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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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사랑하고 누구보다 증오하는 사이 '부부'.

그런 부부들 사이에서 일어난 완전범죄라니...

과연 소설일까...?!

친숙할 듯하면서도 낯설듯 한 이야기.

여덟 쌍의 부부가 그려낼 범죄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내 아내를, 내 남편을 XX는

가장 완전한 방법

당신, 제발 좀 죽어주지 않을래?

완전 부부 범죄



바람난 남편을 벌하는 데 치매가 무슨 문제? <결혼에서 무덤까지>

아내를 감쪽같이, 그리고 우아하게 죽이는 법. <인생의 무게>

가족 모두가 범인이랬다가, 또 아니랬다가. <범죄 없는 마을 살인사건>

평소에 잘해야 해. 그래야 눈치를 못 채지. <진정한 복수>

부정한 자를 단죄하는 마법의 주문, '들켰다! 튀어라.' <비리가 너무 많다>

금은방을 턴 자가 출소하자마자 옛집을 사러 왔다. <보물찾기>

그녀의 남편이 살해당했다. 우리가 밀회한 그 건물에서. <내가 죽인 남자>

무인도에서의 방송 촬영. 제작진은 어디 가고 살인자만. <개티즌>

그야말로 가장 가까운 관계인 부부가 겪는 치열한 갈등과 그것으로 야기된 살인사건 여덟 편이 담겨 있었습니다.

첫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솔직히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남편이 무슨 짓을 했기에 내가 남편을 죽였고, 남편의 내연녀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이런 복잡한 짓을 하는 거지? - page 14

치매로 단기 기억이 리셋된 노인.

굳이... 왜... 그랬을까...?

진정 너무 사랑해서일까...

아님 바람난 남편에 대한 복수일까...

그런데 반전이 있었으니...

"정말 대박 서비스죠! 요즘 혼자 사는 외로운 사람들 많잖아요. 혼자 사는 노인분들의 경우 온종일 말 한마디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비록 가상 인간이지만 심심할 때 아무때나 전화할 수 있고, 또 틈틈이 전화 걸어 안부 물어주고, 건강 체크해 주고, 말 상대 해주니 아들딸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제 친구도 잠자리 빼고는 실제 애인보다 낫다고 말하더군요. 남편분도 좀 외로우셨던가 봅니다." - page 36 ~ 37

개인적으로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었던 'AI 서비스'.

그래서 놀라웠었습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어디선가 들어는 보았고 뉴스에서도 본 듯한 어떤 추리 소설에서의 포맷과도 닮아있었습니다.

특히나 <개티즌>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와 같은 클리셰를 볼 수 있는데...

"아래에 있는 연놈들은 사건의 진실도 모르면서 반복해 퍼 나르고 악플을 달아댄 사람들이지. 무심히 던진 돌이 개구리 일가족을 몰살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

"저, 저도 결국 피해자예요. 그 글을 올리고 나서 저를 비방하는 악플들을 보며 얼마나 큰 충격을 받고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 몰라요. 저도 정말 악플러들을 다 찾아내 모조리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 page 296 ~ 299

이건 부부 범죄가 아닌 나아가 요즘의 우리 사회에서 엿볼 수 있었던 문제.

그래서 그 해답은...?

이제 남은 것은 내 선택뿐이었다. 이대로 개티즌들에게 잡혀 두들겨 맞고 육지로 끌려가 사형판결을 받은 뒤 평생을 교도소에서 썩을 것인가, 아니면 손에 쥔 이 쇠 파이프로 개티즌들을 모조리 때려죽이고 시체를 잘 처리한 뒤 나 혼자서 이 섬을 탈출할 것인가......

개티즌들을 겨누고 있는 쇠 파이프 끝이 파르르 떨렸다. - page 302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래서 짜릿함 보단 이것이 마냥 소설만은 아니구나라는 씁쓸함이 남았던 이 소설.

모든 범죄는 사소한 동기로부터 유발되었었고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인과응보'도 확인할 수 있었던 이야기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순간 상대를 가리키는 건 하나의 손가락일 뿐.

나머지는 모두 나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가리키는 건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애증 관계인 부부 관계.

사랑과 미움의 경계에서 균형을 잘 이룰 것을, 저도 오늘은 그 균형을 잘 잡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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