그동안 효도랍시고 했던 것이 어머님께는 '행복'이 아니었음을 잘 알지만...

어머니가 정말 행복해 보일 적은 무릎으로 엉겨드는 증손자를 어루만지실 때다. 그 어린놈은 그 노인의 얼굴이 늙어서 보기 싫다는 것도 그 노인의 위치가 무력하다는 것도 아직 모른다. 따습고 말랑하고 정이 흐르는 손길이 본능적으로 좋아 따르고 있을 뿐이다. - page 154

그 따스한 온정이...

생명이 소멸돼 갈 때일수록 막 움튼 생명과 아름답게 어울린다는 건 무슨 조화일까? 생명은 덧없이 소멸되는 게 아니라 영원히 이어진다고 믿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이번 겨울에 내 어머니가 증손자가 무릎으로 엉겨붙는 당신의 집으로 돌아가 계시게 해야겠다. - page 155

참...

소멸과 생성의 공존.

또다시 울컥하게 됩니다.

"사랑이 결코 무게로 느껴지지 않기를,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여자였고 딸이었으며 엄마였고 작가였으며 한 사람이었던 박완서 작가가 건넨 편린들.

이제는 '사랑'이라 읽혀졌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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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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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사랑하고 누구보다 증오하는 사이 '부부'.

그런 부부들 사이에서 일어난 완전범죄라니...

과연 소설일까...?!

친숙할 듯하면서도 낯설듯 한 이야기.

여덟 쌍의 부부가 그려낼 범죄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내 아내를, 내 남편을 XX는

가장 완전한 방법

당신, 제발 좀 죽어주지 않을래?

완전 부부 범죄



바람난 남편을 벌하는 데 치매가 무슨 문제? <결혼에서 무덤까지>

아내를 감쪽같이, 그리고 우아하게 죽이는 법. <인생의 무게>

가족 모두가 범인이랬다가, 또 아니랬다가. <범죄 없는 마을 살인사건>

평소에 잘해야 해. 그래야 눈치를 못 채지. <진정한 복수>

부정한 자를 단죄하는 마법의 주문, '들켰다! 튀어라.' <비리가 너무 많다>

금은방을 턴 자가 출소하자마자 옛집을 사러 왔다. <보물찾기>

그녀의 남편이 살해당했다. 우리가 밀회한 그 건물에서. <내가 죽인 남자>

무인도에서의 방송 촬영. 제작진은 어디 가고 살인자만. <개티즌>

그야말로 가장 가까운 관계인 부부가 겪는 치열한 갈등과 그것으로 야기된 살인사건 여덟 편이 담겨 있었습니다.

첫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솔직히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남편이 무슨 짓을 했기에 내가 남편을 죽였고, 남편의 내연녀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이런 복잡한 짓을 하는 거지? - page 14

치매로 단기 기억이 리셋된 노인.

굳이... 왜... 그랬을까...?

진정 너무 사랑해서일까...

아님 바람난 남편에 대한 복수일까...

그런데 반전이 있었으니...

"정말 대박 서비스죠! 요즘 혼자 사는 외로운 사람들 많잖아요. 혼자 사는 노인분들의 경우 온종일 말 한마디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비록 가상 인간이지만 심심할 때 아무때나 전화할 수 있고, 또 틈틈이 전화 걸어 안부 물어주고, 건강 체크해 주고, 말 상대 해주니 아들딸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제 친구도 잠자리 빼고는 실제 애인보다 낫다고 말하더군요. 남편분도 좀 외로우셨던가 봅니다." - page 36 ~ 37

개인적으로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었던 'AI 서비스'.

그래서 놀라웠었습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어디선가 들어는 보았고 뉴스에서도 본 듯한 어떤 추리 소설에서의 포맷과도 닮아있었습니다.

특히나 <개티즌>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와 같은 클리셰를 볼 수 있는데...

"아래에 있는 연놈들은 사건의 진실도 모르면서 반복해 퍼 나르고 악플을 달아댄 사람들이지. 무심히 던진 돌이 개구리 일가족을 몰살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

"저, 저도 결국 피해자예요. 그 글을 올리고 나서 저를 비방하는 악플들을 보며 얼마나 큰 충격을 받고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 몰라요. 저도 정말 악플러들을 다 찾아내 모조리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 page 296 ~ 299

이건 부부 범죄가 아닌 나아가 요즘의 우리 사회에서 엿볼 수 있었던 문제.

그래서 그 해답은...?

이제 남은 것은 내 선택뿐이었다. 이대로 개티즌들에게 잡혀 두들겨 맞고 육지로 끌려가 사형판결을 받은 뒤 평생을 교도소에서 썩을 것인가, 아니면 손에 쥔 이 쇠 파이프로 개티즌들을 모조리 때려죽이고 시체를 잘 처리한 뒤 나 혼자서 이 섬을 탈출할 것인가......

개티즌들을 겨누고 있는 쇠 파이프 끝이 파르르 떨렸다. - page 302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래서 짜릿함 보단 이것이 마냥 소설만은 아니구나라는 씁쓸함이 남았던 이 소설.

모든 범죄는 사소한 동기로부터 유발되었었고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인과응보'도 확인할 수 있었던 이야기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순간 상대를 가리키는 건 하나의 손가락일 뿐.

나머지는 모두 나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가리키는 건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애증 관계인 부부 관계.

사랑과 미움의 경계에서 균형을 잘 이룰 것을, 저도 오늘은 그 균형을 잘 잡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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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특별해요 - 자연과 야생을 사랑하는 세계적인 두 거장의 만남
니콜라 데이비스 지음, 뻬뜨르 호라체크 그림, 조경실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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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계속해서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였습니다.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블루 피터 상, 요토 카네기상, 수상작가

자연과 야생을 사랑하는 세계적인 두 거장 '니콜라 데이비스'와 '뻬뜨르 호라체크'.

이들이 수많은 책을 펴냈지만, 이처럼 상상력을 깊이 자극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어낸 적은 없었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자연과 생명, 그리고 세상에 관한 통찰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빼어난 작품이라 하였습니다.

제목도 마음에 드는데 내용 역시도 기대되는 작품.

이번엔 아이와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상상력,

아름답고 강렬한 생명의 언어들,

모든 존재의 경이로움을 포착한 빼어난 그림들

모든 존재는 특별해요



첫 장을 펼치니 사자와 소녀가 마주 앉아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소녀가 사자에게 찾아갔다고 합니다.

왜 갔을까...?!



사자가 소녀에게 자신의 고통을 호소합니다.

고통받는 사자...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제가 픽! 했던 이야기.

<우리 머릿속뿐>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서로 생각이 많아졌었습니다.

맞아...

이제 우리 머릿속에만 있는 그들.

아니, 그들뿐만 아니라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들...

인간과 동물로 구분하기 전 생명체로써 모두를 위한 일이 무엇일지 생각에 또 생각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실러캔스'



묵묵히 잠잠히...

그냥 묵묵히 잠잠히 헤엄치며 여전히 존재하는 실러캔스는 무슨 생각을 할까...?

생명의 세계를 사랑과 웃음으로 표현한 40편의 시적인 이야기.

각자 자신들만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우리에게 다가와 일부가 되었습니다.

마치 소리없는 아우성이었던 그들의 이야기.

그동안 귀를 닫고 눈을 돌렸던 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신비롭고도 재미나게 읽어갔지만 저는 울컥하며 페이지에 머무르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저를 위해 아이는 한참을 기다려주었고 그렇게 잠자리에 들 때쯤 책장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잠이 들었고 저는 또다시 책을 펼쳐들었던...

너무나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모든 존재는 특별했고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던 이 책.

오늘 푸르고도 시린 하늘에 나직한 혼잣말을 건넨 까마귀에게,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푸르름을 지키는 나무들에게 안부를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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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클래식 리이매진드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올림피아 자그놀리 그림, 윤영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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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도 다 알고 내용도 알고 다 아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난 책으로 읽었을까...?

사실 '오즈의 마법사'라 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것이 바로 '만화'인가 '영화'인가...

아무튼 어릴 적 보았던 이미지들이 떠오르는데...

정작 책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책을 읽어보고자 합니다.

특히나 이 책을 선택한 건 화려하면서도 독창적인 이미지가 제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OZ

그 환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기발한 상상력이 빚어내는 희망 찬 여정을 따라

기하학적 패턴과 여백이 어우러지는』

단순하면서도 과감한 시각적 해석!

오즈의 마법사



농부인 헨리 삼촌, 엠 숙모와 함께 캔자스 대평원 한가운데에서 살던 '도로시'.

주변은 온통 '회색빛' 밖에 없었습니다.

문간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사방으로 드넓은 회색빛 대평원.

풀도 태양이 지글지글 태워서 땅과 똑같은 회색빛.

집도 회색빛.

엠 숙모와 헨리 삼촌도 회색빛...

그런 도로시 주변의 모든 것이 회색빛으로 자라는 것을 막아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토토'였습니다.

작고 까만 이 강아지는 온종일 장난을 치며 함께 놀며 도로시는 몹시도 토토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들은 놀고 있지 않았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더 회색빛인 하늘.

저 멀리 북쪽에서 낮게 울부짖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는데...

"회오리바람이 다가오고 있소. 가축들을 살펴보러 가봐야겠소."

삼촌이 숙모에게 말을 건넸고 숙모도 도로시에게 지하실로 들어가 있으라고 외칩니다.

토토를 안고 숙모를 따라 방은 반쯤 가로질렀을 때, 찢어지는 듯한 바람 소리가 들리더니 집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광경과 지금껏 본 적 없는 기이한 사람들.

그들 중 한 노파가 머리 숙여 인사를 하더니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가장 고귀한 마법사여, 먼치킨의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악한 동쪽 마녀를 죽이고 우리를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착한 북쪽 마녀와 먼치킨의 나라였고 뜻하지 않게 사악한 동쪽 마녀가 집에 깔려 죽게 된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동쪽 마녀의 은색 구두를 얻게 되었지만...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삼촌과 숙모가 저를 걱정하실 게 분명하거든요. 길 찾는 걸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북쪽 마녀는 에메랄드 시에 오즈가 당신을 도와줄 것이라 하였고 그렇게 해서 도로시는 험난하고도 위태로운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가는 길에 길을 동행할 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지푸라기 대신 뇌를 갖고 싶어 하는 '허수아비'

잃어버린 심장을 갖고 싶어 하는 '양철 나무꾼'

용기를 갖고 싶어 하는 덩치 큰 '사자'

이들과 함께 드디어 위대한 오즈를 만나게 됩니다.

오즈는 그들에게 사악한 서쪽 마녀를 죽여야 각자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합니다.

결국 그들은 서쪽에 있는 윙키의 나라로 향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서쪽 마녀를 물리치고 다시 마주하게 된 오즈.

그런데...?!

"당신은 누구야?"

"난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다."

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걸로 날 후려치지 마라. 제발 부탁한다.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들어주마." - page 212

오즈가 바로 대머리에 주름진 얼굴, 조그맣고 나이 든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위대한 마법사인 양 사기를 쳤던 그.

이젠 못 돌아가는 것일까...

"어쩌면 글린다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린다가 누구죠?"

허수아비가 물었다.

"남쪽 마녀입니다. 마녀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며, 콰들링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성이 사막 끝에 서 있으니, 어쩌면 사막을 건너는 방법을 알지도 모릅니다." - page 248

마침내 착한 마녀 글린다를 만나고

"그 은색 구두에는 놀라운 힘이 있어. 그중에서도 가장 신기한 능력은 단 세 걸음 만에 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거야. 넌 그저 신발 뒤꿈치를 세 번 맞닿게 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명령만 하면 돼."

그토록 애타게 바랐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오즈의 나라에 갔다 왔어요. 토토랑 같이요. 아, 엠 숙모! 집에 다시 돌아와서 정말 기뻐요!"



책을 읽으면서 장면 하나하나가 떠올라 더 재밌게 읽었었습니다.

특히나 초록색과 금색, 그리고 검은색과 흰 여백의 조화.

솔직히 '위키드'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할까...

아무래도 위키드가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기에 그럴지도 모르겠고...

위키드 이미지가 검은색과 초록색, 흰색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몰랐었는데 이렇게나 모험적이었나 싶었습니다.

여느 여행기 못지 않았던 다채롭게 펼쳐졌던 모험들...

또한 오즈의 정체도 설마 했는데 놀라웠고...

그럼에도 이들의 멋진 우정과 따듯한 사랑의 소중함은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해 주었습니다.

사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되어왔습니다.

19세기 후반의 미국 사회를 상징적으로 그려내

오즈(OZ)는 금의 무게 단위인 온스의 영어식 줄임말,

노란 벽돌 길은 미국의 금본위제를,

에메랄드 시는 워싱턴 DC를,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는 각각 순박한 농민 계급과 체계에 갇혀 비인간화된 공장 노동자와 당시의 정치인을

의인화와 판타지 요소로 당시의 미국 사회를 은근히 풍자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고 하였지만...

뭐니 뭐니 해도 순수하게 이야기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란 개인적인 생각을 남겨봅니다.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 작품.

그 이유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젠 이 여정을 아이에게도 함께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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